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무한철벽 엑소와 그들의 매니저가 된 너징.04
W.무한철벽
잡다한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가뜩이나 이리저리 어지럽게 놓여있던 각기 다른 종류의 실타래들이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누군가 건들고 지나간 듯 뒤죽박죽 뒤엉켜 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좁아터진 나의 머릿속은 한계점에 걸터앉았다.
"..."
주변에서 말하길 유독 너는 다른 사람보다 필요이상의 걱정으로 항상 네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늘 걱정이 많았다. 아마도 남을 의식하는 버릇에서 나온 안 좋은 습관인 듯 했으나, 알고 있음에도 고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자존감이 낮았다. 자격지심도 강했다.
..나는 심한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지루하지?"
"ㄴ,네? 아, 아니에요!"
"원래 현장 나오면 우리가 하는 일은 별로 없어."
"..그런..건가요."
"응. 그냥 애들 밥 챙겨주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가져다주는 거 외에는."
오히려 사무실에서 작업하는 게 배는 힘들지. 아. 물론, 장기간 스케줄만 아니면.
"아..."
"그나저나..이름 너는 남자친구 없어?"
"..네? ...없어요. 남자친구."
"정말? 그럼 몇 번 사겨봤어? 마지막은?"
"한번도..."
"응?"
한번도 없었어요..
" ..정말? 진짜로 한번도? 거짓말 안 하고?""
"...네."
"잠깐..이름, 네가..몇 살이었지? 스물두 살 이랬나?"
"네."
"와..진짜 의외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어."
"..비밀로 해주세요. 창피한 얘기라."
"뭐가 창피해. 네가 그만큼 신중하다는 거지. 좋은 거야."
"..감사합니다."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근데 진짜로 한 번도 연애 안 해본거야? ..네. 귀엽다, 순수하네. 달영매니저님은 재차 확인이라도 하듯 다시 물었다. 그리고 나 또한 앞서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는 그런 나를 순수하다고 표현해 주었다. 아니에요. 나는 목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억지로 삼켜냈다.
"그럼, 잠시 휴식하겠습니다!"
"...이름아."
"네."
"ㅁ,미안한데. 백현이 좀..윽..부탁할게?"
"무슨일 있ㅇ.."
" ㅂ,배가..! ㄷ,다른 사람이 말 걸면 못..윽..하게하고..!"
"..네? ㅈ,잠시ㅁ.."
내가 너무 급해서..응? 진짜 바로 다녀올게, 잘 하고 있어! 내가 머릿속으로 채 이해하기도 전에 달영매니저님은 혼자 속사포로 빠르게 뱉어 내버리고는.
금세 사람들 틈 사이로 사라져버리셨다.
뒤늦게야 그를 눈으로 쫒으려 했지만 이미 한참이나 늦은 후였다.
다시 생각을 곱씹어 방금 전 매니저님이 하신 말씀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리고 그 사이 변백현씨는 당연하다는 듯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형은요."
"잠시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셨어요."
"..."
매니저님이 내게 부탁한 일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것이었다.
먼저 첫 번째는, 변백현씨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것. 그리고 두번째가..변백현씨를 감시 혹은 보호하는 것. 이었다.
분명, 곁에 있으라 하던 것은 두 번째를 위함 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 두 번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의외로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곧이어 그를 중심으로 코디 분들이 쪼르르 다가와 분주하게 메이크업 수정을 하곤, 또 다시 바쁘게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분명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현장이었다. 그러나 마치 이곳에 그와 나의 시간만 멈춘 것 마냥 그와 나의 사이는 무척이나 고요했다.
"……."
그도 이 정적을 느끼고 있을 까.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드는 가 동시에 모든 신경이 그가 있는 쪽으로 집중되었다.
고요함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나 곧이어 누군가 나를 지나쳐 변백현씨에게 다가오는 순간 우리를 둘러쌓던 커다란 물방울이 터진 것 마냥 한순간 주변이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보다는 조금 더 뒤에서 그의 머리카락 끝자락만을 바라보던 내 고개가 자동적으로 올라갔다.
"잘 지내나 보내."
"..아, 안녕하세요."
그녀의 인기척을 그도 느낀 것인지 고개를 들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순간 변백현씨에게 누군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지켜보라던 달영매니저님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불쑥 고개를 들었다.
그냥 지켜봐도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잘라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나는 둘 사이에 선뜻 끼어들어도 되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 다음에 그의 이름을 불렀다.
"뭐야. 그렇게 어색하게 굴기야? 나 좀 섭섭해?"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그나저나 왜 연락 안 해? 많이 바쁜가봐?"
"..아..좀. 죄송합ㄴ.."
"백현씨, 여기 의상에 뭐 묻은 거 같은데?"
"..네?"
"뭐한 거야.. 빨리 가서 다음 촬영 시작하기 전에 체크하고 와요."
"..아, 네. ..그럼."
"..."
그녀는 아직까지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급하게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난 그의 시선을 쫒았다. 그러나 이내 멈추곤, 시선을 나에게로 빗겼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러한 행동을, 그런 말을, 그것도 그에게 내뱉었을까. 나 자신 또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득, 물밀듯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가만히 있을걸.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일이 흐트러질 것이라 생각하니.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한 후회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때, 어디선가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무심코 고개를 들면, 무척이나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매섭게 바라보는 그녀가 있었다.
아직 상황이 종료 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입 꼬리를 억지로 올려가며, 애써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누구신지."
"아. 매니저, 성이름 이라고 합니다."
"..매니저요? 그런 소리 못 들었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그런데 백현이랑은 무슨 사이ㄱ..."
"미안하다 이름ㅇ...백현이는?"
그녀가 무언 갈 말하려던 차에 가까운 거리에서 달영매니저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느 샌가 가까이 다가와선 내가 아닌
그녀에게 시선을 둔 채로 변백현씨의 부재를 물어왔다.
"의상에 문제가 생겨서 스타일리스트 분들 있는 쪽으로 보냈어요."
"..그래? 그럼, 가자."
무슨 문제인지 확인해야지, 나도. 라며 자연스럽게 나의 어깨를 감싸며, 백현씨가 간 곳으로 몸을 틀게 하는데.
순간 달영매니저님의 목소리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곧이어 그녀와 거리가 멀어지자 매니저님은 나만 들릴 정도로 작게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진짜 의상에 문제 있어서 간 거야?"
"ㅇ,아니요. 그냥..변백현씨가 불편해 하시는 거 같아서.."
"그래?"
잘했어. 일 잘하네 이름. ㅇ,아니에요.. 왜 칭찬해줘야지. 말도 잘 듣고.
정말로 칭찬을 하려던 것인지. 아니면, 놀리는 것이 목적인지. 그 이후부터 계속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달영매니저님과 웃으며 얘기하는 사이.
변백현씨가 있는 곳에 다와 갔고. 앞선 스타일리스트분들의 부름에 달영매니저님쪽으로 돌아가 있던 고개를 돌리면,
어딘가에 시선을 둔채, 무척이나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비춰졌다.
"...."
나는 내가 그리 잘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한 행동이 정말 맞는 행동인 것인지 걱정이 들었을 뿐.
만약 옳은 행동이었다면 그걸로 족했다. 다만 지금 내가 신경 쓰이는 것이라곤, 그에게 이상의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다 그 순간, 수많은 시선이 얽힌 가운데 그 사이로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시선에는 방금 전과는 다른 서늘한 날이 서있었다.
*
"내가 앞에 가고, 지헌이가 맨 뒤에서 애들 뒤쳐지지 않게 잘 봐줘. 나머지는 중간에서 애들 케어 잘해주고. 알겠지? 다들 잘하자."
"나는 진짜 거짓말 안하고 이 순간이 가장 싫어."
"공감."
"너넨 도대체 뭐 밖에만 나왔다 하면 이러냐. 오늘도 비공인데."
"다 저희를 예뻐해 주시는 팬들의 사랑이죠, 뭐."
"어디 카메라 돌아가고 있어? 웬 느닷없이 방송멘트에여?"
"하하. 세훈아, 여권 필요 없니? 버릴까?"
"..헤-. 장난이죠, 혀엉~."
"이름도 중간에서 애들 잘 따라오고."
한국에서의 출국은 무난했다. 미리 배치해둔 경호원 덕분인지, 극성팬들이 적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행기를 타고 오는 때에 옆에 앉게 된 승환매니저님이 말씀으로는, 오늘은 꽤 편한 축에 속했다고 지나가듯 말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에 도착하고 나서부터였다. 한국과는 달리 출국하기 전 입국얘기가 전달된 것이 분명한 중국 측과 착오가 생긴 모양인지
준비되어있어야 할 펜스와 경호원 무엇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고, 아무것도 모른 체 게이트를 나온 우리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옆 사람 잘 챙겨. 알겠지?"
이름은 찬열이가 가장 눈에 띄니까 찬열이랑 종대 옆에 꼭 붙어있고. 오늘 이 자리에서 무리랑 떨어지면 진짜 너네죽고 나 죽는 거다. 정신 바딱차려.
마른 침이 꿀꺽 목울대를 거쳐 넘어갔다. 가끔씩 목이 저릿하게 아파왔지만, 자잘하게 뛰어오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우선 이었다.
"가자."
먼저 게이트를 나온 것은 승환매니저님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바짝 따라 둘, 혹은 셋이 짝을 지어 앞을 나아갔다.
공항에 양해를 구해 항공 직원들이 경호원들을 대신해 도와주고 있었지만,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했다.
옆에 제 멤버들조차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팬들은 무섭게 우리를 사이를 파고들었다.
우리는 김종대씨를 선두로 박찬열씨 나 순으로 한줄 지어 서로의 잡은 옷깃만을 의지한 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누군가의 거센 손길에 나는 잡고 있던 옷깃을 놓음과 동시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ㅈ,잠시만..악..!"
휘둘리운 것같이 머리가 띵했다. 그러나 격양된 소리로 가득 매운 넓은 공간 속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머리에는 아픔을 넘어선 고통이 일렀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머리채가 통째로 뽑혀 나갈 것만 같은 무서움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로 누구라도 불러봐야 함에도 꿀 먹은 벙어리마냥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뿌리치려해도 주변의 방해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놔."
순간 머리 위에서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귀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곧이어 머리를 움켜잡던 거센 손길들이 사라졌다.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할 틈도 없이 그가 실은 힘에 의해 나는 맥없이 그대로 이끌려 갔다.
"조심히. 앞에 보고."
그는 자신 앞으로 내 몸을 고정시킨 뒤, 양 어깨를 꽈악 잡아가며 속삭이듯 나직하게 말해왔다. 그럼 나는 무엇에 홀린 듯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야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떼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처음보다 나아진 상황으로 공항 앞에 세워진 차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정체기도 있었고. 김종대씨를 잃어버릴 뻔 한 순간도 있었으며.
내려가는 계단에서는 몰려드는 팬들에 넘어질 뻔 한 아찔한 상황도 겪었지만, 모두 무사히 빠져나왔고.
이젠 이 지긋지긋한 공항만을 나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또 다시 일이 벌어졌다.
"ㅈ,종인이..없어."
"..뭐?"
"ㄴ,나랑 같이 나오다가..팬들 때문에 떨어져서..찾다가 도저히 안보여서..."
먼저 갔나하고, 일단 나오기는 했는데..없어..김종인이..
오세훈씨는 호흡을 불안정하게 내뱉었다. 억지로 울음을 참는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일단 너네 먼저 출발해."
"형..!"
"나랑 직원들이 남아서 찾아볼 테니까."
"..하지만!"
지금 너네가 이러고 있는 게 더 위험한 거 몰라? 먼저 가있어. 종인이 찾는 데로 따라 갈 테니까.
이리저리 요동치는 불안에 찬 눈동자들 사이로, 가장먼저 자리를 되잡은 승환매니저님은 말이 끝나는가 동시에 차 문을 열어 한명씩 밀어 넣기 시작했다.
"지헌이 애들 잘 챙기고. 도착하면 연락해."
"알았어."
"이름, 너도."
잘하고 있어. 곧이어 문이 닫혔다. 닫히는 문 틈 사이로 순간 흔들리는 승환매니저님의 눈을 볼 수 있었다.
무언가 시원스럽지 못하고 큰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 마냥 가슴이 답답했다.
문을 열었다. 순간, 주변에서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곧이어 모든 것들이 시야 밖으로 차단되었다.
나는 귀신에라도 홀린 사람처럼 출발하려던 차 문을 열곤, 그대로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가 앞선 승환매니저님을 붙잡았다.
"ㅁ,뭐야? 왜 나왔어?"
"도울게요, 저도."
"너가 무슨수로..! 어서 들어가. 오히려 방해야."
나를 차쪽으로 돌려 세우는 승환매니저님의 행동에 고개를 저으며, 그를 뿌리쳤다.
"할 수 있어요. 저도 돕고 싶어요. ..정말로 민폐 끼치지 않을게요."
그는 확신에 찬 나의 말에 결국 고개를 저으며, 먼저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의 말 때문이 아니라 이곳에서 나와 말싸움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더 무의미하다고 판단을 내렸을 뿐이라는 것을.
"그럼 나 바짝 따라와. 딴 길로 세지 말고."
툭- 던지듯 내뱉는 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어쩔 수 없는 결정에 불만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곧이어 나에게서 고개를 돌려 걸음을 재촉했다.
다시 들어간 공항은 그야말로 아수라였다.
나머지 멤버들이 나갔다고 조금은 한산해졌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한참이나 오산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게 해주는 광경이었다.
크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공항 전체를 북적이는 팬들 사이에서 김종인 한사람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찾는 대로 연락하기로 하며, 매니저님은 게이트 안쪽으로, 나는 나가는 입구 쪽으로, 각자 흩어졌다.
혼자 다녀 좋은 점은, 먼저, 아까같이 멤버들로 인하여 이목이 집중되어 공격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로는 사람 사이를 파고들며 돌아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이전보다 나아진 상황이더라도 이 넒은 곳에서 사람하나 찾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더 가다간 저까지 미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이대로 돌아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마음이 더 컸다.
무작정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순간 주변 소음 사이에서 조금씩 익숙한 이름이 들여오는 것만 같았다.
나는 주변의 말에 신경을 바짝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따라 더 나아가다보면 아까보다 더 격양된 소리와 찰칵 거리는 카메라 셔텨음이 확실히 귀에 들어왔고.
유독 더 밀집되어있는 것 만 같은 곳을 파고들면 그곳엔 여러 사람이 밟고 지나가 더러워진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주변은 여전히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를 바쁘게 찍거나 만지는 등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나가기 바빴다.
"..괜찮아요?!"
소름이 돋았다. 잔인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폭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나는 몸을 숙여 그와 높이를 맞춘 뒤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잡아오며 물었다.
한참을 땅에 고개를 묻고만 있던 그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했다. 순간 무직한 것이 가슴을 크게 내려친 듯 한 감각이 들었다.
곧이어 기도를 막아오는 숱한 두려움에 크게 갈라진 숨소리가 느껴졌다.
"기대요. 그리고 꽉 잡아요."
놓치지 않게. 나는 일어서기도 벅차하는 김종인씨를 업다시피 하여 일으킨 뒤 천천히 앞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여전히 앞을 나아가기는 힘들었지만 시선은 올곧이 앞을 향했다.
그러기를 몇 십분, 돌아다니다 우연히 찾은 것인지 다행히 직원 한명이 우리를 발견 하고는, 그때부터는 아까보다 더 많은 직원들과
나의 연락은 받은 승환매니저님이 와 우리는 1시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고 나서야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름은 1102호로 가면 돼."
"..김종인씨는요? 발, 아프신 거 같던데."
"응. 그래서 의사선생님 불렀으니까, 걱정 말고 방에 들어가서 쉬어."
"ㅇ,아니에요. 저도 같이 있을게요."
"쉬라고 할 때 쉬어."
"..괜찮아요, 정말로."
"한 고집 한다더니, 용민이 말이 딱맞네."
"..한 것도 없는데 들어가서 쉬는 거, 더 불편해요."
"무슨소리야 오늘 완전 큰 건 했는데."
"..그래도."
"..그래. 네가 하고 싶다는데 억지로 말릴 필요는 없지."
그럼, 나대신 의사선생님 오면, 종인이 방으로 안내해주고, 처방전이나 소견 듣고 나한테 연락 좀 해줘.
*
의사가 진단을 하고 나갔다.
여전히 시체마냥 차갑게 누워 있는 그가 오늘따라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그 모습이 낯설게만 다가오는 가 동시에 가슴 한쪽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허리가 전보다 더 안 좋아졌네요, 알고 계셨나요.'
..아니요.
'그럼 꽤나 환자분이 참고 있었나보네요. 위험해요. 지금 환자분.'
'지금이라도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을 거예요.'
'그리고 다리는 부운 것뿐이니까 조금의 안정만 취한다면 괜찮아 질 겁니다.'
"..."
의사선생님이 진단을 끝내고 나가시기 전 내게 건넨 말들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누워있는 이 사람은 그렇게 많은 아픔을 혼자 앓며 지금까지 버텼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차라리 그를 대신해 내가 아팠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 누워있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내가 너무나 무능하게 느껴졌다.
그야말로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었다, 나란 존재는 여기에서. 그런 사실이 나 자신을 더 밑바닥까지 끌어 내렸다.
"..."
앓는 소리를 내며 뒤척이는 그에 덮여 있던 이불이 볼품없이 흐트러졌다. 그럼 나는 다시 이불을 들어 올려 목끝까지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
이로써 자그마치 열번째였다. 아픈 몸 때문인지 가끔가다 온전히 잠에 빠지려다가도 잠결에 뒤척이는 그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일어나면 먹게 될 약을 위해, 그 전에 무엇이라도 먹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서 들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와 간단한 죽과 간식들을 사가지고 다시 올라왔다.
올라오는 순간에도 혹시나 사이에 그가 잠에서 깨어나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앞선 걱정과는 달리, 나가기 전 그 자세로 곤히 자고 있는 그를 보니 온몸에 안도가 퍼졌다.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
그에게 이제와 걱정이라던가 정이라는 감정이 밀려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적어도 그가 눈을 떴을 때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곁에 있었으면 했다.
어린 날, 한참을 고열에 시달려 차마 울지도 못하고 넓은 집안에서 혼자 끙끙 앓던 나의 모습이 지금의 그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늦게나마 소식을 알곤, 내방에 찾아와 밤새 곁에서 간호해준 엄마가 밉다가도 그 손길이 얼마나 따스하던지.
그날 결국 참아왔던 울음을 왈칵 쏟아내는 동안 엄마는 그저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담아주며 미안하다 하는 것이 다였지만 나는 그 말에, 그 손길에 위로를 받았다.
"..그냥."
..누구에게나 느낄법한 가벼운 연민이었다. 지나가면 녹아 사라질 아주 조그마한 감정의 일부.
또 다시 그때의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수많은 팬들 사이에 둘러싸여 앉아서 짓눌린 발 때문에 일어서지도 못한 체 죄를 지은 것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
팬들은 그런 그의 기분은 생각치도 않은 체, 그저 자신들의 뒤틀린 욕망과 갈증의 조각을 그에게서 채우려 하고 있었다.
마치 철장 안에 갇힌 우리 속 동물을 보는 것만 같은.. 생각만으로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아 억지로 생각을 지웠다.
아이처럼 평온하게 자고 있는 그를 보며 문득 생각에 빠졌다. 나야 큰돈을 벌 수 있어서 좋지만. 용민오빠는 무슨 생각으로 나를 이곳에 보냈을까.
이곳에서 유일하게 답을 가지고 있는 그였다. 그러나 생각해봐도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읽어낼 수 없었다.
그렇게 나에게 날을 세우던 그가 한없이 작게만 보여, 가엽게까지 느껴졌다.
#.몇번이나 수정을 했는지 몰라요.ㅠㅠ
원래는 어제그제 새벽에 올리려고 했는데 여러모로 착오가 생겨서..잠은 못자고..글은 못올리고..
#.엑소가 컴백하네요. 플러스로 내일 드디어 대망의 MAMA가 하는 날이에요.(신남)
#.움짤에서 최대한 비슷한 표정을 찾아 삽입했으니, 감정이입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주륵
#.항상 감사하고, 애정합니다! (다음작품은 발랄한 대학물로..)
#.민석, 준면, 레이, 경수, 세훈분량은..나중에 폭발할거에여..((특히 민석))
암호닉
비비빅 / 은하수 / 열옹 / boice 1004 / 딸기치즈빙수 / 꽃 / 나비소녀 / 감귤 / 딜리 / 가을
민트초코 / 꾸기 / 구름꽃 / 항상오세훈 / 먹색새 / 듀바 / 늘짱이 / 동키즈 / 두큥거려 / 찐빵 / 코코몽
거난영 / 양융 / 니니야 / 밍디밍디★ / 봉숭아 / 오투 / 몽이 /별다방커피 / 넠넠 / 0112 / 민석오리
내님 / 뿌헷뿌헷 / 쏘핑 / 개구리 / 경단 / 미니롱 / 뚜뚜짱 / 꿀감쟈 / 넴넴 / 만두짱 / 둠칫
예헤이 / 너와나의연결고리 / 샤워가운 / 여누 / 라이또 / 니니꽃 / 딸기퐁당 / 아쿠아리움 / 빙그레바나나우유
순자 / 댜니 / 또나 / 보름이 / 경수야도경수 / 낑투더깡 / 종스타그램 / 성공해야징징Oο / 온고구마 / 큥닥큥닥
가그린 / 라이또 / 히펭 / 증원 / 버덕 / 페퍼민트 / 호빗 / 쇼펜하우어 / 며니 / 홍합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