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수만고 1학년 b반 변백현이야. 너네들이 알고있는 수만고 1학년 a반 오징어 옆반이지.
우선, 할말이 참 많지만 너희들이 나를 나쁜놈으로, 천하의 나쁜놈으로만 보는것같아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볼까 해.
나는 너희들이 알듯이 징어랑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어.
또, 다들 알고 있겠지만 징어는 중3때까지만 해도 꽤 예쁘장 하면서 살도 찌지 않아서 자신감도 넘치고
항상 활발한 애였지. 그래서, 내가 좋아하기도 했고.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그때의 징어를 많이 좋아했어. 살이 찌지 않은 징어를 좋아한거냐고?
아니.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나는 살이 찌지 않은 오징어를 좋아한게 아니라, 자신감이 넘치고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올곧은 오징어를 좋아했던거야. 그런 징어가 언제부턴가 변하기 시작했지만.
징어는 언제부턴가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어. 그건 괜찮았어. 오징어는 그 자체로도 귀엽고 예뻤으니까.
살이 쪄도 좋았어. 항상 밝은 웃음이 좋았고, 다른 누군가한테 뒤쳐지지 않는 그런 자존감이 좋았어. 자기 자신을 아낄줄 아는 오징어가.
너무 좋았으니까. 그런데 징어는 살이 찌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더라. 자기 자신을 깎아 내리고, 해맑은 미소는 줄어들고
어색한듯이 짓는 웃음만이 항상 징어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었어. 그걸 보고 느꼈지. 다시 징어가 날씬해졌으면 좋겠다고.
그때부터였어. 가뜩이나 의기소침해진 오징어한테 모진말들을 가차없이 내뱉었던게.
난 오징어를 많이, 오래 지켜봐 왔으니까 알았어. 이런말이 아니면 변하지 않을 오징어라는거.
가뜩이나 고집도 센데,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으면, 지금 상태 그대로 의기소침한 상태로 영원할거라는거.
그런 답답한 마음이 컸던것 같아. 오징어가 상처를 받던 말던 그건 나중 일이었어.
일단 살을 빼고 나한테 욕을 하고, 때려도 좋았어. 그냥 나는 오징어가 옛날의 오징어로 돌아가면 좋았어.
그런데 왜그런지. 너는 절대 그때로 돌아가지 않더라. 점점 더, 너는 바뀌어 가더라.
수만고에 간다는 오징어를 따라서 나도 수만고로 진학했어. 징어는 진로에 대해서 이것저것 고민이 많아 보였지만
나는 어느 학교를 가도 똑같을것 같았기 때문에 그냥 징어를 따라 수만고로 향했지. 징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생각없이 친구랑 웃고 있더라.
수만고로 향해보니 어릴적부터 친했던 경수, 세훈이, 찬열이 뭐 다들 같은 학교더라? 그래서 나는 더 좋았지.
오징어 뿐만 아니라 다들 같은 학교니까, 어쩌면 친해질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경수네 반인 a반에 경수를 보러 갔다가 처음으로 고등학교에 온 오징어를 봤어. 너는 여전했어. 아니, 바뀐 네가 여전했어.
살은 못본새 더 쪄버렸고, 가뜩이나 의기소침해 있던 오징어는 더 의기소침한듯 보였어.
그래서 그랬어. 오징어한테 가서 모진말 했어. 욕도 하고, 상처도 줬어.
내 말로 인해서 오징어가 돌아왔으면 좋겠어서, 잔뜩 가시돋군 말로 너를 긁어댔어.
네가 너무 좋은데, 너의 그런 모습이 너무 싫어서. 그래서 그랬어.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가 아닌것같아서. 그런 너는 네가 아니라서. 자꾸 안타까워서.
어느날은 경수가 진지하게 나한테 말하더라. 징어한테 도대체 왜그러냐고. 사실 무슨 대답을 하기도 애매해서 슬쩍 웃으면서 피했어.
대충 경수도 눈치챈 느낌이더라. 그런데 내 눈에도 보였지. 도경수가 오징어를 바라본다는게. 아주 잘, 너무나도 잘.
그래서 더 심술이 났나봐. 가끔은 그런 날도 있었어. 네가 그냥 그대로 있어줬으면. 하는 날.
왜일까? 나는 원래의 오징어로 돌아왔으면 하는데, 왜 그대로 있었으면, 했을까.
도경수 때문인가. 왠지 네가 도경수를 향해서 웃는걸 볼때면, 그때만은 네가 어릴적 너인것같았어.
아무런 겉치레에 신경쓰지 않는 오징어 그대로의 모습. 괜히 더 심술이 나버렸어. 네가 도경수를 보지 않았으면 했어.
경수가 나한테 그런말을 하더라. 징어가 드디어 마음먹고 다이어트를 하는것같다고.
이제 그만 좀 못살게 굴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멈출수가 없었어. 징어가 다이어트를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면 어떡해.
또 상실감에 빠지면 어떡해. 솔직히 비웃을지도 몰라. 아니, 지금도 너희들은 비웃을지 몰라.
내가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다 너를 위한거였어.
언제나 백마탄 왕자님이 있으면, 악당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내가 악당이 되기로 했어.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네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약해져.
다시 밝은 빛을 머금는 오징어를 보니까, 마음이 약해져. 자꾸, 약해져. 왜이러지.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에 입술만 잘근잘근 씹고있는데 찬열에게서 연락이 왔어. 내일이면 방학도 끝인데, 오랜만에
영화나 보러 가자고. 그런 찬열의 말에 남자들끼리 무슨 영화냐며 비웃음을 날렸더니 이런때에 쭉쭉빵빵한 여자들이 많다고
나를 부추기는 박찬열이었어. 어쩔수 있겠어? 그냥 어이없이 웃음을 흘리면서도 영화관으로 향했지.
영화관으로 향해 박찬열이 표를 끊어왔어. 별 쓸데없는 로맨스 영화를 골라왔더라. 우습지도 않아서.
그러다 뜬금없이 내기를 하자는거야. 저ㅡ기 앞에 보이는 여자 두명, 번호 따오기. 둘중에 한명씩 골라서 번호를 따는게
내기였는데. 3만원씩 걸고 시작한 내기라서 나도 진지하게 임할수 밖에 없었어.
내가 고른 뒷모습이 오징어일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
여러분 배켜니 미워하지 마세여.
내가 예뻐하는 캐릭터란마랴. (징징)
나쁜애 아니예여..ㅠㅠㅠㅠ 내가 이렇게까지 꼭 현이 시점을 써야겠슴까..
다들 좀 어? 이케이케 배켜니 입장도 이해해주고..
해줄리가 없자나... 그렇자나.. 암닉분들 감쟈해여. 댓글 눈여겨 보고이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