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 나는 이미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W.오뜨
그리웠습니다. 당신을 보지 못하는 동안에 당신과 함께할 소원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낯선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은 무서웠습니다. 당신이 없어 외롭기도, 당신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만나려면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 일을 마치고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말해보게.'
'그 사람과 하루만이라도 같이 지내고 싶습니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
환한 문턱에 선 남자가 급하게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날이다. 이 문이 열리면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일 텐데 그 뒤에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남자는 옷만 매만진다. 그리고 열렸다.
"아…."
"왜 이제 왔어."
"미안해, 내가 미안해."
사과를 하는 순간에도 사실 머릿속은 하얬다. 그 사람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해야 할 말들도 그동안에 일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세상에 둘만 남겨진 듯한 기분이었다. 말라오는 입술을 핥았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이야, 동우야."
"기다렸는데…."
"알아, 미안해."
"편하게…, 편하게 가면 어디가 덧나? 왜 고작 이 하루 때문에 고생을 하다오는데?"
"동우야. 미안해, 잘못했어."
그래도 오늘은 그냥 안아 주면 안 될까. 오늘, 우리는 오늘밖에 없는 거잖아. 호원의 말끝이 흐려지고 동우는 안쓰러운 듯 호원을 끌어안았다. 고마워. 동우가 하는 말에 호원은 자신의 팔을 동우의 품에서 꺼내 동우를 감싸 안았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야.
* * * * *
명수는 새로 들어온 음반 박스들을 들어 옮기다 장갑을 벗고는 이마를 닦았다. 형, 거기서 뭐해? 명수가 부르는데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성규는 창가 앞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이다. 명수는 옮기던 박스를 다시 들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명수야."
"어?"
"이따 형이랑 어디 좀 갔다 오자."
"가게는 어쩌고."
"오늘만."
못 말린다니까. 명수가 가게 키를 들고 나오며 성규에게 나오라고 말했다. 성규는 정리 좀 하고 가겠다며 명수에게 먼저 나가라는 듯 손을 흐느적거렸다. 명수가 나가려 발을 움직이자 밑에서 보이는 누군가의 신발에 한숨을 쉬었다.
"그만 좀 와라."
"할 일이 없는데 어떡해?"
"네 책임이잖아. 그러길래 갑자기 연기를 그만두길 왜 그만둬."
"근데 지금 형이랑 어디 간다고?"
언제봐도 해맑은 성열에 명수도 결국 짧은 웃음을 뱉었다. 명수는 아직도 정신이 없어 보이는 성규를 힐끔 보더니 성열을 데리고 가게를 나갔다. 명수와 성열이 나가고 혼자 가게에 남은 성규가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에 미소를 지었다.
"언제 와…."
아직도 오지 않는 우현에 불안해졌다. 이대로 평생 오지 않으면 어쩌지. 다시 매여오는 목에 침을 한번 삼킨 성규가 다시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우현이 간 그 날로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현이 느껴지지 않았다. 약속대로라면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옆에 있어야 할 우현이다. 성규는 가게를 둘러보다 명수가 열쇠를 가지고 나간 것을 깨닫고 급하게 밖으로 뛰어 나갔다.
텅 빈 가게에 누군가가 흥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가게를 이렇게 비워도 되나? 부드러운 목소리가 가게를 채웠다.
셋은 조용한 납골당에 도착했다. 한 명은 덤덤하게 두 명은 어리둥절한 듯 한사람을 보고 있었다. 성규는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직은 아닌 듯 명수와 성열에게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다.
"인사해."
"형, 이 사람."
"…성규 형이 남우현을 어떻게 알아?"
"……."
"형, 아니다, 이성열 너는 어떻게 아는데?"
"아니, 그게…."
여전히 사진 속 우현의 웃는 모습이 성규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명수와 성열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에 중년의 남성이 그 옆에 서 성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성규는 느껴지는 시선에 기분이 이상해져 옆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애들아, 너무 미안한데, 진짜 너무 미안한데 너희 먼저 가게 가 있어."
"왜 갑자기."
"…아, 알겠어요, 명수! 가자, 가."
성열이 명수를 억지로 끌고 납골당을 나갔다. 성규는 성열에게 고맙다는 듯이 살짝 웃어 보이고 다시 사진 속 우현에게 집중했다. 떨어지는 눈물에 고개를 숙여버린 성규가 흐느끼자 옆에 있던 남자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어깨를 떠는 성규를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다.
"젊은이가 소중한 사람을 잃었나 보군."
"으, 윽, 으…."
"걱정하지 말게. 많은 사람을 사귀다 보면 그 사람도 언젠간,"
"왜에. 왜 이제…, 으, 얼마나, 얼마나 기다, 렸는, 흐, 으…."
성규가 남자에게 안겨 울었다. 내가 그렇게 하면 못 알아볼 줄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볼 줄 알았냐구요. 힘겹게 말하는 성규를, 놀라던 것도 잠시 조용히 안아 토닥여주었다. 중년 남자의 모습은 어딘가 익숙했다. 그리고 성규의 눈에는 더더욱.
"우현 씨, 우현 씨."
"아아, 재미없다…."
"보고 싶었어요."
"늙은 모습 보여주기는 싫었는데."
모르겠어요. 제 눈에는 그대로에요. 성규가 우현의 코트에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특권이 있어.'
한 달에 한 번, 20년 후의 너의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지. 다행인 걸까, 성규가 자신을 알아본 것이. 우현이 코를 한번 찡긋였다. 성규 씨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 성규의 뒤통수를 조금은 거칠어진 손으로 쓰다듬어주는 우현의 모습이, 감정에 북받쳐 펑펑 우는 성규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면, 그 누구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까?
적어도 호원의 눈에는 그래 보였을까.
* * * * *
병원 안으로 급하게 들어오는 명수의 모습이 다급해 보였다. 성종이 차트를 보다 명수가 외치는 소리에 놀라 병실 밖으로 나갔다. 분명 어디서 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성종이 안경을 올리다가 불편한 듯 벗어버린다.
"상담 가능한가요."
"아…."
명수가 다짜고짜 성종의 손을 붙들며 자신을 살려달라고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성종은 안 되겠는지 명수를 끌고 상담실 안으로 들어왔다. 증상이 어떤지 차근차근 말씀해 보세요.
"제가 아무래도 몽유병인 것 같아요."
"근데 왜 이 병원에 오셨어요? 정신병원을,"
"몽유병이 정신병이에요? 그런가요?"
"아니, 당연히."
"돌아다니다가 사고라도 나면 지금 치료 안 해준 당신이 다 책임져요."
그로부터 한 달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명수가 찾아왔다. 그래, 저 말이 지금 몇 번째더라. 한, 아흔아홉 번은 되겠지. 성종이 한숨을 쉬며 명수를 진정시켰다. 아니, 그러니까 상담은 나 말고 정신병원에 가서 하라고. 성종도 슬슬 같은 말을 하는 입이 아파오고, 같은 말을 듣는 귀가 쓰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나도 귀찮은 환자가 찾아왔다. 아, 그리고 추가.
"야!! 너 진짜 그만 좀 오라고!! 어떻게 날 두고, 이런 이상한 의사를 쫓아다녀?"
얼떨결에 사랑싸움 냄새나는 남정네를 사이에 껴 괜히 피곤해졌다. 앞으로의 고달파질 하루를 생각하니 시야가 흐려지고 습해진다. 입안에 이성열과 김명수를 머금고 커피와 함께 삼켜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은 바퀴벌레들이 안 와서 다행이네. 말을 끝내는 동시에,
벌컥 하고 열리는 문소리에 성종이 고개를 떨궜다.
*
그래도 이제는 당신의 곁에 머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제가 나중에 빌 소원이 있습니다. 사실 이미 소원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소원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그래도 언젠가는 또다시 쉼표를 찍어야 하는 날이 오겠죠? 설령 그 날이 당신과 함께 소원을 이루는 날이라고 해도요. 그날에도 이렇게 말을 하고 싶어요. 고맙고 사랑합니다, 라고요. '고마웠고 사랑했습니다'가 아니라,
귀신이 산다, 마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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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해요! ...메, 메일링이 아니라 당황하셨죠? ... 저두요.. 메일링을 하려니 텍파정리를 해야하는데 쓰는내내 쓰는 방식이 달라지니 고치기가 여간 쉬운게 아니덜라구요ㅠㅠ 그래도 다음편은 메일링이 확실하구 새로운필명,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올것을 약속할게요..!! 아 그리고 또또!!
** 쓰면서 저도 좀 헷갈려서 해석좀 해드리려고,..!! 그니까 마지막에 성종이가 성규와 우현이(중년의 모습)가 들어오는 장면을 바퀴벌레 한쌍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성규가 우현이에 대해서 성열이랑 명수는 물론 성종이에게도 다 말을 했기때문이에요, 결론은 모두가 다 알게 된거죠. 어... 그 명수의 몸으로 들어가 있던 그 순간만 빼고 서로 좋아했었고 그랬다는 사실을 다 말했고 우현이가 죽었지만 영혼은 아직 있다는 그런 말도... 다 했다는 거에요ㅠㅠ 이해가 안되신다면 댓글로 막 물어보셔도 돼요!! 이해 되실때까지 열심히 설명해드릴게요.
*** 또, 번외편은 공유하지 않으렵니다...! (나중에 메일링이 끝나면 구독료를 걸거나 이 글을 삭제하겠습니다!)
**** 아 숨기기는 왜이러죠ㅠㅠ 죄송해요 암호닉 이대로 읊어야 할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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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그대 / 오뜨.
그대들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랑해요
그동안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메일링글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대들 모두 너무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