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형. 이 반지 아직도 안 버렸어요? 헤어졌다면서. 차마 못 버리겠으면 제가 대신 버릴까요?"
"어? 야! 아, 아니. 내가 버려. 아무리 그래도 커플링인데 남이 버리는 건 좀 그렇잖아"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 뭘 찾는다고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다 빼 놓다 반지까지 꺼내뒀었나 보다. 얼른 다시 가지고 와 지금 입고 있는 바지 주머니 안에 넣었다.
애들이 알면 미련하다고 욕하겠지. 너랑 헤어진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러고 있는지... 나 싫다고 떠난 네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반지도 아직 버리지 못 하고 있다.
만약, 니가 내게 다시 온다면,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간다면 난 아직도 커플링을 가지고 있다며 너에게 자랑스레 보여주고 싶어서.
"아, 형! 이 형 이상해- 계속 내 손 쪼물딱거려"
"그치! 승철이 형 저번에 나한테도 그랬다니까? 형, 왜 그래요?"
"내가? 난 왜 기억이 없지. 아무 생각 없이 그러나 봐"
"형 옆에 있으면 형 멍하니 있다가 제 손 잡고 막 쪼물쪼물-"
이것도 너 때문인가 보다. 니 손이 작고 통통해서 한때는 그거 만지는 게 내 취미 중에 하나였는데, 그게 아직도 사라지지 못 하고 내 옆에 누군가 있기만 하면
습관적으로, 내 몸이 먼저 반응하나 봐. 생각보다 내가 널 참 많이 좋아했었네. 넌 이런 걸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다. 지금쯤 다른 사람 만나고 있을수도 있겠지?
'와- 손 봐. 니 손 진짜 작다. 작은데 통통해>-< 완전 귀엽다. 아- 귀여워'
'내 손이 그렇게 좋아? 맨날 내 손 쪼물쪼물 대고! 내 손이 오빠 장난감이야?'
'당연하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내 최고의 장난감이야. 너 다른 사람이 니 손 만지면 딱 거절해. 알았어?'
'오빠 말고 이러는 사람 아무도 없거든?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까지는 안 한다'
"하... 왜 그러냐 진짜... 정신 차리자. 이게 뭐하는 짓이야."
오늘도 너 때문에 사고 아닌 사고를 쳤다. 네 말버릇 중에 '~ㅆ다구' 라는 게 있었다. 그럼 나는 그런 니가 귀여워서 '아이구-' 하며 널 따라하며 반응 해 줬었는데 아까
찬이가 '코디 누나가 봤다구-' 이러기에 나도 모르게 너에게 하던 것과 똑같이 반응했고, 덕분에 아이들의 반응은 꽤 볼만했었다. 요새 계속 왜 이러냐면서 날 혼내는
정한이부터 저 형 이상하니까 가까이 가지 말자면서 오버하는 부석순까지.
'오빠! 걔가 그랬다구~'
'아이구- 그랬어?'
'또! 아이구- 나 따라하지 말라니까?'
'왜~ 이건 내 마음이야. 따라하는 거 싫으면 니가 그 말투 안 하면 되지!'
아마 이 모든 게 너때문이란 걸 알면, 아이들은 일부러 날 더 몰아세울수도 있을거다. 널 빨리 잊혀내기를, 떨쳐내기를 빌면서. 아닌 척 해도 날 걱정해주는 마음 하나는
끔찍한 아이들이니까. 근데... 그게 쉽게 될 것 같지가 않아서 미쳐버리겠다. 맘 같이, 말 같이 쉬우면 내가 여태껏 이러고 있지는 않겠지.
'나는 그냥 손 잡는 것보다 깍지 끼는 게 더 좋아! 뭔가 더 꼭 잡고 있는 느낌이잖아' 라던 니 말에 손 잡을 땐 깍지 끼는 게 일상이 되서 이따금씩 애들 손을 잡을때도
당연하다는 듯이 깍지를 끼고, 내 하는 행동에 불쑥불쑥 니가 나타나는 걸 보면, 나한테 네가 너무 깊게 들어와 있는가 봐.
"...그러니까 난 네가"
"버릇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