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1, 이 선.
중학교 2학년 4월 1일,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담임을 골릴지 머리를 맡대고 계획을 짜고 있었다. 문 위에 지우개는 어때, 비오는데 지렁이 여러마리 가져다놓는 건, 싫어 나중에 니네가 여자애들한테 장난칠게 뻔한데, 야 더 생각 좀 해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특별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에이 또, 박천수는 하얀 분필을 있는 힘껏 칠판 지우개에 문지르고있었다. 답답했는지 지원이가 뛰어나가 빨강, 파랑 분필을 들고,벅벅,이렇게 하란 말이야. 마무리는 반장의 몫. 걘 머리도 정말 좋아. 분무기로 지우개를 적시더니 앞문을 조금 열고 그 틈으로 지우개를 가져다 놓았다. 박수를 치며 담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담임은 예상과는 달리 뒷문으로 들어왔다. 5분이나 먼저! 반을 쭉 훑어보더니, 반장을 시켜 밖에 있던 책걸상을 들고 들어오게했다. 그리고 천천히 교탁으로 갔다. 살다살다 저렇게 비호감인 선생님은 처음이다.
"자,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다."
담임을 따라 우리의 시선은 앞문 창문 밖 남자아이로 향했다. 아, 아? 안돼. 반장의 얼굴이 한껏 일그러졌다.
"어!"
지우개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가속도를 붙여가며 수직낙하했다. 망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진짜. 그래도, 난 우리반이 인정한 여우니까, 덜 까이겠지. 아무도 웃지 않았다. 우리는 졸지에 전학생의 새 교복에 분필자국을, 그것도 수분때문에 털 수도 없게 만들어버렸다.
"니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담임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지사, 전학생은 당황한 표정이었다가도, 달력을 보고 아, 하는 표정이었다. 그래 마음 넓은 전학생아 그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렴. 고마워.
그날 담임은 반장만 불러 데려갔다. 그러니까, 전학생을 첫 마주하는 학생은 내가 되었다. 맨 뒤에 혼자 앉은 그 아이에게 다가가 쪽지에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나는 부반장 이 선이고, 아까 걔 반장은 최윤규. 너는 이름이... 명찰이 없어서."
"아, 나 황진우."
"아까 지우개는, 미안해. 오늘 만우절이잖아."
괜찮아, 라는 대답을 하고 전학생은 교과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뭐 저렇게 속 좁은 놈이 있나, 한껏 기분만 나빠진 채 나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 이후로, 2학년 끝까지 난 황진우와 공적인 일 외에는 교류가 없었다. 종종 친구들이 우리반에서 가장 잘 생긴 아이로 황진우를 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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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가...한 네개 되려나...........ㅠㅠ
아 프롤로그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