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두세번? 정도 그런 단어가 있긴 하지만 딱히 불맠 달만한건 없어서 안달았어요~
똥글 망글 잘 봐주시길... ㄸㄹㄹ..
2008. 07. 20. 일요일
꿈에 그리던 SM에 캐스팅됐다.
꿈으로만 그릴 줄 알았지 내가 캐스팅될 줄은 그 누구도, 심지어 나조차도 생각지 못했다.
아아, 이젠 오디션 보러 다닐 때보다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2010. 07. 20. 화요일
내가 SM에 입사한 지 정확히 이 년째 되던 날, 새로 연습생 몇 명이 들어왔다. 그중에는 쇼핑하다 캐스팅된 중국인이 있다던데.. 소문으로는 매우 잘생겼다고. 한편으로는 예쁘다고도 한다.
얼마나 잘생겼을까. 기대돼.
2010. 07. 30. 금요일
소문으로만 듣던 잘생겼다는 그 애를 봤다. 나랑 동갑이었다. 진짜. 정말.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잘생긴 것 같아. 선배님들도, 연습생 친구들도 모두 잘생겼지만 내 생각엔 얘가 제일 잘생겼어.
루한. 잘생긴 루한. 친해져야지.
2010. 09. 03. 금요일
루한과 친해졌어!
동갑이고, 또 성격이 무지 좋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른다. 본받을만한, 본받고 싶은 친구다.
그런데 루한은 나랑 있다가도 여기저기에 불려 간다.ㅠㅠ 잘생기고 싹싹해서 그런가?
난 루한이 나랑 있을 때는 다른데 안 갔으면 좋겠는데... 어? 아니. 이 말은 취소.
2010. 12. 25. 일요일
Merry Christmas!
루한과 처음 함께 맞는 크리스마스. 바빠서 중국 본가에 못 가는 루한을 우리 집에 데려왔다. 지금 루한은 내 침대에서 자고있지롱.
오늘은 루한한테 못 전할 편지를 여기에 써야지.
루한, 안녕? 민석이야.
빠오즈 아니고 민석.
음, 사실 이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뭐, 이 말이 다르게 꺼낼 게 따로 있나. 말 그대로 하는 게 정석인데.
루한. 내가 널 좋아해.
아니, 친구로서 말고. 사귀고 싶다고.
사실 나도 고민 되게 많이 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다니. 최악... 이러면서.
왜, 나 춤 슬럼프 왔냐며 네가 물어볼 때 있었잖아. 그때 내가 너에 대한 마음을 눈치챈 후여서 춤을 잘 못 춘거야. 몰랐지?
생각보다 네가 많이 좋나 봐. 절대 포기 못 할 것 같아. 루한. 좋아해. 아주 많이.
잘자. 내 루한.
2011. 03. 06. 일요일
망했다.
들켜버렸어.
왜 엿듣고 있었던 거야, 루한?
2011. 03. 26. 토요일
내 생일.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축하해주는 친구들, 형, 누나, 동생들 사이에 아무리 찾아도 루한은 없다.
하긴. 그 일 후로 루한은 나랑 손끝이라도 스치면 더러운걸 만진듯이 표정이 일그러졌으니까.
어떡하지. 나 어떡해야 할까.
2011. 04. 20. 수요일
용기를 내서 루한의 방에 갔다. 그저 생일선물만 몰래 두고 올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않게 루한이 깨 있었다. 깜짝 놀라 선물을 던지듯이 두고 도망가려는데 무표정한 얼굴의 루한이 날 잡아 세워 끌고 갔다.
...날 강간했어.
근데 그 와중에 루한은 더 잘생겨졌다.
2011. 05. 30. 월요일
월말평가.
루한이 나보다 먼저 시험을 쳤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루한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때 이후로 루한을 이렇게 오래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
나도 시험을 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숙소 분위기가 싸해. 왜 그러지?
2011. 06. 13. 월요일
나가고 싶어.
데뷔고 뭐고. 가수. 꿈. 루한. 다 포기하고 싶어.
너희마저 나한테 왜 그래?
2011. 06. 20. 월요일
루한. 차라리 날 그때처럼 강간해.
무시하는 게 더 고통스러워.
2011. 06. 28. 화요일
월말평가를 치렀다.
내가. 데뷔 반이래. 그것도. 루한과 함께.
날 무시하는 데 동조한 애들과도 함께.
심지어 데뷔 반도 두 그룹으로 나누는데 난 루한과 같은 그룹이야.
진짜 죽고 싶다.
아니야. 마음 독하게 먹자. 민석아. 화이팅!
2011. 07. 14. 목요일
루한과 멤버들의 무시는 더더욱 심해지고 이제는 괴롭히기까지 한다.
오늘은 계단 내려가는데 뒤에서 누가 밀기까지 했다. 보나 마나 루한이겠지.
미치겠다. 정말.
2011. 07. 28. 목요일
루한. 나 왜 네 여자친구한테 뺨까지 맞아야 해?
대체 네 여자친구한테 무슨 헛소리를 지껄인 거야?
너랑 나랑 무슨 사인데? 응?
씨발. 이러는데도 네가 좋은 나는 병신이지.
언젠간 너와 멤버들이 예전 같아질 거라고 믿는 난 병신이 아닐 거야.
2011. 08. 15. 월요일
빨간 날이라고 집에 다녀오라고 했다. 중국인 친구들은 집에 못 가고 있겠지.
갑자기 크리스마스 때 생각난다.
루한.. 자는 모습 정말 예뻤는데.
2011. 08. 21. 일요일
나 좀 그냥 놔두면 안 돼?
왜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차라리 죽는 게 더 편하겠다.
2011. 09. 01. 목요일
우와. 너네 정말 연기 잘한다.
영화배우 뺨칠 연기실력이다. 대단해.
2011. 09. 10. 토요일
6개월.
그동안 많은 괴롭힘을 당했지.
제일 혐오스러웠던 건 멤버들한테 강간당한 거.
루한. 나도 널 보기 전까진 여자친구 사귀는 평범한 남자였어.
절대 처음부터 게이였던 건 아니라고.
그런데 네 헛소리 때문에 내가 멤버들한테 그런 취급까지 당해야 해? 몇 번씩이나?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루한.
내가 죽고 이 일기장이 공개된다면 너네는 모두 이 바닥에서 매장되는 거야.
아. 안 그런 사람 몇 명은 해명해줘야겠지?
는 무슨. 해명해줄 사람이 없다.
그냥 다 죽어 ㅋㅋㅋㅋㅋ 그동안 즐거웠겠다. 우리 멤버들!
그럼. 나 연습생 때부터 지켜봐 준 팬들. 아. 사생인가 ㅋㅋㅋㅋ 사생 애들도 지금은 생각나네. 죽기 전이라 그런가.
아빠. 엄마. 동생. 내가 곧 가수 된다고 했는데 먼저 가서 죄송해요. 사랑해요. 먼저 가 있을게요. 천천히 와. 꼭 천천히.
SM Ent. 소속 연습생,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돼 ….
일명 데뷔 반이라고 불리는 연습생 김군(22세)이 숙소 욕실에서 왼쪽 손목이 난도질 된 채 발견되었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주방용 식칼이 김군의 손목을 난도질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김군이 잘 따르던 소속사 선배인 A군이 김군을 처음 발견했다.
또 김군의 사체 옆에는 수첩이 있었다. 그 수첩은 김군이 SM에 들어오기 전부터 써왔던 일기장이다.
일기장의 최근은 김군이 죽기 전, 자신의 상황을 호소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건은 힘든 연습을 이겨내지 못한 한 연습생의 비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