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오지 마, 너 나 어떻게 생겼는지 못 보잖아."
"…."
그냥 또 그렇게 웃어버린다. 도경수는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 항상 저렇게 웃어보였다. 반짝거리지만 텅 빈 눈동자로, 도경수는 항상 무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들고 있던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자그마한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도경수는, 끝까지 나를 찾는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매 순간마다 네가 무엇을 하는지 다 기억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 초라는 시간에 트랙이 열 개라면, 나는 그 열 개를 다 기억해. 다른 사람들은 두 개를 기억하는데. 사람들은 나보고 천재라 그래. 어떤 언어도 보기만 하면 쓸 수 있고, 듣기만 하면 말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한테 있는 문제가 뭔 줄 알아?"
도경수는 보이지 않는 눈을 꿈벅였다. 도경수는 가끔씩,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나를 꿰뚫어 보는 듯 했다.
"나는 너처럼 전체라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 해. 사람과 사람과의 수많은 연상과 유사성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고. 너는 추론 할 수 있고, 작은 것을 이해하면 큰 것을 볼 수 있지만 나는 그게 안 돼. 나는 너와 내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 해. 이렇게 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나는 개개인의 특성을 기억 할 수 있지만 그 개개인들을 묶어 하나로 보지 못 해.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뭔 줄 알아?"
"…."
"쓰레기장. 나는 가끔 내 머리가 쓰레기장 같다고 느껴. 실제로 쓸 수 있는게 얼마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백현아."
"도경수 네가 너무 부러워."
말을 마치자 도경수는 더 이상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뒤돌아 걷자 도경수는 황망한 표정 그대로로 멈춰 있는 듯했다. 더 이상 나를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문득 내가 비참해졌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