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엔] 바디체인지 "택운아아아♥" 쇼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택운에게 다가가면, 언제나 그렇듯 택운은 학연을 피하기 바빴다. 귀찮아. 단지 그 이유였다. 정택운은 차학연이 지독하게 귀찮았다.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가 있는 건지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굳이 예를 들자면 택운은 하얀 편이었고, 학연은 까맣.. 아니 어두운 편이었다. 극과 극의 정반대를 달리는 두 사람은 그래도 나름대로 동갑 특유의 친밀함이 있는 편이다 라고 차학연은 혼자 생각했다. 택운은 똑똑했다. 재환이나, 홍빈이나, 원식이나, 상혁이한테 하듯 킥이나 기타등등 신체적 대화를 학연에게 걸면 오히려 들러붙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병술중에 최고로 뽑힌다는 기술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 태구니 어디가아~" 그 병술은 36계 줄행랑. 다른 말로는 도망, 혹은 토끼기라고도 불린다. 택운은 학연이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즉시 도망치곤 했다. 물론 지금도. 빠르게 일어서려는 택운에게 찰거머리마냥 덥썩 들러붙은 학연은 떨어질 줄 몰랐다. 귀찮은듯 두어번 몸을 비틀어대던 택운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덩달아 끌려 일어난 학연이 택운의 위로 박치기를 하며 넘어졌다. "씨ㅂ...." "택운이 욕하면 안..." ...어? 학연은 눈을 꿈뻑였다. 자신의 아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학연의 밑에서 학연이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나는 나고, 내 아래 있는 사람도 나..? "뭐야.." 헙. 학연이 말하던 입을 틀어막았다. 하이톤. 하이톤이다. 이 목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는데. 어디서 들어봤더라. "이 달콤한 게 내게 해로울.....꺄아아악!!!!!!!" "차학연 시끄.... 너 뭐야. " "너 뭐야!!!!!도플갱어야?!!!!너 죽어!!!!니가 죽어야 내가 살아!!!!!!" "도플갱어는 무슨 도플갱...너 내 도플갱어야?" "형들 뭐해요?" 방에서 자던 홍빈이 눈을 부비적거리며 나왔다. 학연의 위에 올라타 소리를 꽥꽥 지르는 택운을 (잘못 건드렸다가 한 대 맞을까봐)조심스럽게 떼어놓았다. "택운이형. 형이 학연이형 때리면 엔형 죽어요." 학연은 벙찔수밖에 없었다. 얘가 지금 미쳤나? 누가 누구보고 택운이래? 나? 내가? "내가 왜 택운..꺄아아악!!!또 하이톤이야!!!" "...택운이형 미쳤어요...?" 홍빈이 손가락 하나를 머리 옆으로 빙빙 돌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홍빈이 방으로 들어가자 학연의 밑에 깔려있던 택운이 밀치고 일어서려했다. 하지만 움직이는건 생각뿐, 자신의 위에 탄 자신은 소리지르기 바빴다. "도플갱어 죽ㅇ..으으으웁!!!!" "시끄러우니까 제발 닥쳐봐. 나 정택운이야." "으부으브브브븝..." 택운도 미치기 일보직전인건 마찬가지였다. 일단 소리지르는 자신이 시끄러워서 입을 막긴 했다. "나 까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입을 막은 손이 까맸다. 나름대로 하얗고 잘생기고, 길다고 생각했던 손인데. 그러고보니 바뀐건 손뿐만이 아니었다. 손, 손목, 팔뚝 그리고 심지어 다리까지. "새카매.." 바뀐건 택운뿐만이 아니었다. 학연은 반대로 하얘진 자신을 보며 놀라워하고 있었다. 하늘이 내 소원을 들어주셨구나! 나도 드디어 하얘졌어! 나 이제 비비 1호 써도 되는거야? "야...차학연.." "아싸 하얘졌다!!!!!" "차학ㅇ..." "내일 비비크림 사러 갈까? 아니지, 지금 갈까? 요즘에 씨씨크림이 그렇게 뜬다ㄷ...꺄아아악 또 하이톤이야!!!!!!!!!!!" 인상을 잔뜩 찌푸린 택운이 학연의 입을 틀어막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택운이 눈을 감고 깊게 마른세수를 했다. 돌아온다. 돌아온다. 돌아온다. 택운이 손틈으로 거울을 바라보자 거울 속에는 손가락 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학연의 몸이 보였다. 학연도 거울에 이리저리 각도를 돌려 자신을 비춰보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거울 속에 비친 사람은 여전히 택운이었다. "택운아..." "꿈이다. 꿈일거야." "우리 아무래도..." "정택운 빨리 일어나라. 어?" "몸이 뒤바뀐 것 같다." 화장실 안에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두 남자의 복잡한 시선이 교차했다. * "나 회 못 먹어." "또?" "아, 초밥은 먹어. 또 나 못 먹는 거 뭐있지?" 택운의 몸을 한 학연과 학연의 몸을 한 택운은 서로에 대한 정보를 공유 중이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더 잘 안다고 했던가. 우습게도 자신의 몸을 위해 자신의 정보를 알려주어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물론 그들이 다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몸이 바뀐 그 순간처럼 그들은 이마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박치기를 했다. 하지만 둘은 절대 바뀌지 않았고 종결에 자포자기한 학연이 우리.. 키스해볼까? 라는 말에 택운이 학연을 발로 차면서 일단락 되었다. 둘만 있는 숙소면 모를까, 멤버들 모두 다같이 있는 곳에서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택운아. 우리 눈 딱 감고 키스해볼까? 혹시 바뀔지 누가 알아?" "됐다." "너 그럼 평생 내 몸가지고 살래? 자고 일어나면 다시 바뀔 것 같애?" "안 바뀌면?" "안 바뀌면 다시 방법을 찾아봐야지. 뭐야, 너 나랑 키스하기 싫어? 우리 운이?" "내가 미쳤냐? 그럼 넌 나랑 키스하고 싶어?" "어차피 내가 나한테 하는 건데 뭐 어때?" "지금은 니가 내 몸 갖고 있거든?" "...설마....설마 우리 택운아....설마 우리 택운이가 지금껏 키스 한 번 안해보고 살았을까아...?" "........" "진짜야?" "........." "와우." 학연이 박장대소를 하며 바닥을 굴러다니는 동안 택운은 엄청나게 썩은 표정으로 그런 학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기가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며 학연은 그 표정 좋아! 나이쓰! 같은 말을 외치며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면 (자신만 멋있다고 생각하는) 저 표정을 지어보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택운의 심기가 불편해진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자신의 몸을 한 학연이 방정맞게 굴러다니고 있으니 혹시나 다른 멤버들이 보고 이상한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나름대로 걱정중이었다. 결국 분노게이지가 상승한 택운이 학연을 잡으려 일어섰으나 학연은 재빠르게 화장실로 도망가 문을 잠궈버렸다. "나 짱 빨라졌어!!! 봤어?!!! 대박!!!!!" "너 안 나올래?!!" 택운이 잠긴 문을 철컥대거나 말거나 학연은 날쌔진 몸에 대해 감탄할 뿐이었다. 거울에 비친 하얗고 깨끗한 피부, 건장한 떡대, 울퉁불퉁한 근육. 이것이야말로 학연이 꿈꿔오던 참된 남자의 모습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말이 맞는 건지 학연은 눈앞에 이루어진 꿈에 대해 연신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오 정택운....큰데?" 그리고 바지 속의 다른 의미의 꿈도 학연의 꿈만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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