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사랑 고딩까지01
w.초딩이야기
고등학교 입학식
강당이 들뜬 입학생들과 재학생들의 소리로 소란스럽다
여중을 나와서 그런지 오랜만에 들어보는 또래 남자아이들의 소리가 낯설고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교복 그리고 처음 보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다 너무 어색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내 옆에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얼굴을 찌푸리고 삐딱하게 서 있는 남자아이가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더라.
생각 날듯 말 듯 한 희미한 기억에 답답해하며
보고있으면 생각이 날까 해서 힐끔 쳐다보는데 웬만한 여자애들보다 예쁜 눈과 입술에 자꾸 눈이 간다
줄 서있는 위치를 보아하니 우리 반 같은데 아마 반여자애들 인기를 독차지할게 눈에 훤하다
꽤 오래 쳐다보고 있었던 거 같은데도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그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저었다
낯이 익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중학생 때 지방에서 서울로 전학 왔다 이곳에 와서 여자들만 있는 학교에 다녔으니 아는 남자아이가 있을 리 없었다
"아아 다들 조용!"
학주라면 애들 잘 휘어잡겠다 생각할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와 덩치를 가지신 선생님의 목소리에 소란스러웠던 강당이 조용해진 건 순식간이었다.
학생들이 조용해지자 교장선생님이 단상에 올라오셨고 연설이 시작되었다
지금 이곳에서 누워서 자라 하면 당장 잘 수 있을 거 같을 정도로 지루한 연설에 눈을 천천히 깜박였다
졸려
마침 열려있는 창문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며 커튼이 휘날리자 따스한 햇빛이 나를 반긴다
햇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겨보니 창밖에는 거의 지고 얼마 남지 않은 벚꽃잎이 바람 따라 예쁘게 흩어지고 있었다
나도 이곳에서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뒤늦게 불어온 봄 향기에 취해 문득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연애하고 싶다"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당황해 혹시 누가 들었나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그 남자애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들은거같아
괜히 민망해 헛기침을 하며 다시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쳐다볼 땐 눈길도 안 주더니 쪽팔리게
연애를 못해본 건 아니다 고백도 꽤 많이 받아봤다
그건 유치원생 때가 절정이었지 어렸을 때 나름 귀여웠던 나는 또래 남자애들에게 자주 고백을 받았다
받아준 적은 없지만 아니 딱 한번 한 남자아이의 고백을 받아준 적이 있었다
문구점 앞에 있는 뽑기 기계에 500원을 넣고 돌리면 나오는 실반지를 내밀며 수줍게 고백하던 그 남자아이
그때는 설레거나 두근거리는 감정을 몰랐다 그저 내 눈앞에 있는 고개를 떨구고 귀까지 빨개진 남자아이에 조그마한 손에 올려져 있는 실반지가 너무 예뻐서
그 고백을 받아주었다 물론 실반지가 질릴 때쯤 헤어졌지만 그
땐 몰랐지 이게 내 유년시절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였다는 걸
아무튼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게 사랑이라는 낯간지러운 감정이 찾아온 건 초등학생 때
아쉽게도 첫사랑이자 짝사랑으로 끝이 났지만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어쩌면 엇사랑이었을 수도 있을 그 아이와 나의 초등학생 시절을
#첫 만남
식은땀이 흘렀다 조금만 조금만 더 뻗으면 닿을 거 같아 발꿈치를 들어보지만
7살짜리 꼬마 애가 아무리 손을 뻗어봤자 마트 진열대 가장 위쪽에 있는 물건이 닿을 리 없었다
"이 씨!!"
소시지는 왜 이렇게 위에 있는 거야!
엄마가 나를 약 올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울분이 치솟았다
-몇 분 전
"엄마~~ 엄마 소시지 소시지 먹고 싶어요!!"
"쓰읍! 안돼 얼마 전에 해줬잖아 자꾸 이렇게 안 좋은 음식만 먹으면 나중에 몸이 고생한다?"
오늘 저녁에 소시지 반찬이 먹고 싶었던 나는 무작정 마트에 가는 엄마를 따라와 소시지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엄마가 잘 넘어가지 않아서 시무룩해진 채로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데
내가 계속 말이 없자 엄마가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곤 엄마의 마음이 바뀌신 건지 갑자기 소시지를 사줄 테니 가져오라고 하신다
나는 그 말만 듣고 오래전에 지나친 소시지 진열대로 신나게 뛰어갔다
그때 엄마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내가 알아챘어야 했는데!
분명 내가 손이 닿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날 약 올리려고 보낸 게 틀림없다
지금쯤 엄마는 내가 싫어하는 채소들을 마음껏 담고 있겠지
"으으 분해 "
아니야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이렇게 된 이상 난 오늘 꼭 소시지 반찬을 먹고야 말겠어
이번엔 아예 폴짝폴짝 뛰며 소시지가 닿을 때까지 뛰고 있는데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지나가던 한 아저씨가 내가 원하는 소시지를 집어 건네주셨다
아 진작 도움을 요청해볼걸 그랬다 어른들은 저렇게 쉽게 닿는 높이구나 정말 이럴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고개를 숙이며 아저씨께 감사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고 승리의 쾌감을 느끼며 나는 서둘러 엄마가 계신 곳으로 달려갔다
"엄마 가져왔어요 이제 오늘 소시지 반찬 해주세요!"
"악!!"
악?
뭐지
소시지를 들고 와서 엄마의 카트에 소시지를 골인시켰는데 카트에서 비명이 났다
놀라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보니 웬 처음 보는 내 또래 남자애가 카트에 타고 있었다
내가 던진 소시지에 맞은 모양이다
"너 누구야 왜 우리 엄마 바구니에 타고 있어?"
"울 엄마가 왜 너네 엄마야! 우리엄마야!"
다짜고짜 우리 엄마를 자기 엄마라고 우기는 남자애 때문에 나는 엄마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아니야! 우리 엄마야! 너 왜 여기 타고 있어 내려와! 엄마 힘들잖아!"
"엄마가 돌아다니지 말고 여기 얌전히 타고 있으라 했거든?!"
서로 자기 엄마라 우기며 남자아이와 투닥거리며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시끄러웠는지 엄마가 뒤를 돌아보셨다
"어머 꼬마야 길 잃은 거야? "
하지만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에 목소리가 들려와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엄마가 아닌 다른 아줌마가 서 계셨다
그땐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착각했다는 쪽팔림보다는 엄마는 어디 있지 하는 생각이 더 커서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충격에 눈물이 고였다
"흐으 흐아아아앙 엄마 어디 있어"
갑자기 우는 나 때문에 그 아줌마는 엄마를 찾아주겠다며 나를 달랬고
방금까지 같이 빽빽 소리 지르던 애가 갑자기 우니까 그 남자애도 당황했는지 카트에서 폴짝 내려와 나에게 왔다
"야 왜 울어 울지 마"
"끄흑으 우리 엄마가 안버여ㅠ"
하도 서럽게 우리는 날 보며 그 아인 잠시 심각한 고민을 하더니 내게 말했다
"그럼 너도 울 엄마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해줄게"
"그게 뭐야! 으아아아앙"
좀 바보같지만 이게 초등학교 입학전 그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나중에 그 아이 엄마께서 우리 엄마를 잘 찾아주셨고 나는 그날 저녁 무사히 소시지 반찬을 먹을 수 있었다
그날 엄마도 나에게 미안했는지 내가 원하는 과자를 다 사주셨다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
안녕하세요! 초딩이야기입니다
글잡에서 글 처음 써보느는데..
글 한편 쓰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ㅠ 꾸준 글잡작가님들 존경합니다ㅠㅠ
저도 열심히 연재할테니 잘 봐주세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카트타고 첫만남한거 저사진보고 떠올렸습니다 하 제 심쟝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