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에게 과외를 받기 시작한 다음날부터
틈만 나면 덕선네 집에 찾아오는 선우.
-덕선아 화이트 빌려줘
-아 저번에 없다그랬잖아!!!!!
-아맞다. 보라누나는?
선우의 눈은 보라를 찾기 바쁘다
-누나 이거 모르겠어요. 알려줘요
12시가 넘어가는 시각 선우가 정석을 들고 찾아온다.
-선우 너 안자냐?
애들은 잘 시간이야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찌뿌둥하게 기지개를 펴는 보라
-저 애 아니에요.
책에 시선을 꽂은 채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선우를
묘하게 바라보는 보라
-내일 일찍 와. 너무늦었어
-싫어요
-....
-싫다고요
-아 지금 몇신데, 열두시야 열두시 나도 잠좀..
보라를 가만히 쳐다보던 선우가 슬그머니 다가와
보라에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레 가져다 댄다.
깜짝놀라 토끼눈을 한 채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보라
선우는 떨리는 손을 뻗어 보라의 안경을 벗긴다.
-언니 선우 아직 집 안갔...
문틈사이로 보이는 둘의 모습을 보고
머리 말리던 수건을 떨어트리는 덕선
-언니.....
-야이 가시내야!!!!! 이시간에 어딜나가!!!
머리에 물이 뚝뚝 흐르는 채로 뛰쳐나가는 덕선을 보며 동일이 소리친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땅만 보고 걸어가는 덕선을
뒤에서 지켜보는 정환.
-다큰애가 이시간에...
늦었는데.
마당에 잠깐 나왔다가 대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덕선을 우연히 보게되고
머리를 한번 헝클고는, 귀찮지만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덕선의 뒤를 따라간다.
덕선이의 뒤에서 느리게 걸었다, 빠르게 걸었다
발걸음을 맞추며 따라가는 정환
-흑...흐윽...
덕선이 갑자기 우뚝 멈춰서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낀다.
그런 덕선이를 보며 자꾸 안아주고싶은 생각이 드는 정환이다.
-흐어어엉... 선우야.....
선우. 이젠 아예 쭈그리고 앉아 소리내고 앉아 우는 덕선이의 입에서
선우의 이름이 나왔다.
-나도.. 좋아하는데 선우.. 흐엉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정환이다.
몸이 굳어버린걸까. 다가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하겠다.
-나도 많이 좋아하는데....
덕선은 무릎에 자신의 젖은 얼굴을 묻은채 가만히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무는 정환,
꽉 깨문 입술에서 비릿한 피맛이 난다
-성덕선 여기서 뭐하냐
무언가를 결심한 듯이 주먹을 쥔 손을 주머니에 넣고
태연한 목소리로 덕선이를 부른다.
무릎에 묻었던 얼굴을 슬그머니 들어 뒤를 돌아보는 덕선.
눈물 범벅이다.
-..정팔아
-아 씨.발
성큼성큼 다가가 덕선의 손목을 잡고 세게 일으켜 안아버렸다.
-너 왜울어
-...흐윽
덕선이 고른 숨을 작게 내쉴때마다 누군가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듯
가슴이 따끔따끔 하다.
-정팔아... 나...
-..가만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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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응
-나 갈께요
입술을 떼고는 어색해 하는 보라를 보니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선우.
-내일 보자,
선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