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는 마음으로 너징이 쪽지를 살짝 펴봤는데 아니 이게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feat. 종이돌)
펴본 쪽지에는 '도경수' 라는 이름이 큼지막한 글씨로 적혀있지 뭐야. 도경수라면, 경수라면..
아아, 한숨을 푹 내쉰 너징이었어.
도경수라면 1학년 a반에서도, 수만고 전체에서도 잘생겼다고 소문이 자자한 그 도경수요?
도경수라면 그 과묵하고 얼음완댜님이라는 그 도경수요?
너징은 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 쪽지에 적혀있는 자리로 가방을 챙겨 옮겨갔어.
1분단 창가 마지막 줄. 오늘따라 날씨는 왜이렇게 맑은지.. 답답한 속을 부여잡고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자리에 살포시 앉은 너징이야.
너징이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너징의 짝 경수는 뭘 하는지 보이지도 않더라. 차라리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너징이 가방을 풀고 필통을 꺼내들어 책상 모서리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교과서를 펴놓은 채로 책상에 엎드렸어.
아니, 엎드리려고 했어. 너징이 교과서 까지 펼치고 막 엎드리려고 하는데 한참을 안보이던 도경수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너징 옆에 와서 앉는거야. 너징은 깜짝 놀라서 굳어 있었고.
그렇게 경수가 앉은 뒤로도 어색어색하게 가만히 너징이 굳어있는데 경수가 입을 열었어.
"안녕."
어.. 아, 안녕. 바보처럼 말을 더듬어버린 너징이었어. 아이돌들의 얼굴에 익숙해져서 왠만한 남자애들은 오징어로 보이던
네 눈에도 잘생겨 보이는 도경수였으니까. 거기다가 잔잔한 톤의 목소리까지. 괜히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너징이었어.
한참을 인사만 하고 가만히 앉아있던 너징한테 또 한번 말을 걸어오는 경수였어.
"이름이 뭐야?"
경수의 그 말에 딱 알았지. 얘는 나를 아예 신경조차 안쓰고 살았었구나, 하는거.
지금까지 내가 조용조용 친구들과 지내서 그런지 경수는 같은반이 된지 세달만에 처음으로 내 이름을 물어왔어.
"아… 오, 징어."
괜히 부끄러워져서 이렇다할 얘기도 못하고 바보처럼 이름 세글자만 조용히 내뱉은 너징이었어.
그런 징어가 귀여웠는지, 어쨌는지 경수는 살풋 웃었고. 너징은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에 괜히 부끄러워져서 경수 눈을 마주치면서
샐샐 웃어버렸어. 그렇게 너징이 경수를 마주보고 웃는데 순간 경수 표정이 뭔가 진지해진거야.
순간 당황한 너징이 왜, 왜? 하고 물으니까 경수 눈썹이 꿈틀.
"너, 웃으니까 예쁘네."
너징은 굳어버렸어. 남자한테는 처음으로 들어보는 칭찬이었거든, 살찌고 나서 남자한테 처음 듣는 칭찬이었기도 하고.
그런 너징을 경수는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끝내고는 입을 하트모양으로 만들면서 씨익 웃었어.
a반 여자애들이 앓다 죽는다는 그 입모양으로. 너징은 상황파악이 됨과 동시에 귀끝까지 붉게 물들어 버렸어.
타이밍도 좋지. 너징이 얼굴이 붉어진채로 교과서 끄트머리를 만지작 거리자 곧 수업종이 울리고 1교시 담당 선생님 께서
들어오셨어. 경수는 아직까지도 입가에 웃음을 살짝 띈 채로 너징을 흘끗 바라봤고.
수업이 반쯤 진행됐을 땐가, 경수가 필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너징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어.
진한 스킨쉽도 아니고, 뭐 의미가 있는 스킨쉽도 아니고. 그저 말 한마디를 건네겠다고 너징의 손등을 두드린 경수였지만
그런 경수에 또 귀끝이 붉어지는 너징이야. 괜한 부끄러움에 입밖으로 말은 못내고 그냥 고개만 살짝 돌려 경수를 바라보니까
너징의 지우개를 가리키면서 지우개좀. 하고 입모양으로 살짝 말하는 경수야.
아아, 하고 그제야 살며시 웃으며 지우개를 경수에게 건네준 너징은 남은 수업 시간을 계산하면서 한숨 돌렸어.
그러면서도 앞으로 남은 세달동안 경수와 짝을 할 생각에 설렘 반, 불안함 반 맘을 졸이는 너징이었어.
좋아하게 되면, 안되는데. 경수한테 부끄러워서, 안되는데. 하는 괜한 마음에 좋아하기도 전에 겁을 덜컥 먹는 너징이야.
+
분량 조절 망했네여.
제성해여 제 분량은 항상 이렇져 뭐.
^0^... 한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제 글에 꼬박꼬박 댓글 안달아주셔도 돼여.
저는 댓글 말고 구독료를 먹고 삽니다.
계속 읽고있다는 신호를 저에게 주시고 싶다 하시면 점이라도 하나 찍고 가세여..
긴 댓글 성의있는 댓글도 좋지만 여러분이 귀찮으시다면 저는 상ㅇ관 없음다.
안알랴줌 님 대지대지 님 파인애플 님 감사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