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p. 1
: 민탄소와 전정국은 어떻게 사귀게 되었을까
뚝, 잘만 나오던 음악이 갑작스레 꺼졌다. 거울을 응시하며 몸을 움직이던 정국이 스피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석이 심각한 표정으로 저를 노려보고 있다. 항상 웃음기가 묻어나오는 장난스런 얼굴을 유지하고 있던 호석인지라, 정국은 의아하게 호석을 쳐다보았다. 형, 왜요? 정국의 짧은 물음에 호석이 어울리지 않는 심각한 얼굴로 그에게 입을 열었다. 너, 민탄소한테 고백하기는 할거야? 푸웁, 의도치 않게 찾아온 휴식에 물병을 들고 물을 들이키던 정국이 그대로 물을 뱉었다. 아씨, 더럽게 이 새끼가. 질색을 하며 정국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진 호석이 제게 튀긴 물을 털어내고는 다시 정국을 쳐다보았다. 고백, 할거냐구.
" 그게 형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
" 너,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다. "
" 제가 뭘요. "
" 괜히 사귈 것도 아니면서 마음 보여주는 거, 그런 거 하지마. "
" ... ... "
" 그래서 할거냐고, 말거냐고. "
" ... 할 거예요. "
" 언제. "
" 몰라요. "
" 지금 해. "
" 미쳤어요? "
" 연습 끝. 지금 당장 가서 민탄소한테 고백한다, 실시. "
" 아, 형! "
" 쓰읍, 선배 말 안 듣냐? "
" 아, 진짜... "
호석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연습실에서 쫓겨난 정국이 억울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잠시, 나름 진지한 얼굴로 제게 말을 해오던 호석의 모습을 회상한 정국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면, 답이 나오겠지. 땀에 절어 젖어있던 머리가 조금은 차가운 밤공기 덕에 빳빳하게 말라버렸다. 들고 왔던 백팩과 핸드폰만을 손에 달랑 들고 당차게 걷던 정국이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후, 하. 몇 번 심호흡을 한 정국이 핸드폰의 홀드키를 눌렀다. 밝아진 화면 속에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파란 아이콘을 클릭한 정국이 느릿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나, 지금 집이에요?
***
결국 저질러버렸다. 정국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화면을 빤히 노려보았다. 이게 다, 호석이 형 때문이야. 아예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확신하는 것도 아니었다. 언젠가는 저질러야 할 일이라는 것도 알았고, 언제 해야하나 고민을 하던 참이었다. 그래도 정국은, 만일을 대비해 원망을 돌릴 상대가 필요했다. 그 상대는 당연히 호석이 되었고. 아까는 분명 더웠는데, 이제는 밤바람이 춥기까지 하다. 훤히 드러난 제 맨팔을 매만지며, 정국이 저 멀리 아파트 건물 쪽을 응시했다. 누나는 언제 나오려나. 문득 말간 얼굴이 그렇게 보고싶어지더라. 막상 그 얼굴을 보면 입을 열지 못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 정국아, 많이 기다렸어? "
제가 기다리던 그 말간 얼굴이, 드디어 제 앞에 나타났다. 훅 끼쳐온 익숙한 체취에 정국은 절로 숨을 헉 들이쉬었다. 윤기의 것인지, 품이 조금 커보이는 회색 후드를 걸치고 나온 모습에 정국이 내심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제 대답을 듣지 않은 채, 제 옆에 그대로 앉아버린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자 쑥쓰러운지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퍽 귀엽다. 나보다 선배면서. 정국이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응? 하며 되물어온다. 아니에요, 누나. 정국이 고개를 저으며 웃어보였다.
" 누나, 저 할 말 있어요. "
" 뭔데, 해봐. "
" 누나. "
" 응. "
" 그, 있잖아요. "
" ... ... "
" 제가 말이죠, 그러니까... "
" ... ... "
" 누나를, "
" 나를 뭐. "
" 조, 좋, "
" 좋아하는 것 같다고? "
... 네. 정국이 수줍게 끝말을 맺은 뒤 고개를 숙였다. 얼굴을 마주하기가 부끄럽기도 했고, 그 조그만 입에서 나올 대답이 두렵기도 했다. 한참 동안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슬슬 불안감을 느낀 정국이 슬쩍 고개를 들어 옆을 쳐다보았다. 저어, 누나? 소심스레 물어오자 드디어 대답이 터져나온다. 나도 너 좋아해. 아, 성공이다. 정국이 안심한 얼굴로 활짝 웃어보였다. 근데 뭐? 뒤이어 나온 질문에 정국이 다시금 당황한 얼굴로 횡설수설한다. 그, 그러니까, 좋아한다구요. 좋아해서 뭐. 누나는 야속하기만 하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저를 놀리는 것이 얄미웠다. 아, 그러니까... 사귀자구요! 참다참다 터져나온 정국의 말에 무엇이 그리도 웃긴지 숨이 넘어갈 듯 웃어댄다. 이씨, 진짜... 씩씩거리며 정국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 어디 가. 앉아. "
" 나 갈 거예요. "
" 진짜? "
" ... ... "
" 가면 너랑 안 사귈거야. "
" 안 갈게요. "
" 띄워, 연애 중. "
" ... 네? "
" 애들 반응 좀 보자. 지금쯤 엄청 궁금해하고 있을텐데. "
" 아, 네. "
" 정국아. "
" 왜요. "
" 많이 좋아해. "
" ... 나도요. "
그래서 둘은 평생 지지고 볶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QnA |
Q1. 소재나~ 말투나~ 사진은 어디서 얻습니까? 사랑스럽군여 A. 말투는 제 원래 말투입니다. 소재는 그냥, 떠오르는 그대로. 사진은 워낙 가지고 있던 사진들이에요.
Q2. 몇살이신가요??? 최애멤버는? A. 나이는 비밀입니다. 최애는 정국.
Q3. 음 궁금한거... 어... 음(머리를 굴린다)작가님 아이스크림 뭐 좋아해요? A. 센스있게 메로나.
Q4. 그래서 석진이와 윤기 중 누가 공인 거죠.(궁서체) A. 보셨잖아요. 예쁜아 하시던 분.
Q5. 탄소와 정국이가 하는 연애에 적잖게 반대하는 윤기가 시위한답시고 커밍아웃 한 덕에 아웃팅 당한(?) 석진이의 욕 가득한 겉모습 대신 속마음은 하트하트 한가요? A. 석진 : 민윤기 좆같은 새끼.
Q6. 자까님 답댓 달아 주시는 말투 넘 조아오 원래 현실 말투도 그러신지 궁금해써오 A. 현실 말투도 이러합니다.
Q7. 작가님 왜 저랑 연애 안 하세요? A. 이미 하고 있잖아요. 새삼스럽게.
Q8. 슙진진짜사겼으면좋겠습니다 A. 여러분...이거 그취 아니야.... (머리짚)
+Q9. 윤기가 친구들이나 동생에게 이건안했으면 싶은거 있나요 A. 윤기 : 그냥 제 인생에서 꺼져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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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2시가 넘어서 온 건 마찬가지네요. 그래도 나름 쉬어가는 편이란 것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일부러 숫자는 안 달았어요. QnA만 하기에는 제 양심이 찔려서, 여러분들이 그토록 궁금해하시던 둘의 연애 시작을 조금이나마 써봤습니다. 아, 저는 독방에 항상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올리는 글을 지켜보고 있죠. 독방에 계시다보면 제 모습을 적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내일은 아니고 오늘, 있다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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