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남자랑 키스하면 생기는 일
"야, 나와"
어제, 내일은 촬영도 없지 않냐며 입에 술을 들이부어주시는 작가님 덕분에 마실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해 술을 마셨다. 토요일은 늦게까지 퍼질러 자나 싶었지만, 아침 일찍부터 울리는 벨소리에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다섯번 안받으면 포기하겠지, 하며 휴대폰을 뒤집었건만 열번이 넘게 전화를 걸어오는 친구에 헛기침을 해대며 잠긴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근데, 한다는 말이 저게 끝이야?
"야... 나 어제 회시.."
"닥치고 나와, 지금 집 앞이니까"
마른세수를 했다. 하나 뿐이라는 남사친이 저모양이라니... 고등학교 때 부터 미친XX라고 불리던 친구였지만, 진심으로 미쳤구나, 네가. 삼십분 준다는 친구의 말에 일단은 몸을 일으켰다. 방문을 나설 때 뒤로 보이는 헤집어진 이불들이 애처로웠지만, 애써 고개를 돌렸다. 삽십분이 지나면 정말 무슨 일을 할지 모를 친구이기에 양치를 하며 시간 계산을 대충 했다.
십오분동안 샤워하고, 머리 말리기는..패스 옷입고 화장은, 챙겨가자
십분동안 들을 노래를 찾아서 틀고 샤워를 시작했다. 한곡, 머리를 감고 두곡, 바디워시를 묻히고 클라이막스로 가는 노래와 함께 손놀림도 다급해졌다. 노래가 끝나면서 마지막 거품이 씻겨내려갔다. 벌컥 문을 연 화장실에서 하얀 김이 퍼졌다. 옷, 옷 뭐입지.. 옷장을 열면서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좌절했다. 평소처럼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나가면 화낼 친구가 분명해서 시선을 사방으로 돌리며 옷을 찾았다.
오, 나이스
저번주에 패피 김남준이 백일날 여자친구에게 주겠다며 샀다가, 하루 전날에 차여서 내게 울며 건내준 옷이 눈에 띄였다. 치마에 다리를 집어 넣었다. 아오, 김남준, 사이즈 조절도 못해. 대충 우겨넣은 다리와 팔을 전신거울에 비추자, 나름 볼 만했다. 시간은 촉박하지 않았다. 한 십분 정도? 화장품을 급히 쓸어 담은 뒤 스킨 로션 선크림을 바르자, 알람종이 울리고, 김남준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나가"
밖으로 나서자, 김남준이 창문을 열고 클락센을 한번 울렸다. 자연스럽게 뒷 문을 열려고 손을 뻗자, 김남준은 차 문을 잠궜다.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고 앞좌석으로 손을 움직였다. 힐이 걸리적거렸다. 가방을 뒷좌석으로 던져넣자 김남준은 자연스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야!! 운전 똑바로 못해!!"
김남준이 차를 출발 시킨지 십분도 지나지 않아 나는 결국 김남준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방금 전 눈 앞을 지나가는 딱 봐도 비싸보이는 차와 부딪힐 뻔 한 이후로 나는 김남준을 믿지 않기로 했다. 김남준은 나에게 손을 놓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불안한 마음에 손을 내려 김남준의 팔을 세게 잡았다.
근데, 우리 왜 만난거야
뭘 물어, 야구보려고
미친 새끼야, 나 태어나서 야구 한번도 본 적도 없어! 차라리 축구를 봐
치맥, 콜?
니가 사는거지?
어,
콜.
가는 김에 작업하는 형 좀 만나자
...그러던가
+) 조선기생입니다 다시 돌아오게 되서 기쁘네요! 금방 본편으로 찾아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