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마치고 전정국은 한숨을 푹 쉬더니,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멍때리던 나는 위에서 날 죽일듯이 내려다보는 전정국에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올랐다. 비상문 밖에는 아까 마주쳤던 남자가 아직 서있었고 움찔하는 나를 보고 사람좋게 웃어보인다.
"정국씨 매니저였구나! 다음에 또 봅시다. 정국씨도 나중에 봐요." "..." 나는 아무 말 안한다는건 그렇다 치고 전정국은 왜 아무 말이 없는거야...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니 전정국도 고개를 까딱하고는 대기실로 돌아갔다. 눈치를 보던 나도 따라서 대기실을 향해갔다. 다시 돌아온 대기실은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무척이나 싸했다. 전정국은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를 발로 뻥뻥 차며 제대로 안치우냐, 거슬리게 이게 뭐냐 등등 자리에 앉아서 거울을 보며 머리가 왜이리 붕 떴냐 지랄이란 지랄을 다 떨며 대기실 분위기를 더욱 꺼지게하였다. 곧 뒤에있는 나에게도 시선이 쏠리는게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며 구석에 가려했다... 그래, 했다. 전정국이 부르지만 않았다면. "김여주" "ㅇ..어?" "왕따야? 왜 혼자 자꾸 구석에 가. 옆에와서 앉아있어." 조용한 분위기에 눈알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듯하였다. 왜 그래, 또!! 나는 눈치를 보며 전정국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옆에서 할게 없으니 코디가 머리를 손질하는걸 가만히 보고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까 그 남자가 생각났다.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어 인터넷을 키고 이름을 검색하였다. 김..태..형...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그리 행실이 나쁘다거나 안좋은 소문이 도는 사람은 아닌거같았다. 괜히 아까 당황스럽게 만든게 미안해졌다. 블로그 등에 들어가 활동했던 작품들 등을 대충 훑어보며 어떻게 사과할까, 내가 말은 걸수나 있을까 하고 잡다한 생각을 할때였다. "어어-?" "..김태형? 태형선배는 왜 찾아." "아니..저,음-. 아까 봤잖아.. 그냥 궁금해서..." 내 핸드폰을 뺏어가더니 김태형을 왜찾냐고 물어온다. 뭐라 대답하야 할지 몰라서 대충 둘러대니 그게 또 맘에 안드는지 미간을 찌푸린다. "..너도 김태형 좋아하냐?" "응? 아니! 들어만 봤지 직접적으로 보고 이런건 처음이야." "그래?" 피식 웃더니 내 핸드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두드리더니 촬영 들어간다는 스탭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에게 핸드폰을 다시 주었다. 내 폰으로 뭔 짓을 한가 싶어서 화면을 보니, 화면 가득했던 김태형이 아닌 전정국 팬 블로그에 들어가져있었다.
"옳지, 잘한다! 컷! 정국씨 날마다 연기가 느네?" "하하, 감사합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감독님." "그래, 가서 푹 쉬고 다음 촬영때 보자고." 오늘은 5시간 가량 방송국 지하에 위치한 스튜디오 세트장에서 전정국이 나오는 장면을 찍었다. 영화촬영은 처음 보는데 전정국은 가수출신이 아닌것마냥 연기를 무척 잘 소화해냈다. 거기다 교복을 입고있으니 기분이 아련해지는게 옛날모습도 슬쩍슬쩍 보였다. 역시 넌 변한게 없다. 겉으로는 그대로인데... "매니저. 나 물." "..어? 여기." "또 멍때리지?" "아니.." 대기실로 다시 향하는 길. 전정국이 이상한 질문을 해왔다. "교복입은거 보니까 옛날생각 나냐?" "어..조금? 변한게 없구나 싶었어." "...기억나는 건 없고?" "무슨 기억?" "아냐, 됐어." 기억? 무슨 기억을 말하는거지? 자리에 서서 전정국이 했던 말을 생각하는데 앞서가던 전정국이 빨리안오냐며 배고프다고 칭얼거렸다. 물론 나는 뛰어갔다. 전정국을 향해. 사실 기억하니까 떠오른건데, 내가 전정국 앞에서만 멀쩡한 이유를 아무리 내 과거속에서 찾아봐도 나오질 않는다. 나와 전정국 사이를 연결해주는 길에 나사가 하나 빠진듯한 느낌이다. - 이대로 밥 먹다가는 골로 가버릴 거 같다. 다른 매니저 오빠들 냅두고 굳이 나와 단 둘이 밥을 먹으러 가자는 전정국의 고집에 밥을 먹으러 왔지만, 전정국은 연예인. 밥이 목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를만큼 부담스러운 시선들을 받으며 우리는 마주보며 밥을 먹..아니 그냥 씹어대고있다. "..전정국." "엉. 왜, 맛없냐?" "그게 아니라.. 모자나 선글라스나 이런거 끼면 안돼..?" "싫어. 내가 왜?" "사람들이 다 우리만 쳐다보잖아..!" "우리가 아니라 나를 보는거겠지." "그래도... 부담스러워." "무시해 그냥." 저건 또 무슨 억지람? 진짜 지랄맞다. 전정국.. 나는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고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먹고 와. 주차장에서 기다릴게." "아씨," 그러며 먼저 카운터로 뛰어가더니 계산을 하고 가게 밖으로 나가는게 아닌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다 이내 나도 가게 밖으로 나왔다. 전정국은 이미 차 앞에 있었고, 나는 서둘러 운전석으로 향했다. 아,참고로 나는 유일하게 자랑거리가 운전실력이다. 아마 전정국보다 내가 더 운전을 잘 할 것이라 예상한다. "피곤할텐데 도착 할 때 까지 눈 좀 붙여." 전정국이 옆에서 안전벨트를 찼는지 딸칵 소리가 났다. 나도 가방을 뒷좌석에 두고 벨트를 매려하는데 아무리 당겨도 벨트가 내려오지를 않는다. "으어..왜 안되지..." "아, 답답아 뒤에 걸렸잖아." 전정국은 자신의 안전벨트를 풀고 상체를 나에게로 기울며 뒤에 걸린 벨트를 내려주었다. 딸칵-
친히 벨트까지 잠궈준 전정국이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참았다. 전정국 또한 나와 코가 닿을듯한 거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눈을 마주쳤다. "...." "..저..." "..너도."
"너도 옛날 모습이랑 변한거 없네."
아 젠장ㅇㅇ 티저 내놔ㅏ라ㅏㅏ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