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샤르망
나는 어렸을때부터 엄마의 얼굴은커녕 그 흔한 엄마가 해준 따뜻한 밥한끼도 못먹고 썩 좋지는않은 가정환경과 집안형편이였지만 할머니,아빠 나까지 이렇게 세가족이 남부럽지 않게 사소한것에도 감사하며 잘 살아갔다, 하지만 그 행복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내가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무렵 할머니는 병으로 앓아누워 몇일을 의식이 없으시다가 영영 돌아올수 없는 저 하늘위로 가셔버렸다.
그렇게 아빠도 하루하루를 술에 의지해가며 끌핏하면 가만히 있던 나를 발로차고 때리고 욕을하는게 일상이되었고 나는 더이상은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아빠가 잠든사이 신발도 제대로 못신고 그냥 무작정 집을뛰쳐나왔다 하늘은 이런 내 기분을 아는지 억수같은 비를 쏟았다.
그렇게 나는 정처없이 뛰다가 자꾸만 더욱 거세지는 빗줄기에 사람들도 차도 잘 다니지않는 컴컴하고 외진거리의 처마밑에 숨어 고개를 두 무릎에묻고 숨죽여 울고있을때,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혹시나 아빠일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천천히 고개를드니 겨우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 한명이 우산을들고 웃으며 서있었다.
"이 시간에 여기서 혼자 왜 그러고있어 집에서 쫓겨났어?"
나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남자아이는 우산을접고 아예 내 옆자리에 자리를 잡아 앉는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물었다
"그러는 넌 왜 여깄어 설마 너도 쫓겨나기라도 한거야?"
그 아이는 작게웃으며 고개를 젓고 잠이 안와서 잠깐 밖에 바람쐬러 나왔다며 또 물어보지도 않은 자기 자신에대해 이것저것 얘기를해주기 시작한다.
"아니..난 집없어 이 근처 보육원에 살아, 이거보다 더 어릴때 엄마가 곧 데릴러온다고 보육원에 나 버리고갔어 근데 난 직감적으로 엄마가 안올꺼같았어 그리고 아마 내 기억속엔 아빠회사가 망해서 맨날 술마시고 엄마랑 나 때리고 그러다 몇일뒤에 집을나갔어 그 뒤론 나도 아빠가 어떻게됬는지 몰라..그래서 엄마가 많이 힘들었나봐...아! 내 이름은 종인이야, 김종인 너는?"
너도 나와 비슷한 처지여서 그랬는지 오늘 처음보는데도 전혀 낯설어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너에게 동정심을 느낄무렵 내게 이름을 물어왔다.
"...OOO"
"OOO? 예쁜 이름이네, 그나저나 너 집 안들어갈꺼야?"
"응...나 집나왔어, 아니 집에 안들어가"
"왜그러는지 물어봐도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에 홀린것처럼 이때까지 모든일을 모두 다 말해주었다 너는 가만히 듣고있다가 천천히 내 등을 두들여주었다. 그때 고작 우리나이는 초등학교1학년 넌 그때 당시에도 우리나이에 맞지않게 몸도 마음도 엄청 어른스러웠고, 듬직했다.
"많이..힘들었겠다 나한테 이런얘기 해줘서 고마워"
"아니야 너도 나한테 다 말해줬잖아 그리고 나 괜찮아 차라리 집에서 아빠한테 맨날 맞으면서 있는것보단 이게 더 좋을지도 몰라"
"그럼 나랑같이 내가 사는 보육원갈래? 거기 선생님들 전부 엄청착하셔"
"내가 거기..가도되?"
"당연하지 선생님들도 모두 기뻐하실껄? 자, 가자!"
너는 엉덩이를 털털털고 일어나 우산을펴곤 내 앞에 조그맣던 네 손을 내밀었다, 나도 일어나 조심스레 네 손위에 손을 포개어잡았다. 그렇게 서로 아무말도 오가지않다가 한참을 걸었을까 불이 모두꺼진 고요한 건물한채가 보였다. 아마도 종인이가 살고있는 곧 내가 살게될..보육원 같았다 나는 너를 보며 눈으로 물었다.
"응,맞아 일단 들어가자 더 있다간 너 감기걸려"
그 순간에도 나를 배려해주는 너에 고마워 고개를 끄덕이고 건물에 들어서 2층에 위치한 네방으로 들어섰다, 너는 수건을 가져와 내 머리를 탈탈털어주고 몸도 닦으라고 커다란 수건을 건네주었다. 나는 그 수건을 건네받고 몸 구석구석을 닦고있을때 너는 또 네 방에 위치한 조그마한 서랍에서 너의 옷을 꺼내주었다.
"이걸로 얼른 갈아입어 너 진짜 감기걸려"
"고마워.."
"에이 고맙긴 나 여기 벽에 딱붙어 서있을께 얼른 갈아입어 알겠지?"
"응.."
그렇게 너는 눈을 꼭 감고 벽에 딱 달라붙어서 입으로 숫자를 세며 서있었다 나는 혹시라도 네가 볼새라 얼른 옷을갈아입고 너에게 다가가 너를 톡톡쳤다.
"다 갈아입었어? 옷이 많이크다 그치"
"응, 조금"
"그래도 오늘만 입어 내일 선생님한테 말해서 너한테 맞는 옷 주라고할께"
"으응"
너는 푸스스웃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나를 네 침대에 눕혀준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주고 바닥에 얇은 이불을 하나 깔고 불을끄고눕는다.
"거기 내 침대야 근데 아빠가 옛날에 여자랑은 함부로 같이자는거 아니랬어! 그래서 나는 아빠랑 한 그 약속 지키는거야,잘자OO아"
"진짜 전부 다 고마워 종인아 너도 잘자"
너는 작게 대답을하고 그 뒤로 잠이든것 같았다 나는 지금 이 낯선환경에 또는 긴장감에 자꾸만 속이 콱콱막혀오는 기분에 쉽사리 잠에 들지못하고 밖이 밝아 올 무렵에야 겨우 잠들었다.
이게 너와 나의 첫만남이었다.
어쩌면 너랑 나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