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가지는 휴식에 잠깐 눈 좀 붙여볼까 하고 침대에 누웠더니 핸드폰이 요란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발신자는 나만의 개새끼였다.
- ㅇㅇ아.
- 응.
- 너네 집 가도 돼?
- 안돼. 나 쉴꺼야.
- 나랑 쉬면 되잖아. 갈래갈래, 응?
- 요새 나 쉴 틈 없었던 거 알잖아. 찬열아, 오늘만.
- 가도 된다고? 그래! 오빠 간다, 씻고 기다려.
이 새끼를 죽여 말아. 한다면 하는 박찬열을 곱씹고 툴툴대며 화장실로 향했다.
최근 들어 바빴기에 자주 보지 못했던 찬열이의 코를 보호하기 위해 머리까지 감고 화장실을 나가는데,
내 눈에 보이는 건 쇼파에 걸터 앉아 아이스크림을 짤랑대며 웃는 박찬열.
팔을 뻗어 나에게 오라는 시늉을 하더니 내가 쇼파에 앉자 쪼르르 달려가서 드라이기를 꺼내온다.
네 머리카락 볼 때마다 만져보고 싶었다며 머리카락을 한 주먹 뽑을 기세로 달려드는 찬열이의 명치를 팔꿈치로 찍었다.
" 알았어, 살살 해줄게. 이리 와. "
선선한 날씨에 조심스레 머리를 쓰담는 기분이 좋아 눈을 잠깐 감았다.
그렇게 5분 정도 있었을까, 머리가 다 말렸는지 뽀뽀로 나를 깨우는 찬열이의 위로 넘어갔다.
" 와, ㅇㅇㅇ 진짜 무겁다. "
" 닥쳐. "
" 그래도 신혼부부 같고 좋긴 하네. "
나를 한 번 꽉 끌어 안아주고는 어느새 냉동실에 넣어둔 아이스크림을 꺼내와 내 옆에 앉는다.
" 여보야. "
" 응. "
" 오늘 몇 일이게? "
" 31일, 병신아. "
" 그렇지. 써리원데이! "
" 그러니까 거지 찬열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오셨겠지. "
" 나 예뻐, 안 예뻐? "
" 예뻐. "
내 말이 끝나자마자 찬열이는 이마, 눈, 코, 입, 턱 차례로 뽀뽀를 하고는,
"여보야, 31 마이너스 5. 26번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