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차학연! 내 말 듣고 있어? "
" 어? 어,어.. "
자기 말을 듣고 있냐며 내 눈 앞으로 손을 훠이훠이 젓고 있는 친구 뒤로,
다시는 못 볼것 같던 그녀가 보였다.
책 읽으러 카페오는건 여전하구나..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자 눈에 금세 눈물이 차버렸다.
널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그동안 너 없이 너무 힘들었는데
이렇게 멀리서 널 지켜보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내가 되버렸구나
핸드폰을 확인하고, 책장을 넘기는 작은 그녀의 손짓 하나하나에도
여전히 내 심장은 반응하고 있었다.
" 너무 보고싶었어.. "
작게 웅얼거리며 흔들리는 눈동자에 그녀를 담자,
꽉 차 있던 눈물이 흘러버렸다.
그때 그녀가 고개를 들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런 그녀를 향해 눈물을 숨긴채 매일 보여줬던 환한 웃음을 지었다.
" 정과장. 아까부터 어딜 그렇게 보는거야? "
" 아닙니다. 어디까지 얘기 하셨죠? "
직장 상사와 퇴근후 함께온 칵테일 바에서 그녀를 보았다.
내 앞에서 전해지는 상사의 말은 한 귀로 들어가 그대로 다른 귀로 빠져나왔고
내 온 신경은 그녀를 향해 있었다.
취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틀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행여나 넘어져 다치기라도 할까봐..
그녀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상처만 주었던 나였기에
그녀가 다시 나를 마주하면 또 상처 입을까 쉽게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계속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부장님 죄송합니다. 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의 팔과 어깨를 잡고 일으켰다.
" 택운아.. "
놀란 눈을 하고 날 바라보는 그녀를 슬픈 눈으로 내려다 보며 말했다.
" 이런데 혼자 오지 말랬잖아. 나가자. 데려다줄께. "
" 어... "
그녀를 만났다. 우연히..
" 안녕. "
바보같은 인사를 건네버렸다.
그녀를 보자 다시는 뛰지 않을 것 같던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그 동시에 그녀에게 이별이라는 상처를 줬단 생각에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 커피.. 같이 마실래? "
그녀의 말에 정말 오랜만에 그녀와 카페에 마주 보고 앉았다.
하지만 날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이 차가운 공기만 가득한 주위에 눈을 감아버렸다.
서로밖에 모르던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차가운 사이가 되어버린거지.
" ..잘 지냈어? "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돌아가고 싶어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우리란 걸 잘 알지만
돌아가면 안되느냐고,
다시 시작하게 해달라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사랑해..아직도
" 어? 김원식 맞네? 오랜만이다! "
그녀와 헤어진 후,
술로 밤을 지세우고 많이 아팠던 나를 처참히 무시하는 듯 그녀는 너무나도 밝아보였다.
" 어. 잘 지냈어? "
" 응- "
잘 지냈구나. 다행이야.
그때 한 남자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더니 그녀가 남자를 향해 말한다.
" 자기야, 내 친구. 인사해! "
내게 악수를 청하는 그의 다정한 손을 잡을 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널 못 잊고 괴로워 하고 있는데
넌 아니구나.
내 여자였던 그녀의 옆에 다른 남자가 있다.
내가 아닌..
넌 날 잊었구나.
다른 남자의 손에 잡힌 그녀의 손을 보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더이상 그녀의 눈을 보고 얘기할 수가 없어,
애꿎은 땅만 바라보며 말했다.
" 나 먼저 가볼께. 잘 지내고, 아프지 말고. "
행복하고..
여전히 너의 행복만을 바랄께 나는.
그녀임이 틀림 없다.
빨개진 손을 호호 불며 신호등 건너편에 서 있는 그녀가 자꾸 눈에 밟힌다.
끝났잖아.
끝나버린 사람인데 왜 자꾸 저 빨갛게 얼어버린 손이 걱정되는지.
신호가 바뀌고 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하자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가 횡단보도를 다 건널때까지.
" 겨울엔 치마 입지 말라니까 또 말 안듣고.. "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깜깜한 이 밤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녀가 걱정되어, 집에 들어가는것만 보고 다시 돌아오자
라는 생각으로 그녀를 뒤쫓아 가고 있을때
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 아.. "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춰버렸다.
다른 남자와 다정한 그녀의 모습에 잊은줄로만 알았던 그녀를 향한 감정이 다시 살아났고,
애석하게도 그 감정은 그녀를 잃었다는 아픔이었다.
잊은게 아니였구나.
잊은 줄 알았는데
아직 널 못 잊었구나..
" 어? 저거 니 애인 아니냐? "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을 보자, 꿈같게도 그녀가 있었다.
" ..헤어졌어. "
" 뭐. 언제? "
놀랐는지 나를 툭 치며 물어오는 친구에게 대답할 정신도 없이
그 자리에 돌처럼 가만히 서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가, 그녀를 안고 싶었다.
밥은 먹었는지, 요즘 힘든일은 없는지, 잠은 잘 자는지.
그녀에게 묻고 싶은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녀에게 다가갈수가 없다.
우리가 왜 헤어졌을까. 무엇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을까.
지끈거리는 머리에 인상을 쓰다 그녀에게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 야,야! 어디가! "
날 따라오는 친구가 뒤쳐질만큼 빠른 속도로 그녀에게 걸어가 그녀를 안아버렸다.
" 상.상혁아.. "
놀란 그녀가 내 품에서 나오기 위해 팔에 힘을 줬지만 그녀를 놔줄수가 없었다.
" 미안해.. 너무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