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들 01
일주일간 축적된 피곤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워 블랙홀에 빠지듯 잠이 들었던걸로 기억한다. 가위에 눌린듯 몸이 움직이지 않아 몇번 뒤척이다가 못참고 눈을 떴을땐, 망할놈의 똥강아지들이 내 침대에 누워있었다. 날 죽부인 삼아 팔과 발로 칭칭 감아 누워있는 종인과, 내 발 밑에서 발목을 꼭 잡고 몸을 잔뜩 웅크린채 자고 있는 백현이였다. 발에서 냄새날텐데..목을 죄어 오는 종인의 팔을 대충 휙 던저버리고, 발길질은 몇번하니 몸이 가벼워 졌다.
" 넓은 숙소 놔두고 왜 자꾸 여기로 오는거야.. "
목이 말랐다. 까치발을 들고 침대에서 '쿵' 내려왔다. '윽' 하는 심은 소리가 조용한 내 방에 울린다. 내 몸무게가 잔뜩 실린 충격이 컸던건지 몇번 뒹구르더니 머리를 바닥에 박고 배를 움겨 잡는다. "미안" 내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침대에 자고 있는 저 똥강아지들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몇번의 신음을 뱉어 내고 찬열은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일어났다. "장난이지롱~" 나도 모르게 등짝으로 손이 날라갔다. 씁씁 거리며 닿지 않는 등짝을 쓰다듬으려 낑낑대는 모습이 정말 똥강아지 같다.
" 여기가 너네들 집이야? "
" 아니, 그치만 집 보다 편한 곳이지~ "
거실로 터덜터덜 나왔다. 야맹증이 심한 나였다. 어둠을 무서워 하던 나 였기에 더듬더듬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던 찬열이 나를 지나쳐 서둘러 불을 켠다. 순식간에 거실이 환하게 밝아졌다. 거실을 볼 새도 없이 정수기 앞에서 찬 냉수를 한컵 들이키고, 똥강아지들로 인해 달아난 잠을 아까워 하며 TV나 볼까 하는 생각에 거실 소파로 발걸음을 돌리려다 기절할뻔 했다. 내 표정을 살피던 눈치 빠른 찬열이 선수친다.
" 미안, 싫어 하는거 알면서 "
또 다른 똥강아지들도 있었다. 3인이 앉으면 꽉 차는 작은 소파에 길다란 세훈과 자그마한 경수가 웅크려 자고 있다. 갑자기 밝아진 거실로 인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지만 여전히 꿈속을 해매고 있는듯했다. 난 소파를 등에 지고 바닥에 앉아 "찬열아, 불꺼줘- " 라고 하자 찬열은 냉큼 걸어가 거실 불을 끈다. 내게 암흑이 찾아왔다. 이번 역시 그랬다. 나로 인해 똥강아지들이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수호형은 라디오갔어. 일 끝나면 여기로 올거야. "
" 비밀번호를 들키는게 아니었는데.. "
" 칫, 들킨거 알면서도 일부러 비밀번호 안바꿨으면서.. "
" 그야..귀찮으니까... "
솔직히 말하자면, 겉으론 싫은척, 귀찮은척 하면서도 어쩌면 저 똥강아지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 집에 찾아오는걸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찬열의 질문에 귀찮다는 이유를 대봤자 찬열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찬열은 자신이 깔고 자던 얇은 이불을 세훈과, 경수 위에 덮어주고 내 옆에 털썩 앉았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모든 찬열의 행동이 느껴졌다. '또각또각' 하는 소리가 들린다. 똥강아지처럼 안절부절 하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것 까지도.
" 일 끝나고 바로 온거야? "
" 응. 오늘은 일찍 자고 있더라? 항상 새벽에 자던 애가.. "
" 오늘따라 피곤 하더라고. 내일 스케줄 없지? "
" 응. 저녁에 연습 잠깐 있고. "
똥강아지들이 단체로 집에 들이 닥치는 날의 공통점은 항상 이러했다. 다음날이 스케줄이 없거나, 그날이 무척이나 고달팠던 날이거나, 제대로 된 집 밥이 먹고 싶은 날이라던가. 불쌍한 강아지들. " 내일 아침 먹고가. 뭐 해줄까? " 란 내말에 냉큼 목소리가 밝아지는 찬열이었다. 냉장고에 먹을만한게 있었던가? 아침에 애들 시켜서 장이라도 보게 해야겠다고 생각 하며, 조잘거리며 말하는 찬열에게 귀를 기우렸다.
" 실은, 여기로 오는길에 애들이랑 차에서 엄청 고민했거든. 너한테 뭐 말들어 달라고 할까- 하고 "
" 그래서 결론은 났어? "
" 역시, 너가 해주는 된장찌개랑 계란찜이랑 문어 비엔나랑 또...멸치 볶음! "
"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어? "
" 응! 특히 매콤한 멸치 볶음이 가장 먹고 싶었어. 예전에는 너가 자주... "
나보다 얇고 길다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며, 먹고 싶던 음식들을 나열하는 녀석의 모습이 상상된다. 말을 계속하려다 녀석이 말을 줄인다. 그리고 아주 작게 끙- 하는 앓는 소리를 낸다. 행동 모두가 강아지 같아. 찬열이 말을 줄인 이유를 알고 있다. 물론 찬열도 알고 있고, 나도 알고, 잠에 빠진 다른 똥강아지들도 알고 있다.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싫어하니까. 다.
" 피곤하지, 우리도 가서 잘까? "
" 응. 그러자 "
내가 대화를 끊어버렸다. 더이상 이어 갔다가는 무슨 말까지 나올지 몰라서 였기도 했고, 점점 찬열의 목소리에 피곤이 묻어 나왔기도 했다. 주춤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날 보고는 서둘러 내 어깨를 잡고 부축한다. 충분히 손의 감각으로 방까지 갈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방에 도착해 침대에 누으려는데 아, 똥강아지들이 자고 있지. "잠깐만" 이라 하던 찬열이 아주 익숙하게 장농에서 이불 두어개를 꺼내 바닥에 깐다. 역시,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 읏쌰! 진짜 무겁네.. "
어지간히도 피곤했나보다. 찬열이 거의 끌다시피 침대에서 바닥으로 끌어당기는데도 '음냐음냐' 거리며 잘도 자고 있다. 대단하다. 종인과 백현이 없는 침대는 넓었다. 난 침대에 누워 헝클어진 이불을 목까지 덮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때, 어떤 똥강아지들이 내 침대를 범할지가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다.
" 잘자 "
" 잘자, 찬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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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세요^^
아! 그리고 남자 주인공을 찬열로 착각하실 수도 있겠어요~ 찬열이가 많이 나와서!
하지만!! 남주는 엑소 전체랍니당~
*오늘 편은 프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