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순이 엄마! 여기 전좀 더 부쳐야 될것 같아!"
"언니 여기 막걸리가 부족한데?"
시끌벅적 왁자지껄. 딱 여덟글자로 종인이네 집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징어가 오는 첫날 잔치는 했지만 형식적인 것이었다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던 시어머님의 말씀을 받들어
몇칠 후 제대로 된 잔치를 벌이는 종인이네 집에는 평소 편하게 지내던 이웃들 모두가 찾아와서 시끌벅적하게 놀고 있었다.
징어는 곱게 차려입고 너무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괜히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다가오셨다.
"아가 많이 어색하니?"
"아니예요! 그냥 좀...적응이 안되서.."
"아직은 낮설어서 그럴만 하단다. 너무 무서워 말거라. 힘든 거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 하렴. "
"네 어머니."
따스하게 손을 잡으면서 이끌어 주시는 시어머니 덕에 징어는 활짝 웃으면서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
"어머 이 분이 그 곱다고 소문난 김씨 댁 며느리인가?"
"어머어머. 마님 정말 아름다우셔요."
평소에 양반인데도 불구하고 평민들과 많이 소통하고 어울리는 시어머니로 인해서 주변에 평민 아낙네 들도 많이 와있었다. 그래서 인지 징어는
징어네 이웃사람들이 생각나 더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부족한 집에 시집온 귀한 복덩이 라네. 참 곱지 아니한가?"
"네 마님! 정말 눈이 또롱또롱 한 것이 참으로 어여쁘십니다."
순수하게 칭찬하는 말에 징어는 볼이 발갛게 물들어 올랐다. 그런 징어를 아낙네들은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렇게 화목한 분위기로 이것 저것 말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동서 여기서 뭐해?"
"어머. 고모. 오셨네요."
"아... 이아이가 우리집에 온 그 아이인가? 아버지께서 직접 우리집으로 혼인서를 보내셨다지?"
뭔가 가시가 돋힌 듯 한 말투에 징어는 움츠러 들었다. 그런 징어를 감싸는 듯 시어머니는 손을 잡고 인자하게 웃으며 이야기 하셨다.
"저희도 징어 댁과 인연을 맺고 싶었는데 마침 혼인서를 보내주어서 얼마나 고맙던지요."
"안좋은 소문만 돌던데 뭐..."
공격적이다. 아무리 그래도 한 집안 사람인데 어떻게 하면 저렇게 공격적인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 티가 났다.
"우리가문에 해가 되는 일은 없길 바라네 . 난 솔직히 너가 이 가문에 팔ㄹ...."
'쨍그랑'
뒤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종인은 인상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제기랄 술이 왜이리 맛없어? 이러니까 파리가 꼬이는 거 아니야!"
분명 방금 파리라 하면 고모를 향하여 던진 말이었다. 그걸 눈치 챘는지 고모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니 종인이는 아직도 저런 성격 못 고쳤답니까 동서! 하 참! 어이가 없어서!"
손부채질을 하며 사라지는 고모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던 시어머니는 징어의 손을 가만 붙잡고는 말했다.
"아가. 나쁜 것을 듣게 하여 미안하구나. 괜히 귀를 열어두지 말거라."
"네 어머니. 저는 괜찮습니다."
"안되겠다. 잠시 뒤에 어른들이 오실 텐데 지금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것 같구나. "
"죄송해요..저때문에.."
"무슨소리니? 나는 종인이 이야기를 한 것이란다. 종인이가 술이 맛이 없다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 않니? 창피하여 그러하단다.
뉘집 아들인지 참 시끄럽지?"
싱긋 웃으며 이야기 하시더니 종인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종인아. 새아가 데리고 나가서 시장이나 한바퀴 둘러보고 오너라. 여기 지리도 좀 알려주고."
"제가 왜요 . 저는 귀찮습니다."
툴툴거리는 종인을 보더니 가만히 다가가 손을 잡더니 조곤조곤 말씀하셨다.
"종인아. 이 늙은 어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더냐.많이 속상하구나. 조금 있으면 어른들이 오셔서 징어에게 말씀을 물으실 터인데..."
'조금잇으면 어른들 오니까 빨리 데리고 나가라. 나는 니가 아까 술병 던지는거 너가 징어를 생각해서 한 행동인거 안다 이놈아.'
직역하자면 이런 소리였다. 종인은 툴툴대더니 징어의 쓰개치마를 대충 챙겨서 대문 밖으로 나갔다.
징어는 시어머니의 어서 따라가라는 눈치를 받으며 서둘러 대문 밖을 빠져나갔다.
색색의 예쁜 노리개와 고소한 음식냄새가 너무나 정겨운 시장이었다. 징어의 고향과는 다른 분위기의 음식들과 사람들이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 보았다.
"턱 빠지겠다. 길이나 잊어버리지 마. 귀찮아."
"죄..죄송합니다."
기가 죽어서 땅만 보고 가던 징어는 사람들에 치여서 점점 뒤로 밀려났다.
"어...어...."
키가 작은 징어는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그때 누군가가 징어의 손을 잡아 끌었다.
"꺄악!"
"귀청떨어지겠다. 쪼꼬만게 목청만 커서.."
"ㅅ...서방님.."
"내가 길 잊어버리지 말라고 했지.."
"사...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신을 다그치는 듯한 어조에 징어는 금세 눈물이 떨어질 듯 글썽글썽해졌다.
종인은 한 숨을 쉬며 팔을 뻗었다.
"자."
"네...?"
"잡으라고 말귀 좀 알아듣지 그래?"
"가..감사합니다.."
"잘 잡고 와라. 왈패들한테 부딪히지나 말고."
종인의 소맷자락을 잡은 징어였지만 작은 키 탓에 걷는 게 힘든지 계속 뒤쳐졋다.
"어머니는 이런 애를 왜 데리고 나가라 한건지...."
한숨을 쉬던 종인은 징어를 잡아끌어 어깨를 감싸안았다.
"서..서방님..너무 가깝지 않나요..."
"닥치고 그냥 와라 귀찮아."
분명 언어는 거칠었지만 왠지 자신을 걱정한다는 느낌을 받은 징어는 오늘따라도깨비같았던 자신의 남편이 정답게 느껴져
종인이 모르게 얼굴을 살짝 보고 싱긋 웃었다.
"후우... 이제 사람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아요 서방님."
"어....그래..."
종인이 어깨의 손을 걷어내리자 징어는 더이상 자신의 남편이 무섭지 않았다.
"서방님. 감사합니다. "
고개 숙여 인사하는 징어가 당황스러운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 어디 아프냐? 왜이래"
"그냥요..감사해요"
분명 말을 틱틱대고 거칠었지만 행동은 다정했다. 그런 남편이 징어는 왠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종인 시점-
쪼그만 게 뒤에서 알짱알짱 따라오는것이 신경쓰였다. 혹시 아까 친척들이 하는 말에 상처 받았는지
걱정 되어 살짝 뒤를 돌아 보았지만 징어는 주위를 구경하느라 눈을 반짝거리며 정신없이 구경하는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리저리 치이는 게 신경쓰였다.
"저 쪼끄만 키로 어딜 빨빨 대고 돌아다니는 거야... 신경쓰이게,...."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치일 수 있는지.. 소맷자락을 잡는데도 저렇게 치일 수 있나 싶을 정도 였다.
계속 이렇게 걷자니 덩치 큰 사람들 한테 치일 것 같아서 어깨를 잡았더니 움찔 하는게 진짜 애기 같았다.
안절 부절 못하는게 꽤나 재미있어 계속 힘을 주어 잡는데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는게 귀여워 하마터면 이마에 입맞출 뻔 하였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손을 내렸다. 또 안절부절 하겠지 하고 징어를 쳐다보았는데
징어는 오히려 편안하고 예쁜 웃음으로 종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감사인사까지 하는데
꼬맹이가 아니었다. 여자였다.
왘ㅋㅋㅋㅋㅋㅋㅋㅋ나진짜 망글임.......와.........죄송합니다.........요즘 학교에서 과제도 많아서 시간이 없어서 늦게 왔는데
기다린 분들께 이런 망글 드려서 진짜....후...면목이 없어영......
아 그리고 암호닉 분들!!!! 롱이님 준짱맨님 감사함당...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진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