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6 맑음
어제 비가 왔던게 꿈이었던 것처럼 거짓말같이 하늘이 맑다. 여주야... 난 사실 어제 너랑 같이 우산을 쓰고, 같이 걷고, 같이 이야기 했던 것이 우리사이에 어떤 무언가를 남겨줄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어제 저녁부터 빨리 오늘이 되길 바랬어. 너랑 빨리 인사하고 싶었거든. 그런 마음은 나만 가지고 있었던 걸까? 평소에는 무심하게 한번 씩이라도 내쪽을 쳐다봐 줬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도경수랑만 얘기하더라.
나는 오늘 혹시 니가 쉬는 시간에라도 내쪽으로 걸어올까봐 화장실도 안가고, 박찬열이 매점가자고 졸라도 꿈쩍도 안했는데...... 앞으로 인사하자던 너의 그 말에 나는 너무 설렜는데 어제 일은 정말 내가 꾼 꿈이었던 건지,
인사는 커녕 눈길 한번 안주는 너가 오늘은 조금 밉다. 내일은 꼭 인사하자..안녕
아침부터 언젠가 길거리를 걷다가 들었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엄마는 무슨일 있냐며 내 이마에 열을 쟀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등굣길에 올랐던 내가 ‘좋은아침이야 엄마’ 하고 인사를 건넸다는 것 자체가 엄마는 충격이였던 것 같았다.
아침을 거르고 얼른 등굣길에 올랐다. 매일 보던 경비 아저씨도 너무 반갑고 조금은 무섭던 도둑고양이도 귀여워 보였다. 이런 내 마음을 대변하듯 날씨도 너무 맑았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니 요즘 즐겨 듣는 코너 메이너드의 토킹어바웃이 흘러나왔다. 노래도 상큼해.. 오늘 기분 대박이야... 오늘은 어떤 수업도 졸리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교실엔 엎드려서 자고 있는 몇몇 애들과, 매번 시험 때마다 한 개를 틀렸네, 두 개를 틀렸네 하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애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애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문제집 넘기는 소리를 크게도 냈다.
이렇게 일찍 교실에 도착한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상했다. 분명 어젯밤 한숨도 못잔 것이 분명한데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밤새 내일 여주를 만나면 이렇게 인사할까? 매점에 가서 바나나우유를 사다줄까? 하는 생각들로 꼬박 밤을 지샜는데, 분명 하품이 나와야 될 지금 나오는 거라곤 웃음밖에 없었다.
"호오 변백 나 감기걸렸쪙 어제 비 오지게도 오더라."
교실 문이 열리면서부터 시끄러움이 느껴지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박찬열이었다.
“찬열아 진심으로 말하는데 나 오늘 기분 되게 좋거든? 말 걸지 말아줘”
“호오? 친구 그게 무슨 말이지?”
“얼룩말이다 병신아. 말 걸지 마”
찬열이는 내 말에 진심으로 상처를 받았는지 그대로 책상위에 엎드렸다.
“힝 백현이는 바보야!”
“말걸지 말랬다.”
박찬열과 시덥잖은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교실 앞문이 드르륵하고 열렸다. 열린 문 소리에 그쪽을 바라보니 도경수가 들어왔다. 아니, 도경수와 김여주가 함께 들어왔다. 기분이 축 가라앉았다. 김여주는 교실에 들어오면서부터 내쪽에는 찰나의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내가 이 교실에 없는 것 같이, 지금 네 세상엔 너와 도경수 밖에 없는 것 같이. 놀랍게도 네 시선은 도경수에게로만 향했다.
하루종일 너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내가 자리를 비운사이 니가 돌아보진 않을까해서 네가 오늘 처음 교실에 들어와서부터 학교가 끝나고 교실을 떠날때까지 내 눈은 쭉 김여주를 보고있었다. 차라리 보고있지 말걸.. 그럼 내가 못본 사이에 나를 봤겠지, 한번이라도 내 자리를 확인했겠지... 했을텐데, 비참했다. 정말 오늘 김여주는 한번도 내쪽을 보지않았다.
왜? 먼저 인사하자고 한건 너였잖아? 내일 보자고 말한것도 너였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참했다. 괜히 눈물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옆에서 쫑알대는 박찬열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멍한 기분으로 두 번이나 넘어질뻔 한 것을 박찬열이 잡아줬다.
“도오시떼? 변백 도오시떼? 왜그러는거야? 어디 아픈거야?”
“말걸지 말라고 한거, 아까뿐만 아니고 오늘 하루 얘기한 거였어. 아직 유효해”
“너는 이렇게 차거운 남자지만 괜찮아 찬열이는 이해할 수 있어! 그치만 내일도 이지랄을 한다면 네 뺨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개소리를 지껄이는 박찬열과 헤어진 후 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고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어제 김여주와 했던 대화는 꿈이었나? 나 어제 안잔줄 알았는데 혹시 내가 잤던건가?
아... 어쩐지 오늘 하나도 안피곤하더라니.... 내가 잠들었던거였구나...
카톡 ♪
...라고 생각할즈음 카톡이 울렸다. 보나마나 박찬열일것이 뻔했다. 안읽씹을 하려다 오늘 내 더러운 성질 받아주느라 고생한 박찬열에게 엿이라도 보내줘야겠다 싶어 폰을 들고 카톡을 확인했다.
-오늘 왜 인사 안했어?
......김여주였다
여주가 언제 뒤돌아 보나...하고 기다리는 변백현 .jpg
이거 기억하시는 분들 계세요??? ㅋㅋㅋㅋㅋㅋ오랜만에 들고오려니 넘나 민망한것..
소수지만 이 글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ㅜㅜㅜㅜ
이글도 자주 가져오도록 할게요 ㅜㅜㅜㅜ
분량짠내 ㅈㅅ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