[카디스탈] 굿바이 로맨스

 

 

 

[카디스탈] 굿바이 로맨스 

 

*카디&카이스탈입니다 

 

 

 

"엄마, 이거 누구야?"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수정은 딸아이가 내미는 사진을 받아들었다. 빛바랜 사진을 쥐는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은지야, 이거 어디서 났어?" 

 

"앨범 맨 뒤에! 누구야?" 

 

"엄마랑, 아빠랑, 엄마 아빠 친구." 

 

"우와, 엄마야? 진짜? 엄마 진짜 예쁘다!" 

 

 

연신 감탄하는 은지와 달리 수정은 조용히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학원 늦지 않았냐는 수정의 말에 은지는 그제서야 시계를 확인하고는 총알같이 뛰어나갔다. 멍하니 사진을 들여다보던 수정은 이내 된장찌개가 끓어넘치는 소리에 황급히 가스레인지를 끄고는 식탁에 팔을 괴고 앉았다. 앳된 얼굴을 한 어린 날의 풋풋한 19살의 소녀와 소년들은 군데군데 녹은 눈을 배경으로 꽃을 들고 교복을 입고 있었다. 천천히 사진을 쓸어내린 수정은 사진을 뒤로 돌렸다. 2014. 02.06 정수정 김종인 도경수. 수정이 썼던 정갈한 글씨도 그대로였다. 꼬박 10년 전의 사진이었다. 

 

 

 

 

툭. 

 

수업에 집중하던 수정은 앞자리의 종인이 기지개를 펴는 척 내려둔 분홍색 포스트잇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섬세하게 접힌 포스트잇을 풀자 수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정수정 향수 냄새 웩ㅡㅡ] 

 

[넌 좀 씻고 다녀 깜댕아] 

 

[경수는 향수 싫어해 바보ㅋㅋ] 

 

 

"향수 좋아한다며!" 

 

결국 열받은 수정이 씩씩대며 종인의 뒷통수를 세게 내리쳤다.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부여잡은 종인이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여전히 킬킬거렸다. 그런 둘에게 반 친구들의 시선이 쏠렸다. 

 

 

"김종인 정수정 또 너네냐? 복도 나가서 손들고 있어!" 

 

 

결국 복도로 쫓겨난 둘은 나란히 손을 들고 섰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손을 내린 둘은 목소리를 낮추고 떠들기 시작했다. 

 

 

"정수정 너 진짜 도경수 좋아하나보다?" 

 

"시끄러워." 

 

"왠일이야. 내가 고백했을 때는 단호하게 거절하더니. 오빠 삐진다?" 

 

"웃기고 있네. 유치원때 고백한 것도 고백이냐? 그것도 츄파츕스 하나 딸랑딸랑 들고 왔으면서." 

 

"너 방금 유치원생의 로맨스를 무시한거야? 헐 대박." 

 

"로맨스는 무슨." 

 

"내가 너 좋아한다니까? 진짜 거짓말 아니고 좋아한다고. 우리 학교에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을거다 진짜." 

 

그야 당연히 자신이 경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려던 수정은 갑자기 열리는 교실 뒷문에 방금 전처럼 손을 들고 섰다.옆을 힐끗 보자 종인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자신과 같은 자세였다. 열린 문틈으로 선생님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잠깐 새어나온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는 별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경수가 힘없는 발걸음으로 비척비척 걸어나와 수정과 종인처럼 두 팔을 들고 섰다. 다시 교실 뒷문이 닫히자 셋은 누구라 할 것 없이 거의 동시에 손을 내렸다. 종인이 경수의 팔을 툭 쳤다. 

 

 

"도경수, 넌 왜 쫓겨났냐?" 

 

"자다가 걸렸어..." 

 

"어쭈, 고삼이 수업시간에 잘 여유도 있어?" 

 

"떠드는 니네도 만만치 않아." 

 

말을 마친 경수가 입을 가리고 하품을 크게 했다. 종인은 반사적으로 수정을 바라봤다. 또 그 얼굴이다.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저 얼굴. 제게만 보여주면 좋을 그 눈이 자신이 아닌 경수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종인을 섭섭하게 했다. 그래도 종인은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있어 친구에게 질투하는 것만큼 우습고 치졸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더욱 경수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떡볶이 먹고 싶다.." 

 

"오빠가 사줄까?" 

 

"됐거든. 이 근처에 떡볶이 맛있는 분식집 없잖아." 

 

"뭐하러 분식집까지 가냐? 여기에 우리 도쉐프님께서 계시는데." 

 

"그럴래? 우리집에 재료 남아있을걸." 

 

"정수정 너 갈꺼지?" 

 

"그럴..까?" 

 

"수정이 너도 와. 부족하면 더 사오면 되니까." 

 

 

다정한 경수의 말에 수정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셋이 붙어다니는 일은 익숙했다. 단지 서로에 대해 갖고있는 감정이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수정은 후회했다. 만일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둘을 만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 길고 길었던 나날들도 없애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 모든 끔찍했던 일들이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까. 수정은 식탁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유리에 사진 속의 얼굴보다 조금 더 성숙해진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수정은 그 위로 커피잔을 내려두었다. 오늘따라 커피가 더 쓰게만 느껴졌다.

[독자1]

대박잘보구갑니다ㅎ

[독자2]

카디스탈이라니ㅠㅠㅠㅠ은혜롭습니다

[독자3]

카디스탈이라니.. 카디스탈..새롭다ㅏ.. 신알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