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Ocean-Sweet Life
도경수X변백현
냉정
Written by. N.M.
성격이 급한 것은 아이의 본성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으며, 그런 성격의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감정의 덩어리들을 주체하지 못 하고 주먹부터 나간다는 건 사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불과했다. 상처를 늘 달고 사는 놈이었고, 그런 놈을 걱정하고 치료해야 하는 것은 내 몫이었으나 나는 가끔 이런 못 된 놈을 굳이 치료까지 해야하나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 말라고 해서 말을 듣는 것도 아닌데 귀찮게 왜 내가 이런 짓을 해야만 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선 지가 더 잘 아니까 나를 부려먹는 거겠지.
"아파."
"아프라고 꾹 눌렀어."
"강아지, 또 삐졌어?"
귀여워서 어쩌나.
이 새끼는 가끔 멀쩡한 내 이름을 두고 강아지라 부르곤 했다. 생긴 게 강아지 같아서 강아지라는 데 그럼 너는 능글 맞은 게 꼭 박찬열 같으니 박찬열이라고 해도 되니? 참고로 도경수는 박찬열을 존나게 혐오한다. 이유는 물론 모르고. 하여튼 비밀 투성이다. 그거 하나 얘기해주면 어디라도 꼭 덧나는 것처럼 굴곤 했다. 가끔 다쳐와서는 아양이나 부려대는 주제에.
"성질 좀 죽이라고 너한테 수천번은 얘기했을 걸."
"성질 한번에 죽으면 도경수겠어?"
"그럼 그 성질 고칠 때까지 나 찾아오지 말던가."
"아, 왜 그래. 또. 서운하게스리."
"난 니가 이럴 때마다 서운해."
능글 맞게 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아는 못 되 쳐먹은 놈. 고등학교 때도 도경수가 이랬었던가? 그 땐 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았다. 일진 무리에 속해있었어도 공부는 곧잘하는 편이었고, 사고도 친구들이 쳤지 지는 뒤로 쏙 빠져나오기 일쑤였으니. 아마 그런 도경수를 도경수의 친구들은 뱀 같은 새끼, 라고 했던가. 폐부 속 가득 들어찼을 연기를 내뱉으며 그렇게 얘기했었다. 그 땐 화장실 가득 찬 담배연기가 짜증이 났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일도 있었네. 쯧 하고 혀를 차며 눈가의 상처에 소독약을 갖다댔다. 찡그린다. 아프대도. 타이르는 나른하게 늘어진 목소리는 무시하기로 한다. 난 지금 네가 충분히 얄미워.
"백현아."
"뭐."
"내가 사고 안 치면 널 찾아 올 명분이 없잖아."
"또 개소리."
"나 안 다치면 만나주지도 않을거지? 다 알아."
"네가 뭘 알아."
"도경수잖아."
가끔 진지하게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굴 때면 난 하염없이 작아지곤 했다. 다 알고 있다는 걸 내가 아는데도 그랬다. 도경수의 입에서 걸렸다 다시 들어가기 일쑤인 그 말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내게 커다란 흔들림을 주는 것이다. 내가 땅덩어리라면, 도경수는 자꾸만 흔들리는 지진 같은 거지. 자주 일어나는 별 거 아닌 지진에도 흔들리는 것은 빈약한 땅덩어리 아니던가.
"다쳐서 오는 것도 딱히 달갑지는 않아."
"안 다쳐도 일주일에 한번은 나 만나준다고 하면,"
"하면 뭐?"
"안 싸울게. 자잘한 상처로 찾아오지도 않고."
"나한테 좋은 게 뭔데, 도대체."
어깨를 으쓱한다. 치료를 다 끝내고 구급상자 통을 닫았다. 이제 진짜로 이걸 그만 썼으면 좋겠는데. 얼굴만 대충 치료를 했지만 몸 어딘가에도 멍자국이 있을 터였다. 아니, 일주일 전에도 싸워놓고 말이야. 가끔 보면 싸우지 못 해 안달난 귀신이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 떨어지질 않는 것 같다.
"틱틱대지 말고 들어봐, 좀."
어쭈. 이젠 명령까지.
"일주일에 한번, 아니 두번은 만나자."
"왜 그래야 하는 건데?"
"또. 무드 없다. 변백현."
어느새 조잘대던 입술 위로 올라 온 손가락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어디 한번 더 짓껄여봐.
"그러면 나 다쳐서 너 서운할 일도 없을 거고."
"……."
"일주일에 두번 정도면 연애하는 느낌 좀 나냐?"
"‥뭐?"
"아, 연애하자고."
너랑 나랑. 오케이? 입술 새로 갖다댔던 손가락으로 나와 자신을 가르키는 도경수. 눈 앞에 있는 거 맞나. 짓껄여보라던 패기가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다. 그러니까 변백현이 저 한 마디에 대답도 못 하고 굳어버린 거다. 저 바보같은 프로포즈에.
"싫다는 말은 하지 마. 그럼 확."
"‥확 뭐?"
"입 찢어버린다."
원래 드라마에선 이 대목에서 뽀뽀한다 하지 않냐. 너야말로 무드 진짜 없네, 뭐.
"다쳐오면 연애고 뭐고 끝이야."
"살벌하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번은 너무 적지 않냐?"
"그럼 세번으로 해."
"쿨하긴."
"내 얼굴 더 보고 싶으면 그냥 같이 살던가."
"너랑 살다간 화병으로 일찍 죽어."
"그럼 화병으로 같이 죽지 뭐."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내일 올게. 들어오자 마자 벗어던졌던 자켓을 걸쳐입은 모습이 이상하게 멋있어 보였다. 연애하자는 말 듣고 홀린 거야, 뭐야. 아무렇지 않은 척 구급상자를 넣는데 손이 다 떨렸다. 무슨 핸드폰 진동하는 것 같다.
"강아지, 전화할게. 꼬박꼬박 받아."
"귀찮은데."
"안 받으면 바람으로 간주하고 쳐들어온다."
"꺼져."
"아, 우리 백현이는 나 밖에 모르지. 맞다, 까먹고 있었네."
개새끼. 흘긴 눈 사이로 능글맞은 얼굴이 들어왔다. 집히는 대로 집어던진 베개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든 도경수는 씩 웃어보였다. 간다- 문을 열고 나간 도경수가 마지막으로 입술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내 쪽을 향하게 했다. 아, 저런 놈을 앞으로 어떻게 데리고 살아. 한숨이 나왔지만 웃음도 같이 입에 걸린 것 같았다. 바보처럼.
*
왜 여기서 백현이는 뭐, 뭐만 하는 걸까요. 경수의 뭐야 놀이에 이은 건가 봐‥ 뭐뭐!
재미없는 게 뭐! 없어도 괜찮아 자급자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