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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정호석] 기억을 삽니다 | 인스티즈

 

 

 

 

당신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 순간을, 내게 파시겠어요?

 

 

 

 

 

 

 

추운 겨울날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옷깃을 여미며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듯 서둘러 길을 걷는 사람들의 다리 사이로 멀뚱히 앉아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검은 천의 로브를 뒤집어 쓴 소녀의 눈은 텅 비어있었다. 그저 다리를 끌어 모아 앉아서는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고 있을 뿐이었다. 기억을 삽니다. 괴상한 문구가 적힌 나무판은 소녀의 옆에서 힘없이 굴러다닐 뿐이었다. 어쩌다 발걸음을 멈추고 소녀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쯧. 하고 작게 혀를 차고는 걸어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만지작거리던 호석이 걸음을 멈췄다. 소녀는 제 앞에 선 발을 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흐릿한 햇살 사이로 노오란 꽃 한송이를 들고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텅 빈 소녀의 눈은 다시 바닥으로 향했다. 호석은 소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맨질맨질한 금화 몇 개가 손에 쥐어졌다. 한참 만지작거리던 호석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뜻밖의 반응에 소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소녀의 눈동자에 호석이 비쳐졌다. 킁. 하고 콧물을 작게 들이킨 호석이 바람이 찬 듯 다시 옷깃을 여몄다. 그런 호석을 보며 소녀는 제 옆에서 멋대로 굴러다니던 나무판을 손으로 톡톡 쳤다. 호석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풋 미소를 지었다.

 

 

 

 

 

괴이한 광경이었다. 검은 로브를 쓴 소녀와 노란 꽃 한송이를 든 사내가 마주보며 쭈구려 앉아 있는 것은. 간혹 자리에 서 둘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별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자 잔뜩 실망한 얼굴을 하고는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내 기억을 팔고 싶어요."

"다섯 개요."

 

 

 

 

 

한참 마주보고 있다 호석이 먼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기억을 팔고 싶다는 말에 소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꽤 청아한 목소리였다. 망설임없는 대답에 호석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소녀는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호석은 손가락에 잡히는 대로 동전을 건넸다. 아이러니한 광경이었다. 자신의 기억을 파는 대가로 금화까지 내는 모습이란.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전혀 위화감이 없어 보였다.

 

 

 

 

 

언제의 기억을 팔고 싶은가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손으로 꼭 집어가며 금화의 갯수를 확인한 소녀가 다시 호석과 눈을 마주했다. 잠시 생각하던 호석이 바닥에 편하게 앉았다. 그 전에. 호석이 입을 열었다. 왜 기억을 사는거죠? 호석의 물음에 소녀가 작게 웃었다. 입꼬리만 겨우 끌어올린, 텅 빈 미소였다. 소녀는 제 옆에 굴러다니는 나무판을 가만히 만지작거렸다. 저는 기억이 없어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사서 내 머릿속에 넣는 거에요. 끔찍한 기억이든, 행복한 기억이든, 지우고 싶은 기억이든... 내 것이 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기억이라는 게 생기기는 하잖아요? 가만히 말을 내뱉는 소녀를 보며 호석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은데요. 호석의 말에 소녀가 작게 웃었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많은 기억을 샀어요. 겁탈 당했던 처녀의 기억도, 아이가 태어난 젊은 부부의 기억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남자의 기억까지. 내 머리는 한 권의 서책 같은 것이지요. 소녀의 말에 호석이 작게 웃었다. 좋아요. 호석의 말에 소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꿈꾸던 표정으로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던 소녀의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당신은 왜 기억을 팔려고 하죠?"

"당신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요."

 

 

 

 

 

갑작스러운 소녀의 말에 호석이 태연히 답했다. 호석의 대답에 소녀는 작게 미간을 찌뿌렸다. 나는 어떤 기억이든 필요해요. 덧붙여 말하는 소녀의 말에 호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 기억을 사면, 오히려 내게 돈을 주고 싶을 거에요. 당신에게 꽤 가치있는 것일테니.

 

 

 

 

 

좋아요. 이번에는 소녀가 살풋 웃었다. 눈을 감고 작게 쉼호흡한 소녀가 눈을 떴다. 여전히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호석을 보며 소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내게 팔고 싶은 순간의 기억을 생각해요. 곧 호석이 눈을 감았다. 더, 더, 그렇게 한 폭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기억을 펼쳐놓아요. 호석은 잔뜩 집중한 듯 미간을 찌뿌렸다. 곧 소녀도 눈을 감았다.

 

 

 

 

 

-

 

 

 

 

 

야! 눈을 감고 있던 소녀가 자신의 등을 툭, 치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뒤로 재빨리 돈 소녀가 어린 소년의 얼굴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뭐하고 있냐! 소년은 개구지게 웃고는 소녀의 옆에 주저앉았다. 꽤 넓은 들판같은 곳이었다. 텅 비어 쓸쓸한 들판을 휘, 둘러보던 소녀도 소년의 옆에 풀썩 앉았다. 푸른 치마 사이로 통통하고 하얀 발목이 보였다. 소녀는 그제서야 제 손과 옷을 훑어보았다. 흰 셔츠에 푸른 치마. 그리고 작디 작은 손이었다. 하긴, 소년이 야! 라고 했으니 동갑일터였다.

 

 

 

 

 

소녀는 잠시 몸을 뒤지다가 주머니에서 딱딱한 무언가를 집고는 꺼냈다. 작은 손거울이었다. 구석에 잘게 금이 가있는. 소년은 소녀가 무엇을 하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콧노래를 흥얼거릴 뿐이었다. 소녀는 소년을 잠시 흘깃 보고는 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조금 앳되게 생겼지만 자신과 똑닮은, 아이가 거울 속에 들어있었다. 당황한 소녀가 제 볼을 만지작거렸다. 거울 속의 아이도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제 볼을 만지작거렸다. 소녀는 거울을 놓고는 잠시 고민했다. 그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소녀는 자신의 모습이었던 적이 없었다. 당황한 소녀가 멍하게 허공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소녀의 볼을 콕, 하고 찌르는 손길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소년이 보였다. 그러니까 소년은, 아마도 소녀에게 기억을 판 사내 같았다.

 

 

 

 

 

"뭐해."

"..."

"뭐야... 아, 맞다. 나 이제 진짜 무용 배운다?"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던 소년이 곧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잔뜩 신난 표정을 지은 소년이 제자리에서 한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우아한 몸짓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소녀가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자 머쓱한 표정을 지은 소년이 다시 작게 웃었다. 오늘 반응이 이상하다? 소년의 말에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소녀를 내려다보던 소년이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비가 날라다나듯, 사뿐사뿐 내딛는 발걸음이 절로 감탄을 하게 만들었다. 소년의 몸짓이 끝나자 한참을 홀린 듯 소년의 춤을 보던 소녀가 짝짝거리며 박수를 쳤다. 그제야 만족한 표정을 지은 소년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곧 이나라에서 가장 유명해질 무용수 정호석입니다. 장난스레 말한 소년이 활짝 웃었다. 소녀는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호석, 정호석이구나.

 

 

 

 

 

-

 

 

 

 

 

호석은 종종 들판으로 소녀를 불러냈다. 언제나 소녀를 자리에 앉히고는 자신이 배운 무용을 보여주곤 했다. 또래들 사이에서도 월등한 실력을 가진 호석은 점점 자라나 의젓한 청년이 되어 갔다. 곧 호석이 왕궁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소문을 마을 사람들에게 들은 소녀는 내심 울적해졌지만 호석에게 티내지 않았다. 그저, 호석의 춤을, 몸짓을 보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자신과 호석은, 애초에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넘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김없이 춤을 마친 호석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깜짝 놀란 소녀가 다가가자 번쩍 고개를 든 호석이 눈을 곱게 접어 웃었다. 소녀의 볼을 콕, 찌른 호석이 더 활짝 웃었다. 놀랐잖아. 작게 면박을 주는 소녀의 말에도 뭐가 좋은지 헤헤거리며 웃은 호석이 와락 소녀를 껴안았다.

 

 

 

 

 

놔! 아, 진짜! 정호석! 호석의 어깨를 퍽퍽치며 놓으라는 소녀의 말에도 호석은 그저 소녀를 꽉 안고는 좋다! 하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곧 지친 소녀가 가만히 제 품에 안겨있자 그제야 팔에 힘을 푼 호석이 제 품에서 소녀를 떼어냈다. 잔뜩 삐진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를 본 호석이 작게 미소를 짓고는 다시 품에 소녀를 안았다. 이제 놓으라고 하기도 지친다. 소녀가 작게 중얼거리자 호석이 좋은 생각이야. 하고는 소리내어 웃었다. 이쁘다. 호석이 중얼거리고는 소녀를 꽉 안았다.

 

 

 

 

 

한참 제 품에 안고 있던 소녀를 품에서 떼어낸 호석이 가만히 소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소녀도 멀뚱히 호석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오래 같이 있었는지,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 아래서 잔잔히 웃던 호석이 입을 열었다. 나, 왕궁 들어가. 수석 무용수로. 호석은 어떤 의미로 소녀에게 말했는지 몰라도, 소녀에게는 퍽 잔인한 말이었다. 입술을 깨물고 가만히 호석을 바라보던 소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호석이 소녀를 채 잡기도 전에, 소녀는 성큼성큼 걸어가버렸다.

 

 

 

 

 

-

 

 

 

 

 

호석과 소녀가 만나지 못한 지 어느새 며칠이 흘렀다. 영문도 모르는 호석은 점점 지쳐갈 뿐이었다. 왕궁에 들어가야 하는 날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누구보다 축하해줄 것 같았던 소녀가 쌩하게 사라졌다. 그리고는 자신을 보러 오지도 않았다. 들판에 앉아 하염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호석을 보며 호석의 부모님은 안타까운듯 혀를 찼지만, 정작 울고 싶은 것은 호석이었다. 필요한 짐을 싸던 호석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소망을 이루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하늘이 날아갈 듯 행복하지는 않았다. 장에서 산 실팔찌를 만지작거리던 호석이 침대에 누웠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도 통 잠이 오지 않았다. 얼굴 보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려는 듯, 호석이 눈을 감았다.

 

 

 

 

 

툭. 툭. 툭. 곧 호석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를 치는 듯 작은 소리였다. 자신의 방에서 나는 소리인지, 꽤 거슬리는 소리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등불을 들었다. 호석이 머리를 헤집으며 찬찬히 방을 둘러보았다. 소리가 날만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잠시 호석이 고민하는 사이, 다시 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창가 쪽에서 나는 소리에 긴가민가해 하며 호석이 천천히 다가섰다.

 

 

 

 

 

창문을 연 호석이 반가운 얼굴을 보고는 작게 웃고 말았다. 며칠 동안 늘 생각했던, 그리던 얼굴이었다. 쌀쌀한 가을 밤공기에 소녀의 볼은 온통 붉게 물들어있었다. 호석의 얼굴을 확인한 소녀의 얼굴은 더 붉게 물들었다.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몇 번 눈을 끔벅거린 소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왜. 짐짓 퉁명스레 물은 호석이 아차했다. 당황한 소녀가 머뭇거리더니 호석의 얼굴을 잡았다. 그런 소녀의 행동에 호석이 눈을 크게 떴다. 곧 호석의 코에 소녀의 향기가 훅. 끼쳐왔다. 호석의 목을 꽉 끌어안은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축하해. 진짜 축하해. 말해주고 싶었어. 심통부려서 미안해. 진짜야. 미안해. 호석아... 진짜 축하해. 소녀의 진심에 호석이 작게 웃었다. 소녀의 손을 잡고는 제 목에서 풀어낸 호석이 금새 떠난 소녀의 체온에 퍽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멀뚱히 자신을 올려보는 소녀를 바라보던 호석이 잠시만. 하고는 제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서랍으로 향했다. 주인 못 줄 줄 알았는데. 소녀에게 말한 호석이 다시 소녀에게 걸어갔다. 소녀의 손을 잡은 호석이 천천히 소녀의 팔목에 끈을 묶어주었다. 노랑색과 흰색의 실을 꼬아만든 팔찌였다. 누구보다 소녀와 어울릴 것 같아 보자마자 사온 것이었다.

 

 

 

 

 

소녀를 위해 만들어진 듯, 소녀와 퍽 잘 어울리는 팔찌에 호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소녀는 어안이 벙벙한 듯 제 팔을 몇 번 둘러볼 뿐이었다. 그런 소녀에게 호석은 덤덤히 말을 내뱉었다. 좋아해. 마치 날씨를 말하듯 담담한 호석의 말에 오히려 놀란 것은 소녀의 쪽이었다. 휴가를 받으면, 꼭 너를 보러올게. 너를 위해서, 나는 춤을 출게. 진지한 호석의 표정을 본 소녀가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호석은 미소를 보였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소녀가 곧 아, 하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이제 가야겠다. 퍽 아쉬운 듯 말한 소녀가 다시 호석을 올려다보고는 작게 웃었다. 항상 응원할게. 소녀의 말에 호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

 

 

 

 

 

왕궁에서도 호석의 실력은 당연 으뜸이었다. 공연을 할 때마다, 호석을 사모하는 여성의 수는 늘어갔다. 매일 꽃다발을 받는 날도, 선물세례를 받는 날도, 그리고 열렬한 구애를 받는 날도 많아졌다. 하지만 호석이 그리는 사람은 단 하나였다. 두고 온 소녀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왕의 허락을 받을 때마다 나가 소녀를 만나고 와도 언제나 그리웠다.

 

 

 

 

 

그리고 어느 날, 호석은 자신의 공연에 소녀를 초대했다. 자신이 소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소녀를 위한 노란 꽃 한송이를 자리에 둔 호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얼마 후면 공연이 시작할 시간이었다.

 

 

 

 

 

곧 자리가 차고, 쭈뼛하게 들어온 소녀가 자신의 자리에 있는 꽃 한송이를 보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늘 호석이 소녀에게 선물해주는 꽃이었다. 무대 뒤, 작은 공간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호석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공연이 시작했다. 호석의 춤은 언제나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 힘찬 듯 가녀리고, 빠른 듯 느렸으며, 행복한 듯 슬픈 춤이었다. 누구라도 호석의 춤을 보면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했다. 어김없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은 호석의 몸짓이 멈추고,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를 숙여 예의바르게 인사를 한 호석이 가장 앞 줄에 서있는 소녀를 보고는 작게 웃었다.

 

 

 

 

 

-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호석이 사모하는 여인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의 여성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다들 동분서주했고, 마침내 그것이 소녀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냈다. 당연히 축복받아야할 일이건만, 소녀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언제나 소녀를 향해 수군덕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석은 수많은 여성들의 사모의 대상이었기에. 소녀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정도가 점점 심해졌고, 소녀는 서서히 지쳐갔다. 호석이 준 실팔찌를 만지작거리며 힘을 내보려고 해도,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의 집까지 망가뜨려놓은 것을 보면 쉽사리 힘이 나지를 않았다. 더더욱, 호석은 다음 공연 때문에 바빴기에 소녀를 보러 올 틈조차 없었다.

 

 

 

 

 

-

 

 

 

 

 

결국 한 여성이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던 소녀에게 폭력을 행했다. 두꺼운 나무 막대기로 소녀를 무차별로 때린 여성은 도망쳤고, 소녀는 집 주위 길가에서 겨우 발견되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소녀의 부모님은 얼마 없는 짐을 챙겨 멀리 도망갔다.

 

 

 

 

 

겨우 공연이 끝나고 뒤늦게 소녀를 찾은 호석이 텅 빈 집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녀의 집과 절친했던 이웃에게 들은 답은 겨우 그것이 다였다. 얼굴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몸은 괜찮은건지, 마음이 상한 것은 않았는지, 물어볼 말은 많았지만 호석이 들을 수 있는 답은 전혀 없었다.

 

 

 

 

 

그대로 왕궁에 돌아간 호석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는 왕궁에서 나왔다. 수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호석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호석의 기억은, 그것이 끝이었다.

 

 

 

 

 

-

 

 

 

 

 

눈을 뜨자 해가 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노을 때문인지 주황빛으로 물든 호석의 얼굴이 보였다. 호석이 소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씩 웃었다. 내 기억은 어땠나요? 당신에게 꽤 가치있는 기억인가요? 그런 호석의 눈을 바라보며 소녀는 왠지 울고 싶어졌다.

 

 

 

 

 

가만히 호석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소녀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흘러내려간 로브를 정리하던 소녀가 작게 웃었다. 기억의 후유증인지, 자꾸만 멍해졌다. 소녀가 겨우 머리를 젓고는 자신의 로브 한 쪽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꽤 묵직한 주머니였다. 끈을 풀자 많은 금화가 반짝거리며 빛난다.

 

 

 

 

 

호석은 소녀가 하는 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소녀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한 웅큼 꺼냈다. 호석에게 금화를 내밀자 호석이 고개를 저었다. 당신에게 기억을 판 것으로 나는 충분해요. 호석의 목소리에 소녀가 호석의 손을 잡았다. 억지로 손에 금화를 쥐어주자 호석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주머니를 넣은 소녀가 해가 지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어느새 거리에는 몇 안되는 사람 밖에 없었다. 작게 웃은 소녀가 다시 호석과 눈을 마주했다. 당신의 기억은... 당신에게 아주 소중했던 순간이었네요. 너무나도 빛나서... 행복한 꿈 같았어요. 소녀의 말에 호석이 작게 웃었다. 다행이네요. 마음에 들어서. 소녀가 호석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호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봐야겠어요. 나는 다시 길을 떠나야해서. 호석의 말에 소녀가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나요? 소녀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호석이 미소를 지었다. 발길 닿는대로요. 다시 나를 찾아올 때까지. 계속 가야죠. 곧 호석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당신의 옆에 있고 싶기도 하네요. 꽤 마음에 들어요. 알쏭달쏭한 호석의 말에 소녀가 괜히 나무판을 만지작거렸다.

 

 

 

 

 

당신의 말이 맞았어요. 내게 가치 있는 기억인 것 같아요. 머뭇거리다 내놓은 소녀의 말에 호석이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다행이네요. 나긋한 호석의 말에 소녀가 고개를 숙였다. 당신의 여행이 끝날 때 쯤에는... 내 여행도 끝났으면 좋겠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쏟아낸 소녀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들었다. 

 

 

 

 

 

소녀가 고개를 들어 호석을 올려다보았다. 호석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요. 호석의 답에 소녀가 작게 웃었다.

 

 

 

 

 

난 항상 여기 있을테니 다음에 또 나를 찾아와요.

또 와서 당신의 기억을 내게 팔겠어요?

당신을 또 보고싶네요.

희망찬 그대에게 더 어울리는 노란 꽃을 들고서, 그렇게 나를 찾아와줘요.

 

 

 

 

 

 

 



***

짠. 공지도 올리고 글태기아닌 글태기도 극복해서 얼른 오고 싶었는데 도저히 짬이 안나더라구요ㅠㅠㅠㅠ

일단은 기억을 삽니다부터 끝내고 싶어서 예~~~~전부터 쓰겠다고 한 호석이 편부터 먼저 올려요! 근데 이건 좀 아련한 맛이 없는 것 같아여... 사실 무용수는 지민이로도 살짝 고민했는데 현대무용 추는 호석이 보고 싶잖아여. 그래서 제가 욕심냈잖아여ㅇ〈-〈

하여튼... 공지는 바로 다음 날 지우려고 했는데 댓글 보니까 못 지우겠더라구요ㅠㅠ 저는 그냥 한탄처럼 쓴 글이었는데... 댓글이...8ㅅ8 이 따뜻한 사람들...! 사실 그 글 올릴 때 글태기는 끝났는데 너무 기다리실까봐 혹시 몰라서 공지부터 올린 거였어요. 저 괜찮으니까 걱정마세여...ㅎㅅㅎ.. 다만 글이 좀 늦어질거에요... 망할 시험기간.

밤이 늦었는데 저는 자지를 못하고 있네여. 정리도 해야되고, 공부도 해야되고. 어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오랜만에 글 쓰니까 너무 좋아요. 역시 이 맛에 글 쓰는 거죠.

오랜만에 와서 너무 미안해요! 그리고 너무 고마워요. 사랑합니당'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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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비비빅이에요! 물론 지민이도 무용수하면 정말 잘 어울리겠지만 지난번에 화가도 정말 좋았어요!ㅜㅜㅜㅠ호석이 춤 추는거 생각하니까 글 분위기에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ㅜㅜㅜㅜㅠ
8년 전
독자2
태꾹이에여!!!!무용수 호시기라니...잘 어울리쟈나ㅠㅠㅠㅠㅜ역시 기억을 삽니다 브금은 도로시ㅠㅠㅠㅠㅠ작가님 덕분에 도로시 맨날 들어요ㅠㅠㅠㅠㅠ항상 기다리고 잇으니 언제든 오세요!!!
8년 전
독자3
토마토마에요~작가님 글은 항상 애들 성격이나 캐릭터에 잘 어울리게 써주셔서 더 재미있는거 같아요!!!ㅎ 천천히, 짧아도 좋으니 계속 써주세용~
8년 전
비회원123.91
와와 사실 윤기편이 저에게 퍽 인상깊어서 호석이편 걱정했는데 호석이편도 좋네요ㅠㅠㅠ이 시리즈 너무 사랑합니다 아련아련 ㅜㅜㅜ
8년 전
독자4
브금부터 소재까지 완전 취향저격이에요ㅠㅠㅠ무용수 호석이 진짜 잘 어울려요 무용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것 같아요 수석으로 왕궁에 들어갔다니까 괜히 뿌듯해요ㅎㅎ 호석이 기억에 있던 소녀가 현재 기억을 사는 소녀랑 비슷하다고 느껴지네요! 이 명작을 이제서야 봤다니.. 다른글도 읽으러 갑니다
8년 전
독자5
아으 ㅠㅠㅠㅠㅠㅠㅠㅠ호석아 ㅠㅠㅠㅠㅠ 여주를 시기하는 사람들때문에 둘이 이어지지 못한게 너무 안타깝고 마음아파요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작가님 그거알아요????? 저 작가님 글 브금 도로시 진짜 ㅠㅠㅠㅠㅠㅠ푹 빠져 살고있습니다 작가님 사라해여 ㅜㅜ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비회원255.29
침침맘입니다 정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 중 하나인 하나에요 ㅠㅜㅜㅜㅠ 이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현대무용의 호석이라니 지민이도 현대무용이지맘 호석이도 잘 어울리네요 수석으로 왕궁으오 들어 갔지만 결국 여주때문에 나왔다니.. 순정호석이라니 정말 아련하네요 ㅜㅜ
8년 전
독자6
헉.. 저 암호닉 신청해도 되나요?
흡ㅠㅠ아련아련 무용수 호석이 좋아여bb 완젼죠아^.<♥ 작가님 문체 내 스타일이다.. 진짜 제목보고 기억을 산다고? 어떻게 사는 걸까, 새로운 느낌이다 이러고 들어왔는데 역시 제 선택이 탁월했어요 하하핳(자화자찬?;ㅅ;) 사실 작가님이 잘 써주셨으니 그런거죠♥진짜 취향저격.. 신알신 하고가요! 앞에 있는 다른 글들도 읽으러 가야겠어요!ㅎㅎ

8년 전
빛나는
음...★ 암호닉 신청하셔도 되기는 하는데 이게 조각글이라 따로 밑에 언급은 없을 거에요...ㅎㅎ 그래도 암호닉 달고 오시면 꼭 기억할게요!
고마워요! 사랑합니당'ㅅ'♥

8년 전
독자8
아 진짜여..그면 담에 조각글아닌글에 다시 신청할테니까 꼭 기억해주세요!! 그래두 암호닉 달고 댓 달게여♥♥
8년 전
빛나는
지금 신청해도 되니까 나중에 달고 와요~ㅎㅅㅎ
8년 전
독자9
[연이]로 신청할게요♥
8년 전
빛나는
9에게
알게써여! 연이님'ㅅ' 다음에 올 때 연이에여 자까님!ㅎㅅㅎ 이러구 와요!

8년 전
독자12
빛나는에게
넹♥고맙슴댱

8년 전
독자7
현지짱짱이에요!!! 언제올라오나했는데!!딱!!호석이가!!!!! 집에방금들어와서 씻기전에 잠깐들어왔는데ㅠㅠㅠㅠㅠ흐엉ㅠㅠㅠㅠ씻고 다시봐야겠어요ㅎㅎㅎ작가님!!!다른멤버들것도기대하고있을께용~~~♥♥♥♥
8년 전
독자10
와진짜ㅜㅜㅜㅜㅜㅜㅜㅜ어제읽으면서 완전깜짝놀라ㅛ었는데 쓰차가 이제야 풀려서 댓글다네녀ㅜㅜㅜㅜ 너무 좋아요ㅜㅜㅜㅠㅠ어떻ㄱㅔ 이렇게 제 취향을 딱 저격하시는 소재를 들고오신건지ㅜㅜㅜㅜㅜ신알신했서여♥
8년 전
독자13
와 잘읽고가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14
와..너무 좋아요 도로시도 좋고 글도 좋고 사랑합니다 작가님 호석아.. 분위기 갑 이건 뭐 탖탑 열손가락 다 너는 내게 최고를 외치고 있습니다 작가님 사탕해요 하트 짱짱맨 뿡뿡
8년 전
독자15
디즈니예요 지금 한창 시험시간이라 늦게서야 읽네요 무용수 호석이라니ㅠㅠㅠ 여주와 호석인 어릴때부터 친구였네요 꿈을 이루어 가는 호석일 보면서 자랑스러우면서 괜히 섭섭해지는 마음이였나봐요 거기가면 자주 못볼텐데 하는 아쉬움ㅠ 그래도 여주를 볼수있을때마다 보러오고 초대도 해주고ㅎㅎ 이게 다 호석이가 잘나서 일어난 일이네요ㅠㅠ 헝ㅠㅠㅜㅠ 너무잘봤어요 감사해요♡
8년 전
독자20
무용수 ㅜㅠ 호석이너무 잘어울린다 ㅜㅠ지민이도 무용수 어울렸을거같은데 화가도 너무 좋았기에 생략..아 ㅜㅠㅜㅠ
8년 전
독자21
ㅠㅠㅠㅠ아호석이 불쌍해여ㅠㅠㅠㅜ진짜ㅠㅠㅜ여자는어디로갔을까여ㅜㅠㅠㅡㄴ
8년 전
독자22
이 속에서 호석이는 왠지 아련하지만 굉장히 멋있고 젠틀한 그런 청년 일 것 같아요 웃는게 아누 멋있을 것 같은 그런 따뜻함이 느껴져요ㅠㅠ
8년 전
독자23
아ㅠㅠ둘이 다시 저렇게 만나서 다행이네요ㅠㅠㅠ둘이 행복햤으면좋겠아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24
아 진짜 넘 재밌어요!!ㅜㅜㅜㅜ 무용수 호석이라니ㅜㅜ 작가님 감사해요ㅜ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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