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아, 내가 본 너의 세계는 넓고 넓다.
Prologue. The Endless Desert
written by enae
숨이 턱하고 막혀오는 광막함에 발걸음은 점점 더디어졌다. 그러나 과연 이 광활한 사막을 건너 끝을 모르는 그곳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보다는 아직 불확실한 너의 행방에 대한 나의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한 발, 한 발 조금씩 나아가는 이 발걸음을 따라 한 번, 한 번씩 감기는 눈꺼풀에게, 나는 빌었다. 제발 여기서 나의 시야를 막지 말아 달라고. 민석이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이런 메마른 사막에 지지 않는다고. 비록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한들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너에게 가는 그 길의 조금도 되지 않는 이 시점에서 정신을 잃으면 안된다는 것을 난 내 자신에게 연거푸 세뇌시켰다.
너를 향한 이 긴 여행 도중 만난 사막은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너를 향한 나의 그리움과 사랑은 이 무수한 개수의 모래알과도 같았고, 내리쬐는 태양은 너를 향한 나의 진정한 마음이었다. 비록 메말라 생명 하나 살 것 같지 않은 이곳이지만 어디엔가 존재할 맑은 오아시스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나는 제 스스로를 위로했다.
당장 네가 내 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 현실이 사실 나에게는 세상을 잃음과도 같은 것이다. 망할 대로 부패해버린 나의 세계에서 나를 꺼내어 너만의 유토피아에 편히 안식할 수 있게 했던 너는 나에게 신이 나 다름없었으니까. 민석아. 기억해?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순간이 있는데. 해연(海淵)과도 같았던 빛 하나 들어오지 않던 그 어두운 숲 속 탑에서 나를 발견한 눈부신 네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미소로 나에게 손길을 내밀었을 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타락한 세상을 꿋꿋이 살아가겠노라는 다짐을 할 수 있었어.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는데. 그 어두운 탑 안에서 유난히 가장 빛나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너의 어두운 눈동자였어. 마치. 까만 밤하늘을. 빛내는. 두 별처럼. 나도 너와 함께 그런 별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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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막 위 이 길을 걸은 지도 어느덧 3일째다. 영원히 지지 않는 저 태양은 밤에도 빛났다.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에겐 다른 방도는 없었다. 나를 구원해준 너를 찾는 길은 이게 유일하니까. 아찔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오랜 여행으로 닳디 닳은 나의 손으로 수척해진 얼굴을 가려보았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이 어두움이 모순적이게도 그리웠다. 그때는 이 어두움이 싫었는데. 그러다 숨을 따라 함께 들어오는 모래알이 코를 지나 몸속으로 들어가 허파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심장이 더 아려오는 듯해 나는 그만 주저앉았다.
그래, 여기서 끝일까? 아, 정말.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어디엔가 존재할것이라 믿었던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았다. 달궈질대로 달궈진 사막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아프다. 보고싶다. 그립다. 잘지내지, 민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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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세상을 잃는다 하더라도 난 알고 있다. 현실은 다르단 걸 이제 너무 커버린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지금 이 힘겨움이 지나면 반드시 쉬운 길이 나올 것이고 그리고 또 이것보다 더 힘든 시련이 닥쳐올 것이다. 그런 시련 앞에서 난 혼자 좌절하고, 절망의 나락에 빠질 테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에겐 좋은 경험이 되어 너를 향한 길을 더 찾기 쉽게 만들어 줄 거라고 굳게 믿는다. 여행 도중 방향표를 잃은 여행객처럼 비록 나는 세상을 잃고 너를 잃는다 하여도 그것이 너를 향한 나의 사랑마저도 잃게 할 순 없을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다.
반드시 도달할 것이다. 너가 존재하는 그곳에. 너가 평생 가고자 했던 그곳에. 비록 이곳이 땅의 끝이고 그곳이 하늘의 끝일지라도.
우리의 관계가 해연(垓埏)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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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대략 2~3년전부터 생각해놓고 있던 글이었는데 원래는 엑소글이 아니었어요.
팬픽도 아니고 일반 소설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여주 이미지랑 민석이 이미지랑, 남주 이미지랑 루한 이미지랑
너무 잘맞아서...
그리고 일단 제목은 원래 해연이었는데 영어 제목으로 바꿨어요. 그냥 가장 큰 암시이기도하고.
해연은 부제목으로 나갈게요~
이 프롤로그는 되게 예전에 쓰여진건데... 일단 연재가 얼마나 자주 될진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써보려고 해요.
엄청나게 긴 장편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