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차리려니 어깨에 가뭄이라도 난 듯이 뻐근했다. 성규는 목을 한번 돌리고는 마침 다 데펴진 김치찌개를 식탁위에 올려놓았다.'야 ! 밥먹어' '…….'
'아 밥먹으라고!' '…….' 하여간 직접 깨워야 일어난다니깐?
성규가 투덜거리며 호원의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소리가 꽤나 컸는지 호원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
야 일어난거 다 알아. 빨리 밥먹어' 호원을 깨우려고 두어번 흔들자 갑자기 호원의 손이 성규의 허리를 감는다. 호원은 마치 곰인형 안듯 성규를 침대로 끌어들였다.
'아 왜이래 얘가!' 성규는 호원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아! 아프잖아!' '아프라고 때렸다. 얼른 일어나 새끼야' 성규는 호야의 등을 어루만지듯 두어번 훑고는 나가버렸다.
귓가가 화끈 거리는게 얼굴이 빨개진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마치 펌프질이라도 하는 것 처럼 심장이 쿵- 쿵- 거리는게 자칫 떨어질것만 같다.
얘가 안하던 짓을 하고그래……. 성규는 손등으로 볼을 한번씩 찍어누르듯 식히고는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호원도 따라나와 숟가락을 들었다.
'아-' 곧이어 호원의 탄성이 들렸다. '역시 김치찌개는 형이 해준게 제일 맛있어.' '아침부터 왠 아부. 밥이나 삼키고 말해.' '아 진짜라니까? 엄마가 해준것보다 더 맛있어.'
'그만 하고 밥이나 먹으세요-. 내가 한밥 맛있는거는 나도 잘 알거든?'웃으면서 말했다.
'아- 나 늦겠다. 난 밥 다먹어서 싱크대에 넣어 놓을테니깐 밥 다 먹고 김치 냉장고에 넣어놔. 갔다올게-' 성규가 시계를 보더니 급하게 일어섰다. '응, 조심히 다녀와. 아 형. 그러고 보니깐 오늘 몇시에 끝나?' '뭐? 일?'
'응' '글쎄 오늘은 빨리 끝나. 아마 한 아홉시? 아홉시반?' '끝나면 전화해. 노래방가자' '노래방? ' '응, 싫어?' '아니 괜찮아. 나 갔다올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성규는 집을 나섰다. 노래방이라-. 생각해보니 우현은 노래를 그렇게 잘불렀었다. 가수도 울고가라 할정도였으니 말이다.
노래방 주인도 나와서 '아 그 청년 목소리가 여간 좋구만. 목소리로 크게 성공할 판이여'하며 으레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의 목소리를 성규는 기억한다. 가슴 속 까지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를…….
"야 넌 노래 안불러?"
"왜 내 목소리 듣고싶어요?"
"아니 그런건아니고……. 오자한건 넌데 너가 노래를 안부르니깐 뻘쭘하잖아. 뭐라도 좀 불러!"
아까부터 흐뭇한 미소만 지으며 쇼파에 앉아있는 우현에게 마이크를 손가락 사이로 꽈악 쥐어주며 그의 등을 밀었다. 성규는 쑥쓰러움을 눈에 한가득 담으며 웃음 짓고있는 우현을 보며 한손에 꽈악 기대감을 쥐었다. '아- 아…….'그가 노래를 시작하려는듯 마이크 가까이 입을 대었다.
"눈부신 태양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눈을 감으면 아른거리는 오렌지 빛 잔향처럼 어떡해 내 눈 안에 니가 들어와 버린거야 눈을 감아도 환하게 웃던 니 모습이 남아있는걸 혹시라도 느껴지니 온 몸에 따뜻한 온기를 꼭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넌 느낄 수 있겠니 조그맣게 들리는 뜨거운 내 심장이 뭘 말하고 싶나봐 사랑이 올 것 같다고……."
성규는 그의 노래가 끝나도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마다 흘끗 쳐다보며 짓는 눈웃음도, 금방이라도 갈비뼈가 녹아 내려앉을 만큼 달콤했던 목소리도, 아이스크림 마냥 달달한 여운이 귀에 맴돌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왜 김성규 뻑가겠냐?-' 반말했다는게 거슬리긴 했지만 장난으로도 아니라는 말을 못하겠어서 성규는 고개를 살살 끄덕였다.
'그런 어벙한 표정 짓지마, 확- ' 우현이 성규의 어깨를 잡고 뒤로 젖히는 바람에 성규는 정신을 차렸다.
성규가 우현의 어깨를 치며 발버둥쳤다. '진짜 확-' 성규는 말없이 우현을 바라보았다. '확 먹어버리는 수가있어' 성규의 뒷통수에 손이 들어와 목을 받혔다.
야릇한 기류가 성규의 눈을 감겼다. 그리고 이내 부드러운 우현의 입술이 성규의 입술에 자리했다. 휘핑크림 마냥 건들면 금방이라도 녹을것같은, 아찔하고 달콤한 키스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눈을 다시 뜬건 우현이 성규의 옷자락에 손을 대었을 때였다. 성규가 우현의 손을 살짝 내려 놓으며 금방 꿈에서 깬것 같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여기선 하기싫어."
성규의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보고싶다 남우현-. 다시금 가슴 속에서 폭발하려는 그리움을 애써 진정시키며 숨을 한번 크게 고르고 계단을 내려갔다. 멀리 보이는 우편함에는 평범한 흰색이지만 어둠속 빛처럼 눈에 확 띄는 편지봉투가 있었다. 뭐지? 청구서는 며칠전에 다 확인했는데. 조금 빠른걸음으로 우편함에 걸어가 편지봉투를 잡아들었다.
그리고 편지봉투에는 내가 그렇게 고대하던, 목이 빠져도 절대 요만큼의 기미도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의 인사가 적혀있었다.
'오랜만이야 형'
핳.. 제가 태풍때문에 컴이나가서 넷북으로 쓰느라.. 분량이..핳ㅎ.. 느므적네여.. ㅠㅠㅠㅠㅠ 덧글써주시면 사랑합니다 신알신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