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하나, 그리고 열여덟 01
w. 그믐달
( 기본 시점은 여주, * * * 기준으로 태형이 시점입니다. )
저번 글 맛보기 (태형이 시점) |
으. 금방이라도 두 갈래로 쪼개질 것만 같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까지. 언제나 그랬듯 김여주와 미친 듯이 싸우고 나서 친하게 지내는 동기들을 불러내 술을 잔뜩 마셨다. 내 기억으로는 새벽 세 시까지 소주잔을 들고 있던 기억이 나는데, 뭐 그 언저리겠지. 필름이 끊긴 탓에 모두 산산조각 나버린 기억 속에서 유독 선명한 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렇게 감아버리면 그 기억마저도 조각나지 않을까 싶어서. 그나저나 오늘 한 시 반 수업이었던 것 같은데…. 불현 듯 떠오른 시간표에 가까스로 눈을 뜬 채 손만 뒤적거리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1시 12분. 망했다. 분명 알람은 맞춰져 있었을 텐데 왜 안 울린 거, 아 내가 못 들었나. 그만큼 많이 마셨지, 나. 옷차림을 보아하니 저에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잔 것 같은데 그럼 굳이 갈아입을 필요는 없겠고. 침대에서 일어나 급한 대로 고양이 세수만 했다. 세면대 위에 놓인 가글을 주머니에 대충 우겨넣고, 현관에 놓인 모자를 낚아 채 대충 머리에 얹어 놓듯 쓰고선 뛰어 나왔다. . . . 택시를 탈 심산으로 헐레벌떡 뛰어나왔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저 빵집 작년에 없어졌는데…. 분명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사라졌던 빵집이다. 점포정리를 한다며 와중에도 제 값을 받지 못한 채 빵을 팔던 아저씨의 모습이 선명한데. 내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빵집은 그 자리에 그대로다. 놀라울 만큼 작년과 똑같게. 그리고 고개를 돌려 시야를 넓히면 보이는 동네의 모습은 별반 다를 게 없…,저 슈퍼 몇 달 전에 간판 바꿨는데. 이 아파트 단지가 생길 때부터 자리를 지켰다던 오래된 슈퍼는 간판도 그 시간들을 증명하듯 고전적인 글씨체에 언제나 먼지로 가득했다. 쌓이다 못해 굳어버린, 뭐 그런. 그래서 몇 달 전에 아주머니께서 간판을 바꾸셨던 걸로 아는데 대체 왜…. "김태형?" 줄곧 살았던 동네가 낯설어짐을 느끼는 순간 훅 끼쳐온 혼란스러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때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김여주? 근데…. “너 왜 교복 입고 있어?” “……?” 내 나이 올해로 스물한 살, 그리고 김여주도 스물한 살. 고로 교복을 벗은 지 한참 지났다는 얘기. 근데 내 눈 앞에 있는 김여주는…. 아 뭐야. 잠깐만. 나 지금 좀 당황스러운데. 이거 무슨 이벤트, 그런 건가? 왜 남자들이 껌뻑 죽는 그런. 머리까지 좀 자른 것 같고, 교복 코스프레까지 하고선 내 화 풀어주려고 하는 거야? 교복 아직 안 버리고 있었나보네. 쟤도 참…. 아니,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교복 코스프레는 둘이 있을 때 좀 하든가. 남들이 다 보게 이게 뭐야. 하여간 김여주 패기 한 번 알아줘야 한다니까. “야. 넌 무슨 코스프레를…. 사람 다 보잖아. 부끄럽게 그게 뭐야.” “미친놈아, 무슨 소리야. 넌 옷 갈아입으러 간다더니 벌써 갈아입었냐? 웬 모자래.” “어제 나랑 싸워서 화 풀어주려고 무슨 이벤트 같은 거 아니야?” “…? 어제 너랑 나랑 싸웠냐?” …? 뭐지. 어제 못해도 볼펜 하나는 깨 부쉈을 만큼 대판 싸워놓고선. 아, 하도 싸워서 이제 그런 싸움 정도는 싸움도 아니라 이건가. 집 한 채는 날려 먹어야 싸운 건가,이제. “그럼 지금 뭐하자는 거야?” “뭘 뭐하자는 거야. 기가 준비물 사러 가자는 거지.” “…기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단어에 순간 멈칫했다.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도 기술가정이라는 과목이 없어서 ‘기가’라는 말을 그때부터 안 썼던 것 같은데, 스물한 살이 된 지금, 그것도 기가 ‘준비물’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에 어이가 없어서 김여주 얼굴만 쳐다봤다. 어서 내 되물음에 대한 대답을 내놓으란 듯이. “기술가정 병신아.” “야. 우리가 몇 살인데 기술가정을 배워.” “곧 고3입니다. 이 미친놈아.” 분명 방금 고3이라고 했다. 스물한 살인 김여주 입에서 곧 고3이 될 거라고 했다. “…야.” “왜.” “오늘 몇 월 며칠이냐.” "11월 7일." "몇 년도." “진짜 미쳤나 봐. 2012년이잖아.” . . . 201 과거로 온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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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김태형이 물었다. 아니, 진짜 쟤 미친 건가봐. 같이 기가 준비물 좀 사러 가자고 했더니 그럼 옷 좀 갈아입고 오겠다고, 따라 올 거면 따라 오고 귀찮으면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달라기에 기껏 기다려 줬더니만 나랑 뭐하자는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니?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미친놈아. 하도 기가 차서 아니꼬운 눈빛으로 김태형을 노려보기만 하자 눌러썼던 모자까지 벗고선 머리를 박박 긁는다. 뭐야, 쟤 왜 저래. 아 근데 김태형 머리가 원래 저렇게 밝았었나? 아닌데.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까맸는데.
“야. 너 머리 뭐냐?”
“……?”
“머리. 왜 갑자기 밝아진 거냐고.”
“아…. 아 몰라. 야 잠깐만, 나 어디 좀.”
뭐…! 어딜 가겠다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재빠르게 뛰어간 김태형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옷 갈아입는다기에 기다려줬더니만 아까부터 대체 나랑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김태형 머리색은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햇빛을 받아서 그런가? 아, 아니지. 이런 거 생각할 때가 아니지. 감히 날 바람 맞혀? 준비물 사든가 말든가. 나 혼자 사러 간다, 이 개놈새끼야!
* * *
(여기서부터 태형이 시점입니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김여주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침착해, 태형아. 여기가 진짜 2012년일 리가 없잖아. 그래. 마음을 가다듬고,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면….
“…누구세,”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문고리를 놓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럴 수는 없었으니까. 그건 내가 놀란 대상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머리라도 감은 모양인지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던 손을 그대로 밑으로 떨궈버렸으니. 그렇게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쳐다봤다. 서로의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적이 한 공간을 가득 메워버린다. 그 덕에 숨이 턱 막히는 것도 우리 둘 뿐이다. 그렇게 계속 정적이 흘렀다. 이 와중에도 야속하게 흘러가는 시간들은 애꿎은 분위기만 굳혀버리고선 달아나버린다.
“뭐, 뭐야. 너 뭐야.”
정적을 깨는 건 상대방 쪽, 그러니까 이게, 씨발…. 열여덟 살의 내가 말이다.
“그건 나야말로 묻고 싶다, 야.”
“와, 나 죽은 건가? 머리 감다가 넘어졌었나, 내가?”
뭐냐고 물어봐놓고선 내가 대답을 할 줄은 몰랐다는 듯 흠칫 놀라는 김태형은, 아 내가 내 이름 부르려니까 존나 어색하네. 그러니까 열여덟의 나는 자기 머리를 매만지며 저딴 시답잖은 얘기만 잔뜩 해댄다. 병신 새끼. 아무리 둘 다 나여도, 그래도 내가 세 살이나 더 먹었다고 이 상황을 빠르게 납득 시킨 건지,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믿기지 않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체념을 한 건지 오히려 열여덟의 김태형을 만나고 나서 마음이 더 차분해진 것 같기도 하다. 뭐, 저 새끼는 아닌 것 같지만. 아 진짜 정신 사나워 죽겠네.
“야. 너 좀 조용히 해봐. 정신 사나워.”
“와…. 내가 또 말을 하네. 나 진짜 죽었나봐. 어떡하지, 김여주 나 기다릴 텐데….”
“야. 조용히 좀 해보라고.”
“…….”
한 번만 더 내 입에서 조용히 하라는 말이 나오면 그땐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듯 잔뜩 노려보며 말하자 그제야 입을 다문다. 야, 네가 다시 말해봐. 지금이 몇 년도야. 내게 닥친 현실, 아니 현실도 아닌가. 나 과거잖아. 아무튼, 내게 닥친 이 상황들을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으로 부정하고 싶었나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나는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아니길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과 같은? …2012년. 곧이어 돌아오는 열여덟 김태형의 대답에 결국 부질없는 희망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는 익숙했던 것들도 해를 거듭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까마득히 먼 뒤편으로 밀려나게 되듯 2015년의 끝자락에 서있던 내게 훅 끼쳐온 지난 시간의 낯섦은 결국 나를 무너뜨리고 만다.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게 신기했을 만큼 짧은 대답에 나는, 과거가 현실이 된 지금, 끝없는 두려움에 잠식되고야 말았다.
주저앉자마자 든 생각은 모순되게도 김여주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싸우고 나서, 다시는 안 볼 듯 싸우고 나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김여주라니. 두 손에 고개를 파묻은 채 불안해진 숨만 고르다 문득 뒷주머니에 꽂혀있는 휴대폰이 생각났다. 얼른 꺼내들어 화면을 키면 배경화면에 자리 잡힌 ‘서비스 불가지역’. 혹여나 카톡은 되지 않을까 싶어 들어가 봐도 3년 전으로 왔는데 될 리가 있나. 야속하게 디지털시계의 숫자만 하나씩 뒤로 넘어갈 뿐이다.
“저기.”
“……?”
“너 누구야. 아니, 누구세요.”
“…3년 뒤의 너.”
“뭐? 그게 무슨 개소,”
“씨발, 나도 왜 이렇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네 3년 뒤라고. 스물한 살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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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니까, 자고 일어났더니 여기였다고요?”
“어.”
“아, 미치겠다. 무슨 영화예요? 아 잠깐만. 나 쳐다보지 마요. 똑같아서 소름 돋으니까.”
“야, 인마.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정말 소름이 돋는다는 듯 팔을 쓸어내리는 김태형의 모습에 괜히 기분이 나빠져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 답했다. 뭐, 단지 기분이 나빠 내던진 말은 아니었고. 사실이었으니까. 내 얼굴을 빼다 박은 사람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건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야 모를 것이다. 나이가 더 어려보이지 않냐고? 고작 세 살 차이에 뭘 바라겠는가. 그것도 둘 다 나인데. 그냥 머리 길이와 색의 차이겠지. 여튼, 김태형은 내 이야기를 듣기 전에 김여주에게 연락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전화를 걸어보지만 단단히 화가 난 듯 걸려오는 족족 거절을 누르기 일쑤였고 김태형은 아….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요. 울상을 잔뜩 지은 채 나를 쳐다보기에 미친, 너 무슨 나 상대로 반존대 하는 거냐? 야. 그래도 내가 세 살 많으니까 형이라고 해. 하자 나도 나고, 너도 난데 내가 왜 형이라고 해야 하냐는 개소리가 듣기 싫어 닥치고 내 얘기나 먼저 들으라고 했다.
“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터져 나온 한숨. 그냥, 착잡했다. 내 의지로 과거에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돌아가는 것 역시 내 의지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마음대로 시간 이동을 하겠어. 기가 막힌 상황 속에서 한숨과 함께 터져 나오는 헛웃음은 좁디좁은 자취방을 울렸다. 보통 영화를 보면 내가 정말로 어려지거나 그러던데. 과거로 온 것도 어이없고 좆같은데 내가 나랑 있는 이 상황은 뭐람? 이게 말이 되냐고. 아, 그래. 내가 지금 2012년에 있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참. 다시 돌아가면 이 이야기로 소설이나 써볼까 봐. 베스트셀러 급이다, 이건. 돈 존나 벌어야지. 영화도 만들 거다. 씨발.
아, 내가…. 아니 얘가 자취방에 살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쟤가, 그러니까 내가 열여덟 살일 때, 여름방학이었나?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침대에 누워 연신 엄마만 불러대며 나른한 주말을 보내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나는 분명 엄마를 불렀는데 내 방으로 찾아온 아빠가 등짝을 후려갈기시며 이놈 새끼 버릇 고쳐놓는다고, 방 얻어줄 테니 나가라고 하셨다. 대체 넌 혼자 할 수 있는 게 뭐냐며, 이게 다 독립심이 부족한 탓이라며 그 독립심 한 번 길러보라고 집 근처에 작은 방 하나를 얻어주셨다. 좋게 말해 독립심을 기르기 위한 자취지, 따지고 보면 쫓겨난 거나 다름없었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
“뭘.”
“아니, 여기 계속 있을 수도 없….”
“여기 우리 집인데 내가 어딜 가.”
“……?”
너 곧 나, 나 곧 너.
아, 저거 말한다고 눈 잠깐 쳐다봤는데 소름끼쳐서 죽을 뻔했네. 뻔뻔하게 내뱉은 말에 김태형은 벌떡 일어나 뭐라구요?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구요! 하며 나를 내려다보는 꼴이 어째 참 마음에 안 든다. 앉아. 내려다보지 마. 올려다보기 싫어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을 하자 또 바로 앉는다. 그렇게 금방 앉을 거면서 뭐 하러 일어난 건지.
“집에 아무도 안 들이면 될 거 아냐.”
“아니, 아…. 김여주 여기 자주 오는 거, 형이 더 잘 알 거 아니에요.”
“오지 말라고 해.”
“…욕, 해도 돼요?”
“될 것 같냐?”
“아, 아무튼. 안 돼요, 안 돼요. 무조건 안 돼.”
전정국.
내가 뱉은 이름 세 글자에 몸이 굳는 게 눈에 보인다. 새끼, 어지간히 싫은가보네. 하긴, 이때쯤 내가 엄청 싫어했었지. 혐오하다 싶을 정도로. 요즘도 저 새끼 가끔 마주칠 때마다 이맘때 생각이 나서 빡 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나이도 어린 새끼가. 뭐, 어쨌든. 지금은, 아니 나는 모든 게 다 잘 풀렸으니까. 얜 아직 아닐 테고.
“너 쟤 존나 싫어하지?”
“…….”
“내가 도와줄게.”
“…뭘요?”
“병신, 너 김여주 좋아하잖아. 그것도 꽤 오래됐지?”
“…씨발.”
“입 예쁘게 써라. 내가 너고, 네가 나라고 했잖아.”
…뭘 어떻게 도와줄 건데요. 이름만 들어도 빡 친 건가, 정색을 하고 대답하는 김태형. 그래, 이래야지. 전정국 때문에 화가 난 건지, 아니면 제 맘을 훤히 꿰뚫은 내게 짜증이 난 건지, 그것도 아니면 숨기려고 해봐도 내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자기한테 화가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팍 상해버린 듯 노려보는 듯한 눈빛에 피식 웃었다. 그런 날 보던 김태형은 왜 웃냐며, 근데 어차피 미래에서 왔으면 다 알지 않느냐고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기 시작했다.
“얘기해주면 재미없잖아.”
“…?”
“그리고 책이나 영화 보면 이런 거 얘기하면 안 되던데.”
“응. 잘 알고 있네. 안 돼.”
.
.
.
“아, 얘네 표정 좀 봐요. 내가 뭐랬어. 인간들은 노크를 해야 한다고요.”
“난 인간이 아니잖아.”
“어련하시겠어요.”
뭐야, 저 미친놈 둘은? 얘기해달라는 김태형에게 안 된다며 단호하게 말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검정색 옷, 아니 뭔 신부님 차림으로 갑자기 나타나서는…. 그보다 언제 들어온 거야? 문 열어준 적도 없는데 그냥 갑자기 내 뒤에서 짠- 하고 나타났다. 설명하니까 되게 병신 같은데 딱 저렇게 나타났다. 짠.
“뭐, 뭐야. 너는 또 누구세요?”
놀란 열여덟짜리 김태형은 또 토끼 눈을 하고선 벌떡 일어나버렸다. 나는…. 그래, 씨발. 영화 등장인물이 추가 됐네. 그것도 둘씩이나.
“김남준, 내가 뭐라고 해야 얘네가 알아듣겠냐.”
“뭘 해도 지금은 못 알아들을 걸요.”
“이름은 민윤기. 일단 미안하다.”
“……?”
“그게, 그래. 내가 실수를 하나 했는데, 그게 네가 여기 있는 이유야.”
“…뭐?”
“미안하게 됐다."
20152년 11월 7일 태형이의 일기
민윤기. 시간을 관리하는 신이라고 했다.
좆같은 실수 덕분에 내가 여기 있는 거랬다. 개새끼.
김남준. 기억의 신이라고 했다.
씨발, 다시 돌아가면 이 얘기로 영화 만들거다.
SF/판타지계의 전설이 될 거야. 존나 장담한다.
아, 김여주 보고 싶다. 스물한 살의 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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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
독자님들, 안녕! 그믐달이에요. 전반적인 글 내용을 보여주고 싶어서 다시 한 주가 시작되기 전에 얼른 써왔어요. 그러다보니 1편부터 많은 걸 담으려고 한 느낌이 드네요. (시무룩) 제목 추천해주신 거 정말 다 잘 봤어요. 시간을 걷는 소년, 시간에 갇힌 소년 등 요런 쪽으로 하려다 나이가 제목에 들어가면 좋겠다 싶어서 '스물 하나, 그리고 열여덟'로 정하게 됐어요! 고마워요, 모두! ♡ 맛보기 보고 태형이만 나오는 줄 알았죠? 윤기랑 남준이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도 이렇게 정국이가 나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네. 하하하.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을 다뤄보는 건 처음이라 굉장히 힘들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네요. ^ㅅ^... 그래도 열심히 연재해 보도록 할게요. 함께 가실 분들은 여기 여기 모여라~! 시점은... 여주 시점에서 쓰는 게 익숙한데, 아무래도 초점이 태형이에게 맞춰져 있다보니 둘의 시점 모두가 필요하더라구요. 이렇게 시점이 바뀌면 읽는 게 힘들다는 것을 잘 알지만...☆ 죄송해요. 표시를 잘 해두는 걸로 할게요. 그러니 꼭! 집중해서 읽어주셔요. 엉엉. (무릎꿇) 아, 맞다. 메일링 신청 댓글은 꾸준히 확인하고 있어요. 저한테 하고 싶은 말도 다 너무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하트) 메일링은 신청이 마감되는 즉시 1차 발송이 진행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셔요. 그럼 전 이만 텍파 정리하고 메일링 준비하러 가볼게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