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한동안 서로 바빴던 관계로 오랜만에 만나는 너와 나다.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모습에 나도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쳐진다. "왜 뛰어왔어?" "당연히 누나 더 오래 보고싶어서지!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오늘은 내가 먼저 누나 기다리려했는데." "나도. 너 더 오래 보고싶어서." 약속시간보다 항상 30분씩 일찍 나와서 널 기다리는 그 시간이 설레고 기대되어서라고 답하기가 부끄러운 내 마음을 아는건지, 다음부터는 기필코 먼저 도착해 기다리겠다고 다짐하는 너다. "밥 안 먹었지? 우리 밥부터 먹자. 배가 등에 달라붙을것 같애." 네 살 차이가 뭐라고 말을 놓으며 동생으로 안보이게 한다고 다짐한지가 어느새 일 년 가까이 지났다. 처음부터 동생으로 본 적이 없는데도 동생이 아닌 남자로 보이게 해준다며 부쩍 스킨십이 많이 늘어난 너다. 자연스럽게 어깨에 걸친 팔이 따뜻해 그 상태로 손을 잡고 가자 모자를 더 숙여 쓰는 너다. 그래봤자 빨개진 얼굴 다 보이는데. 붉어진 귀가 쫑긋거리며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힐끗 쳐다본 얼굴역시 빨갛게 달아오른게 귀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면서도 내 시선을 느낀건지 눈이 마주치자 싱긋, 하고 웃어주는 너다. "종인아." "응. 왜 누나?" "좋아서." 푸쉬시이이... 펑하는 소리가 나야될것 같이 목까지 순식간에 익어간다. 그리고는 커다란 손으로 얼굴의 반을 가리며 고개를 돌린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터트리자 웃지말라며 타박이다. "왜에- 누나가 좋다고 해주는게 싫어?" "아! 그런게 아니라! 씨이, 다 알면서 왜 물어봐!" 삐치기라도 한건지 고개를 홱-하니 반대편으로 돌려버리는 너다. 그 모습이 마냥 어린아이같아서 또 웃음이 나온다. 진짜 삐쳐버리면 곤란하니까 어깨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부비자 그제서야 쳐다보고는 어깨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준다. "누나 진짜 어디가서 그러지마. 나 미쳐." "푸흣! 내가 너 말고 이럴 사람이 누가 있어?" "그래도. 다른 새끼들이 쳐다보는거 짜증나. 둘이 있을때만 그래. 알았지?" "그래 그래. 우리 뭐 먹으러 갈까?" "또 내 말 흘려들었지?" "둘이 있을때만 하라며~ 알았으니까 일단 너부터 좀 먹이고. 그세 살 빠진거 봐. 일이 많이 힘들어?" 못 본 새에 헬쓱해진 볼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회사부터 시작해서 멤버들이 막내라며 갈군다고 찡찡거리는 너다. 실력이 뛰어난 형들을 보며 많이 보고 배운다고 요새 연습량이 늘어 살이 빠진거라고 말하는 모습이 잘 챙겨주지 못해줘서 미안해진다. "또또. 방금 또 미안하다고 생각했지? 나보다 누나 먼저 챙기라고. 안 그래도 말랐는데 더 말랐잖아. 난 누나 살 쪄도 좋으니까 잘 좀 챙겨먹어." "난 내 몸한테 잘하고 있으니까 너도 너한테 좀 신경써. 이게 뭐야.. 속상하게." "나는 뭐 안 속상한 줄 알아? 우리 누나 정말 안돼겠네. 오늘 한우 먹으러 가자. 누나 살 좀 찌워서 도망못가게 해야지." "그게 뭐야. 살쪄서 나 못났다고 안 보는거 아니지?" 그럴리가 없다는 걸 알지만 알고있어도 굳이 듣고싶은게 여자다. 조심스레 물어보자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멈춰서는 너다. "내가 미치지않고서야 그럴일은 없어. 이렇게 보기만해도 좋은데.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 머리속에서 지워버려. 내가 누나 많이 사랑하는거 누나도 알지?" "응. 나도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