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신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말 그대로야,너 결혼해라.상대는.."
"아빠!"
화가나서 문을 쾅 닫고 들어왔다.나는 가족도 아니라는 듯, 그저 기업을 위해 희생하는 버려지는 카드 중 하나 였다는 듯이 내 의견은 하나도 존중받지 못했다.
평소에는 사랑받는 딸이였다.아니 그런척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언제나 아버지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사랑스러운 막내로 소개했고,나도 앞에서는 가면을 단단히 쓰고 입꼬리를 내리지 않으며 하하호호 웃었다.뭐, 덕분에 입에 경련이 날 뻔한게 한 두번이 아니지만..
똑똑.짧고 굵게 두어번 문을 내리쳤다.소리마저 아버지 같았다.아무말 하지 않고도 분위기를 압도했다.더이상 지체 했다가는 무슨 욕을 얻어 먹을까 싶어 조심스레 문을 열자 위에서 날 응시하며 낮게 나갈 채비를 해라.하고는 그대로 뒤도 안돌아 보고 가버렸다.철저한 계산속에 게임패들을 좌지우지 하는 아버지가 미웠다.그 말들중 하나가 나라는 사실에 적잖이 슬퍼 왔지만 그 피는 못속인다고 어느샌가 옷을 입고는 문 밖을 나섰다.
"그 남자의 이름은 김태형이다."
김태형이라..요즘 귀에 들어오는 이름 중 하나였다.아마 기업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더라지.내 상의도 없이-원래는 없었지만-해버린 거면 우리한테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던가 아니면 우리기업이 먹힌거겠지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봤을 때 떨어지는 낙엽들이 차로 흩뿌려지는 그 모습들이 비참하게 떨어지는 내모습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직 울기는 이르다,강해져야 한다.
"그 사람한테도 아마 방금 통지가 됬을거다.널 내쫒든 말던 내 상관은 아니지만 기업에 피해는 안가게 해라."
"끝까지 기업생각 뿐이시네요."
"그러기 위해서 키운거지."
"엄마가 보시면 참 좋아하시겠어요."
"..."
정말로 말이죠..아버지는 항상 그러셨어요.언제나 그렇게 쓰고 버리고를 반복하며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셨죠.
설령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
들어가기 싫다,들어가기 싫다.속으로 수백번 되내여도 어쩔 수 없었다.남자의 집앞에 덩그러히 놓여 있는 짐들과 점점 쌀쌀해 지는 날씨탓에 가기싫어도 가야했다.
어쩃거나 내 신혼집이니까..
마음을 굳게 먹고 초인종을 꾹 하고 눌렀다.불이 켜진 집안과 다르게 인터폰은 사람이 안사는거 처럼 조용했고 당황한 나는 한번더 꾹 하고 눌렀다.
그러자 멀리서 끼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나타났고 곧이어 문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뭐냐."
"네?"
"뭐냐고."
"아,김탄소라고 합.."
"후..들어와."
뭐야.지멋대로인게 우리 아버지 뺨치네.어째 첫만남 부터 나 싫어요.하는 티가 풀풀 나는 탓에 잔뜩 인상이 구겨졌지만 내 기분을 내맘대로 표출 할 수 없었던 환경에서 자랏던 터라 다시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었다.그와 반대로 남자는 잔뜩 얼굴을 구겼지만.
"아..저 짐은 어디다 둘까요?"
"알아서 놔."
"네?"
"안보여? 널린게 방이야.니 좋은방으로 들어가서 짐 풀고..필요한거 있으면 사오라 할테니까."
"아..."
"야."
"네?"
"넌 아까부터 뭐가 좋다고 그렇게 헤실거려?"
"좋은거 없어요."
"근데 왜웃어."
"그렇게 자라왔는걸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허.하고 쳐다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제아무리 정략결혼 이라지만 이렇게 무심할 수는 없었다.
통성명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닌가?
"저기요!"
"아,왜 또."
"이름이 뭐에요?"
"알잖아."
"몰라요."
"김태형.'
"몇살이에요?"
"22살."
"아."
"됬지?이제 나 방해하지마."
"방에 이불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사오라 할테니까 징징거리지 말고 기다려.니가 고딩이냐."
"고딩 맞는데요."
"뭐?"
"19살 창창한 고딩이라고요..한창 꽃필나이에 이런데로 시집왔습니다."
"하...아버지 진짜..."
"왜요.잡혀갈까봐요?"
"한시간 후에 내려와..나 바쁘니까 이따 다시얘기해."
"...네"
19살이라는 말 때문이였을까?아까 보다는 한층 누그러워진 말투였다.아저씨(?)는 복잡한지 한숨을 푹 내쉬며 마른세수를 하고는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