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에 소문난 양반 가가 있었다.으리으리한 집은 그 위용만으로도 지나가던 상 것들의 고개를 조아리게 만들었다. 그 집은 부잣집들이 으레 그렇듯이 소문이 아주 많았는데 그 중에선 주인네가 들으면 경을 칠 만한 소문부터 소설에 나올법 한 말도 안 되는 소문까지, 하여간 아주 많았다.그래도 꽤나 평이 좋은 양반집이였다. 몇 해전 큰 가뭄이 들었을때 쌀로 끓인 죽을 나눠준 집도 그 집 하나뿐이였다. 그런데 그 집은 신기한 점이 하나 있었다.특이하다고 해야 하나. 한 달에 한 번씩 주인이 직접 노비를 사러 가는데 그 노비가 꼭 남자아인데다가 16살 부터 20살 사이의 젊은 노비인데 항상 5명만 데려간다는 거였다.더욱이 의아한것이 돈이 아무리 많기로소이지만 다섯명씩을 어디에다 갖다 쓰는지도 의문이고 한달에 5명이면 1년이면 60명인데 기와집을 넓힌 적도 없었기에 어디에다 재우는지도 의뭉스러웠다.게다가 호구조사를 하면 항상 이방 몇명들이 내려와 꼭 조사를 하고 가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항상 노비들이 같은 수로 고정 되있어 앞서 말한 사실을 익히 잘 아는 관아라 항상 조사를 하고 간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벌을 안 받는거 보아 뒷 돈을 줬거나 사실일거라는데 다들 왠일인지 고 예욕을 발라댄 말들만 치렁치렁이 해대던 입으로 후자일거라고 추측하고 다녔다.
백현은 눈을 찌푸렸다. 어르신께서 광양으로 10일간 여행을 떠나신다고.. "그으래서?""노비 관리를 도련님께서 하시랍니다" 광양?아버지가 광양엔 또 무슨일로..백현네 집에서는 노비관리란 아주 중요한 일이였다.관리까지 맡기시고 떠나신다면.백현은 책을 덮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곧 한번 찾아 봬야겠어.아 맞다 같은 집에 살지.하하 내 이렇게 정신이 없어야.그래 그럼 오랜만에 행랑채 관리를 해야겠어."이십전 주고 사신 노비가 하나 있다네.누나가 그랬다.이십전 주고 그것도 다른 집에서 일하고 있는 놈이래.백현은 오랜만에 다시 토기가 스물거리며 치미는것을 꾹 누르곤 책들을 가장자리로 몰밀어 정리했다.
노비관리는 순조롭게 진행됬다.이제 스물하나가 됬지만은 아직도 제대로된 목적은 무슨 실마리조차 알수 없는 백현이였다.아버님께선 어찌 그리 저를 외치십니까? 백현이 17에 울부짖듯이 던진 말이였다.네놈도 천민이 되고 싶은게냐!머리 위로 따갑게 떨어지는 호령은 그 이후로 백현에게 주인과의 묵직한 거리감을 두게 하는 큰 원인 중 하나였다.사실 백현은 미칠듯이 이유가 궁금하였다.가끔 듣는 소문에 그런게 아니냐며 의심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꼴이 우스워지기도 하였다.누나는 이미 그 궁금증이 시들해진지 오래 된것 같았고. 아버지가 가까이 하는 장정의 종놈들은 제 무게와 비슷한 무거움으로 입을 끝까지 열지를 않았었다.
하지만 백현이 항상 허탕만 친건 아니였다.계집종에게 전해들은 말과 몇 달동안 알아 보고 다닌 것에 의하면 한 달에 한번 꼴로 노비를 일정한 날에 사오면 보름 정도 있다가 그 노비들은 항상 어디로 어디로 이송된다는 것이였다. 사실 행동 한 것에 비하면 나온 정보는 터무니 없었지만 백현은 매우 기뻤다.그래도 움직이니까 뭐가 나오긴 하구만.
갑자기 백현은 누나가 말한 20전짜리 노비가 궁금해졌다.금옥아! 예 도련님. 너 혹시 아버님이 20전 주고 사온 노비가 어딨는지 아느냐. 그거야 항상 주인님께서 오인방에 넣어두십죠.오인방은 집을 지을 때 부터 있었다. 행랑채 뒤에 황토를 쳐발라 만든 작은 건물이였는데 황토까지 발라가며 지은 건물에 고작 노비 5명을 넣어둔다는게 항상 의아하였다.여종은 걸레를 집은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있었다.보고싶은데 할 수 없구나. 왜 내가 그걸 잊고 있었는지. 금옥이 너는 본 적이 있느냐.잘은 모르겠지만 전해 들은 말로는 어깨가 좁고 눈인 큰 것이 창백하기까지해 계집 같다고 합니다요.원래 그렇지만요.그런데 왜 고 놈이 20전이 였나? 갑자기 그 쪽에서 사려하니 말 도 안되는 오기를 부렸다 합니다요.원래는 10전만 달라하다 순순히 알겠다고 하니 20전으로 올려 팔았다고 합죠.어허 몹쓸 놈들이구나.그런데 금옥이 너는 그 종놈들이 나오는걸 본적이 있느냐?예.제가 말씀 드렸던 날 딱 한번 나옵죠.그 떄 이후로는 또 새로운 남정네들이 오구요.그래 고맙다 가 보아라. 점잖게 웃은 백현이 여종을 돌려 보내곤 그대로 앉아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