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그대로 번외라 이해가 잘 가지 않으면 본편을 읽어주세요 :) #
" 누나, 오늘은 왜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어디 아파요? 얼굴 많이 어두워요.
다 젖었네요, 우산 들고다니지 그러다 감기걸리는데
아, 우리 밥 뭐 먹을까요? "
평소에도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답을 하지 않았기에,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듯 정국은 계속 제 할말을 제게 쏟아냈다.
*
윤기와의 원치 않았던 이별로 인한 상처의 흉터는 제게 아픔으로 다가왔다.
본디 흉터란 상처가 다 아물고 난 뒤에서야 생기는 것이지만 실로 그렇지 않았다.
흉터는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의 결과물.
그 과정이 순탄치 못했던 저의 흉터는 결코 온전할 수 없었다.
아물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을 시기에 미처 아물지 못한 아픔들이 흉터와 함께 자리매김 하고만 것이다.
무슨 말을 하건, 무슨 행동을 하건 흉터 안에 갖혀 채 아물지 못한 아픔들은 갇힌 흉터안이 답답한듯 항상 이곳저곳을 찔러대 저를 아프게 하였다.
정국과 함께있는 딱 그 순간만을 제외하곤.
*
정국은 정말 동생이었다.
저는 물론 주변사람들에게도 정국은 저를 잘 챙겨주는 좋은 '아는 동생'으로 뿌리깊게 인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일까.
대체 왜 변화하고 있는 것 일까.
윤기를 그리워하지 않느냐고 물어오면 그에 대한 대답은 확실히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윤기의 빈자리는 다시는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깊숙히 새겨진 윤기의 흔적 위로 다른 흔적을 남기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틀렸다. 저가 완전히 틀려버렸다.
제 마음에 있는 윤기의 흔적을 보지 못하고 당장 앞에 보이는 흔적만 쫓다보니 어느새 정국이 새겨졌다.
어쩌면 정국은 윤기가 떠난 후 부터 저에게 '아는 동생' 이 아닌 다른 의미로 새겨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
몇 번이고 정국을 지워내고 다시 윤기의 흔적을 돌려 놓으려 할 수록 정국은 더 깊게 흔적을 새겨왔다.
아니, 어쩌면 지우려 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순이었다.
윤기를 되살리려 애를 쓸때면 더욱 세지는 자신의 아픔을 기댈 정국을 줄곧 찾아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마음 속에서는 이미 정국이 자신도 모르게 심어놓은 씨앗이 천천히 발아해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꽃을 볼 수 있을까, 하며 두려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쁘게 피어날 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번 실패한 만큼 꽃을 절실히 피우고 싶었다.
" 너가 먹고싶은 거 먹자 "
꽃이 예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