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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月華) 

 

 

 

 

W.마토 

 

 

 

 

 

 

 

 

 

모두들 어둠을 피해 그들만의 보금자리로 돌아간 밤, 두 남자만이 다리 위에 서 있었다. 

 

 

 

 

밤이 되어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남자의 곧은 두 다리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 남자는 양반인 듯 녹색 도포를 입고 커다란 갓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근처엔 양반을 호위하는 무사로 보이는, 상투를 틀지않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또 다른 남자가 서있었다. 

 

 

 

 

 

 

 

"전하, 밤이 늦었습니다. 날이 차 옥체에 해로우실까 염려 스럽습니다." 

전하라 불리어진 남자는 무사의 말이 들리지 않는듯, 묵묵 히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인아. 저 달이 그 아이로 보이는 게라면, 정녕 내가 미친것이냐." 

"..." 

남자는 혼란스러운듯 두 눈을 감은채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차라리 저 달이 되고 싶구나. 그럼 그 아이가 어디에 있든, 함께인것이 아니겠느냐." 

"..전하." 

"가자. 피곤하구나." 

 

 

 

 

 

 

 

 

 

 

 

 

 

"경수야 이것 좀 봐. 이 노리개 참 예쁘지 않니?" 

"수업중엔 경어를 쓰시기로 약조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그 것은 여성들의 장신구가 아니옵니까." 

"맞아. 우리 누님이 곧 혼례를 치르시잖니. 아마 그쪽 집에서 예물로 보내온 물건인듯 한데, 색도 곱고 예뻐서 내가 가져왔어." 

"..정말 가시는겁니까." 

"응? 경수야. 어때? 누님보다 나와 색이 더 잘 받는것 같지 않니?" 

"..." 

 

정말로 가시는 겁니까. 이렇게 말도 없이 가버리시는게 어디있습니까.  

제게 웃어주셨던 미소는 한낱 거짓에 지나치지 않은 것이었습니까. 

 

경수는 전해지지 않는, 평생 전할 수 없는 그 말을 가슴속에 묻었다. 

 

 

 

 

경수는 백현의 벗이자 스승이다.  

경수는 백현의 집에서 일하는 노비의 아들인데, 꾸미고 놀기 좋아하는 백현과 달리 어릴적부터 총명하여 사자소학은 물론, 수 많은 경전을 외웠다. 

수업시간마다 어딜 그리 쏘다니는지 툭하면 사라지는 백현을 걱정하던 백현의 아버지인 변판서가 생각한 것이, 경수를 백현의 스승으로 붙이는 것이었다. 

연배가 같은 벗과 함께 하면 백현이 공부에 마음을 붙이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에서 말이다. 

경수와 함께 지내며 예전에 비해 방에 붙어있는 시간이 늘어 변판서의 걱정이 조금은 덜어진것 같지만, 여전히 놀기 좋아하고 호기심많은 백현이었다. 

 

 

 

 

"현아, 이리 와 보거라." 

"무슨 일이시옵니까, 어머님?" 

"혹여 네가 누님의 예물에 손을 대었느냐?" 

"예? 아,아니옵니다. 저는 노리개를 좋아하지 않사옵니다!" 

"그것이 노리개라는 것은 네가 어찌 알았느냐?" 

"그,그게.." 

"어허! 지금 네가 이 어미에게 거짓말은 한 것이냐!" 

"아,아니옵니다! 소자 노리개 색이 너무 예쁘기에.. 잠시 구경을 하느라 가져간 것이옵니다!" 

"..가져오너라." 

"예? 무,무엇을.."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가져오너라." 

"어머님! 소자 잘못했사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어서 가져오래도!" 

백현은 벽에 걸려져 있는 싸리비를 가져왔다. 

탁- 

"아악! 어머니 아프옵니다!" 

탁- 

"악! 잘못했습니다 어머니! 흑.." 

타악- 

"악!! 흑..흐윽.. 어머니 소자 다시는 몰래 손을 대지 않겠사옵니다!!" 

그말에 백현의 어머니는 회초리를 내려놓았다. 

"내가," 

"...흑.." 

"내가 매를 든것은 네가 물건에 손을 대서가 아니다." 

"흡.." 

"네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후에 거짓말을 하려는 네 입이 방정을 떨 때면 오늘을 잘 기억하거라." 

"..흑.. 알겠사옵니다." 

"..나가보거라." 

 

 

 

 

백현은 아린 다리를 이끌고 경수가 있을 서재로 걸어갔다. 

"경수야.." 

절뚝거리는 백현을 본 경수가 걱정이 되어 물었다. 

"왜그래? 다쳤어? 어디 봐." 

백현의 하얀 종아리위에 붉은 생채기가 여러줄 그어져 있는것을 본 경수가 물었다. 

"어머님께 혼났니?" 

"으응.. 경수야 나 따가워.." 

"여기 앉아있어. 약 가져올게." 

 

경수가 약을 가질러 간 사이, 백현은 그 새를 못참고 서재밖으로 나왔다. 

문간에 기대어 오늘따라 더욱 크게 느껴지는 달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머님도 참.. 이게 뭐야. 흉지면 안돼는데.." 

백현은 주위를 살피곤 대문을 소리가 안나도록 조심스럽게 열었다. 이 정도 일은 백현에게 식은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기분도 꿀꿀한데, 장에나 가봐야겠다." 

 

 

 

 

약을 가지고 온 경수는 백현을 찾았지만, 이미 나간 백현을 찾을수 없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대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보았는데 역시, 문이 조금 열려 있는것을 발견했다. 

아니, 아픈 다리를 하고 어딜 갔단 말인가. 벗이지만 변백현은 좀체 알 수 없는 애다. 

하.. 이렇게 대책없이 나가는 날에는 불안한 내가 백현이를 찾아오는 수 밖에 없다. 

대문을 나서며 백현이가 갈만한 곳을 생각해 보았다. 

변백현이 기생집을 드나드는 것도 아니고 분명 장에 갔을터이니, 그쪽으로 가 보아야겠다. 

 

 

 

 

 

 

 

 

 

 

궁으로 돌아가던 두 남자는 본디 민가를 순찰하려 미복잠행 중이었는데, 달에 정신이 팔려 시간을 지체한 탓에 급하게 마을 주변을 순회하고 있었다. 

"인아. 마을에 왜이리 사람들이 없는 것이냐." 

"아마 장날이라 모두들 장에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장으로 가보자꾸나." 

"하오나 전하 옥체에 무리가.." 

"괜찮다. 그러니 이제 잔소리는 집어치우고 앞장서거라." 

 

 

 

 

 

 

 

 

[장 거리] 

 

 

"우와. 역시 나오길 잘했다. 하마터면 이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뻔했지 뭐야." 

백현은 형형색색 오색빛으로 물든 저녁 장 거리를 구경하며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아저씨! 이거 얼마야?" 

"열냥만 줘." 

"에이, 이게 어떻게 열냥인가? 닷냥에 해줘 아저씨~" 

원체 붙임성 좋은 백현은 간만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는지 갖은 아양을 다 떨어가며 흥정을 했다. 

"어휴, 가져가 가져가. 총각이 귀여워서 주는거니 좋은데 선물하게나." 

"진짜? 아저씨 고마워!! 근데 이거 내가 쓸건데.." 

 

아무렴, 누가 쓰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백현은 그저 헐값에 원하는 물건을 얻은 기쁨에 노리개를 두손에 꼭 쥐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새로 산 물건을 구경하느라 미처 앞을 보지 못한 백현이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야, 거 앞 좀 보고 다니시오!" 

부딪힌 사람이 사과는 못 할 망정 도리어 화를 내는 상대에 부딪힌 남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러느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아닙니다. 그저 작은 접촉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계속 앞장 서.." 

백현이 부딪힌 사람은 아까 그 다리위의 무사였다.  

무사의 뒤를 따라오던 남자는 스쳐가던 백현을 보고선 백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어??" 

"면아.. 면아.." 

"예? 저기.. 저는 면이라는 사람이 아닌데.. 이것좀.." 

백현은 갑자기 자기를 세게 끌어안은 사내에 숨이 막히는것 같았다. 

"잠시만.. 잠시만 이렇게 있어다오.." 

"..." 

어딘가 매우 슬퍼보이는 목소리에 안쓰러움을 느낀 백현은 조용히 사내의 등을 쓸어주었다. 

 

조금 뒤, 앞서 가던 무사가 제 주인의 행방을 알아채곤 다시 돌아왔다. 잠행중이었기에 쉽게 신분을 밝힐 수 없는 무사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우선 보는 눈이 많은 장 거리에서 사내 둘이 부둥켜 안고 있는것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쉬우니 이 둘을 떼어놓아야 겠다고 생각해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그만 돌아가셔야 합니다." 

안고 있던 백현을 품에서 떼어낸 남자가, 

"..이리 내 멋대로 하여 미안하구나." 

"아,아닙니다. 저..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다시 좋은 인연이 생길거에요. 저 달에게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진대요!" 

"..그러하느냐. 네 이름이 무엇이냐." 

"변백현 입니다. 그쪽은 이름이 무엇입니까?" 

"무엄하다! 감히 어느.." 

화를 내려는 무사를 제지한 남자가 말했다. 

"박찬열이다." 

무사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정말 돌아가셔야 합니다." 

옆에서 계속 채근하는 무사에 남자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래. 그럼 조심히 들어가거라." 

"예. 조심히 가세요!" 

밝은 백현의 모습에 남자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왜 갑자기 처음 본 그를 시장 거리 한 가운데서 안아버렸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가 면이와 닮은것도 아닌데,  

하지만 나를 이끄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백현아!!!" 

"어? 경수?" 

어디선가 다급한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백현!!" 

"경수야! 나 여기!" 

경수는 백현이 서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곧장 달려왔다. 꽤 먼 거리를 뛰었는지 경수는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변백현! 넌 그 다리를 하고도 장에 나오고 싶었냐." 

"에헤- 예쁘잖아." 

"예쁜거라면 사족을 못쓰지." 

"예쁜걸 어떡해.. 이것봐. 이거 완전 헐값에 샀다? 나 잘했지 경수야?" 

라며 두 눈을 휘어지게 접으며 웃는 변백현을 보자 경수는 어이가 없어 같이 웃어버렸다. 

"가자. 늦었어." 

"그래. 그런데 경수야 오늘따라 유난히 달이 참 아름답지 않니?" 

"..예쁘네." 

 

말 수가 적은 경수와 달리 백현인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종알종알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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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사극물이네요 ㅠㅠ 백현이 너무귀엽다ㅠ 묵묵히? 지켜주는 경수도 멋잇어요~ 담편도 기다릴께요 신알신해요 ㅎㄹ
10년 전
마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열심히 쓸게요!
10년 전
독자2
잘보구가요ㅎ
10년 전
마토
감사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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