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한이 다급하게 골목길로 들어갔다 피를 줄줄흘리는 손으로 자동소총을 잡고있었다 총은 이미 피로 물들었었다 고개를 내밀어 골목밖을 살폈다 일본군들이 시체들을 발로 차며 생사여부를 알아내고 있었다 루한이 옷을 살짝 찢어내 손바닥을 지혈했다 곧 일본군들이 차를 타고 갈것이다 그 시간을 이용해 세훈이 올것이다 루한이 물이 고여있는 바닥으로 찰박하고 앉았다 바지로 금세 빗물이 스며들었다 최근에 제대로 자본적이 있나 생각했다 눈이 따가웠지만 이일을 끝내기 전까진 편히 잠들수가 없었다 드디어 일본군들이 차를 타기 시작했다 시동을 걸고 차가 시장을 벗어났다 루한이 벽을 짚고 일어났다 그림자를 확인했다 시장 안에 있는 나무 찾아야했다 골목을 나와 시장을 헤맸다 나무는 금방 찾아졌다 시장에는 나무가 하나라 누구나 그곳을 약속장소로 정했다 나무의 그림자가 아직 약속시간에 도달하지 않았다 루한은 멀리서 나무쪽을 쳐다보고있었다 약속시간이 되자 저쪽에선 모자를 눌러쓴 남자한명이 나무로 걸어왔고 루한도 그쪽으로 걸어갔다 세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던쪽으로 걸어갔다 루한은 세훈을 따라갔다 따라가면 갈수록 외진곳이었다
"어디까지 가는거야" 루한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세훈이 잠시 멈췄다 모자를 벗었다 "넌 날 어떻게 믿는거야" 세훈이 루한의 눈을 똑바로 봤다 루한은 멍한 표정이었다 "좋아해서겠지...." 세훈이 다시 돌았다 하늘을 올려봤다 해가 지고 있었다 루한이 물웅덩이를 차박차박 밟으며 세훈의 바로 뒤에 섰다 "난 니가 불쌍해서 미치겠어" 세훈이 트렌치 코트 속에서 소총 하나를 꺼냈다 철컥 소리를 내며 총구멍을 루한쪽으로 겨누었다 "넌 어떻게 일본경찰을 믿었어" 루한이 얼굴을 찌푸렸다 주춤거렸다 "뭐하는거야" "솔직히 독립군이 일본경찰을 믿는것도 이상한데" 세훈이 살짝 루한쪽으로 다가갔다 "독립군이 일본경찰을... 좋아하는게 더이상해" 루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총구멍을 쳐다봤다 저기서 실탄이 나온다면 정확히 루한의 가슴을 맞출것이다 지금 겨눈 자세가 그랬다 루한의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 "나 너랑 다니는거 다 들켰어" "지금 뭐하는거냐고" "우리둘중 한명이 죽어야돼" 근데 난 죽기에 좀 어리고 미래가 밝잖아... 세훈이 조소를 지었다 빗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루한의 머릿새로 빗물이 들어왔다 머리가 축축해졌다 모자를 쓰지 않은 세훈의 머리도 조금 젖었다 "...그냥...그렇다고.." 루한이 눈을 감았다 쏠테면 쏘라고 무언의 신호였다 차마 세훈보고 죽으라고 할순없었다 루한은 이상황에서도 세훈을 지키고 싶었다 세훈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진 않았다 "눈을 왜감아?" 빗소리가 루한이 침 삼키는 소리를 감쳐주었다 많이 긴장한 상태였다 "니 얼굴보면 죽기 싫어질까봐 미련없이 죽으려고" 웃음소리가 서서히 줄었다 세훈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십...구...팔...칠.... 숫자세는 소리가 느렸다 숫자가 작아질수로 루한의 심박수가 늘어나고있었다 2... '이'라는 말을 내뱉았을때 루한은 눈을 세게 감았다 일 하는 소리와 함께 크게 총성이 울렸다 골목에서 총소리가 나자 시장을 지나던 행인들이 골목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루한은 총맞은게 별로 안아픈거구나 하고 눈을 떠보았다 바닥에는 핏물이 고여있었다 제 가슴을 확인했다 아무 흔적이없었다 그렇다면 저 피는...? 세훈이 물웅덩이에 누워있다 세훈의 옷에 피가 번져있었다
뒤에선 일본경찰이 죽었다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루한이 그앞으로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저 투박한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주던때가 얼마나 지났는지 생각했다 전쟁만 안 일어났어도, 니가 들키지만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루한이 피흘리는 손으로 그 손을 잡았다 너는 무슨깡으로 날 지켜준다던 거였니 오늘 만나자던 편지내용이 생각났다 어떻게 해서든 널지켜준다던 또박또박 써진 글자가 살짝 이상했다는것을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나는 왜 총을 잡은 니손을 돌린걸까
"..대한독립만세다 씨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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