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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정말 길어요!





01


  아아, 동혁아 잘 들리니. 네가 이걸 듣고 있다는 건 아마 내가 너에게 인사를 하지 못하고 떠나서 그런 거야. 근데 이것만은 알아줘. 내가 널 보면 울 것 같아서 일부러 인사 안 하고 떠난 거라는 거. 내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면 이거 꼭 다 들어주고.

 시작하기 전 규칙을 몇 가지 설명할게. 첫 번째 이 MP3의 내용은 너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 두 번째 테이프는 하루에 하나씩 들었으면 좋겠어. 세 번째 꼭 순서대로 들어줬으면 좋겠어. 엄청 간단하지? 그럼 진짜 시작할게.


♫•*¨*•.¸¸♪


  내가 이걸 녹음하게 된 이유는 널 너무 사랑해서 남기는 추억과 메시지.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다. 이 MP3를 통해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거야. 내가 널 좋아했던 것도 아닌 사랑했던 첫 번째 이유를 얘기하려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새 학기 때 이야기를 해야겠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난 솔직히 새로운 친구를 사귈 자신이 없었어. 중학교 때 친구들이 대부분 같은 고등학교로 같이 올라왔는데 너도 알잖아, 애들이 나 싫어하는 거. 몰랐다면 걱정하지 마. 듣다 보면 그 이유도 분명 나올 테니까.



"이동혁."



 어디에 앉아야 할지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애들이 날 싫어하니까, 내가 옆에 앉는 게 싫다는 걸 알기에 그저 둘러보기만 하면서 교실 뒤 편에 서 있었지. 근데 그때 너가 날 쳐다보면서 인사나 옆에 앉아 뭐 이런 말도 아닌 이름을 뜬금없이 말했다? 나 사실 그때 엄청 당황했는데. 자연스럽게 너가 옆자리 의자를 손으로 치길래 얼떨결에 옆에 앉게 됐어. 그걸 보던 애들의 시선 또한 좋진 않았던 것 같아.



"너는 왜 이름 안 알려줘."
"미안. 난 이여주"
"너 번호 몇 번이냐?"
"나 19번."
"나 20번인데. 잘됐네."



 딱 너 첫인상은 털털하고 유쾌했어. 아마 처음에는 번호로 짝지어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너랑 짝이 돼서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어. 근데 종이 치자마자 너의 주위로 몰려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불안해하며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얘들아 여기 내 친구 이여주."
"오 그 말 많ㅇ,"
"닥치고 얼른 인사해."
"그래 눈치 없는 나잼아. 안녕 난 세상을 비추는 자 황인준."
"나는 이제노야."
"왜 재민이한테 구래. 나는 따랑뜨런 재미니. 나나라고 불러도 돼."



 이동혁 덕분에 한순간에 친구가 네 명이나 더 생겨서 얼굴로는 티 안났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안 그래도 내가 낯을 가릴 땐 말수가 적어서 뭘 하든 어색했는데, 너는 그런 어색한 분위기조차 아무렇지 않게 풀어줘서 너랑 금방 친해질 수 있었지.

 너랑 앉아서 수업시간에 몰래 떠들다가 종이 치면 다시 황인준, 이제노, 나재민까지 와서 떠드는 게 엄청 즐거웠어. 한 3일 정도 지나고부터 마음이 불편해지긴 했지만 말이야.


♫•*¨*•.¸¸♪


"자 오늘은 자리를 바꿀 거야. 순서대로 나와서 종이 뽑아."



 나는 먼저 줄을 서서 종이를 뽑고 다음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삐딱하게 서 있는 네가 종이를 뽑았어. 내가 뽑은 자리는 창가 쪽 끝자리, 너는 문 쪽 끝자리 한마디로 말하면 그냥 정반대 자리를 뽑았다, 이거지. 근데 하필 나머지 애들도 다 너 주위로 뽑아서 난 다시 혼자가 됐어. 사실 쓸쓸하거나 걱정이 되진 않았어. 쉬는 시간에 너희 쪽으로 가면 되니까.


"너 이여주 맞지?"
"응. 너는..."
"나는 송혜진이야."
"미안. 내가 이름을 잘 못 외워."



 근데 자리를 바꾸고 만난 혜진이와 나는 오히려 엄청 잘 맞아서 사실 너보다 빠르게 친해진 것 같아. 그렇게 우리는 6명이서 자연스럽게 무리가 만들어졌어. 혜진이는 워낙에 성격이 좋아서 애들이랑 너랑 금방 친해지는 모습이 부러웠어. 나도 저런 성격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야 쏭 너 어제 게임 존나 못하더라."
"미친놈아 어제 이 누나 덕에 이겼잖아.'


 다음날 와보니까 너가 혜진이랑 웃는 얼굴로 같이 걸어오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더라. 둘이 게임도 같이 해서 둘만 아는 얘기가 많아졌고 나는 그 이야기에 낄 수 없어서 그런 시간을 황인준이랑 보내니까 더 친해진 거야. 다 너 때문이야, 바보 멍청아.

 6명 중에 보충이랑 야자 하는 사람은 나하고 너랑 혜진이, 인준이 넷이었지. 우리 맨날 쌤 몰래 보충 빼먹고 돌아다니는 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었어. 하루는 너랑 혜진이가 하도 게임 얘기만 해서 지루했던 황인준이랑 나만 몰래 나갔을 때 기억나?


♫•*¨*•.¸¸♪


동혁아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더라. 내가 너 좋아, 아니 사랑하는 거 황인준은 이미 알고 있었어. 그리고 황인준이랑 나는 정말로 아무 사이도 아니었고. 그저 너 덕분에 친해진 친구 딱 그뿐이야. 심지어 몰래 나갔을 때 나랑 황인준이 뭐했냐면


"아니 니가 먼저 이동혁이랑 게임 같이 하고 싶다고 알려달라며."
"황인준 좀 제대로 알려줘. 설명을 그렇게 하면 내가 알아듣겠어?”


 난 너랑 게임 같이 하고 싶어서 황인준한테 게임 배우러 다녔어. 얘는 처음부터 날 보고 이동혁 좋아하냐고 물었거든. 사실 내가 널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난 몰라. 그래서 언제라고 정확하게 얘기해줄 수가 없어. 그러니까 동혁아 내가 말하는 이야기들의 시간이 뒤죽박죽 난리여도 이해해줘.

 아무튼 난 나와서 게임을 열심히 배웠고 피시방에서 나왔을 때는 너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를 보고 심장이 뛰었어. 이제 말할게. 내가 널 사랑했던 첫 번째 이유는 너의 무심함이야. 무심한 척 계속해서 날 챙겨주는 네가 좋았어. 왜인지 날 다른 애들과 다르게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거든.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너에게 문자를 남겼어. 곧 학교에 도착한다고 너가 어떤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이렇게 말했어.


[황인준이랑 놀지 말고 나랑 놀아. 조심해서 걸어오고.]


 너에게 답장을 다시 보내고 학교 들어가는 정문 쪽에서 황인준은 다시 돌아가기 싫다며 집으로 갔고, 석식을 먹으려고 줄 서 있다는 널 찾으려고 뛰어갔어. 옆에 보여야 할 혜진이 안 보이길래 내심 좋았는데. 나 엄청 나쁘지?


"뭐야 혜진이는?"
"둘이 밥 먹을 거라고 보냈어."
"거짓말도 참 잘 해, 우리 동혁이."
"우리 동혁은 무슨, 얼른 먹으러 가자."


 내 손목을 잡고 들어가는 너를 따라 들어가는데 너 귀가 다 빨갛게 물들어서 나는 추운가 싶어서 귀를 만졌을 때 너가 기겁을 하면서 내 손에 식판을 줬잖아. 아 얘기하다가 보니까 얼른 내가 있는 곳 알려주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 하지만, 내가 지금 알려주면 너 다 안 듣고 올 것 같아서 마지막 테이프에 얘기하려고. 그렇다고 바로 넘기지 마. 규칙 지켜야지. 나도 나름대로 쪽팔림을 무릅쓰고 너한테 모든 걸 얘기하는 거니까.


"황인준이랑 뭐했냐."
"게임 했어."
"니가? 황인준이랑?"
"너도 맨날 혜진이랑 게임 하니까 궁금해져서."
"나 게임 접었어. 그러니까 이제 게임 말고 나랑 놀자."


 날 빤히 보면서 같이 놀자고 하는 널 보며 나는 심장이 엄청 뛰었어. 뭐 아마 널 만난 지 4일 정도 지났을 때부터 널 좋아하게 됐다고 볼 수 있네. 사실 처음부터야. 아니 나도 몰라. 너의 무심함을 첫 번째로 넣은 이유는 아마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가장 처음에 있었던 내가 널 좋아하는 것도 아닌, 사랑하게 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 지금까지 별얘기를 다했는데 이제 본론이네. 힘내 동혁아.


♫•*¨*•.¸¸


내가 워낙에 중학교 때 이후로 몸이 약해져서 조금만 추워도 감기에 잘 걸렸던 거 너가 제일 잘 알지? 무심하게 맨날 챙겨줬으니까. 근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아팠던 날 국어인가 엄청 조용했던 수업시간인데 나는 의자에서 떨어지면서 쓰러졌던 것까지는 기억해. 눈 뜨고 나니까 나는 양호실도 아닌 병원에 와있었고 내 새끼손가락을 잡고 자는 너를 보면서 얼마나 너가 사랑스러웠는지 그때 몰래 머리 쓰다듬었어. 널 조심히 깨우는데 너가 팍 일어나서 깜짝 놀랐다고.


"이동혁 너가 병원 데리고 온 거야?"
"응. 너 엄청 무겁더라."
"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고."
"ㅋㅋㅋㅋ장난이야. 퇴원은 내일 하고, 약은 아까 잠깐 어머니 오셨는데, 어머니께 드렸어."
"고마워."
“아프지마 이여주.”


  날 엄청 걱정스런 눈빛으로 보면서 챙겨주는 너가 좋았어. 왜냐하면 너의 반응이 무심하게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처럼 굴었으니까. 다음날 황인준한테 들었는데 너 부모님께 엄청 혼났다며 그날 빠지면 안되는 자리도 빠졌다고. 나한테 이런 얘기 좀 해주지 그랬어, 그럼 내가 너의 뒤늦은 진심이라도 믿어줄 수 있었잖아.


"....으프즈므...."
"뭐?"
"아프지 말라고 바보야. 황인준이랑 놀지마. 걔랑 노니까 아픈 것 같아, 너."


아마 그날 너의 행동이나 눈빛 때문에 내가 널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사실 이유는 정할수가 없어. 몰라. 그냥 널 사랑하는 것 같아. 두 번째 이야기부터는 잘 말할 수 있겠지. 첫 번째 이야기는 사실 그리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야. 그래도 들어줘서 고마워. 다음 이야기에 또 만나자, 우리.


02
[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아아, 두 번째 이유를 말해줄 때가 왔다. 아니 이거 녹음하는데 너가 자꾸 집에 들어와서 얼마나 당황한 줄 아냐. 아무튼 이야기를 이어가면 너랑 단둘이 노는 날도 많아지고 혜진이와는 자꾸 사이가 이상하게 어색해졌어. 너는 그 와중에 사람을 자꾸 헷갈리게 챙겨줘서 더 복잡했어.


“진아 오늘 끝나고 나랑 저번에 가려고 했던 카페 가자.”
“미안. 나 오늘 끝나고 과외 있어서.”
“야 뭔 개소리야. 니 과외 안 하잖아.”


 안타깝지만 나는 한순간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서 상황은 더 적막해졌고 혜진이는 빠르게 가방을 챙겨서 나가서 나는 따라가서 잡을 수도 없었어. 넌 거기서 왜 그런 말을 해서. 아 오늘 할 이야기는 혜진이 이야기야. 너는 잘 모르지. 내가 혜진이랑 왜 멀어졌는지. 그거 말하다 보면 아마 두 번째 이유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혜진이와 친해진 건 저번에 얘기해서 알지, 그냥 잘 맞아서 친해졌다는 거. 근데 더 자세하게 알려줘야 이 얘기를 이해할 수 있어서 천천히 풀어볼게. 혜진이와 친해진 결정적 계기는 바로 너 때문이야, 이동혁. 그저 내가 친구가 많아서 부럽다는 혜진의 말에 혹했던 나는 너희들을 소개해준 거야.


“야 이동혁 여기는 내 베프가 될 것 같은 송혜진양이야.”
“미친 우리 여주가 언제 친구가 생겼냐.”
“우리 동혁이가 오늘도 날 빡치게 만드네.”
“미안. 아 안녕 난 이동혁.”
“알아. 너 유명하잖아.”


 미안 동혁아. 난 사실 너가 유명한지 몰랐어. 어쩐지 첫날에 너가 말 걸었을 때 애들이 다 나를 쳐다보더라. 난 이 학교에서 널 처음 봤거든. 혜진이한테 물어보니까 너희 4명 다 엄청 인기 많다고 하더라. 솔직히 그 말을 들을 때 너에게 호감이 있던 상황이라 충분히 인기가 많을 만하다고 생각했어. 그 후 혜진이는 너와 엄청 빠른 속도로 친해졌어,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내가 조금은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 그래도 다 같이 친하게 잘 지내는 게 너무 좋아서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있던 한가지 포인트가 있어.

그건 혜진이의 터치였어. 난 가끔 혜진이가 너나 인준, 제노, 재민에게 조금 터치가 과감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거든? 하루는 너가 반에 없을 때 나랑 제노까지 셋이서 놀고 있었는데 혜진의 손이 제노의 무릎을 넘어 조금 위로 올라가는 걸 보고 솔직히 놀랐어. 얘가 왜 이러는 거지, 싶었어. 한참을 그러다가 너가 반으로 들어오고 나는 제노와 매점을 가기 위해서 나왔는데.


“여주야 원래 혜진이가 좀 과감한 편이야?”
“혹시 아까 불편했어?”
“응, 엄청. 근데 원래 자주 그러는 것 같아서 그냥 넘겼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럼 한 번 혜진이한테 얘기해보는 것도 나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


그래서 제노와 매점을 다녀오고 교실에 들어왔을 때 너희 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느꼈어, 나도. 근데 그게 조금 야릇한 분위기라고 느낀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웠지만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제노에게 눈치를 줬거든.


“혜진아 혹시 너 터치가 조금 과감한 편이야?”
“왜? 무슨 문제 있어?”
“그게... 아니야.”


근데 바보 같은 이제노가 그걸 못 말하는 게 너무 답답해서 결국은 내가 대신 말한 거야.


“혜진아 그게 가끔 너가 하는 과감한 터치가 조금 부담스러운 친구도 있는 것 같더라고.”
“.....여주야 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렇게 말하면 내가 민망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아니 그런 게 아니ㄹ,”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아닌 것 같네.”


 너가 거기서 그런 말을 하면 이 말을 한 내가 잘못이 되는 거더라. 그래서 그렇게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싫어서 나는 반을 나왔어. 문밖에서 황인준이랑 나재민을 만났고, 뒤따라 온 제노까지 넷이서 너 빼고 학교 구석진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했어. 내가 잘못한 것인가, 송혜진 터치가 과감해서 불편하다, 이동혁은 아까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가, 뭐 이런 얘기.


“솔직히 아까 여주, 너 엄청 멋있었는데 이동혁이 다 망쳤어.”
“그 미련 곰탱이는 왜 그런 말을 했냐?”
“인준아 그게 나도 궁금하다.”
“얘들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나는 그때 지금까지 나재민의 진지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진지하게 분위기를 잡더니 하는 말이 뭐였냐면,


“내가 하나 장담하는데 지금 이동혁 반에 혼자 두면 분명 송혜진이 걔한테 키스한다.”
“무슨 개소리야.”
“너희만 모르는 거야. 걔 원래 남자애들 작정하고 꼬시는 애로 유명해.”
“아 나도 본 적 있어. 걔 때문에 중학교에서 난리 난 적 있었어.”


내가 그 소리를 듣고 반으로 달렸고 말리려는 제노와 재민을 내 사정을 아는 인준이 막아줘서 쉬지 않고 4층까지 달려간 나는 결국 너가 송혜진이랑 키스하는 모습을 기어코 봐버렸지. 나는 보자마자 사실 내가 여기서 뭘 해야 너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을 하는데 송혜진이 반에서 그러더라.



“이동혁 지금 문 앞에 이여주 있어.”



 나는 속으로 망했다는 말만 수없이 반복하면서 다시 아까 있던 벤치로 진짜 엄청 달렸어. 중간에 계단 내려오다가 한 칸 더 있다는 걸 못 봐서 발목도 제대로 삐끗했는데 뒤에서 너가 날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까 널 마주할 자신이 없던 나는 중간에 만난 황인준 뒤에 숨었는데 역시나 너는 못 찾더라.


“봤구나.”
“응, 좆같으니까 말하지마. 심지어 들켰어.”
“말이 너무 험하네.”
“인준아 내가 이동혁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맞는 듯.”


 솔직히 너무 억울하고 짜증이 나는 거야. 너가 뭘 해줬다고 아니 뭘 해주긴 했는데, 그게 그저 친구로서 잘해주는 건데 나 혼자 김칫국 한 사발 마시고 너에게 기대를 하는 게 자존심 상했어. 왜 내가 굳이 너가 다른 사람이랑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상처받아야 하는 건데. 

 그 후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황인준 뒤에 숨고 이동혁을 무시하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늘 붙어 다니는 이제노랑 나재민도 단번에 알아챘어, 이 상황을. 당연히 혜진이와 그 이후에는 같이 앉기도, 말을 하기도, 밥을 같이 먹기도 싫었어.

 내가 계속 피하니까 너는 포기한 것 같이 무시하는 날 같이 피하니까 더 화가 났어.


[이여주 언제까지 피할 거야.]
[내가 해명할 시간은 줘야지]



 아니 이 문자를 보는데 순간 화가 나는 거야. 너가 왜 나한테 해명을 하는데. 너 나 좋아해? 라고 묻고 싶었는데 용기가 부족한 나는 당연히 그럴 순 없고 그래도 너한테 한 번쯤은 너의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답장을 보낸 거야.


[내일 학교 끝나고 벤치.]


 너랑 둘이 있는 시간이 어색할 수도 있구나. 싶었던 게 아마 그 날이 처음일 거야. 너는 없는 흙도 모아서 툭 차면서 뜸을 들였고 그냥 나는 오랜만에 너랑 있는 시간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냥 너가 말할 때까지 기다렸어.


“나 송혜진이랑 그런 사이 아니야.”


 너가 이런 말을 내뱉고 튈 줄은 몰랐어. 그럼 무슨 사인데. 확실하게 얘기도 못 하면서 해명을 하겠다고 그 문자를 보낸 거야. 너가 생각해도 너 참 이상한 거 알겠니? 그래서 우리는 한순간에 모두가 어색한 사이가 됐어. 물론 원래 처음부터 알던 황인준과 이 일을 통해서 내 사정을 알게 된 나재민, 이제노는 내 편이었지.


“와 이동혁이 그렇게 말했다고?”
“그러니까 인준아 오늘 나랑 놀아줘.”
“오키.”


이래서 내가 황인준이랑 더 친해진 거야.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고 있지? 이걸 듣는 너가 꼭 심란했으면 좋겠다. 난 나쁜 애니까. 한 일주일 동안 황인준이랑만 붙어서 지냈던 것 같아. 갈수록 너 표정이 더 안 좋아지는 걸 나도 느꼈고 반에서 계속해서 날 이간질하는 혜진이 때문에 마음이 상하거나 뭐 그러진 않았어.


“이제노 오늘 황이랑 놀러 가는데 같이 갈래?”
“나 껴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나도 갈래.”
“....뭐 마음대로 해.”


 그래서 둘이 놀러 가려고 했는데 너가 어느새 껴있더라고. 난 당연히 엄청 불편하지. 널 피하려고 황인준, 이제노랑 놀러 가려고 한 건데.


“...야 이 분위기 뭐냐...”
“나도 모르겠어, 여주야 기분 안 좋아?”
“아니. 아주 좋은데. 이동혁이 안 좋은 것 같아, 기분은.”
“아니. 나도 아주 좋아.”


 심기가 불편한 걸 숨기지 못하고 너한테 티를 냈어. 그래서 황인준이랑 이제노가 이 분위기를 못 버티고 튀는 바람에 너랑 나랑 단둘이 있었잖아. 사실 그 시간이 난 꽤 소중했어. 그래서 자존심 굽히고 너한테 말을 먼저 건 거야.


“이동혁.”
“왜.”
“화났어?”
“아니.”
“딱 한 번 기회 준다. 말할 기회 줄 때 말하는 게 너한테 좋을 거야.”
“하.. 너 왜 자꾸 나만 피하는데.”


 그때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넌 모를 거야. 처음으로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게 너무 속이 상해서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나는 거야. 애초에 키스를 한 너 때문에 상처를 받았는데 넌 제대로 된 해명조차 하지 않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난 너를 도저히 모르겠더라. 

 눈에 눈물이 고여서 시야가 흐릿해졌지만 흐르지는 않게 이를 악물고 참았어. 입술에서 피가 나는 게 느껴지고 넌 날 보자마자 놀란 눈으로 다가와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그게 뭐라고 좋던지. 아마 내가 널 사랑했던 두 번째 이유는 나한테 만큼은 모든 일에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너를 사랑했어. 넌 뭐든지 털털하고 유쾌하게 대하는 성격인데 나한테는 항상 조심스럽게 대하잖아.


“우는 건 완전 반칙이지. 미안해 여주야.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울지마, 제발.”
“.......후 안 울고 싶은데........”


반칙은 너가 했지. 너가 내 손목 당겨서 안았잖아.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한 거지. 두 번째 이유도 얘기 끝났지. 내가 혜진과 사이가 자연스럽게 멀어진 이유도 이제 정확하게 알겠니? 물론 다음에 또 할 이야기들이 있지만 너가 곧 온다고 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녹음할게. 다음에 또 보자, 동혁아.


03
[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동혁아 안녕 세 번째 테이프도 들어줘서 고마워. 이걸 듣는 너의 반응이 엄청 궁금하다. 잘 지내고 있지? 아마 나도 내가 사는 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뭐. 걱정해. 알았지?

 오늘 할 얘기는 혜진이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랑 너가 오해했던 이제노와 내 사이에서 있던 일을 이야기할게. 생각해보니까 넌 늘 오해만 하네. 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너가 아닌 적이 없는데. 너랑 혜진이가 키스하는 모습을 본 이후로 나는 혜진이 머리채를 잡거나 욕을 하진 않았어. 혜진이는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몰랐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그런 자격조차 없으니까. 

아 그건 확실하게 기억해. 너가 날 안아줬다고 달라진 건 없었잖아, 우리 사이가.



 마침 혜진이와 어색해지고 짝을 바꿨는데 내 짝이 이제노가 나왔어. 그래서 제노랑 앉아서 별 말 아닌데 웃고 떠들고 있으면 주위에서 여자애들이 날 보며 이간질 하는 게 보였어, 매일.

 넌 이걸 들으면 어떤 반응일지 모르지만 나는 사실 별 타격 없었거든. 그래서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하지 말라고, 얘기를 안 하니까 점점 정도가 좀 지나치는 거야. 하루는 제노랑 앉아서 수학을 물어보고 있는데 갑자기 다가와서 말을 걸더라고.


“여주야 너는 그것도 모르니.”
“아, 공부를 안해서.”
“제노야 내가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데 좀 비켜줘.”
“.......응.”


그러더니 펜을 잡고있는 내 손을 손톱으로 누르면서 압박을 하는데 이거 너가 당해보면 진짜 엄청 아파. 아프지만 그냥 꾹 참고 말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고 있던 보온병 뚜껑을 열고서 먹는 것 같더니 실수로 쏟는 거야. 나는 너무 뜨거워서 결국 소리를 질렀지. 생각할수록 도저히 혜진이가 어떤 생각으로 나에게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몰라. 


“여주야 왜 갑자기 오바 하고 그래.”
“이게 오바라고?”
“내가 뭘 했다고. 보온병이 미끄러진 건데.”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해, 혜진아.”


나는 거기서 진짜 엄청 빡쳤어. 당연히 화가 날만 했지. 제노는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혜진이 물을 붓는 걸 보면서 표정이 싹 굳은 상태로 일어나서 갑자기 내 손목을 잡고 반을 나왔어. 근데 나 이제노가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봐서 놀랐어.


“여주야 손 괜찮아? 여기 물집도 잡힌 것 같은데. 이거 신고하자. 인준이나 애들한테도 알리고.”
“괜찮아. 우선 그냥 지켜보자.”
”너 손에 물집 말고도 손톱자국으로 상처도 났잖아.“
”아냐. 알아서 돌려받겠지, 뭐.“


 내가 생각해도 내가 그때 왜 바로 해결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돼. 그렇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는데. 제노가 날 데리고 보건실에 가서 치료를 해주고 반에 들어갔을 때 내가 화가 났던 건 네가 송혜진이랑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화가 났어. 마냥 네 탓을 할 수 없는 건 네가 당연히 모르니까. 아니 근데 키스한 사람끼리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막 대화하고 그래도 되는 거냐.



”이여주 어디 다녀오냐.“
”매점.“
”손은 또 뭐고, 이제노 얘랑 진짜 매점 다녀왔어?“
”응.“


너는 갑자기 와서 어디를 다녀왔는지 묻길래 솔직히 그때 네가 아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았어. 이 일이 생긴 후로 제노가 부쩍 날 챙겨줘서 송혜진이 다가와도 문제가 되진 않았거든. 


”제노야 나 진짜 괜찮은데.“
”아니, 너 안 괜찮아.“


단호한 제노 때문에 나는 보호를 어쩔 수 없이 받았어. 이걸 보는 네 표정은 똥만 3일째 씹는 표정이라 나는 눈치를 봤고 황인준은 내가 어쩔 수 없이 얘기해줘서 알고 있어서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이제노 편을 들어서 내가 그 사이에서 얼마나 눈치가 보이던지.


”와 이제 조금씩 더워지는 것 같아.“
”여주야 나 매점 갈래.“
”나 매점 가기 귀찮아.“
”가자. 자꾸 오잖아.“
”피한다고 달라지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제노에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어. 제노가 싫어할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피할 수는 없으니까. 그때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맨날 못마땅한 표정으로 봤잖아.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내가 송혜진과 상종도 못 하도록 갈라서게 되는 일이 생겼어. 맨날 공부만 하던 제노가 독감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했고 너랑 나머지 애들은 축구를 하러 갔을 때 생긴 일인데 아마 이 일은 제노만 알 거야.


”아.“
”여주야 머리가 너무 엉켰다.“
”그러면서 껌은 왜 붙여. 너 왜 그래, 진짜? 내가 동혁이랑 친해서 부러워? 너 이러는 거 자격지심으로밖에 안 느껴져.“
”씨발. 갑자기 개빡치네. 오늘이 날이구나. 얘 지켜주는 왕자님도 없네, 오늘.“


 그러면서 데리고 간 곳은 학교 체육관 안에 애들이 잘 모르는 공간이 있어. 나도 그날 처음 알았는데. 그 안으로 날 끌고 들어갔는데 안에서 있던 일들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이걸 알아야 제노와 내 관계에서 하고 있던 오해를 풀 수 있으니까 얘기해주는 거야.

 그 안에 있던 사람은 나 빼고 8명인가 그랬어. 그중에서 3명 정도는 남자였고 나머지 애들은 송혜진이랑 다니는 애들. 날 보자마자 5명이 둘러싸더니 무차별적으로 얼굴은 피해서 때리기 시작했어. 얼굴을 때리면 티가 나니까 몸을 때려야 한다고 하면서 난 나름 막아보려고 했지만 나 혼자서 어떻게 5명을 막을 수 있겠어. 그래서 한참을 맞다가 진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타이밍에 날 의자에 앉히고 웃는 송혜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두려움이 극에 달았어. 지금까지도 왜 그랬는지 나는 모르겠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여주야 불만을 직접 얘기하라고 해서, 몸으로 대화 해봤는데 이제 내 마음을 좀 알겠어?”


가장 치욕스러운 건 앉히고 의자에 묶어뒀던 나를 남자애들이 내 몸을 툭툭 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순간만큼은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의자에 묶인 손목을 확 내려치니까 풀리는 거야. 그래서 틈이 보이는 순간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어. 학교 밖으로 나가니까 너희를 부를 수도 없고, 생각나는 사람이 이제노라서 급하게 전화를 걸었어. 조금만 이렇게 서 있다가는 쓰러질 것 같아서. 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 같았으니까.


“........”
-“무슨일이야.”
“...못 걷겠,어...”
-“지금 갈게. 어디야.”
“학교 앞 아파트 공원.”


 아파트 공원에 앉아서 나는 아까 당했던 일이 자꾸만 머릿속을 괴롭혀서 허망한 표정으로 제노를 기다렸어. 너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았어. 제노는 날 보자마자 싹 굳은 표정으로 눈빛으로 날 위로해줬고 나는 뒤늦게 생각이 났어. 이제노가 독감이라는 사실이. 아플 텐데 나와서 옆에 있어준 게 너무 고맙고 든든해서 그랬는지 그 일 이후로 이제노랑 붙어 다닌 거야. 이제 알겠어? 내가 왜 한동안 너 눈도 제대로 못 쳐다봤는지. 교복에 묻은 흙과 내 마음처럼 꼬여버린 머리카락, 보이지 않는 곳에 남겨진 멍 자국 그 10분을 초단위로 나눠서 기억하게 돼. 그래도 난 이겨냈잖아. 


“이여주. 이번 일은 나도 양보 못 해. 신고하자.”
“무서워.”
“이건 진짜 당연히 신고해야 하는 일이야.”


 제노가 신고를 해줘서 학교가 떠들썩하게 난리가 났지만 내가 피해자인 건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이 정도면 내가 이제노한테 빠질 만했는데 난 왜 네가 더 좋았는지 몰라. 너는 그때 한창 축구에 빠져서 내 상처를 볼 겨를도 없어 보였는데.

 송혜진이 무슨 처분을 받았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 그날 그 장소에 있던 애들이 다 징계를 받았고 송혜진은 마지막에 전학을 간 거야. 그게 나한테는 엄청나게 큰일이라 제노를 제외하고 모든 애들과 눈을 마주하는 일이 어려웠어, 심지어 너까지.

 눈치가 빠른 황인준은 내 달라진 행동 때문에 자신이 들었던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맨날 물었는데 나는 눈도 못 마주쳤으니까. 말도 제대로 못 했어. 그런 상황에도 너는 정말 전혀 모르더라. 나재민은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이미 아는 것 같았고. 너만 몰라, 그때 너가 얼마나 미웠는데. 솔직히 나는 너를 사랑하면서 너가 미웠던 순간이 많은 것 같아. 그만큼 널 더 사랑했다는 뜻이겠지. 우리는 어리잖아. 나에게 처음 느낀 사랑이라는 감정은 늘 용암처럼 뜨거웠어. 


“이여주 너 진짜 무슨 일인지 말 안 할 거야.”
“인준아 여주 좀 냅둬.”
“이제노 개새끼. 왜 너만 아는 거냐.”
“조용히 해, 새끼들아. 이여주가 일은 무슨 일. 평소랑 똑같은데.”


이때 이제노가 해준 말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동혁아 너만 몰라.”


 그래서 네가 그 이후로 계속 물었잖아. 이제노랑 무슨 일이 있던 건지부터 시작했는데, 넌 아주 갈피를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캐묻기만 했어. 나는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니까 네가 하교하는 길에 갑자기 나를 벽 쪽으로 몰아붙이고 굳은 표정으로 날 계속 쳐다보는데. 사실 그때 엄청 많이 떨렸어. 무서운데 오랜만에 마주하는 이동혁 얼굴이 참 좋더라고, 이 나쁜 놈아.


“너 이제노랑 사귀는 거 맞지.”


 근데 엄청 허무하게 네가 이런 말을 뱉으니까 나는 처음으로 그 일이 있던 후 누군가 앞에서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마음에 쌓였던 우울감을 표출하며 울었던 것 같아. 그때도 이제노 앞에서 안 울었는데. 네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하니까 처음으로 네가 싫었어.

 너는 엄청 당황해서 또 안으려고 하는데 널 밀치고 집으로 뛰어들어갔지. 이제노한테 들었는데 네가 전화까지 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며? 이제노는 말 안 할 애니까 걱정은 안 됐어. 다음날 문 앞에 기다리는 널 그냥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 지나갔어. 근데 내가 거기서 너 때문에 또 울었잖아.


“여주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다 미안해. 몰라줘서 미안하고, 너가 힘들었을 그 상황에 내가 없어서.”


세 번째 이유가 나올 차례가 되었구나. 세 번째 이유는 아마 내가 널 제대로 사랑하게 된 이유인 것 같은데. 넌 항상 나에게는 따뜻했어. 이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이 말을 듣고 다시 네 눈을 쳐다볼 수 있었어. 나에게 너는 초능력자나 다름없어. 그동안 수없이 너가 해준 말들을 들었거든. 그 마음들이 느껴지는데 나는 벗어날 수 없었어. 그런데 너 한순간에 휘몰아치는 감정을 가라앉혔어. 아프더라도 금방 괜찮아져.

 너랑 걸어가면서 너는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였는데 묻지 않아줘서 고마워. 학교에 가니까 제노가 나랑 너랑 화해한 모습을 보고 조금은 오묘한 표정이긴 했지만 축하해주고 다 풀려서 좋았어. 물론 황인준은 내가 얘기 안 해줬다고 나랑 말도 안 했는데 제노가 뭐라 말을 했는지 언제 또 풀려서 내 고민 해결사가 되어줬지.

 세 번째 테이프는 너 이야기를 좀 많이 넣어보려고 오랜만에 네가 나에게 해준 따뜻한 말들에 대해 생각을 하는데 너무 많아서 뭐부터 이야기 해야할 지 모르겠다. 하나는 시험 때 내가 입시 문제로 부모님이랑 크게 싸우고 너한테 전화 걸었던 날 네가 우리 집 앞까지 찾아와줘서 내가 달려간 날 있었잖아.


“뭐야 이동혁. 갑자기 왜 왔어.”
“바보야 걱정되니까 왔지.”
“.....뭐냐...”
“너무 많이 울지마. 너 울면 못생겼어.”


 너는 얼굴이 엄청 빨개져서 위로를 해주는데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안아주고 싶었어. 이날 아니어도 내가 황인준이랑 싸워서 황인준이 나 무시했던 때 넌 왜 싸운 지 이유도 모르면서 황인준 욕했는데. 그리고 넌 늘 못생겼다고 말해주면서 내 눈물을 닦아주는 그 표정이 얼마나 내 마음을 벅차게 만들었던지. 


“황인준 그 자식이 원래 좀 그래. 크게 싸운 거야?”
“ㅠㅠㅠㅠ아니ㅠㅠㅠ내가ㅜㅠㅠㅜ”
“너무 상처받지 마. 너 울면 못생겼어.”


 내가 울먹거리면서 얘기해서 못 알아들을 텐데 넌 그마저도 엄청 집중한 표정으로 들어주고 이러니까 내가 널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잖아, 바보야. 아마 네가 미안해했던 이후로 날 엄청 챙겨준다는 걸 느꼈어. 근데 또 하는 말들에 진심이 느껴졌고 그래서 난 상처가 흉터가 남지 않게 잘 아물었어.

 아니 나 테이프를 녹음하면서 널 사랑하게 된 이유를 말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딴 이야기만 하고 있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을 다 해야지 네가 퍼즐이 맞춰질 테니까. 아마 다음 테이프에서 너와 있었던 이야기만 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오늘도 들어줘서 고마워, 동혁아. 다음 테이프에서 만나.


04
[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벌써 네 번째까지 달려왔어. 어째 다 듣고 있긴 한 거 맞지? 네가 이걸 들으면서 마냥 괴로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어떻게 보면 내가 너에게 이런 일들에 대해, 또 내 마음에 대해 더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오지는 않았겠지. 이걸 녹음하면서 느낀 건 딱히 널 사랑했던 이유를 정의 내릴 수 없어서 나 혼자 테이프 녹음하기 전에 얼마나 많이 고민하는지 몰라.

 오늘은 네 이야기를 할 거야. 그동안 널 위해 만들었다고 했는데 네 이야기는 진짜 별로 안 한 것 같아. 아마 여름방학 때 이야기를 하겠지. 난 생각해보면 그때가 제일 좋았어. 너랑 한 번도 안 싸우고 처음으로 내 마음을 조금은 표현한 때가 여름방학인 것 같은데. 우선 내가 할머니 엄청 좋아하는 거 기억하지? 내가 여름방학마다 할머니 댁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갔잖아, 바다가 보이는 초롱 지붕 집.

 근데 그 여름방학에는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서 너랑 애들이 찾으러 내려온 날. 우연히 차도 끊겨서 잠을 자고 가야 했던 날. 할머니께선 오랜만에 집 안에 사람이 사는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더 좋았어.


“근데 이동혁 어떻게 찾아왔어?”
“황인준이랑 너희 집 찾아갔더니, 우리 보고 놀러 가라고 주소 주셔서 왔는데.”
“잘 왔네. 할머니가 엄청 좋아하신다.”


 그날 내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동안 학교에서 마음 편히 웃지도 못했던 웃음까지 합쳐서 웃는 것 같았어. 그런 날 보며 너도 웃었고, 황인준도, 이제노도 뒤늦게 온 나재민까지. 그날은 우리 다 엄청 신나게 놀았던 것 같아. 마당에 있는 마루에 앉아서 수박을 먹으면 앞에 보이는 시원한 바다까지 진짜 완벽했지. 수박을 먹다가 내가 동네 구경시켜주러 너희 데리고 나갔잖아. 그때 너희 사진 찍어주느라 힘들었는데.


“이여주 여기 나 여기서 살래.”
“인준아 역시 긍정적인 마인드 좋아.”
“무시하냐.”
“아니 사진 찍어줄게. 얼른 자세 좀 잘 잡아봐.”


 그러다가 애들이 사진을 더 찍고 싶다고 난리를 치길래 아침부터 할머니 도와드리느라 조금 피곤했던 나는 중간에 빠져서 바다 근처로 내려가서 앉았는데 언제 따라왔는지 네가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는데 아무 말도 없이 앉아만 있는 거 자체가 힐링이었어. 그러다가 너가 내 어깨에 머리를 탁 두면 나는 놀라서 몸에 팍 힘을 주면 너는 그런 날 보며 웃으면서 이랬잖아.


“가만히 기대고만 있을게. 아무 짓도 안 해.”

 
 너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나 정말 궁금해. 내가 그렇게 불순한 애처럼 본 거라면 난 그런 생각 해본 적도 없어. 너한테 기대를 하고 싶어도 그동안 있던 일들을 조합해보면 넌 나를 친구 그 이상으로 보는 것 같지 않았으니까 난 그저 네가 기대는데 너에게 나던 그 향기가 너무 좋아서. 그렇다고 변태는 아니야. 너랑 같이 있을 때 나는 향기들이 내 마음을 안정시켜 줬거든.


“이동혁 자?”
“너 때문에 깼어.”
“미안. 더 자.”
“나 자세가 불편해. 이여주 너 너무 작아.”
“내가 작은 게 아니라 네가 큰 거야.”
“몰라 나 그냥 눕는다.”


 마침 해가 천천히 자신에 일을 묵묵하게 하고 있었어. 바다와 하늘 사이에 걸친 해가 비추는 빛은 분위기를 더 좋게 만들었지. 너는 갑자기 내 다리에 머리를 대고 눕더니 진짜 잠을 자려고 하는 거야. 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아래에서 보면 얼마나 못생겼을까 걱정이나 하고 있는데 너는 새근새근 잘만 잤어.


“동혁아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고, 지금 이 상황까지 다 너무 좋아.”


 차마 너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어. 그랬다가 네가 들으면 큰일 나는 거니까. 그렇게 너는 한참을 자다가 내가 널 쳐다보고 있을 때 네가 갑자기 눈을 떠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너 기억나지? 너 그때 엄청 웃으면서 나 놀렸잖아.


“뭐야ㅋㅋㅋ 왜 몰래 쳐다봐. 이 오빠가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고 싶은 얼굴이긴 하지?”
“닥쳐.”
“이제 가자. 해 다 지겠다, 늦게 들어가면 할머니도 기다리실 테고.”
“너 때문에 다리가 저려서 못 걷겠어, 너 먼저 갈래?”
“나 길 모르는데.”


 사실 다리가 저리지는 않았는데 너무 민망해서 저리다는 핑계로 널 먼저 보내려고 했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너 한 번 지나갔던 길 절대 안 까먹는 애구나. 나 지금 소름 돋았어. 네가 뭘 심각하게 고민하길래 나까지 고민했잖아. 너가 그때 무슨 생각을 할까 싶어서.


“업어줄게. 가자.”
“미친. 나 무거워, 싫어.”
“너 무거운 거 알아. 그래도 나 때문에 다리가 저린 거잖아.”
“....넌 아무것도 몰라.”
“그래 알았어. 난 아무것도 몰라.”


 나는 아마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기회인 것 같아서 너한테 업혔는데 네가 힘이 보통 센 게 아니라서 날 너무 가볍게 들길래 깜짝 놀랐어. 요새 살이 엄청 빠지긴 했었는데.


“나 엄청 무겁지.”
“무거운데, 가벼워. 좀 잘 챙겨 먹어.”


 집에 도착했을 때 애들이 할머니를 도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어. 우리 보고 왜 늦었냐고 엄청 뭐라고 하면 네가 처리해줬는데 애들은 오히려 우리가 싸웠다고 생각했는지 그러더라. 우리가 그렇게 자주 싸웠나.

 푸짐한 저녁을 먹고 마루에 누워서 우리는 한참을 별 얘기들을 다 하면서 놀았는데 오랜만에 너희랑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좋던지. 한참을 그러고 놀다가 황인준이 피곤하다고 하면서 애들 다 데리고 들어가서 나는 오랜만에 할머니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


“할머니 오늘 애들 놀러 와서 좋았어?”
“자주 데리고 와, 아가.”
“ㅋㅋㅋㅋ자주 데리고 올게. 오늘 너무 고마워요.”


 할머니도 피곤하신지 방으로 들어가시고 나는 혼자 잠이 안 와서 마루에 누워서 별을 보다가 파도 소리에 이끌려 모래사장에 앉아서 네가 추천해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네가 또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고서 내 이어폰을 뽑아 자기 귀에 꽂았어. 얼마나 놀라고 설렜는지 너는 평생 모를 거야. 


“이거 내가 추천해준 노래네.”
“기억하네. 여기랑 엄청 잘 어울린다.”
“그러네. 근데 너 왜 나와 있어, 혼자.”
“잠이 안 와서. 너는?”
“나도.”


누가 봐도 너 엄청 피곤해 보였는데 내 옆에서 노래를 듣는 척하면서 자는 네가 너무 웃겨서 몰래 쳐다보다가 아까 놀린 게 생각나서 나는 다시 바다를 보면서 시선을 정리하니까 네가 또 너한테 반하게 만들었잖아. 지금 생각하니까 너 완전 나 꼬셨구나?


“어디 봐. 나 봐야지.”


 나는 얼굴이 빨개진 것 같아서 더 다른 쪽을 쳐다보니까 네가 내 얼굴 잡고 돌렸을 때 내가 얼마나 설렜는지 아니.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네 눈빛은 내 입술을 향한 거 내가 다 봤어. 아마 네 번째 이유는 설렘이 아닐까 싶어. 널 보면 항상 설레는 이 느낌이 꼭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이 설렜는지 기억도 안 나. 아마 다음 다섯 번째 테이프도 너가 줬던 설렘을 잇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오늘은 우선 여름방학 때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한 거야.

 이 얘기를 깜박했네. 네가 이렇게 나랑 실랑이를 버리다가 내 어깨에 다시 기대서 자는데 나 몰래 뽀뽀했다. 입술 훔친 건 미안. 근데 넌 처음이 아니지만 난 네가 처음이야. 그것만 알아둬. 그리고 마지막에 내가 뽀뽀했을 때 너 어깨 움찔거린 거 다 알아. 너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서 나도 이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 추억으로 모래 속에 묻고 온 거지.


05

[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이제 반이나 달려왔어. 조금만 더 이야기하면 이제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겠네. 여름에 참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 것 같아. 아무래도 네가 내 일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나는 너에게 더 많이 의지했고 지금까지 얘기했던 무심함이나 조심스러움, 따뜻함 덕분에 내 고등학교 생활을 더 의미 있게 보낸 것 같아.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을 때 짝을 바꿨고, 요즘 꽤 좋은 우리 사이를 더 좋게 만들 셈인지 너랑 우연히 짝이 됐어.


“이여주 너 몇 번 뽑았어?”
“나 29번.”
“나 30번인데, 우리 짝이네.”


 사실 진짜 너무 좋았어. 내가 제노랑 짝 됐을 때 엄청 친해졌던 게 생각이 나서 우리도 처음 짝했을 때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물론 내 생각과 전혀 다르게 넌 모든 수업시간에 잠을 잤고 너랑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커녕 네 자는 모습만 백번은 넘게 본 것 같아. 그래서 당번이라도 같이하고 싶었는데 번호 중간에 우유를 담당하는 친구가 빠져서 내가 너랑 같이 당번을 못 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학교가 끝나고 보충이 없는 날 너희랑 매일 같이 하교를 하는데 내가 쓰레기를 버리고 왔더니 반에 아무도 없어서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황인준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도 않고 나 혼자 가방을 챙겨서 정문으로 되게 힘없이 걸어갔는데 누가 툭 치길래 나는 전에 있던 일이 생각나서 모르고 소리를 질렀는데 당황한 네가 서 있었지.


“깜짝이야. 어디 갔다가 이제 와. 애들 다 갔잖아.”


 너인 걸 보자 심장이 진짜 엄청 뛰었어. 너랑 같이 앉으면서 대화도 못 했는데 네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내가 어떻게 감히 할 수 있겠어. 심장이 진짜 터져 나올 듯이 떨려서 나는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너랑 대화하면서 걷는데 엄청 좋았어. 괜히 마음이 간질거려서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계속 괴롭혔던 것 같아. 


“너는 왜 먼저 안 가고 기다렸어.”
“너랑 같이 가려고.”
“미친 우리 동혁이 역시 거짓말도 잘 하네.”
“그래~ 마음대로 생각해.”


 웃으면서 걸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횟수가 늘었어. 네가 당번일 때 계속 기다려주고 애들은 의리 없이 그냥 가버리고. 그래서 너에 대해 오히려 전보다 많이 알게 되어서 다른 애들보다 내가 특별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 너랑 짝이 되고 아침마다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신이 나는지. 네가 앉아서 장난을 치면 내가 좋으면서 귀찮은 척 책상을 슬쩍 띄고 뒤로 움직이면 네가 한 손으로 날 끌어당길 때는 진짜 엄청 설레.


“아, 가지마. 나랑 놀자.”
“네가 계속 놀려서 싫어.”
“안 그럴게. 옆에 있어.”



 너랑 하교하면서 언제부터인지 너는 수업시간에 자지 않았어. 일어나서 나랑 장난을 치거나 아니면 나한테 맨날 지렁이 같은 글씨를 또박또박 적어서 나한테 던지면 내가 눈치를 보다가 쪽지를 확인했고 쪽지에는 항상 ‘나 심심해 ㅠㅠ 공부하지 말고 놀자아’ 그럼 나는 웃으면서 싫다고 답장을 했고 그러면 너는 뚱한 표정으로 날 째려보았지.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결국 너랑 놀았고 그러다 선생님한테 걸려서 혼났잖아, 우리. 그렇게 너랑 계속 붙어있는 게 일상이 되니까 나도 자꾸 착각하고 싶은 거야. 어쩌면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이라고. 너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이야.


“이동혁 너 오늘 끝나고 나랑 같이 갈 거지?”
“나 오늘 나재민이랑 놀기로 했는데 내가 말 안 했나?”
“응, 안 했어. 재미있게 놀고.”


 하지만 너는 조금은 우리가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면 한 발자국 멀리 떨어지더라. 그럴 때면 나는 마음이 한순간에 추락해 낭떠러지에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떨어져 버려. 그래서 그날은 나 혼자서 분리수거를 하고 반에 들어가서 창문으로 정문을 봐도 네가 없어서 나는 가방을 챙기려고 사물함을 열면 메모지 한 장이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고 주워서 뭔지 확인을 하면.


못생긴 이여주 지금 또 삐졌지? ㅋㅋㅋ
나 오늘은 1층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 와
나재민한테 욕 엄청 많이 먹었다 ㅜ ㅜ
그나저나 너가 이거 못 보면 망하는 건데.
-잘생긴 동혀기-


 나는 빠르게 일 층으로 뛰어 내려가면 삐딱하게 서 있는 널 발견해. 그러면 나는 너무 신나서 너한테 달려가지. 그러면 너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어깨동무를 걸고 운동장을 나와 우리 집으로 데려다주지. 다섯 번째 이유는 아마 네 번째 이유와 다른 설렘이란 감정을 알려줘서인 것 같아. 너와 있을 땐 언제나 설렜어.

 이동혁 나쁜 놈. 사람 마음 쥐락펴락 난리가 났네. 그런 행복한 일상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다시 자리 바꾸는 날이 왔어. 이날이 오지 않기를 빌고 빌었는데 선생님도 참. 나는 너무 아쉬워도 티를 안 내고 책상 서랍을 정리하는데 너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빠르게 책상을 비우는 모습이 너무 서운한 거야.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앉아만 있는데 네가 일부러 들으라고 말했던 것 같았는데.


“자리 바꾸기 싫다.”
“...뭐라고?”
“너 이따 자리 바꾸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나한테 와서 바로 얘기해, 알았지?”
“왜?”
“너랑 같이 앉게. 너랑 앉았을 때가 제일 재밌었어.”
“이동혁 나 너무 좋아하네.”
“너무 멀리가는 거 아니야?”



 그래서 결론은 너랑 2달째 같이 앉게 되었어. 이 정도면 간접적으로 나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또 널 보면 아닌 것 같아. 그래도 단점은 희망 고문 하나라고 해도 장점은 다 말하려면 66시간 각 잡고 말해야 할 정도로 많았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체육인데 네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라 나는 체육관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왜인지 너랑 들어가면 전에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지 않아서 좋았거든. 이제노도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눈치를 채고 날 계속 너 옆으로 붙여두려고 애를 썼는데.


“야 이동혁 여주랑 짝하라고.”
“아잉 제노야. 나 너랑 할 거야. 쟤 못한다고.”
“나 인준이랑 할 거야. 재민이는 오늘 학교 안 왔잖아.”
“하 이여주 일로와. 나랑 짝하게.”


 그럼 또 귀찮은 척하면서 할 때는 또 세상 열심히 도와주고 피구 같은 거 하면 지켜주고 너는 정말 너무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넌 정말 가늠도 못 하겠지? 그래도 이동혁 너 여전히 너무 사랑스러워. 체육 시간이 끝나고 네가 체육부장이라 정리하는 걸 기다리는데 이 나쁜 자식들은 맨날 진짜 의리도 없이 다 가는 거야. 근데 나는 너랑 둘이 가는 게 좋으니까 딱히 붙잡고 싶지는 않았어. 네가 창고에서 나와서는 눈이 동그랗게 커진 상태로 날 보고 놀랐잖아? 내가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나. 그러다가 세상 밝은 얼굴로 날 보며 웃고, 달려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고선.


“여주 기다려줘서 고마워. 착하네~”


아 더 얘기하고 싶은데 짜증나. 너 나한테 진짜 왜 그랬어. 너무 설레잖아. 네가 이러고 날 끌고서 반으로 가면 끌려가는 나는 너무 좋았어. 솔직히 조금 후회하긴 해. 그때 너한테 물어볼걸. 너 나 좋아하냐고. 그럼 지금 내가 널 떠났을까 싶어. 사랑해, 동혁아. 오늘은 이 말로 끝내고 싶네. 네가 5분 뒤에 우리 집 온다고 했는데 그냥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너를 더 사랑하려고. 다음 테이프에서 만나.


06
[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벌써 우리가 만날 테이프가 다섯 번 밖에 안 남았네. 잘 지내고 있지? 설마 뒤늦은 후회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면 우선 이거나 들어. 오늘 할 얘기는 뭐할지 사실 안 정하긴 했는데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어.

행여라도 내게 들리지 않을 만큼만
더 숨죽여 너에게 닿지 않을 만큼만

이름을 쓰지 않은 안부를 전해

When You Fall – 샘김

 밝은 얘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점차 멀어졌던 우리 이야기도 해야지 진행이 되니까 여섯 번째 이유는 먼저 얘기하고 시작할게. 너는 나에게 설렘을 가르쳐준 사람이지만 동시에 찢어지게 아픈 슬픔을 통해서 성장하게 도와줬어. 너 때문에 정말 슬펐는데 너는 내가 왜 그때 울었는지 여전히 모르지?

 너와 짝을 하고 가까워진 우리 사이는 딱 그 정도였어. 더 많이도, 더 적게도 아니야. 딱 친구와 연인이 중간. 너는 나에게 가끔 훅 들어올 때가 많아서 사람 마음 설레게 하다가 훅 빠져버려 김이 새버리잖아. 오늘은 아마 나재민이 주로 나올 것 같네. 내가 말했잖아, 나재민은 다 아는 것 같다고. 그건 사실이었어. 이게 우리 사이가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지.


“나재민 너 왜 학교 안 나왔어?”
“아파. 그것도 모르냐.”
“워낙에 너가 나랑은 말 안 하니까 그런 거지.”
“미안한데. 너가 나한테만 어색하게 굴었잖아.”


 언제인지는 확실하게 기억이 나진 않아. 어쩌다 보니 나재민과 단둘이 있는 시간이 있던 날이 있었어. 비가 오고 하늘이 번쩍번쩍하던 날인 건 정확하게 기억이 나. 사실 이제노는 짝이 되고 내 인생에서 큰 사건을 도와준 친구라 친해졌고 워낙에 황인준은 나랑 성격이 잘 맞아서 친해졌지만 왜인지 나재민은 항상 멀게만 느껴져서 친해지기 어려웠어.

 아, 기억났다. 수행 때문에 조를 짰는데 반에서 그거 때문에 애들이 싸워서 쌤이 임의대로 정해주셨는데 나는 나재민이랑 나머지 우리 반 여자애 둘이랑 조가 되어서 나재민 집에서 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애들이 안 왔거든. 그래서 어색하게 둘만 있었지.


“얘네 안 오겠지?”
“이름 빼자. 너가 조사해줘. 내가 PPT 만들게.”
“너 아프다며.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럼 너가 다 할 거야?”
“아.. 그럼 조사만 조금 하다가 쉬어.”


 나재민은 진짜 많이 아픈지 식은땀도 막 흘렸거든. 나는 눈치가 보여서 결국 걔 약 먹이고 잠드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 혼자서 수행을 준비했지. 혼자 새근새근 힘들게 자는 게 마음이 아파서 중간에 물수건도 올려주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사실 잘 모르겠는데 내가 한참 집중해서 PPT를 만들고 있었는데 언제 일어났는지 갑자기 방 밖으로 나가는 거야. 나는 놀라서 아픈 애가 정신까지 나갔나 싶어서 말렸거든.


“나재민 어디가. 누워, 얼른.”
“화장실.”


 나는 머쓱해져서 급하게 잡았던 손목을 다시 슬며시 내려놓았지. 한 10분 정도 지났나 갑자기 방문을 열고 나재민이 쟁반에 과일이랑 주스를 가져왔더라. 난 당연히 놀랐지. 아픈 애가 지금 거짓말하고 간식을 가져온 거야. 눈이 꽤 많이 풀려 보여서 속으로 얘가 만약에 쓰러지면 이렇게 대처해야지, 하고 시뮬레이션도 구성하고 있었는데.


“야 너 화장실 간다며.”
“너 혼자 하는데 간식이라도 던져줘야지.”
“몸은 좀 괜찮아?”
“응, 물수건 고마워.”


 그렇게 내 옆에 슬며시 앉아서 같이 수행을 다시 준비했지. 근데 노트북 하나를 같이 보려고 하니까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워서 속으로 진짜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생각만 하면서 수행 준비에 집중도 제대로 못 하면서 하는 척을 열심히 하면 나재민이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나는 고개를 슬며시 돌렸을 땐 얘가 하고픈 말이 정말 많아 보였어.


“뭐 할 말 있어?”
“너 이동혁 좋아하지.”
“이제 이동혁 빼고 다 아는 거네.”
“근데 왜 송혜진 얘기 이동혁한테 안 하는데.”
“넌 어떻게 다 아냐. 뭐 이동혁한테 얘기하면 과연 속이 시원할까 싶어서.”


 날 바라보는 나재민 눈빛이 워낙에 약 때문에 풀려서 그런지 분위기도 이 상황도 다 이상했어.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지. 얘는 이제노랑 나밖에 모르는 일을 어떻게 아는 거지. 혼자 머리를 싸매고 난리를 치다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나재민과 입술이 닿았어. 나는 당연히 놀라서 고개를 뒤로 빼면 내 목을 잡고 깊게 들어오는 나재민에 피할 수 없어서 어깨를 치는데 놓아주지를 않았고 나도 그때 내가 미쳤나. 눈을 감아 버렸어. 한참을 그 방 안에는 입술이 맞물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 나는 숨이 너무 막혀서 마지막 힘을 다해서 어깨를 밀쳤을 때 나재민이 떨어졌어.


“미친놈아.”
“그럼 너는 왜 눈 감았는데.”
“......짜증나........”


 나는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렀어. 키스하면서 생각나는 사람은 너였으니까. 너한테 달려가고 싶었는데 나재민이 표정 변화도 하나 없이 날 안고 달래줬어. 나재민과 그날 많은 얘기를 했어. 얘는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내 마음을 확실하게 정리해주고픈 오지랖이었다고. 사과도 받았고 나랑 나재민은 오히려 더 그날 이후로 가까워졌어.


“이여주 나재민이랑 요새 꽤 많이 붙어있네.”
“아, 나재민이 고민 상담을 잘 해주더라고.”


 어떻게 너에 대한 고민을 나재민한테 털어놓는다고 말을 하겠어. 그래서 그냥 대충 둘러대는데 너는 표정이 굳은 채로 무심한 반응만 보였어. 그런 나를 나재민, 황인준, 이제노가 불쌍하게 쳐다봤어. 너만 몰라, 맨날. 
 아 생각해보니까 그 체육관 사건 나재민이 결국 황인준한테 얘기해서 황인준이 엄청 울면서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축구 이제 안 하겠다고 해서 진짜 웃겼어.


“황인준ㅋㅋ여기 봨ㅋㅋㅋㅋㅋ”
“아 찍지마!!!!”
“우리 인준이 귀엽네~”


 너만 모르는 비밀 이야기들을 나머지 세 명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오히려 너랑 더 멀어지는 것 같았어. 모였을 때 하는 건 내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뿐인데. 너랑 여전히 짝꿍인데 너는 다시 수업시간에 잠을 자기 시작했고 날 기다려주지도 않았어. 네가 왜 날 피하고 굳은 행동들로 대하는지 알 수 없는 나는 그저 매일 세 명에게 울면서 고민만 털어놓을 뿐이야. 나에게는 너에 달라진 행동이 상처만 되어갔고 나재민과 황인준은 거기에 화가 많이 쌓였는지 하루는 네가 날 피할 때 애들이 너에게 화를 냈잖아. 그때 분위기 난리 났는데.


“야 이동혁 너 요즘 왜 그러냐.”
“뭐가.”
“요새 왜 자꾸 우리 피하냐.”
“내가 언제.”


 점점 싸우려는 식으로 흘러가서 나랑 이제노랑 눈을 굴리다가 황인준과 나재민을 말렸을 때 너는 차갑게 날 지나갔지.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이유 없이 멀어지고 있는 걸까 속상해서 네가 날 지나치자마자 안 그래도 요새 자주 흘리던 눈물을 또 흘렸지. 그러면 이제노는 안절부절, 황인준은 한숨만 쉬고, 나재민은 날 위로해줬어. 너무 궁금했어? 동혁아 그때 넌 어떤 감정이었어. 나는 널 너무 사랑해서 슬펐고 그래서 매일 네가 봐주길 바라며 울었어.

 너는 그 이후로 우리를 피했어. 매일 굳은 표정으로 마치 웃는 표정을 기억 못 하는 사람처럼 말이야. 너와 하던 연락도 끊기고 아예 너와 거리가 멀어졌어. 날 보면 인사도 안 하던 너를 보며 나는 정말 매일 울었어. 내가 왜 그렇게 많이 울었을까 싶었는데 널 정말 너무 많이 사랑했나 봐, 내가.


“이동혁 진짜 왜 그러는데?”
“인준아 내가 연락도 해봤는데 읽씹이야.”
“이제노 뭐라고 연락했는데?”
“뭐하냐고 물었는데.”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제노야.”


 처음으로 식욕도 떨어지고 너 덕에 다이어트도 하고 고맙다. 그래서 나는 너와 친구 사이라도 회복하고 싶어서 집 앞으로 찾아갔을 때 기억나? 이유가 너무 궁금하기도 했는데. 


“동혁아 나한테 화났어?”
“아니. 내가 왜 너한테 화가 나.”
“근데 왜 요즘 인사도 안 하고 피해.”
“미안한데 지금 너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 가줄래.”


 아마 그때 내 마음이 바닥으로 추락했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지. 내가 너를 사랑해서 아프기까지 했어. 아침에 눈을 뜨니까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머리도 깨질 것 같고 입을 열 수도 없어서 엄마도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학교에 연락했고 나는 집에서 누워서 계속 울기만 했지. 학교가 끝날 시간에 우리 집으로 몰려온 삼총사를 말리는 것도 힘들었어, 너 멱살을 잡겠다고 난리를 쳤는데.


동혁아, 내가 다 미안해.


 문자를 봤지만 넌 말이 없긴 했어. 아마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할게. 다음 테이프까지 내용이 이어질 것 같아. 오늘은 너무 아프다. 이 테이프를 녹음하는 것만으로도.


07

[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이제 진짜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 저번 테이프랑 이어지니까 뭐 오늘은 상황 종료된 이야기와 또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지. 나도 내가 울었던 이야기들 쪽팔리고 되새기면 마음만 더 쓰리니까 하기 싫은데 너에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이해 좀 해줘. 너랑 거리가 멀어지고 한 한 달 지났을 때 나도 점차 우는 횟수가 줄어들고 너도 조금씩은 웃기 시작했어. 그걸 보며 나는 애써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학교에서 점점 더 널 마주치기 어려워졌어. 네가 언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학생회에 들어갔고 바쁜 활동 탓에 반에 있는 시간이 없었으니까.


“이동혁은 언제 화 풀 예정이래.”
“몰라. 왜 화가 났는지 모르는데.”
“재민아, 인준아 쉿. 이 누나 지금 안정을 취하는 중이잖니.”


 안정을 취하는 건 얼마 가지 않았어, 집에 일이 터졌지. 아빠가 뺑소니 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고 나는 바닥에서 이제는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우울한 상태가 되어버렸어. 마치 물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어. 눈을 뜨면 눈이 너무 따가워서 내가 어디를 떠다니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고, 미지의 공간을 떠다니는 느낌으로 난 감정을 잃은 듯한 생활을 했지. 매일 생명이 위태로우신 아빠가 계신 병원에 있느라 학교에 갈 수 없었고 그래서 네가 내가 없는 시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옥 같았어.


“엄마 끼니는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해. 제발 거르지 말고.”


 우리 가족은 되게 큰 타격을 입고 망가졌어. 엄마도 점점 우울증으로 인해 힘들어하셨고 나는 괜찮은 척 하루를 버티다가 애들 세 명 중에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병원에 오면 나는 애들 앞에서만 울었어. 한 2주를 그렇게 보내다가 아빠가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셔서 의식도 찾으시고 일반 병동으로 내려오게 되어서 내가 다시 학교에 나갔을 때 넌 날 보자마자 휴대폰을 들더니 급하게 뭘 쳤고 내 휴대폰에는 문자 알림음이 울렸어.


[지금 정자에서 보자. 나와줘.]


 나는 눈치를 보다가 반을 나간 너를 거리를 두며 따라갔어. 너의 발걸음은 무척 빨랐고 내 심장도 그에 맞춰 빨리 뛰었어. 네가 여기서 만약 나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한다면 난 견딜 자신이 없었어. 근데 정자에 도착하자 너는 그 굳은 표정은 어디로 가고 날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봤고 난 너랑 눈을 마주치자 앞에 뿌옇게 보였어. 그동안 정말 너무 힘들었어, 너도 그렇고 아빠가 아프신 것 때문에 마음에 상처가 너무 많이 났는데.


“미안해, 내가. 울지마. 내가 다 잘못했어.”


 일곱 번째 이유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날 위로해주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너뿐이었어. 물론 네가 하는 모든 말들이 나를 좌지우지하니까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너만큼 내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은 없었어. 내가 너한테 안겼고 네가 머리를 감싸주면서 같이 울었던 것 같아. 너도 너 나름대로 마음고생을 한 것 같았는데 같이 울면서 난 그 상처들이 성장의 계기가 되고 이제는 도망치기엔 너무 깊게 널 사랑하게 되었지. 그날 이후로 다시 전으로 돌아갔어. 같이 다니기 시작했고 전처럼 붙어있었지.

 난 다시 일어났어. 더러워진 무릎을 털고 상처는 약으로 치료하고 반창고를 붙이고 말이야. 세 명은 돌아온 우리를 보고 또 질질 짰지. 아마 그 날 반 애들은 우리를 진짜 이상하게 생각했을 텐데. 넷이서 갑자기 다 울었으니까. 심지어 눈물을 보인 적 없는 나재민까지 울었으니 말 다 했지. 지금까지 황인준부터 시작해서 우리 주위에 있던 애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 한 것 같아. 그러면서 너와 내 이야기도 했고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김에 클라이맥스를 찍어야 해. 전 테이프에서 내가 그랬잖아, 넌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울었는지 모른다고. 이제 조금은 알겠어? 그럼 네가 연애를 했을 때 내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 짐작도 못 할 것 같아, 넌. 심지어 너가 연애하게 된 분과 나의 관계가 어땠는지 너는 전혀 몰랐잖아.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믿지 않았어. 네가 직접 나한테 얘기한 게 아니니까 근데 넌 어떻게 SNS를 통해서 알릴 수가 있어. 그래도 이런 건 직접 말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재민!!!! 이동혁 연애주,”
“조용히 해, 제노야. 쉿,”
“여주야 울지만 말고 직접 물어보자.”


 네가 등교를 했을 때 내가 왜 울었냐면 이건 설명 안 해도 알 것 같긴 한데. 네가 학생회를 들어가고 한동안 학교에는 네가 한 학년 선배와 연애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어. 나는 그 소문을 들을 때면 마음이 조금은 조급해지고 저렸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널 대하고 널 만났어. 근데 그 소문이 퍼지고 며칠 뒤에 너는 연애 중을 올렸고 커플이 됐지. 나는 네가 조금은 나랑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그걸 완전히 깨버렸어. 근데 내가 널 포기하기엔 너무 깊게 널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잖아. 머쓱한 표정으로 반을 들어온 너는 날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지만 나는 급하게 나재민이랑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어. 근데 교실 밖에서도 네 목소리가 다 들리더라.


“이여주 왜 저래?”
“그건 내가 묻고 싶다.”
”또 나만 빼고 다 아는 거냐? 아 몰라 누나한테 갈래.“


 그 선배의 얼굴을 보고 나는 더욱이 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처음으로 들게 했어. 중학교 때 이상한 소문이 계속해서 날 쫓아다녔어. 이유 없이 자꾸 모르는 선배들에게 연락이 왔고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나는 어쩔 수 없이 답장해야만 했어. 그래야 학교생활이 풀릴 것 같았거든. 근데 그게 전혀 아니었지. 오히려 내가 그 선배의 애인을 뺏었다는 소문이 학교를 좌지우지했고 나는 애들에게 떨굼을 당했어. 그래서 처음에 관계에 있어서 두려웠고, 송혜진과 있던 일도 너에게 얘기했다가 더 상황이 커질까 얘기하지 않았어. 그냥 나만 참으면 조용해질 것 같아서.  

 난 거짓말이라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진 않았는데 결국 네가 놓게 만들어줬지. 나재민이 애써 나를 달래서 반으로 들어가면 넌 없었고 다행히 내가 학교를 비운 사이 나재민이랑 내가 짝이 되어서 널 피할 수 있었어. 어차피 내가 널 피하면 티가 다 나겠지만 날 위해서는 널 피하는 게 답이었어. 너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배와 행복한 연애를 하는 것 같았지.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나는 마음을 잡고 또 잡고 견뎠어. 언젠가는 헤어지겠지, 하면서 말이야. 그래도 너 진짜 너무한 건 내가 피하는 게 이렇게 잘 보이는데 신경도 안 썼어.


”여주야 어때?“

 
 이 말을 듣는 내 기분은 어땠을 것 같아? 미안해 동혁아. 나 때문에 너가 이용당했네. 


”이동혁 오늘 피방 고?“
”황 미안. 나 오늘 누나랑 데이트.“
”응, 얼른 깨지길 기도할게.“
”미친놈아 뭐라고?“


 그래도 나름 나 생각보다 잘 지냈어. 네가 엄청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생각보다 엄청 아프거나 힘들진 않더라. 솔직히 마음은 썩어가고 있는데 애써 모른 척하려고 했어. 네가 그 선배랑 한 4개월 정도 만나다가 헤어졌을 때 네가 날 찾아왔고 난 널 밀쳐낼 수도 없다는 게 조금은 초라했지만 금방 괜찮아하는 널 보면서 겨울이 되었지. 

 그리고 2학년이 되었어. 네가 연애했던 때는 별로 얘기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과감하게 자를게. 2학년 반배정은 나랑 황인준, 나재민이 3반 너랑 이제노가 1반으로 떨어지고 대입 준비도 조금씩 시작해야 하니까 이건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멀어졌어, 너랑. 그리고 나는 그때쯤 처음으로 너에게 내 마음을 알릴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어. 애들한테 맨날 물어보고 혼자 설레발 치고 그랬는데.


”야 나 진짜 고백이라도 해볼까?“
”응, 제발.“
”그러다 차이면 우리 네 명 깨지는데?“
”그럼 하지 마.“
”그럼 고백은 언제 해?“


 내가 맨날 이렇게 오락가락해서 애들한테 욕먹는 게 일상이었는데 너는 1반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았어. 너랑 접점이 없다 보니까 별로 할 이야기가 없네. 아, 그래도 너랑 연락은 꾸준히 했던 것 같아. 아마 새로운 학기 시작하고 조금 지내다가 아빠가 다시 몸이 안 좋아지셔서 내가 다시 병원에서 지내면서 간호하느라 성적도 못 챙겨서 성적은 성적대로 난리 나고 우울할 때마다 네가 달려와서 위로해줄 땐 정말 많은 위안이 되었어, 그건 정말 고마워.


”괜찮아. 내가 앞으로 교과서 정리해서 보여줄게.“
”아 진짜ㅋㅋㅋㅋ 울다가 웃으면 안 되는데. 공부도 안 하면서 무슨 교과서 요점 정리를 한다고.“
”그래서 너 때문에 한다고! 웃지 마! 아, 안 해!“
”아니야, 해줘. 이렇게 두 손 모아 부탁한다.“


 그 이후로 넌 진짜로 날 위해서 교과서 요점 정리를 해서 나에게 가져다줬고 병원에서 너랑 있는 떠들다가 공부하는 거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힘이 됐지. 네가 나한테 이정도라고 바보야. 후 오늘은 솔직히 별 얘기 안 한 것 같네. 그냥 소소하면서도 상황을 정리하는 편도 필요하니까. 이제 3번만 더 들으면 곧 끝나네. 다음 테이프 스포를 하자면 아마 수학여행 때를 이야기하게 될 거야. 동혁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제 조금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다음 테이프에서 만나. 좋은 하루 보내고, 곧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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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벌써 8번째야. 우리의 만남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잘 지내고 있지? 안부 인사 정도는 매번 물어도 되잖아. 오늘 할 얘기는 스포했던 것처럼 수학여행 때 이야기를 하려고 해. 새 학기가 금방 지나가고 집 안에만 있어도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을 때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갔잖아. 아마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 수학여행을 말이야. 물론 너랑 다른 반이다 보니까 너랑 같이 다닐 수 없다는 게 되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반에 이제노 있으니까 둘이 다니겠지, 하고 그냥 넘겼어. 너희 반에도 분명 여자애들이 있을 텐데 말이야. 아침에 학교로 같이 가는데 사실 너 사복에 치였어. 네가 옷을 그렇게 잘 입는 줄 몰랐더라. 조금 후회하는 건 너랑 조금이라 해도 단둘이 놀러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가 놀러 다녀도 늘 학교 끝나고 만났으니까 볼 기회가 없었잖아. 

 나는 당연히 나재민, 황인준이랑 돌아다니면서 놀았어. 황인준이 귀찮게 계속 사진 찍어서 나재민이랑 계속 도망 다니고 그랬는데. 우리 학교도 참. 하필 첫 일정으로 성산 일출봉 가는 걸 모르고 내가 그날 원피스를 입어서 올라가는 게 너무 불편했거든. 나재민, 황인준이랑 나만 놀리고 도망가버려서 진짜 서러웠는데 네가 여자애랑 내 옆을 지나갔을 때 더 서러웠어. 너는 날 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갔잖아.




“여보세요? 이 나쁜 놈들아!!!!!”
-“진정해. 지금 이동혁이 내려갔어.”
“걜 왜 보내는데.”
-“우리한테 겁나 뭐라고 했어.”
“....몰라 우선 끊어....”


 너는 왜 그때 도와주지 않고 뒤에 가서만 그렇게 말했던 거야. 너 나 보고도 여자애랑 그냥 지나갔잖아. 네가 투덜투덜 내려오는 모습을 보는데 솔직히 좋으면서도 네가 미웠다. 네가 입고 온 겉옷 내 허리에 묶고 손목 잡고서 올라가는데 괜히 서러워서 아무 말도 하기 싫었어, 하면 괜히 울 것 같았거든.


“너 왜 치마 입었어.”
“.....”
“말하기 싫어?”
“....”
“알았어. 조용히 할게.”


 그래도 너는 묵묵히 내 손목을 이끌어줘서 정상까지 올라 구경을 할 수 있었어. 경치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면 네가 숨어서 웃는 거 나 다 봤다. 성산 일출봉이 첫 일정이라는 게 더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따분하게 박물관만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나았어. 다음으로 제주도에서 유명한 미로 공원을 갔을 때 바쁘게 애들이랑 돌아다니느라 너를 못 봤거든? 그러다가 나재민, 황인준은 미로 안에서 내가 무서워하는 걸 알고 엄청 빨리 뛰어 가버려서 나 혼자 우는 척하면서 경보로 따라가는데 애들이 너무 빨라서 중간에 포기했거든. 그러다가 아까 성산 일출봉에서 본 그 여자애랑 너랑 같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분위기가 엄청 좋은 거야. 네가 나랑 있을 때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로 말이야.


“하은아 이따가 밤에 전화해도 돼?”
“뭐? 너 나한테 관심이라도 있냐, 사람 헷갈리게.”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너한테 관심 생긴 거.”
“미쳤나봐 진짜ㅋㅋㅋㅋㅋㅋ”


 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몰랐어. 내가 매일 조금씩이라도 갖는 희망을 한순간에 무너지게 만드는 말이지. 네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그런 말을 했겠지? 조금이라도 네가 나랑은 같은 마음인 줄 알았는데 나는 맨날 착각만 하지. 그때 이어폰에서 노래가 나오는데 가사가 내 상황이랑 똑같더라. 미묘했어.


There's no reason, there's no rhyme
이유도 없이, 운율도 없이

I found myself blindsided by
내 앞을 못 본 척 했어

A feeling that I've never known
한 번도 몰랐던 감정

I'm dealing with it on my own
난 혼자서 해결해야만 해


 그때 처음으로 생각한 것 같아 내가 한 이 깊은 사랑을 놓아줘야겠다고 결심한 게 말이야. 여덟 번째 이유도 이야기할게, 지금. 여덟 번째 이유는 네가 나에게 질투라는 감정을 알려줘서 고마웠어. 내 생각엔 내가 이렇게 사랑한 적이 처음이라 이렇게 질투하는 것도 처음이니까 그런 거겠지. 질투라는 감정을 조절하는 건 어렵더라. 그래서 난 어리숙하게 행동했어.


“이동혁 여기서 뭐 해?”
“오 뭐야 이여주 애들이 너 두고 또 도망갔어?”
“너는 이제노 어디에 두고 이 친구랑 다니냐.”
“이제노 아마 애들이랑 있을걸. 아까 갔어.”
“그래...? 아.. 너, 너 나재민이 찾더라.”


 진짜 비겁하게. 나재민이 너 찾는다는 거짓말을 했어. 사실 나재민이 잘 말해줄 것 같아서 맡긴 거지. 네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오히려 불편해. 내가 속였으면서 네가 속지 않길 바랐어. 내 이 어리숙한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른다는 모습을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근데 너는,


“아, 이따가 가면 돼. 지금은 하은이랑 있고 싶어. 우리 간다. 너도 애들 잘 따라다녀.”
“........어."


 나는 체념하고 나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냈고 나재민은 바로 눈치를 채고 나한테 와서 옆에 앉아 묵묵히 내 이야기만 들어줬지. 너는 정말 그 아이에게 정말 관심이 있던 거야? 그럼 나한테 왜 그리 다정하게 대해줬어, 왜 내가 널 좋아하게 만들었는데, 왜 날 위로했어. 그래도 난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애들이랑 같이 놀았어. 널 몰래 쳐다보면 넌 그 여자애랑 계속 붙어있었고.

 그러다가 마지막 일정으로 사진 찍기 좋은 식물원이라 애들이랑 사진을 찍다가 생각이 났는데 너를 빼고 사진을 찍는데 어색하지 않더라. 너는 정말 자연스럽게 네가 없어도 애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만들고 사라졌어. 그래도 나는 너랑 같이 한 장이라도 찍고 싶어서 애들한테 말을 하고 널 찾으러 뛰어다녔어. 그러다가 그 하은이라는 애랑 거리를 좁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난 여기서 너의 두 번째 키스를 보고 싶진 않아서 뛰어온 척 사이에 끼었어. 넌 정말 나를 어떻게 생각했어?


“야, 이동혁. 한참 찾았잖아.”
“어..어 왜.”
“애들이랑 사진 한 장 정도는 찍어줄 수 있잖아. 다들 너 찾아.”
“하은아 나 잠시만 사진 찍고 올게.”


 엄청 당황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싫었어. 내가 어쩌다 이렇게 찌질한 질투도 하게 되었는지. 너랑 같이 가는 길은 그저 적막으로 풀벌레 소리로 가득했고 애들한테 갔을 때는 그래도 어색한 이 상황에서 벗어나 친한 척을 하면서 찍을 수 있었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우리 단체 사진이지? 나한테 그 사진이 엄청 소중해. 네가 엄청 환하게 웃고 있어서.

 사실 난 워낙에 황인준, 나재민이랑 붙어 다니니까 숙소를 정할 때 되게 곤란했어. 여자애들은 무리가 다 있는데 내가 거기에 함부로 낄 수도 없어서 그냥 남는 방으로 들어갔는데 그 방에 너랑 아까 키스하려고 했던 하은이라는 애 친구가 있었나 봐. 방에 들어오자마자 시끄럽게 통화를 하는데 내용이 다 들려서 어쩔 수 없이 듣게 된 내용은 하은은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 넌 그저 필요할 때만 부르는 용이라고 했나. 더는 듣기 싫어서 주변을 살피고 새벽에 혼자 나왔을 때 네가 음료수 캔을 따서 혼자 마시고 있길래 난 괜한 오지랖을 부렸지.


“이동혁. 너 그 하은이라는 애랑 무슨 사이야?”
“썸타는 사이.”
“걔 남자친구 있대.”
“그게 무슨 상관인데. 걔가 결정하는 거지.”
“그러네. 미안. 수학여행 즐겁게 잘 보내. 앞으로 이제 너 안 부를게.”
“또 왜 말을 그렇게 해.”


그건 내가 정말 사과할게. 네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도 있었고 하은이라는 애가 너무 부러워서 그랬어. 용서해줘. 내가 없어도 잘 지낼 너잖아. 오늘은 여기서 끝낼게. 아마 제대로 된 클라이맥스는 다음 화부터 시작이지. 아홉 번째 스포를 좀 하자면 또 연애? 눈치챘으려나.


09

[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헐 동혁아 벌써 아홉 번째 테이프를 만들고 있는 날 보면서 소름이 돋는다. 곧 너랑 애들을 떠날 생각을 하니까 내 마음이 벌써 찢어지듯이 아픈 것 같아. 그래도 난 너희가 잘 지낼 거라고 믿어. 아홉 번째 이야기는 이유 먼저 말하고 시작하려고. 아홉 번째 이유는 넌 나에게 그 깊은 사랑을 포기할 마음을 줘서 그래서 널 더 사랑했어.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나는 너를 포기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어. 아무리 봐도 너랑 나랑은 마음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 않기도 하고 내가 널 너무 내 마음에 옥죄어 놓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수학여행 끝자락에 널 만나서 했던 앞으로 널 안 부르겠다는 말을 지키고 싶어서 널 포기할 방법을 찾았어. 오히려 널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내 마음에는 상처가 많이 나서 매번 너무 아팠어. 그래서 이 결심을 하고 제일 처음 찾아간 사람은 황인준이야.


“황인준 나 이동혁 포기할 거야. 도와줘.”
“진심이야?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너무 아파서, 차라리 얼른 잊고 싶어.”



 황인준은 아무래도 내가 너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으니까 누구보다 내 아픔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던 첫 번째 내 빛이야.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한 다음 황인준이랑 나는 이제노를 만나러 갔어. 내가 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 함께 있어 주던 두 번째 내 빛이야. 이제노는 내 말을 듣자마자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렸고 나는 그때가 돼서야 내가 무슨 결심을 한 건지 조금은 실감이 났어. 사실 황인준이랑 이제노에게 속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해서 마지막으로 요새 나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어줬던 세 번째 빛인 나재민을 만나러 갔을 때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있었지.


“황이랑 이제노는 뭐라고 했는데?”
“그냥 말도 못 하고 안절부절.”
“왜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며. 새로운 사랑을 찾으면 되겠네.”


 근데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 나뭇잎이 점점 빨갛게, 노랗게 다양한 색으로 물 들어갈 때 나는 내 마음속에 짙게 물든 너를 빼내려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다녔어. 학교에서 최대한 널 마주치지 않고 등교도 따로 하려고 일찍 가고 너랑 계속 이어가던 연락도 먼저 끊었어. 혹여나 급식실에서 널 마주칠까 매일 다이어트를 한다는 마음으로 고구마도 싸서 다녔다고. 내가 널 잊으려고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데. 하지만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내가 널 잊기는커녕 널 그리워하는 걸 본 애들이 나에게 남자를 소개해줬어. 너도 알지? 학생회니까. 인맥도 넓은 나재민이 학생회장 이민형에게 날 소개해 준거야. 생각보다 너랑은 정반대로 다정했고 무심하지도 않았어, 잘 챙겨줬지.


“안녕 여주.”
“선배! 오늘도 학생회 일로 바쁘시죠.”
“아니, 오늘은 데이트하려고 회의 빠졌는데.”
“그래도 되는 거 맞아요?”


 민형선배는 워낙에 학교에서 유명했어. 잘생겼는데 공부도 잘하고 거기에 학생회장까지 맡았으니까. 나도 이름은 들어봤는데 실제로 엄청 좋은 사람이더라. 막상 널 잊기 위해 선배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매번 마음에 걸렸지만 널 제대로 지워보고 싶어서. 내가 급식을 안 먹고 고구마만 먹으니까 우연히 살도 꽤 빠져서 이제노가 맨날 잔소리했는데. 너는 반에서 도대체 누구랑 논거야. 이제노는 맨날 우리 반으로 와서 잔소리만 하고 가끔 네 소식도 알려줬어. 근데 넌 엄청 잘 지낸다더라.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어?

 내가 너를 멀리한 지 3주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민형선배를 소개받았고 민형선배와 2주 정도 연락을 하다가 선배가 먼저 고백을 했어. 낙엽이 다 물들고 힘없이 떨어지던 때에.


“여주야 나 너 좋아해.”


 네가 이런 말을 나에게 했으면 어땠을까. 고백을 듣고 너를 진짜 정리할 때가 왔다고 느꼈어. 이 고백만 받아주면 너랑 끝나니까 사실 쉽사리 답을 하진 못 했어. 나는 며칠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민형선배에게 시간을 구하고 나는 혼자서 당일치기로 할머니 댁에 갔을 때 봤던 바다를 보러왔어. 물론 내가 왔을 땐 여름과 달리 너무 차가운 바람이 드러난 내 살결을 따갑게 스쳐 지나가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딱 한 가지 내 머릿속을 맴돌던 말이 있어. 그리고 모래를 맨발로 걷고 있을 때 화가 났어. 전에 묻어뒀던 추억이 떠올랐거든. 그날은 분명 행복했는데,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린 날은 괴로웠어. 


“다음 생에는 너로 태어나서 날 가슴 아프도록 엄청 깊게 사랑할 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민형선배를 만나 그 고백을 받아줬고, 이로써 너를 보냈어. 사실 널 지우려는 목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네가 날 봐주길 하는 마음으로 민형선배를 만났던 것 같아. 물론 선배랑 나는 일부러 티를 내려고 하지 않았지만 워낙에 선배가 인기 있는 탓에 급속도로 소문이 퍼졌더라. 너는 언제 들었어? 내가 민형선배랑 사귄다는 거. 선배와 연애는 사실 좋았어. 물론 내가 연애 감정은 아니었지만 나름 연애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알려준 사람이지. 민형선배와 만난 널 피하지 않고 만났어. 내가 널 만나러 가지 않으면 넌 나를 만나러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지. 애들은 사실 날 안쓰럽게 봤어. 내가 널 잊기 위해 애쓰는 걸 다 봤으니까.


“여주야 오늘 급식 같이 먹자.”
“좋아요, 선배.”


 선배가 날 데리고 급식실에 갔을 때 널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아. 진짜 신기하게 어쩜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지도 않지. 너는 무슨 일로 애들이랑 같이 앉아서 급식을 먹고 있었고 나랑 눈이 마주치자 당황했는지 우왕좌왕하다가 물컵을 쏟았는지 애들이 시끄럽게 뭐라고 하더라. 나는 선배 앞에 앉아서 급식을 먹는데 내 자리가 하필 네가 앉은 자리 대각선이라 네가 너무 잘 보였고 시선을 피하기 어려웠어. 너 그때 왜 날 쳐다봤어? 그때 제대로 체해서 결국 별로 먹지도 못한 거 다 토해내고 선배가 보건실 데려다줘서 보건실 침대에 눕고 선배가 나간 뒤에 누워서 천장을 보는데 아까 네 눈빛이 계속 생각나면서 마음이 아려왔어. 선배는 항상 날 사랑에 빠진 눈으로 보는데 그 눈 속에 비친 나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선생님 저 조퇴하고 싶어요.”


 나는 학교에 더 있다가는 정말 내 정신을 놓아버리고 너에게 다시 달려갈 것 같았어. 그냥 네가 그리웠어. 그래서 난 또 네가 없는 곳으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보건실을 문을 열었을 때 네가 앞에 서 있었어. 너무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네 눈 속에 비친 나는 사랑에 깊이 빠진 사람의 눈빛이더라. 사랑에 빠진 눈빛 이외의 나의 모습은 초라했어. 그리고 그 눈 속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지. 널 보자마자 정말 안기고 싶었는데 그냥 도망쳤어. 그때 네가 날 따라왔다면 지금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하지만 넌 날 따라오지 않았어. 내가 1층에 도착했을 땐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오히려 믿기 싫었어.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무것도 없는 위에서 뭘 그리 급한지 다 토해냈고 울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침대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했어. 나에게 다가올 후폭풍들이 두려워서 눈을 감는 걸 피했다고 생각했지. 그러나 눈을 떴을 때 나는 학교에 가야 했지. 엄마에게 이걸 말할 수도 없으니까. 휴대폰을 보면 선배에게 부재중 전화도 엄청 쌓여있고 그냥 애들 문자나 전화도 엄청 많이 쌓여있었지.



“여보세요? 선배.”
-“몸은 괜찮아? 어제 동혁이가 와서 얘기해줬어.”
“죄송해요.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져서.”
-“아니야. 오늘 학교 오는 거지?”
“네.. 할 말이 있는데, 언제 얘기할 수 있을까요?”
-“끝나고, 끝나고 보자.”


 선배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져서 벌써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선배는 지금까지 날 사랑해줬는데, 내가 어떻게 헤어지자고 말을 하겠어. 학교에 도착하자 황인준은 정색하면서 욕을 했고, 이제노는 그냥 걱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만 봤고, 나재민은 웃으면서 날 걱정해줬어. 나는 미안해져서 급하게 변명을 하다가 우리 반으로 들어오는 널 보자마자 나는 또 반을 나와 도망쳤어. 너는 그때 뛰어와 나를 잡았어, 처음으로.


“나 좀 놔주라.”
“왜 피하는데.”
“그냥 지금은 널 못 보겠어.”
“그럼 얼마나 지나야 날 볼 수 있는 건데.”
“넌 왜 보자고 한 건데.”
“미리 말 안 할 거야.”


 나는 빠르게 널 지나쳐 반으로 들어왔어. 선배를 마주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연히 마주치는 일은 없었어. 학교 수업이 끝날 때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졌어.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난 어차피 죄인인데 어떻게 말을 해야 불쌍한 죄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 종이 울리고 나는 반 앞에서 기다리는 선배에게 다가갔어. 벌써 눈물이 나는 것 같은데 걸어가는 길도 평소와 비슷했어.


“선배 있잖아요.”
“알았어. 너 마음 잘 알았으니까 미안해하지 마.”
“...그게...”
“그래도 나 너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 알지? 언제든지 나 이용해.”
“정말,”
“미안하다고 하지 않기로 약속해.”


 선배는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더 미안했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이 선배에게 조금이라도 값을 치르는 걸까. 바보같이 나처럼. 다음에는 선배를 더 먼저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어, 한편으로는 너에게서 벗어나긴 글렀다고 생각했지. 아홉 번째 이야기도 끝이 났네. 오늘 이야기는 그냥 짝사랑 중에 반항 좀 해봤어. 다음이 마지막이네. 이유는 꽤 뻔해. 그리고 가장 최근 이야기라 너도 확실하게 기억하지? 내가 왜 떠났는지. 부디 이 이야기의 끝이 슬프지 않길 기도할게, 안녕.


10

[NCT/이동혁] 내가 널 사랑했던 10가지 이유 통합본 | 인스티즈
안녕 동혁아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이 테이프를 녹음하고 있어. 그동안 네가 생각했던 내 모습과 달라서 놀랐지? 내가 이렇게 못된 사람이라 미안해. 너를 떠나기 3일 전이야. 조금 피하긴 했어도 너를 떠난 적은 없었는데 이제 너를 못 본다는 사실이 아직은 믿기지 않아. 사실은 후회할 것 같기도 해. 마지막 테이프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고 했는데 사실 나 지금도 결정 못 했어. 너한테 어딘지 알려준다고 해서 이 마음이 해결될까? 과연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너에게.

 내가 떠나기 전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하는 건 학교였어. 다른 사람들이 날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너 옆에 네가 날 좋아해 주기를 마냥 기다리는 게 오히려 더 미칠 것 같았어. 나도 그냥 지나가는 풋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지금 이거 몇 번째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널 너무 깊이 사랑하게 돼버렸다는 걸 잊지 말아줘.

 학교를 정리하면서 애들한테 미리 말해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어. 근데 너에게도 인사를 못 하고 떠날 정도면 그만큼 애들한테 정도 엄청 많이 들어서 그런 거니까 차마 애들한테도 말을 못 하겠더라. 하지만 여러 번 의심을 받는 상황이 있었어, 내가 짐을 정리하는 모습을 들켰거든.


“이여주 너 왜 갑자기 짐을 싸.”
“뭐야 여주 어디가?”
“여주야 재민이 두고 어디 갈 거야?”


 각기 다른 반응을 나에게 보였는데 그때도 너는 없었어. 네가 하려고 했던 말이 조금은 궁금했는데 여전히 널 볼 용기가 없었어. 물론 결국 못 들었는데 그때 진짜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거야? 짐을 정리하는데 내가 생각보다 사랑을 많이 받았음을 느꼈어. 내가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거 알지? 그래서 너희 엄청 많이 찍었잖아. 그 사진을 뽑아서 보는데 너희가 항상 날 둘러싸고 지켜주고 있는 모습이더라, 대부분. 그 사진들은 내 마지막 선물이야. 내가 가기 전에 애들 집 하나씩 놀러 갔잖아. 그때 각자 어딘가에 숨겨뒀어. 집 막 뒤져서 미안. 근데 진짜 위에 툭 올려 둔 거라 찾기 쉬울 거야.

 사진 하나하나 다 예술이야. 누가 찍었나 싶어, 진짜. 이제 진짜 마지막 이야기 시작할게. 이게 내가 떠나기 전 너에게 쓰는 편지라고 말할 수 있지. 그냥 정리가 안 되지만 진심만은 가득 담았어.


“이동혁 너 오늘 뭐 해? 애들이랑 같이 놀자.”
“...뭐야 왜 갑자기 말 거냐. 그렇게 피하더니만.”
“쉽게 오지 않는 이 누나랑 만날 수 있는 기회야. 무조건 와.”
“오지 말라고 해도 가려고 했어. 그리고 우리 집에서 놀잖아, 바보야.”


 다 같이 내가 떠나기 전에 모여서 너희는 마지막인 걸 몰랐지만 나 혼자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던 날. 너희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너희에게 마지막으로 주고 싶은 선물들을 고르는데 너도 알지, 나 고르는 거 잘 못 하잖아. 그래도 나름 근사하게 해주고 싶어서 내가 장미 한 송이랑 여러 가지 준비해서 갔더니 너희 다 종업식 선물인 줄 알고 좋아했잖아. 진짜 바보들. 내가 상자 안에 편지 숨겼는데 아직 아무도 못 본 것 같아. 상자를 안 버렸길 빈다, 빌어.

 고기도 구워 먹고 영화도 보고 진짜 유치한 영화를 봤는데 우리 다 엄청 좋아해서 더 웃겼어. 그러다가 황인준이 감성에 푹 젖어서 갑자기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불안했어. 뭐 술을 먹은 것도 아닌데 실수로 황인준이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말하면 이 분위기 망치는 거니까, 엄청 불안했는데.


“이여주 너는 제발 사람 걱정 좀 하게 만들지 마.”
“이건 나도 공감.”
“인준아, 제노야 왜 그래. 너희 술 마셨어?”
“그건 재민이도 공감해. 너 사람 심장을 가만 안 두는 게 특기야, 아주.”


 그래서 눈물이 나는 거야, 주책맞게. 마지막이라고 절대 안 울 거라고 집에서 몇 번을 다짐하고 다짐했는데. 너희가 날 이렇게 걱정해주고 아껴준다는 게 너무 많이 느껴졌는데 이걸 너무 늦게 안 것 같아서. 어쩌면 너희의 호의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건 아닌가 싶어. 그 와중에 너는 고개만 끄덕일 뿐 별말이 없어서 내가 그동안 널 걱정 시키진 않았나 보네.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을 때.


“항상 행복해야 해, 너는. 아프지도 말아야 하고.”


 너의 말에 결국 이 악물고 버텼던 눈물이 흘렀어. 나 진짜 펑펑 울었잖아. 오히려 너희들이 당황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진짜 내 인생에서 이런 친구들 만날 수 있을까 싶으면서 가지 말아야 하나 다시 고민하게 되었던 순간인 것 같아. 날 한참을 달래주다가 새벽까지 보드게임을 하는 건 또 너무 즐거웠어, 오랜만에 진짜 힐링하는 느낌. 그러다가 너희가 다 잠든 걸 확인하고 난 네 침대에 누워서 천장에 붙어있는 형광 별 스티커를 보면서 혼자 숨죽여 울었어. 정이 너무 많이 들었나. 울다가 목이 너무 텁텁해서 물을 마시려고 밖에 나왔을 때 몰래 내가 울고 있는 걸 알아챈 네가 서 있었어. 그때 처음으로 네가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아. 날 꽉 안아주는 네 품에 안겼을 때 또 엄청 울었잖아, 나. 와 나 진짜 울본가?

 한참을 네 품에 안겨서 울다가 나는 네 얼굴을 봤고 네 눈빛도 분위기랑 똑같이 촉촉했어. 그리고 사이가 좁혀졌지. 너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에게 입을 맞췄고 난 그마저도 좋아서 네 목에 양팔을 감았어. 왜인지 깊어지는 입맞춤이 너무 황홀해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자꾸 헤어나올 수 없어서 괴로웠어. 그러다 번뜩 정신을 차린 나는 네 어깨를 밀쳤고 너는 힘없이 밀렸어. 네 얼굴을 봤을 때 나는 무슨 의미인지 해석할 수 없었어. 너 그때 도대체 무슨 마음이었던 거야. 왜 내 손목을 잡고 네 방으로 들어가 날 앉히고서 아무 말도 없이 날 쳐다봤던 거야. 난 정말 네 눈빛을 해석할 수 없었다고. 그래서 난 떠나기로 다시 마음먹었어. 넌 분명 다음날에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게 날 대할 테고 그걸 견딜 자신이 없어서 난 처음으로 너에게 한 발자국 빠르게 다가가 입을 짧게 맞추고 도망쳤어. 알아. 네가 도망치는 날 몇 번이고 붙잡았는데 난 그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향했잖아, 매정하게.


집에 와서 진짜 마지막 짐을 챙겨서 나왔어. 테이프와 MP3를 상자에 담아 새벽에 너희 집 우편함에 넣어두고 나는 떠날 거야. 진짜 매정하게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전화번호도 바꾸고 말이야. 정말 미안해. 너랑 애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떠나서. 너희가 너무 소중해서 그랬어. 너는 믿지 않겠지만 나 마지막까지 흔들렸어. 너희가 자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야. 너희랑 함께하던 순간들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행복했어.


음- 동혁아 너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이제 이 테이프 녹음을 마치려고 해. 열 번째 이유는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줘서 고마워. 널 사랑하고 나서부터 많은 상처와 동시에 내 인생에서 그런 사랑을 또 할 수 있을까 싶었어. 너랑 함께 걸어가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고 너랑 바닷가에서 누워서 노래 들었던 날도 좋았고 네가 날 업고서 걸어가는 길은 꿈만 같았어. 다음 생에는 나를 사랑해줘. 난 아마 다음 생에도 너에게 빠질 테니까 나처럼 상처를 받진 않아도 될 거야.


진짜 마지막으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지. 근데 알려주기 전에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네 마음에 확신이 있을 때 와줘, 나에게. 그게 아니라면 날 살려줘, 너란 사람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기회라도 주란 말이야.


사실 엄청 가까이에 있어, 나. 너랑 지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여름밤 있었던 곳 말이야. 정말 많이 사랑해 동혁아, 사랑했어. 솔직하게 말하면 아마 난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을 거야. 네가 날 사랑한다면 괜한 걱정은 하지 말라고. 10가지 이유는 그냥 핑계야. 널 너무 사랑해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려서 한 번이라도 표현하고 싶었어, 내 마음. 기다리긴 하겠지만 오지 않아도 난 괜찮아. 너의 마음 언제나 존중해. 애들한테는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될 거야. 내가 예약 문자로 다 남겼으니까.


이제 끝이야, 끝. 이동혁을 여전히 너무 사랑하는 이여주가 남김. 마지막으로 DAY6에 Beautiful feeling 들려줄게, 가사가 딱 내가 하고픈 말이야.



너와 같은 하늘 아래에
숨 쉬는 매 순간이 난
좋아 사랑이란 단어론
충분하지가 않아 이 아름다운 느낌

Beautiful feeling中









안녕하세요!

막상 쓰려고 시작하니까 얼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먼저 통합본 올립니다. 전이랑 내용이 많이 달라지고, 맞지 않는 부분들도 수정했어요! 

정확하게 42619자입니다. 다음 동혁이 외전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부디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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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제ㅏ발 ㅁ부디 한참지나서라도 글 지우지말아부세툐ㅜㅜㅠㅠㅠㅠㅠ진짜 대박입니다 정말 대박 대박 ㅠㅠㅠㅠㅠㅠ
3년 전
비회원122.225
헐.....대애박...대박....대박이다..........미친..........작가님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2
작가님 ㅠㅠㅠ 너무 잘 봤어요 ㅠㅠㅠ 이렇게 절절하게 짝사랑을 ,, 표현하시다니 ,, 저 지금 웁니다 ,,,,,,, 😭😭 다음 동혁이 외전도 너무 너무 기대돼요 !!!!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
3년 전
독자3
와,,,,작가님 저 이렇게 푹 빠져서 본 글은 처음이에요ㅜ 너무 너무 절절해서 제 마음이 다 아프네요ㅜㅜㅠ 다음 이야기 기대할게요!!
3년 전
독자4
와...저 진짜 쭉 달렸어요 와 제발 후속작있져 제발 있다고 해주세요ㅠㅠㅠ 아니 그리고 여주는 마지막에 누가봐도 쌍방향인데 왜 모르냐고 바보야ㅜㅜㅜㅜ
3년 전
독자5
슨생림.... 심장이 좀 아파여ㅠㅠㅠㅠㅠㅠㅠ막 아프다... 제가 사랑을 몰랐는데여,,, 사랑 좀 해보고 살걸 그랬네요
3년 전
독자6
아 너무 절절해요 ㅠㅠㅠㅠㅠㅠㅠ 세상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7
진짜...미쳤다....동혁이 시점 너무 보고싶어요 선생님...
너무 잘 읽었습니다...와.....💚

3년 전
독자8
절절한 짝사랑 정말 잘 읽었습니다!! 동혁이 시점의 외전도 기대하고있겠습니다
3년 전
독자9
오늘부터 외전 존중하며 버티기 들갑니다..
3년 전
독자10
작가님 절 받으세요 .. 읽는동안 제가 짝사랑 하고 있는 줄 알았네여 ... 동혁이 시점에서도 보고싶어요ㅜㅜ 얼마가 됐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3년 전
독자11
우연히 보게됐는데 대박이네요 너무 잘 읽었어요ㅠㅠ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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