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오지코/피코] 우지호 사냥법은 간단하다 03
어, 시발 좆됬다! 촬영음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눌렀더니 미디어 볼륨 최대로 해놔서 매점안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가 컸다. 깼나? 깼을까? 어정쩡한 자세로 그래도 멈춰라 stop이 되버린 나는 우지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또락또락 내 눈굴러가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는다. 너무 긴장해서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그때 우지호가 으음, 하며 앓는 소리를 내면서 눈썹을 꿈틀했다. 시발 깰려나보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놓고는 바닥에 확 주저앉았다. 시발 제발! 제발 그냥 고이 잠들어 주세요. 두눈을 꼭 감고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했다. 그 때 뭔가 내 앞으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건 내 님이 아니라 김유권같은 쩌리중생일 것이다. 라며 자기최면을 걸었다.
"야"
"컥, 콜록…, 콜록..ㅇ,예?"
너무 긴장한 탓인지 나를 부르는 우지호에게 대답할려다가 사래가 들려 존나 쪽팔리는 기침을 해댔다. 지금쯤 내 모습은 일찐한테 돈뺒끼는 오타쿠 코코몽같겠지. 나를 내려다 보면서 발로 내 다리를 살짝 툭 건드리는데, 기분나쁘기는 커녕 내 님이 나를 만져줬자는 (물론 발로)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시발 이거 완전 병이잖아, 우지호 때문에 나 정신병자 되겠네.
"괜찮냐? 사래들렸어?"
사진찍은거 내놔 이 시발새끼야! 라면서 육두문자를 내뱉을 줄 알았던 우지호가 나름 상냥한 말을 해주며 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이거 되게 감격적인데? 내 얼굴앞으로 손을 들이밀길래 악수 하자는 건줄 알고 맞잡고는 아래위로 흔들었더니, 이새끼 뭐야, 좆나 생각없는 원숭이인가? 라는 떫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덕에 나는 느에? 라는 멍청한 소리가 나왔고 우지호는 그자리에서 배를 잡으로 푸핳! 소리를 내며 나를 보고 실컷 웃어주셨다. 뭘 웃어요. 그만 웃어. 왜 자꾸 웃는데, 근데 내 님은 웃는 모습도 이쁘다. 어찌 저리 호탕하게 잘 웃는지.
"일어나라고 병신아"
"아…"
"이새끼 존나 웃긴놈이네"
"예.."
"너, 아까 점심시간에 딸기우유 준 새끼 맞지?"
"예…"
"아까는 존나 박력터지더니, 알고보니 물러터진 홍시였네"
내 님은 표현도 아기자기 하셔라, 물러터진 홍시라니. 그래 삶아진 비엔나소시지 보다는 그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자, 잡아. 라며 손을 내밀어 주시니 나는 내 님의 손을 잡고 벌떡 일어났다. 분명 우지호가 나보다 작은 줄 알았는데, 어째 나랑 비슷비슷하다. 아니다, 나보다 큰가? 어딘가 꿀리는 기분이 들어 꽁기꽁기했다. 여우상에 180넘는 기럭지라, 너무 언밸런스한 조합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보다 큰 사람한텐 정이 안가던데, 내 님은 키크셔도 이쁘십니다.
"지, 지호형!"
"어? 왜?"
"키..키 몇이예요?"
"181인데 왜?"
컥 시발, 내가 무려 2cm나 모자르다. 1cm 차이로 루저 소리 듣고있는 나와 1cm 차이로 위너 소리 듣는 우지호의 조합이라, 존나 억지같긴한데 형은 나랑 잘어울리는 것 같네요. 우지호보다 커질려면 앞으로 우유 열심히 먹어야겠다. 농구도 열심히 하고. 지금 학교 끝났어? 라고 물어보는데 그냥 고개만 끄덕거렸다. 내가 코코몽 소세지 줄테니까 여기 정리하는 것 좀 도와줘. 내 님의 부탁인데 뭔들 못하겠습니까, 나야말로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땡큐인데. 우지호는 내 어깨를 두드려주며 고맙다고 말하고는 빗자루를 들어 매점을 쓸었다. 나한테 등을 지고있어서 뒷태가 다 보이는데, 키는 큰데 골격이 대체로 야리야리하다. 몸에 살도 얼마 안붙어있고, 나중에 이것저것 맥여서 살찌워야지. 내 앞에서 맛있게 뭔가를 먹고있는 상상에 행복해 흐흐하고 변태적인 웃음을 내뱉으며 우지호를 따라서 매점 뒷정리를 도왔다.
우리학교 매점이 이렇게 컸나, 매점 한 번 청소하는데 힘들어 죽겠다. 우지호는 저리 마른 몸으로 맨날 매점을 혼자 치우나? 다음부터는 내가 도와줘야겠다. 매점 앞에서 가방을 매고는 하늘에 있는 별이나 세고있는데, 우지호가 매점 불을 끄고 나오는 것을 보자 쪼르르 달려가 우지호 옆에 섰다. 자, 받아. 내게 코코몽 소세지를 건내는데. 손도 어쩜 저리 고울까, 하얗고 길쭉길쭉한게 누가봐도 우지호 손이요 하게 생겼다. 우지호가 건낸 코코몽 소세지 껍질을 벗겨 입에 넣었다. 원래 소세지 별로 안좋아하는데, 우지호가 준거라 그런지 맛있네. 옆에 있던 우지호도 츄파춥스 딸기맛을 까서 먹고있었다. 어느새 내 시선은 우지호의 입술로 향했다. 아랫입술을 어찌 저리도 두꺼울 수가 있지. 한 번 깨물어보고싶다. 우지호가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그것도 웃으면서, 시발 역시 꽃같은 내 님 이쁘시네요.
"뭘 꼬라"
입도 고왔다면 더 꽃같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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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짜 폭풍업뎃하네욬ㅋㅋ 삼편은 좀 긴가? 아닌가?
댓글달아준 그대들 사랑합니다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