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학과 오빠들이랑 연락하게 된 썰.txt
내 목에 감겨있는 오빠 팔을 풀고 천천히 뒤를 돌았어.
떨리는 마음에 입술을 깨물고 올려다보자 오빠가 나랑 눈을 맞추려고 무릎을 구부렸어.
가까워진 얼굴에 흠칫하면서 뒤로 물러났더니, 내 허리를 감싸면서 다시 품에 안았어.
심장이 요동치는데 죽는 줄 알았다니까.
안겨있으면서 오빠 가슴에 귀를 대고 있었단 말이야, 근데 오빠도…
나랑 마찬가지로 심장소리 요란하더라.
“갑자기 뭐에요.”
“프리허그.”
“저기서 다 같이 해야지. 왜 안 해요?”
“탄소만 안아주고 싶은데. 저기 있으면 다 안아줘야 하니까.”
“오빠 그럼 밥 못 먹어요. 빨리 가요.”
“상관없어요.”
말을 마치고 더 세게 끌어안는데 오늘 처음 만난 사이 맞나 싶더라.
나야 뭐, 정말 첫눈에 반한 게 맞으니까 좋았지만 남준오빠는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어서 먼저 밀어냈어.
머쓱해서 부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더라고.
다시 오빠를 쳐다보고 부스로 가자고 했어.
오빠는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같이 부스로 걸어오자 오빠들이 하나둘씩 우리한테 왔어.
마지막으로 멀리서 지민오빠가 뛰어오는데 손에 뭘 들고 있더라.
내 앞으로 오더니 그 걸 내밀었어.
“뚱바!”
“네?”
“뚱바! 이거 탄소 먹으라고.”
“뚱바가 뭐에요?”
“뚱뚱한 바나나우유! 내가 제일 잘 했다고 받았는데 어차피 이제 밥 먹으러 갈 거니까 이거 탄소가 먹어!”
“아, 감사합니다!”
나한테 바나나우유를 건네주고 오빠들은 힘들다면서 나한테 투정을 부렸어.
특히 호석오빠가 제일 찡찡댔는데 목소리 진짜 커.
게다가 내 귀에 대고 말해서 더 시끄러웠던 것 같아.
멋쩍게 웃으면서 티 안 나게 조금씩 뒷걸음질 쳤어.
그러다가 누구랑 부딪혔는데 뒤돌아보니까 내가 윤기오빠 발을 밟은 거야.
미안하다고 말 했는데 표정이 안 좋아 보이길래 눈치 보고 있으니까 윤기오빠가 살짝 노려보더니 꿀밤 한 대 먹이고 갔어.
밟힌 발이 많이 아팠나봐.
근데 나도 방금 맞은 이마 많이 아팠어…
모델학과 오빠들이랑 연락하게 된 썰.txt
계속해서 내 손에는 문별언니꺼 까지 총 두 장의 스탬프 종이가 들려있었어.
지민오빠가 날 내려다보더니 손목을 잡고 정리중인 부스로 데려갔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다가 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니까 스탬프를 쥐더라고.
콘서트 봐야하니까 모델학과에만 있었어도 체험 많이 한 척 하라면서, 나머지 아홉 개 다 찍어줬어.
물론 언니꺼도 다 찍어줬다.
고맙다고 얘기했더니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는데 너무 귀여웠어.
곧 콘서트 시작할 시간이라 오빠들한테 가본다고 얘기했더니 데려다준다는 거야.
괜찮다고 손사래 쳤는데 나보다 먼저 앞장서더라.
남준오빠는 내 옆에서 같이 발걸음을 맞춰줬어.
“나, 걸음 너무 느리죠? 나도 오빠처럼 기럭지가 쭉쭉 뻗었으면 좋겠다.”
“왜. 종종걸음 귀여워서 보기 좋은데.”
“무슨! 아니에요. 아까 전에 모델학과 언니들도 봤는데 다들 다리 길이가…”
“난 키 큰 여자 싫어해. 너 키 몇이야?”
“158 정도?”
“응. 나 158 좋아해.”
오빠의 말에 또 화끈거려서 얼굴에 대고 손 부채질하니까 날 내려다보면서 웃었어.
놀리는 게 재밌나봐.
다른 오빠들도 내 걸음에 맞춰주다가 콘서트하는 곳에 도착했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언니한테 전화하려고 핸드폰을 꺼내는데 어디서 누가 나를 부르더라고.
정국오빠랑 문별언니였어.
그래서 뛰어갔더니 정국오빠가 사고치고 도망갔잖아.
진행하는 언니 만날까봐 숨어있었대.
어차피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걸려서 등짝 스매싱 맞을텐데 말이야.
그냥 다 같이 웃다가 우리 학교 학생들도 슬슬 오는 기미가 보여서 언니한테 들어가자고 얘기했어.
우리는 지민오빠가 찍어준 스탬프 덕분에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었고, 오빠들이랑 인사를 나눴어.
한 명씩 잘 가라고 인사해주고 나중에 또 보자는 말로 헤어졌어.
그런데 남준오빠는 안 가고 서있더라고.
아까 오빠들이 하는 말 대충 들었는데 학교 버스로 움직인다고 했거든.
늦으면 야유 받으니까 얼른 가보라고 했더니 오빠가 핸드폰을 내밀었어.
내 번호를 달래.
뭔가 장난치고 싶어서 잠시 고민하는 척 했더니 당황하는 거야,
“탄소. 오빠한테 번호주기 싫어?”
“음, 그건 아니고.”
“오빠랑 연락하기 싫어? 난 탄소랑 연락하고 싶은데.”
이 날, 오빠가 하는 말은 다 설레더라.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그냥 고개 숙이고 빠르게 번호 찍어줬어.
그러다가 뒤에서 문별언니가 빨리 오라고 부르길래 저 갈게요!- 하고 언니 옆으로 뛰어갔지.
콘서트가 시작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기다리는데 무슨 강의를 시작하더라고.
뒤에 앉아계시던 우리 학교 진로선생님한테 어떻게 된거냐고 여쭤보니까 가수들 축하무대는 가장 마지막 순서라는 거야.
언니랑 나는 김이 새서 둘 다 아무 말 없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했어.
페이스북 친구가 된 오빠들 타임라인을 염탐하는데 볼거리가 많더라고.
9월 30일 오후 10:29
호석이 낄껴. 지민이(가 번 돈은) 내꺼야~
이런식으로 여러 사진들이 있었고 글도 되게 많았어.
별 의미 없는 글도 꼭 서로 태그하고 좋아요 눌러주고, 뭐… 귀엽더라.
그렇게 마지막으로 남준오빠 타임라인에 들어가려는데 카톡이 왔어.
< 김남준 오빠 ♡
탄소야. 오빠 이제 학교로 출발해. 콘서트 잘 보고 있어? 오후 1:22
미리보기 팝업을 보고 엄청 놀랐어.
내가 번호를 주긴 했어도 나는 오빠 번호를 저장한 기억이 없는데,
이름도 저게 뭐야. 남준오빠면 남준오빠지.
김남준 석 자에. 뒤에는 하트라니.
당황해서 답장도 못 보내고 계속해서 화면만 바라보는데 한 개가 더 왔어,
< 김남준 오빠 ♡
탄소야. 오빠 이제 출발해. 콘서트 잘 보고 있어? 오후 1:22
? 오후 1:24
아니, 물음표 한 개만 떡하니 더 보낸 게 너무 웃기면서도 귀여운 거야.
선생님이 내 바로 뒤에 앉아계시는 바람에 딴 짓 한다고 잔소리 들을까봐
혼자 조용히 끅끅대면서 웃다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봤어,
< 김남준 오빠 ♡
탄소야. 오빠 이제 출발해. 콘서트 잘 보고 있어? 오후 1:22
? 오후 1:24
오후 1:25 강의 듣는 중 ㅜㅜ 지루해요! 아 근데 오빠 이름 뭐에요 ㅋㅋ 오빠가 저장한 거에요?
응. 아까전에 페이스북 친구 걸려고 네 핸드폰 가져갔었잖아. 그 때. 오후 1:26
오후 1:29 아 ㅋㅋㅋㅋㅋ 뒤에 하트는 뭐에요. 뺄거야.
빼지마. 오후 1:29
오늘부터 연락하게 된 기념으로 붙이고 있어줘. 오후 1:31
그리고 그 하트.
뗄 일 없을 걸. 오후 1:35
콘서트에 누가 축하무대를 빛내줬는지, 언제 강의가 다 끝났는지.
난 하나도 기억 안 나.
이 날부터 내가 남준오빠랑 연락하기 시작했다는 것 밖에는,
*
콘티 다 짜놓고 왜 이제 온 것일까요. (셀프매질)
꾸준하게 구독료 수입 쪽지 올때마다 뿌듯 ㅠ^ㅠ
읽어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는게 진짜 기분 좋네요 !
감사합니다.
모두 사랑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