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 달과 6펜스
너와 알게 된 건 꽤 오래전 일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동갑내기, 같은 유치원. 그리고 동네에 진학할 학교는 손에 꼽았기에 언제나 너와 함께였다.
유치원에서 생일파티를 했었을 때, 생일이어서 친구들의 앞에 섰어야 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그저 친구들 앞에 서는 일이 무서웠다.
내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자 너는 내 옆에서 손을 꼭 잡고 같이 서 있어주었다.
그리고 이가 빠져서 그런지 윤 이라는 발음을 잘하지 못해 너를 융기야! 하고 부르면 제 이름은 융기가 아니고 윤기라며 툭툭 대꾸했다.
그럴 때면 나는 윤기라고 부르려 노력했지만, 계속해서 융기, 융기…늉기…하는 일이 반복되자 너는 내가 어떻게 부르든 신경 쓰지 않기 시작했다.
곧, 새 이가 돋아나면서 나는 윤기라고 제대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는 융기라 불러보라며 네가 나를 놀리기도 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같은 반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같이 등하교를 했고, 언제나 내 옆엔 너가 있었다. 이건, 나중에도 그랬었다.
언제였지, 4학년이었나? 그때부터 친구들과 방과 후에 축구를 하는 너를 보는 건 내 일상 중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네가 축구하는 것을 옆에서 구경하면서 너를 열심히 응원도 했다. 그러나 너는 언제나 골 한 개가 들어가면 집에 가자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왜 한 골만 넣으면 집에 가자고 하는거야? 라고 물었던 날 너는 한 발로 운동장에 박힌 돌멩이를 툭툭 치면서 한 골 넣었으면 재미없다고 그랬다.
그리고 중학교 배치야 흔히 말하는 뺑뺑이였지만, 혹시 몰라 몇몇 친구들과 여중으로 쓸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네가 와서는 자길 버리고 어딜 가냐며 빨리 근처 공학으로 쓰라고 재촉도 했다.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울상이 되어 온 너의 표정은 꽤, 웃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른 반이 되고,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반에 배치되어 다른 학교 친구들과 섞여 잘 어울리지 못했을 때도 네가 와서는 반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
다른 반인데도 불구하고 수련회나, 수학여행 같은 외부 활동에서도 너는 언제나 나를 우선으로 챙겨다녔다.
고등학교는 당연히 너와 같은 곳을 썼다. 중학교 때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의 마음 한구석에서 너를 향한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던 것이 분명했다.
언제나 같았던 너의 행동 하나하나에 설레 했다. 문자 하나, 문장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들키고 싶지 않아서 툭툭 대곤 했는데도 너는 그런 나를 이해했다.
운동회 때 둘이 같이 문구를 맞춰서 다니기도 했고, 점심은 가끔이었지만, 석식은 언제나 같이 먹었다. 예전과 다른 건 없었다. 나의 마음 이것 딱 하나가 달랐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수능준비로 너도, 나도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른 반이었다. 3년 내내.
지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이야기할 시간 또한 줄어들어 나는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었다.
대학교에 붙으면 꼭 너에게 은근하게라도 마음을 전하려 했는데, 수능이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 너는 여자친구라며 나에게 소개했다. 나도 아는 아이였다.
힘든 3학년 1년을 같이 지내면서 어쩌다 보니 그런 사이가 되었다고 그랬다. 나쁜 마음이었지만, 얼마 안 가서 헤어지고 말겠지. 했던 것이 벌써 2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세계는 너로 세워지고 무너진다.
아무래도 좋았다. 어떤 결말이든.
그렇지만, 내게서 도망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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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게 첫발을 딛어봅니다. 짧고 미숙한 글이지만, 즐겁게 읽으셨다면 좋겠네요! 짧지만 윤기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셨습니다! 두둥 여러분 달과 6펜스 들으세요. 제 글은 상관없으니 브금 들으세요8ㅅ8...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포인트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