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서 항상 같은 곳에서 나타나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그 고양이를 알게 된 건, 작년 겨울 처음 혼자 독립하게 돼서 이사 온 이곳에서
처음 산책을 할 때 만난 게 처음이고, 이후 자주 산책을 나올 때마다 만나고 관심이 가게 되어서
점점 더 챙겨주게 되었다.
하지만 우린 거의 약 1년 정도를 같이 보냈지만 나 혼자 짝사랑 중인 것 같았다.
밥을 줘도 내가 멀리 떨어져야 먹고, 만지려고 하면 담벼락에 획 올라가 버리고, 장난감으로 장난쳐도 무시하기 일쑤.
"호랑아, 언제쯤 누나랑 같이 놀아주래?"
“… …”
“누나 심심하다, 호랑아~”
“… 야옹”
“응? 지금 누나 말에 대답한 거야?”
드디어 1년 만에 우리 호랑이가 나를 받아준 건가? 드디어 누나를?
“슈가”
“야옹-”
어, 슈가? 호랑이의 다른 이름인가? 저 남자는 뭐지?
피부는 하얗고, 귀엽게 생긴 것 같은 얼굴인데, 목소리는 좀 낮은 것 같고…
잘생겼다..
“아, 슈가한테 참치통조림 주시던 분이세요?”
“…아, 아 네!”
“와, 슈가는 거의 정 없어서 사람들 다 무시하는데, 그쪽은 좋은가보네요."
남자가 말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멋있지, 왜 저사람 주변에서 빛이 보이듯이 밝지
별에 별 생각이 다 들면서 그 사람이 호랑, 아니 슈가를 쓰다듬는 모습을 바라보니 그냥 넋이 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저렇게, 흰 셔츠에 청바지가 어울리는 남자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ㅈ, 좋긴요 항상 다가가면 무시하고 놀아주지도 않는걸요..”
“아마 사람한테 마음 여는게 어려운게 아닐까요, 저도 친해지는데 오래 걸렸거든요”
“아‥그런데, 얘 남자면서 형을 잘따르네”
“네? 아 얘는 여자에요”
남자가 슈가를 들어 올리더니 ‘여자 맞죠?’ 하고 웃더니 자신이 가져온 비닐봉지에서 고양이 간식을 꺼내 슈가에게 먹여주고 있다.
그 모습이 정말 너무 이뻐서, 난 한 동안 그 남자의 얼굴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제 얼굴에 뭐라도‥”
“ㅇ,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나도 참 주책없다, 너무 푹 빠져서 남자의 얼굴만 바라보니 남자가 돌아보다 눈이 마주쳤는데도
계속 그렇게 얼굴만 쳐다보다니‥
"오늘도 언니가 준 참치 먹었으니깐, 배 부르겠네
그럼, 오빠는 이만 갈게-"
“아, 안녕히가세요!”
“네, 아, 이제 여름 다 지나가서 밤에는 공기가 차요. 감기 드시기 전에 들어가세요.”
“아‥, 네‥.”
그렇게 어두워진 길에서 점점 모습이 멀어지는 남자를 한동안 계속, 점점 모습이 사라지는 걸 계속 보다가
나도 슈가에게 인사하고 자릴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그 이후로, 남자와 나는 자주 마주치게 되었고 얘기도 자주하게 되었더니 그 남자에 대해 조금 듣게 되었다.
3년 전, 독립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대학생활 막바지 방학이라 부모님 아시는 분의 회사에서 경험도 쌓을 겸 공부를 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슈가는 이사를 와서 외로워하는 나날을 보내다 우연히 마주쳐 챙겨주다 친해진 거였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점점 더 알게 되었고, 서로 번호도 교환해서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고,
난 그럴수록 점점 더 그의 관해 관심이 넘쳐났고, 슈가를 만날 때가 아닌 따로 또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겨났다.
[윤기]
내일도 나 슈가 만나러 못 가 10:28PM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번 주는 윤기가 곧 졸업이라 알바와 같이 준비하게 많아지니 바빠져서
슈가와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더불어 나도 윤기와 만나는 시간이 점점 없어져 갔는데
내일도 못 나온다니!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가!
PM10:29 내일도? 슈가는 너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내가 널 보고싶다고 쓰고 싶은 사심을 꾹꾹 눌러 담아 슈가가 널 보고싶어 한다는 말로 꾸며 보냈는데, 1은 사라지고 너의 답장은
몇 분이 흘러도 없었다. 항상 대답도 제대로 해주고 늦게 보낼 때 있어도 읽고 안보낸 적이 없는데..하고 계속 걱정을 하다가
한 50분인가 1시간인가 지나 갑자기 뜬금없이 윤기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윤기?”
‘응, 나 윤기야‥’
“술 취했어? 괜찮아?”
‘… …’
“윤기야? 자는거야? 지금 어디야? 내가 데리러 나갈까?”
‘… …’
“‥, 윤기야 대답해봐”
‘이름아’
“‥어?”
‘… …’
“… …”
‘‥보고싶다’
“… …”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이후 너를 만나거나, 연락하거나 하는 일들은 모두 없어졌다.
항상 슈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오늘은 윤기가 나왔을까? 하고 가봐서 계속 기다린다고 해도 오지 않았고
그렇게 얘기하고 갑자기 연락이 안 돼서 계속 연락을 해봤지만 받지 않았다.
그리고 난 방학이 끝나 과제 폭탄으로 점점 바빠지다보니 슈가에게 가는 시간이 줄어들다 못해 이제 갈 수 없는 지경까지 되어버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윤기에게 내가 슈가를 못 챙길 수 있으니 챙겨달라는 문자 하나를 남겨두었다.
드디어 과제를 대강 끝내고 컴퓨터 앞에서 기지개를 켜 베란다 밖을 바라보니 슈가 생각이나 오랜만에 얼굴 보러가기 위해
슈가 밥을 챙겨 산책하러 나왔다.
모퉁이를 돌면 딱 슈가가 항상 있는 자리가 나오는데, 그곳을 돌아가기 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살짝 보았더니
윤기가 슈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고, 난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윤기의 모습에 놀라 옆으로 다가갈 수 없어 의도치 않게 엿듣게 되었다.
“요새 너 못 찾아와서 미안해”
“저번에 이름이한테 술 취한 상태로 고백 아닌 고백 하고서는 기억이 다 나버려서 못마주치겠더라”
“그런데 나 그 애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정말 제대로 하고 싶은데 말 할 용기가 않나"
아, 이름이도 바빠서 요새 못나온다는데, 배고팠지 미안해. 이거라도 먹고 화풀어, 알았지? 하고 슈가를 쓰다듬는 윤기의 모습을 보고
저런 남자를 놓치면 내가 항상 저 남자의 생각밖에 못 할 것 같은 생각에 윤기의 옆으로 다가가 앉아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네?”
“ㅇ,어 너, 언제‥내 얘기 다 들었어?”
“… 그보다 요새 맨날 모습 안보이더니 갑자기 왜 온거야?”
네가 문자 했잖아, 못온다고‥하며 고갤 푹 숙이더니 입술이 쭉 나와서는 중얼중얼 얘기한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처음 만날 날처럼 계속 쳐다보니 윤기가 옆을 살짝 보더니 너 처음 만났던 날처럼 나 쳐다보네. 하면서 자기도 날 계속 쳐다보자 내가 부끄러워 눈을 피했다.
“그런데, 너 너야말로 요새 왜 모습 안보였던 건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어 지나갈 때마다 없길래..
남자친구라도 생긴거냐? 데이트 하느라 바쁜거야?..”
지금 ‘보고싶다’하고 연락이 끊기고 모습도 감췄던 사람이 나에게 그게 할 소리인가? 사람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는 지금 남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냐느니, 데이트 하느라 바쁘냐느니 그 소릴 들은 나로서는 어이가 없고 충분히 날 화나게 할 만한 말이었다.
“넌 지금 나한테 그게 할 말이야?
술 취한 상태로 전화해서 ‘보고싶다’ 라고 말 했으면 다음날 변명이라도 하던가
갑자기 연락도 안 되고, 모습도 안 보이고 그래놓고 남자친구가 생겼냐고?”
“…아”
“누가 남의 마음 다 흔들어놓고서 숨어서 남자는 커녕 자기 생각한 것도 모르면서‥”
“…ㅁ,뭐라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면 딱 그 사람만 보이고 그 뒤에 빛나는 것처럼
혼 빠진 것처럼 엄청나게 눈이 가고, 말도 해보고 싶고, 알고 싶어진다고 한 것처럼 난 너한테 계속 눈이 가고,
말도 걸고 싶고, 네가 누군지 알고 싶었어.
그리고 딱 네가 처음 말 걸어줘서 너무 기쁘고, 또 너무 좋았단 말이야. 그런데 한 순간에 네가 그 한 통에 전화로
아예 모습도 감추고 연락도 안 돼서 인연이 아닌가, 포기하려고 했는데 딱 이렇게 만나고 네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된 건,
진짜 우리가 인연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
“… …”
“… …”
"그니깐, ‥난 너 좋아해. 네가 그때 보고싶다고했을 때..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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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운규야! 얼른 준비해!”
"ㅁㅁ~ 나 넥타이 좀 메주라-"
"아, 바쁜데 진짜! 넥타이 혼자 할 줄 알잖아"
"에이 해주라~"
"아 바쁜데 정말, 이리와"
"우리 부인은 아침에 이렇게 봐도 예뻐, 진짜"
"ㅁ, 뭐야"
"뽀뽀"
"엄마! 아빠! 아이 부끄러워!"
"쓰읍, 운규야 아빠가 지금 우리 운규 동생 만ㄷ.."
"애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나머진 알아서 해!
운규야, 옷 제대로 입어야지~ 가자 엄마가 갈아입는 거 도와줄게"
"여보! 부인! 이름아~!"
난 아직 그렇게 생각해, 그 고양이가 우리에게 인연이 되는 길을 알려준게 아닐까 하고.
안녕하세요, 처음 글잡담에 글을 올리게 된 쌍둥이맑음 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작게 하나씩 올리게 될 텐데, 부족한 솜씨라도 좋게 봐주셨음 좋겠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글 올리도록 할게요,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