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학기 첫 시작부터 반장을 맡아버려 학급일을 도맡아서 하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는 꽃샘바람과 안어울리게 섞여 내 코를 자극하는 땀냄새와 쓰레기냄새 덕에 빗자루는 쉬는시간마다 내 손에서 떨어 질 일이 없었고, 점심을 먹기 전에도 먼저 친구들을 보낸 후 10분정도는 혼자 교실 청소를 한다. 그런데 요즘들어 자꾸 신경쓰이는 남자애가 있다. 또래의 활발하다못해 날아다니는 남자애들과는 달리 의자에 붙은 듯 앉아 많이 풀린 날씨에도 셔츠 위에 항상 검은 후드티를 덧대어 입고있는. 복도라인 맨 뒷자리라 그런지 눈에 띄지도 않아 동급생인지도 몰랐던 그 애에게 눈길이 갔다. 점심도 챙겨먹지 않는 듯 교실에 남아 청소를 하고 있으면 흰색 칼국수 이어폰을 꼽고 줄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이는 고운 손에 쥔 볼펜을 따라 움직이는 눈동자를 감싸주는 포근한 처진 눈꼬리,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지만 흘러나오는 노래를 허밍하는 목소리와 통통한 입술에, 가끔 피곤한지 후드를 뒤집어 쓰고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뱉는 높지않은 코에 자꾸자꾸 눈길이 갔다. 하루는 잠자는 모습만 멍하니 쳐다보다 점심을 먹으러 간 적도 있다. 수업시간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내 자리보다 뒷자리라 고개를 돌려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장난끼 많은 김남준이 왜 자꾸 뒤를 돌아보냐며 본인을 좋아하냐며 착각의 구덩이로 빠질 때도 난 박지민이란 함정에 걸려 구제 해 줄 수 없었다. 하교시간, 제일 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곤색 가방을 메고 혼자 교실을 나가는 그 애를 난 복도 창문을 단속하는 척 하며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러는 내가 낯설었다. 오매불망 그 아이만을 생걱하며 시간을 보내는 내가, 말이라도 걸어볼까 등 뒤에서 뒤통수를 바라보며 갈등하고있는 내가 낯설었다. 시간이 지나 매화가 지고 벚꽃이 만개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내 마음엔 박지민이라는 봄이 찾아와 있었다. - 오랜만입니다! 혹시 기다려주신 분이 있나요?8ㅅ8 전 글과는 다르게 간질간질한 글을 가져왔어요. 다음에는 유쾌한 소재의 남준이 또는 윤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댓글 남겨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다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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