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성규 -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우현/성규]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누군가 깊게 맺을수록 귀찮아 지는 게 인연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인연이 깊다면 갑작스런 이별이 닥칠 때 감당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난 정말 마음을 준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내 모든 것을 주고 싶은 이가 생겼다.
가벼운 만남으로 시작된 사이었다. 모두에게 차갑던 난, 뿌린 데로 거둔다고 그 누구도 내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그 이는 내가 그 누구보다 차갑게 대해도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대해줬다. 그 이가 한 발짝 다가오면 난 두 발짝 물러서는 패턴을 알면서도 그 이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 이가 두 발짝 다가오면 난 그 자리에 서서 그 이를 맞는 기적 아닌 기적을 이뤘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품에 안겼을 때, 이불 속이 아닌 사람의 품도 이렇게 따뜻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의 손이 내 웅크린 등을 토닥여 주었을 때, 아이를 안정시키는 엄마의 손길과 같이 평온했었다. 그 이의 모습이 내게 보였을 때, 100m달리기를 한 것 마냥 심장이 쿵쾅거리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이가 내게 웃음을 보여주었을 때, 재밌는 개그프로그램을 본 것도 아닌데 함박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 이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을 때, 내 입에서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었다. 그 날, 난 그 이에게 내 모든 것을 주었다. 깊은 그 곳까지도. 그 이 또한 내게 그 이의 모든 것은 주었다. 서로를 확인하고, 애정을 나눈 뒤 같은 자리에 누워 같은 천장을 바라보았을 때 천국은 이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의 사이를 시기한 하늘의 벌일까, 애석하게도 그 이는 사고를 당해버렸다.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릴 새도 없이 다급하게 그 이에게 갔을 때, 그 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의사를 지나쳐 흰 천을 덮고 있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모든 상황이 다 꿈속일 것만 같았다. 악몽을 꾸는 것이라고, 눈을 떠보면 옆에서 그가 곤히 자고 있을 것이라고 내 볼을 세게 내리쳤지만 고통만 느껴질 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제야 눈물이 터져 주저앉았다. 그 이에게 모든 것을 준 난, 갑작스런 이별이 닥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생각조차 안 해보았다. 평생을 살아 처음 그 이에게 모든 것을 준 건데, 이렇게 그 이가 이렇게 가벌릴 줄은 꿈에서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샘이 마르고도 남을 만큼 울고 난 뒤, 정신을 차려보니 난 옥상 난간 위였다. 시원한 바람이 몸을 때리고 지나갔다. 불을 키고 지나다니는 자동차들, 분주히 갈 길을 가는 사람들, 반짝거리는 간판들. 아름다운 풍경들이 보였다. 그리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까만 하늘 속, 하나의 별이 보였다. 별은 아름다웠다. 내 모든 것을 드렸으니, 내가 보는 아름다운 것들도 드리고 싶었다. 그 이를 만나서 저 별을 따다가 그 이의 두 손에 가득 주고 싶었다. 한 걸음을 내딛자 발밑에 닿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 밤, 별을 따다가 그 이의 두 손에 가득 드리러 향했다.
Blind Talk
백숙입니다.
성규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듣다가 갑자기 떠올라 적은 망조각이에요~.~
시점은 성규 시점에 그 이는 우현이입니다.
마지막 구절의 뜻은 아마 그대들이 생각하는 게 맞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