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백현아
왜
비가 와
나도 알아
비가 내린다. 도경수는 우산을 들고 내 옆에 서있다.
백현아
왜
너 비오는 거 싫어해?
아니
비가 내려서, 나는 도경수에게 착실히 대답해주기로 한다.
백현이 너는 비오는 걸 좋아하는가 보다
아닌데
내가 쌀쌀맞게 굴어도 언제나 도경수는 웃는다.
도경수가 내 쪽으로 우산을 기울인다. 나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다가 녀석에게서 우산을 뺏었다.
백현아
도경수가 나를 부른다. 하지만 이번엔 대답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도경수가 허밍을 한다. 도경수의 목소리는 듣기가 좋다. 그래서 콧노래도 좋다.
도경수가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박자를 세는듯 고갯짓을 하고 허밍을 하니, 나는 그에 귀를 기울인다.
내가 아는 노래다.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도경수의 콧노래. 다음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무심코 나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도경수는 허밍을 멈춘다. 눈을 깜박거리며 나를 보는 도경수. 한 손으론 이어폰을 빼고,
또 예쁘게 웃는다. 도경수가 웃는 걸 본 나는 훽 고개를 돌려버린다. 도경수에게서 눈을 거뒀지만, 도경수를 알 수 있다. 분명 또 내가 좋아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있겠지. 도경수가 보지 못하니 나는, 마음껏 웃어버린다.
도경수가 듣는 음악은, 도경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도경수의 목소리와는 어울린다. 도경수의 목소리는, 도경수와 어울린다.
도경수가 노래를 한다.
Cause your flyer then them other people
Treat me like another equal
Person that just wants to hang with you도경수와 어울리는 도경수의 듣기 좋은 목소리.
도경수가 부르니, 도경수가 듣는 노래가 도경수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도경수 때문에 생각이 바뀌고, 도경수가 부른 노래를 찾아본다.
도경수가 즐겨 부르는, 도경수가 듣는 음악을, 나도 듣는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도경수와 어울리는 것들은 도경수를 닮아서 참 좋다고.
백현아!
도경수가 큰 소리를 낸다. 나는 멀리 있는 도경수를 금방 찾아내지만, 못본척 한다.
백현아!
도경수가 더 큰 소리를 낸다. 나는 그제서야 발견한듯 가볍게 손을 들어보인다.
백현아
도경수가 나를 부르면서 내게로 뛰어온다. 내 옆에는 박찬열도 있고 김종인도 있는데, 도경수는 나를 부른다. 나만 부른다.
기특해, 나도 모르게 기분 좋게 중얼거리고, 그걸 들은 김종인은 피식 웃는다. 김종인은, 눈치가 빠르다.
백현아
도경수가 헥헥거린다. 헥, 헥, 헥, 강아지 같아.
백현아
도경수는 바쁘게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내 이름을 부른다.
왜
하고 대꾸하면, 손에 든 것을 자랑스럽다는듯 펼쳐보인다.
이거 봐
도경수가 손에 든 것은 강아지 인형이었다. 도경수를 닮아 귀엽다. 눈이 초롱초롱하고 하얗고 귀가 아래로 쳐진, 도경수 닮은 귀여운 강아지 인형.
그게 뭐
너 닮았어 귀엽지
도경수가 히죽 웃는다. 나는 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오른다. 도경수에게 들킬새라 나는 훽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도경수가 저 닮은 인형을 샀을 장난감 가게를 찾아내고야 만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못생긴 인형을 골라든다.
괴상하기 짝이 없는 토끼인형. 분명 토낀데 귀도 짧고 눈도 안예쁘고 코도 이상하다. 심지어 입은 없다.
그런데 빛깔이 연한 분홍색이다. 도경수가 연상된다. 그거빼곤 볼것도 없는 못생긴 인형. 나는 인형을 가지고 빠르게 도경수에게로 간다.
자, 너 닮은 인형.
나는 놀릴 심산으로 못생긴 토끼 인형을 도경수에게 툭 던져준다.
내가 좋아하는 시무룩한 얼굴을 지어보이면서, 내가 이렇게 못생겼어? 하고 물으면, 당연하다는듯 어, 하고 딱잘라 대답해줘야지. 그런데 도경수는,
우와, 이거 진짜 나 닮아서 사온 거야? 진짜 귀엽다 고마워 백현아
라면서 활짝 웃는다. 젠장, 또 당했어. 나는 다시금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마침 또 바로 옆에는 김종인이 있다. 김종인이 웃는다. 나는 공연히 김종인의 정강이를 차버린다.
아악! 형! 김종인이 소리를 지른다.
백현아 넌 웃는 게 예뻐서 부러워
도경수는 또 난데없이 낯간지러운 말을 해댄다. 나는 세차게 면박을 주려 입을 달싹였다. 그런데 도경수가,
난 백현이 너 웃는게 그렇게 좋더라
라고 덧붙여 말한다. 부끄럽기 그지없는 2연타 공격에 나는 그만 입을 다물어버린다.
왜 그래?
도경수는 천진하게 묻는다. 나는 심장이 쿵쾅거린다.
백현아 왜
나는 말없이 도경수의 가슴 부근을 주먹으로 콩 때렸다.
나는 심장이 너무 빨리뛰어서 아플 지경이니까 너도 좀 아프라는 뜻이었다. 절대 아프게 치지 않았지만 어쨌든 심경이 그렇다는 거다.
근데 또 도경수는 장난치는 줄 알고 해말게 웃으며 나랑 똑같이 나를 콩 때린다. 내 가슴 부근을. 나는 정말이지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도경수 너 때문에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