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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복숭아 사줄사람?

1.

"이제 된다! 아저씨, 빨리요!"

"아... 좀 그런데.. 그냥 나중에 말로 하면 안될까?"

"아아- 빨리! 내가 이거 힘들게 고쳤잖아요!"

"그러게 누가 고장난 캠코더를 가져오래?"

"어어..! 배터리 얼마 안남았다! 진짜 하고싶은말 없어요?"

"아 진짜 캠코터로는 좀 부끄러운데.."

"무슨 남자가 이런거에 부끄러워해요. 자, 빨리!"

"아...음.. 생일 축하해 세훈아."

".....끝..?"

"어..."

"아 진짜! 빨리 더 말해!"

"사랑하고."

"성의가 없어."

"오세후운- 사아라앙해애-"

"아휴 진짜..."

 


지지직- 영상은 격하게 흔들리다가 끝내 꺼졌다. 꺼진 까만 화면속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멍하게 있는 세훈의 모습이 비춰졌다. 저럴때도 있었네... 저게 언제지. 공허함속에서 세훈은 혼자 어림잡아보았다. 저날 이후로 생일을 한번도 안챙겨줬으니까 아마 5년 전인가? 그리고 찬열이 자신을 귀찮아해 하는것도 꼬박 3년이 되었다. 복숭아를 한입 물었다.

 

"시간도 빠르다.. 우리 재준이가 벌써 5살이네.."

 

자신의 무릎맡에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들 재준이를 바라보았다. 집안이 슬슬 더웠던지 얼굴에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몇가닥 붙은것을 보고 세훈은 머리를 쓰다듬과 동시에 땀을 닦아주었다. 입양아여도 꼭 제 아들만같았다. 찬열의 아들이 아닌 내아들. 복숭아를 또 한입 베어 물었다.

 

현관문 밖 복도서부터 또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찬열이 또 여자를 데려온것이 분명했다. 세훈은 복숭아를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로 재준이를 들쳐 안았다. 벌써 시계는 2에서 3을 향해 가고 있었고 더워서 창문을 열어두었던 베란다에선 밤바람이 살살 불었다. 세훈은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와 동시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재준이를 눕혔다. 거실의 정적을 깨고 요란스레 두 남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찬열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여자와 밤을 보낼것이다. 남녀의 몸의 소리에 재준이가 깨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찬열이 그 와중에도 꼬박꼬박 문을 닫아줄때 이미 사라졌다. 아마 아직 재준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느 한켠에 남아있다고 생각한 세훈이다.

 

불을 끄고 스텐드를 켰다. 침대에 누움과 동시에 입술부근이 가려워졌다. 손도 발게지며 가려워졌다. 벅벅 긁으며 복숭아를 먹어서라고 짐작했지만 여전히 세훈은 남은 복숭아를 먹었다. 재준이는 복숭아 씨를 좋아했다. 큼지막한 복숭아씨를 몇달전 아는 형의 집에 갔다가 처음 보고나서부터 복숭아씨를 달라고 칭얼거렸다. 알러지가 있는 덕분에 세훈은 많은 고민을 해야했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얼 못하냐는 생각으로 복숭아를 몇일 전부터 먹어댔다. 그덕에 재준이의 웃는 얼굴을 볼수 있었다. 몸에 해로운걸 알고 있어도 아직은 말짱하니 됐다.

 

침대에 누워 스탠드도 끄고 눈을 감았지만 밖에서의 미세한 신음과 웃음소리에 신경이 거슬렸다. 오늘따라 여자는 이뻤나보다. 거의 한시간이 훨씬 넘도록 주구장창 해대는걸 보니. 이런생각을 하며 까만 천장만 바라보는 제 신세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찬열은 어느날부터 자신을 거부하였고 좋아라했던 재준이까지 쳐다보지 않았다. 언젠가 한번, 너무 지치고 힘들었을때 세훈은 물었다. 대체 나한테 왜이러냐고. 그러자 되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니년 뒷구멍도 질려서. 작작 눈치줬으면 좀 나가지 그래?"

그때 깨달았다. 멍청한 나 자신을. 오로지 관계만을 위해 자신을 갈구었던거지,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란걸. 그날밤은 펑펑 울었다. 그나마도 재준이가 깰까봐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배게에 얼굴을 묻은채 울었다. 차라리 이대로 숨이 막혀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옆에서 자신을 보며 색색 잠드는 재준이의 얼굴을 보고 또 그러지는 못했다. 나까지 없어지면 이 아이는 사랑도 못받고 방치될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된 세훈은 그저 자신만을 원망하며 3년을 보내왔다. 집을 나갈까도 생각해봤지만 그저 막막함속에선 차마 그럴 용기도 없었다. 그리되면 곧 굶어죽으리라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복잡하게 했더니 순간 모르게 잠이 든것 같았다. 눈을뜨니 자신의 아이가 제 배 위에 앉아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마 재준은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사는걸 본 하늘이 내려준 천사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안그러면 어쩜 이리도 예쁠수가 있을까.


"아빠, 아빠. 일어나요."

"준아, 벌써 깼어? 안졸려?"

"응. 아빠, 준이 배고파요. 아빠가 해준 계란 먹고싶어."

"그래. 아빠 세수하고 계란 많이 해줄께."

"와, 진짜요? 아빠가 최고다!"


헤헤 하고 웃는 작은 얼굴을 자신의 큰 손으로 감싸 뽀뽀를 했다. 한번하고 두번하고.. 이러다간 끝도 없을것 같아 재준이를 꽉 껴안고 난뒤 아이를 두고 화장실로 가려고 방문을 열었다. 괜히 찬열과 마주치면 이상한데서 트집을 잡힐것 같아 매일 이렇게 아침마다 고양이걸음을 하곤 했다. 물론 트집을 잡힌적은 몇번 없었지만 트집을 잡힌 그날은 이상하게도 재수가 없었다. 일종의 트라우마같은걸까 해서 떨쳐내려 해도 몸은 그리 반응하지 못했다. 화장실까지 온데 성공한 세훈이 한숨을 한번 쉬고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뿌연 수증기가 시야를 가로막았고 그속에 찬열이 바지만 입은채 거울로 자신을 쳐다보았다. 수증기 덕에 거울도 흐렸지만 그속에서 찬열은 용케도 세훈의 눈을 찾아 맞추었다. 닥치고 문닫으라는 신호인가. 매서운 눈빛에 세훈은 미안해요. 를 던지고 문을 닫았다. 안떨리는척은 했다만 오랜만에 보는 찬열의 얼굴에 심장이 덜컹했다. 맨날 자신의 방에 있는 화상실을 쓰더니 오늘은 왜..? 코를 한번 훌쩍인 세훈은 하는수 없이 싱크대로 향해 물을 틀었다. 찬물로 조정해 손을 대강 먼저 씻고 세수를 했다. 싱크대에서 세수를 하는 건 세훈이 찬열의 방에 들어가는걸 극도로 싫어하는걸 안 세훈의 나름의 배려였을까. 잠이 확 달아난 세훈이 얼굴의 물기를 털고 새 수건을 집어 한번더 물기를 닦았다.

계란은 금방 구워졌다. 자신것 한개. 재준이꺼 두개. 찬열것 두개 해서 여차저차 다섯개를 금방 구워냈다. 우리 아가는 반숙을 좋아하지, 입양아임에도 불구하고 재준이에 대한 것은 자신이 다 알고 있었다. 나름 또 뿌듯해서 후라이를 접시에 예쁘게 덜고있는 세훈의 다리에 뭔가 말랑한게 붙었다. 아, 아기냄새.

"준아, 아빠 밥할땐 옆에 있지 말라고 했지."

"아빠."

"응?"

"큰아빠방에서 어떤 아줌마가 나왔어요."

"....."

"머리색이 딸기색이었어요. 그 아줌마는 또 누구에요?"

기어코 오늘도 이른 아침에 봤나보다. 아침잠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이보다 더 일찍 일어나기가 힘든 세훈이 그저 자신을 원망했다. 찬열이 오는날마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아이는 무슨생각을 할까, 아이의 감인건지 뭔진 몰라도 찬열이 들을까 소곤소곤 말하는 재준을 씁쓸하게 쳐다보았다. 미안하다. 아빠가 너무 미안해.. 이 아빠가..

"그냥 큰아빠랑 친한 아줌마야.."

"큰아빠는 친한 아줌마가 되게 많구나..."

매일 우리 아들한테 거짓말만 해서 미안해. 아가..

 

 

2.
찬열은 그래도 가끔 저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갈때가 있었다. 그리고 가끔 저가 다린 양복을 입고갈때가 있었다. 오늘은 그게 다 이루어졌고 또 왠일인지 재준이의 말에도 짧게나마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재준의 밥숟가락 위에 계란 노른자 조각도 올려주었다. 재준은 오랜만에 그런 찬열의 호의에 신이 나보였다. 덩달아 세훈의 기분도 오랜만에 좋았다. 찬열이 출근을 할때까진 그저 오늘이 '좀' 특별한줄 알았다. 붉은 머리 여자와 잠을 자더니 정신을 차린건지, 아니면 찬열이 예전으로 돌아오려고 하는건지. 헛된망상이 깊었구나 를 느낀건 초인종을 누르는 그 여자가 온 후에 깨달았다.

"누구세요..?"

"어? 여기 찬열씨 사는데 아닌가요?"

"맞는데.. 누구시죠?"

세훈은 인상을 구겼다. 여자는 언젠가 본듯 안본듯 하였고 여자의 손엔 재준이만한 아이가 여자의 손을 꼬옥 잡고 자신을 경계하였다. 제발 저가 생각하는 일이 아니길 빌었다. 제발..

"저.. 찬열씨 아내되는 사람인데.. 그쪽은 누구세요?"

"아...."

 

세훈은 멍해졌다. 저 여자는 분명 '아내'라고 말을 했다. 그렇다는건 저 자그만한 아이가 찬열의 아들이 되는것이며, 제 앞의 분홍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아내가 된다. 자신이 찬열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순간에 그는 저모르게 혼인을 한것이다. 그런 저를 보며 얼마나 우스웠을까. 아직도 자신이 돌아올줄 아는 기대에 빠져 산 날 보며 그 위에서 얼마나 비웃었을까, 아는사람 이야기라며 내 얘기를 했을수도, 그러면서 서로 같이 웃었겠지. 그런 병신같은 사람이 아는 사람이나며 말이다. 준이와 저아이를 비교해댔겠지, 그러면서 말했겠지. 우리 아들이 최고라고, 다른 애는 안그러는데 우리 아들은 너무 잘한다고 준이를 생각하며 저 아이에게 말했겠지. 여기서 한 행동들은 저 가정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했던 일종의 '연습'이었나? 전에 집을 나가라고 했을땐 이집에서 다같이 살려고 했던거였나? 그럼 내가 너무 눈치없는 행동을 했구나, 진작 나가라고 할때 나갈껄. 그래도 저는 아무렴 채이고 다쳐도 상관없었다. 익숙했기에, 그런 찬열의 행동들이 이미 굳어졌기에, 근데, 근데 우리 준이는, 우리 재준이는 너무 불쌍하잖아. 그 아이가 끝까지 믿고 있던 아빠가 다른아이의 아빠도 된다는 사실이. 자신이 좋다며 자신에게 호의를 보였던 아빠가 다른아이에게는 더한 호의를 베풀었다는걸 아이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수 있는지. 매일 아는 아줌마라며 거짓을 늘어놓는 순간에도 세훈은 도저히 준이의 눈동자를 바라볼수가 없었다. 그 눈을 바라보며 얘기하면 다 탄로날까봐. 제 가슴을 뚫고 들여다볼것 같았지만 매일 어처구니 없는 거짓을 말했다. 아이가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살길 바래서였다. 아이는 순수하고 그저 잘만 커주면 되었다. 어떤 아픔과 고통은 제가 다 받아내줄 자신이 있었기에 제가 너덜너덜해져 찢어지기 전까지는 준이에게 아무 해가 가지 않길 빌었다. 근데 겨우 4살이다. 집안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투정도 안부리고 오로지 제게 애교를 부리는 깨끗한 4살짜리에게 뭐라 말하며 이 집을 나갈까. 또 거짓을 고하기엔 나중의 준이가 자신을 원망할게 두려워졌다. 좀 더 크면 모든걸 알아버릴테니. 그저 막막함속에서 여자는 계속 세훈을 불렀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아...네.."

"근데 찬열씨랑은 무슨 관계세요? 여기 그냥 빈집인줄 알고 온건데.."

"그냥... 아는 동생..이요.."

"아.. 그래요? 그런건 못들은것 같은데.."

"저기.. 찬열이 형하고 결혼한지 얼마나 되셨어요..?"

 

목이 먹먹했지만 참고 겨우짜낸 질문이었다. 여자는 아는 동생이라며 그것도 몰랐냐며 타박을 주었고 대답을 하곤 나중엔 아마 집을 비워야될거라며 알아두라고 하고 집을 나갔다.

 

"....3년.. 3년차라..."

제게 등을 돌릴때와 일치했다. 또한번 후회가 밀려왔다. 나가라고 할때 나갈껄. 동시에 찬열에게 무지막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3년간 아주 잘도 자신과 재준이를 가지고 놀았다. 세훈은 울었다. 아는동생이라고 하는 제가 너무 초라해서, 집을 나가고 싶어도 갈데가 없는 자신이 한스러워서, 준이에겐 떳떳한 아빠가 되질 못해서. 이 모든게 세훈을 괴롭혔다. 그와중에 낮잠을 자는 준이가 또 들을까봐 맘대로 울지도 못했다. 꺽꺽대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래도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목은 점점 쉬어가면서 완벽하게 세훈을 망가뜨려놨다. 막았다고 막은 울음소리에 결국 재준이 깼다. 거실로 나온 재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저에게 달려왔다.

 

"아빠, 왜 울어요.. 울지마요.."

"준아... 우리 준이... 아빠가...미안...해..."

"아빠 울지마.. 아빠 울면 나도 운단말야.."

"준아...재준아.. 미안해... 미안해.. 진짜로.. 미안해.."

결국 끅끅대며 소리내어 울었다. 그 작은 아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아이는 그런 제 아빠가 불쌍해서인지 같이 울었다. 거실에는 부자의 울음소리와 미안하단 반복적인 남자의 말만이 공간을 매꿔나가고 있었다. 오늘은 '좀' 특별하지 않았다.

 


3.
이틀정도 찬열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반사이기에 세훈은 이번 밤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시계를 보았다. 새벽3시가 되어갔다. 쇼파에 앉아 그저 가만히 있었다. 졸음도 안왔다. 적막한 공기를 깬건 밖의 소리덕이었다. 본능적으로 찬열임을 생각한 세훈은 그저 눈만 깜빡였다.

철컥- 하고 열리는 현관문에는 술에 찌든 찬열이 있었다. 원체 술에 강했으므로 말은 알아듣겠지. 신발을 벗고 살짝 비틀거리며 제방으로 들어가려는 찬열의 뒷등에 대고 말했다. 그의 손과 손목이 붉었다. 곳곳에 생채기도 있는듯 했다. 상관할게 못됐다.

 

"결혼..했다면서요."

"......"

"애도 있고.."

"...근데"

"왜 말안했어요..? 사람 3년 가지고 노니까 재밌었어요?"

"....."

"진작에 말했으면 좋았잖아, 꼭 이렇게 사람 하나 망쳐놔야 속이 풀려요?"

"나가라고 했을때 안나간건 너야."

"그건 당신이 결혼 한줄 모르고 했을때 얘기죠."

"눈치껏 행동했어야지. 약혼반지도 못보는 니가 오히려 더 병신새끼 아니냐?"

"하도 데려오는 여자가 많으니까 그냥 꼈나보다 했지. 정작 내앞에선 반지 잘 안꼈잖아. 근데 씨발..."

"....."

"난 그렇다 쳐. 씨발 재준이한텐 내가 대체 어떻게 해야되냐고..!"

"....."

"어미란년은 없고 사내새끼만 둘이야. 이것도 미안해 죽겠다고, 근데 한놈은 또 바람나서 저만한 애새끼가 있어. 이걸 어떻게 말해..!!"

"....."

"당장이야 거짓말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쩔거냐고!!"

"....."

"나 사랑해서 만난것도 아니잖아, 그럼 무슨생각으로 준이를 입양시킨거야? 나 어떻게 망가지는지, 어떻게 죽어가는지 보려고..?"

"....."

"넌 그 여자랑 니 핏줄한테도 몹쓸짓하는거야, 이 쓰레기같은 새끼야..!!"

"씨발.. 시끄러우니까..."

"시끄러워? 술쳐먹고 그 와중에도 귓구멍은 열렸나봐? 그럼 똑똑히 들어."

"....."

"나 준이랑 나갈테니까, 제발.. 제발 우리 눈앞에 나타나지마.."

"....."

"니들끼리 지지고 볶고 잘살라고, 난.. 나 알아서 준이랑 살테니까.."

"....."

"어디가서 그 쓰레기 본성 드러내지 말고 살아... 부탁이야.."

 

세훈은 곧바로 재준이 자고있는 저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한때는 제가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이다. 이런말을 하게될줄은 몰랐다. 자고있는 준이가 뒤척였지만 지금은 토닥여줄수가 없었다. 나 자신도 토닥여주질 못하는데... 그냥 제가 미웠다. 밉고 미안했다. 오늘밤도 운다. 준이는 깊게 잠이 들었다.

 

 

 

4.
미리 짐을 싸고 잠이 들었다. 새벽 늦게 잠든터라 준이가 흔들고 깨웠지만 쉽게 일어나지는 못했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었다. 찬열은 출근을 했을터다. 준이에게 말하는일만 남았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준이를 보며 괜스레 눈물이 또 나올것 같았다. 꾹 참고 첫 말을 이었다.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준아."

"네. 아빠."

"준아, 오늘 준이랑 아빠랑 어디 갈데가 있는데.."

"진짜? 어디? 어디요?"

"음.. 비행기 타고 저어-기."

"비행기..?! 진짜요? 우리 비행기타요?"

"응. 좋아?"

"진짜 좋아! 나 비행기 한번도 못타봤는데..!"

 

비행기타면 구름도 만질수 있어요? 와! 신난다! 행복하게 말하는 준이가 사랑스러웠다. 세훈은 오늘 새벽, 영국에 있는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모가 없는 세훈을 잘도 키워준 자신의 친형이다. 어차피 시차때문에 그곳은 오후일것을 예상하고 꼭두새벽에 전화를 하니 곧이어 받는 형에게 염치를 무릅쓰고 부탁을 했다. 비행기표와 자신이 거주할 곳을 마련해주면 안되겠냐고. 세훈의 형은 놀랐다. 원래 같이 가려고했던 영국인데 세훈이 무슨이유로 가지않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저 혼자 오게 된것이다. 근데 이제와서 오겠다고 하니 우울한 세훈의 목소리와 동시에 이상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서 이야기 해주겠다고 하자 형은 흔쾌히 표를 보내주고 주소를 보내주었다. 형 스스로 영국에서 잘산다고 했으니 이정도는 괜찮겠지. 그나마 형과 준이가 있어서 자신이 숨트고 살수 있는것 같았다. 한국이 아닌게 맘에 걸렸지만 당장은 어쩔수가 없었다. 재준의 초등학교는 꼭 한국에 있는 곳으로 입학시킬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던것 같았다.


씻고 나와 옷을 입고 준이가 준비가 다 될때까지 포스트잇을 한장 뜯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는 해야할것 같아서 뜯었는데 막상 할말이 없다. 고민끝에 그냥 몇자 적고 잘지내라는 말을 쓴 포스트잇을 식탁 위에 붙혔다. 감흥없이 보겠지. 그래도 그냥 가면 좀 그러니까..

 

"준아, 다 챙겼어?"

"네! 아빠."

"준아, 너 저 손수건은 안챙겨?"

평소에 준이가 좋아하던 손수건이다. 저건 안 넣느냐는 내 질문에 재준이 해맑게 답했다.

"어차피 다시 오잖아요."

"....."

"가방이 꽉 찼어요. 이것만 들고 갈래요."

"준아.."

"네?"

아이에게 아직 한참을 덜 말한것 같다. 준아, 우리 여기 다시 안올거야. 왜요? 우리 이사가는거야. 어? 그럼..

"그럼 찬열아빠도 가요?"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또 씁쓸해지며 울컥했다. 아니. 같이 안가. 찬열아빠는 여기가 좋대.

"응? 아니야! 찬열아빠는 내가 좋다고 했어요..! 찬열아빠는 올거에요."

"찬열아빠가 바빠서 그래. 준아, 얼른 너 물건 못챙긴거 더 챙기자."

"찬열아빠도 같이 가요. 네?"

"준아, 말듣자. 얼른 니 물건 빨리 챙겨. 비행기 못탄다. 그러다가."

"그럼 찬열아빠도 내일 오라고 해요!"

".....알았어. 아빠가 말해볼께."

 

야호! 하고 신나게 자신의 물건을 쓸어담는 아이에게 난 오늘도 거짓말을 했다. 난 지옥에 갈거다. 천사에게 매일 거짓을 고한다. 천사는 알면서도 넘어가준다. 내 허술한 연기를 넘어가주는 천사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아이가 곧이어 방에서 나온다. 손엔 무언가 한아름 가득 들고 나왔다.


"아빠.. 이건 어디에 넣을까요?"

"...어..?"

"비닐봉지 주세요."

아이의 손엔 무수히 많은 복숭아씨가 있었다. 내가 준건 3,4개가 전부일텐데 어디서 저렇게 씨가 많이 나왔지..? 비닐봉지를 뜯으며 복숭아 씨를 넣고 어디서 이렇게 많이 나왔냐는 물음은 시계를 본 순간 싹 사라졌다. 늦었다! 얼른가자! 다 챙겼지? 네-!

 

 

 

5.
공항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재준은 그런 사람들이 신기한지 자꾸 두리번 댔다. 아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처음 봤겠지. 오늘 여러 경험을 했다는게 좀 뿌듯했다. 문제없이 게이트를 통과하고 입구까지 왔다. 급히 온덕에 딱 맞게 도착한듯 했다.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립겠지.. 그리우면 또 오면 되겠지. 형은 부자니까.

"아빠 이제 저 문으로 가요?"

"응. 준아 이제 비행기타고 가면 거기서 좀 오래 있다가 오자."

"난 아빠들이랑 있으면 되!"

아이의 말에 그저 웃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몰라주었으면 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문을 통과했다. 아이가 뒤를 돌아 손을 흔들었다. 그런 아이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곤 다시 앞길을 걸었다. 비행기로 통과하는 문까지 넘어서 비행기 내부로 들어왔다. 우리자리는 저기네!

아이와 함께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짐을 사물칸에 넣었다. 아이의 것도 넣으려 하는데 가방문이 좀 열렸다. 열린 틈사이로 복숭아씨가 보였다. 그제야 궁금한게 생각났다. 아가.

 

"저 복숭아 씨 누가한거야?"

"응? 아빠가 해줬잖아."

"아니... 아빠는 준이한테 3개밖에 안해준것 같은데.. 누가 저렇게 많이 해줬어? 백현이 아저씨네 갔을때 받은거야?"

"아니! 저거 거의 다 찬열아빠가 해줬어."

아이는 음료를 홀짝이며 말했다. 찬열아빠..? 찬열아빠가 왜 해줘..?"

"왜? 해주면 안돼?"

"아니.. 그게 아니고..."


분명 찬열도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 그걸 알고 사이 좋았을때 절대로 복숭아가 들어간 음식은 손도 안대었다. 게다가 찬열의 눈엔 준이는 미운자식이다. 복숭아씨는 족히 봐도 10개가 훌쩍 넘어보였다. 그걸 다 먹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그냥 누가 먹은걸 씻어서 줬겠지. 굳이 그럴 필요가...


"아빠 맨날 엎드려서 잘때마다 큰아빠가 왔어요."

"....."

"그때마다 복숭아씨를 한개씩 줬어요."

"....."

"아빠가 미안하다고 선물이라고 주는거라고 그랬는데.."

"....."

"뭐가 미안한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찬열아빠가 안알려줬어요."

"아....."

"세훈아빠 말 잘들으라고도 했구요. 찬열아빠보다 세훈아빠를 좋아하라고 했어요."

"....."

"근데 찬열아빠는 올때마다 손이랑 입이 빨개요. 모기한테 아야한것도 많아요."

"....."

"그래서 내가 호- 해줬어요. 나 잘했죠?"


아이의 말을 믿을수 없었다. 이 상황이 정리가 되질 않았다. 아이는 꿈을 꾼것을 말하는것 같았다. 허나 그러기엔 찬열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아이에게 복숭아 씨를 줄 사람이 없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헛된 기대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나온게 몇시간 전이다. 찬열은 제게 그럴리 없다. 그러나 비행기가 뜨자 손에 잡힌 복숭아씨는 자꾸만 기대를 하게끔 만들었고 잠을 청하려고 할때쯤 현실인지 꿈인 구분이 안되는 곳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큰아빠 미워하지마요, 아까 나랑 인사도 했는데.."

 

 

 

찬열찡 번외를 만들까 말까.. 안그럼 열린결말..?

어쩌죠.. 흠....(고민고민)

듀뎡)브금 넣었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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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번외ㅠㅠㅠㅠ
번외 보고싶슴니다 자까님ㅠㅠㅠㅠ
이 아련돋는ㅠㅜㅠ
아 말이 안나와ㅠㅠ
사랑합니다ㅠㅠ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쁜박찬열인줄알았는데 마지막은 왜 날 설레게하는지ㅠㅠㅠㅠㅠㅠ찬세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번외보고싶어요ㅠㅠㅠ♥ 신알신이요~
10년 전
독자3
아ㅠㅠㅠㅠㅠㅠ얼른 번외 써주시와요 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번외 압축 풀어쥬세여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6
허류ㅠㅠㅠㅠㅠㅠ 번외 시급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헐 번외를 내려주세용 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7
번외주세요ㅠㅠ
10년 전
독자8
번외가 시급합니다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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