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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변백현] 날로 먹는 연애 2 | 인스티즈



날로 먹는 연애

해담





  담임 선생님이 이제 막 전학을 왔으니 학교 적응을 이유로 일주일 간 야자를 빼주겠다고 하셨다. 보충 9교시를 막 끝내고 책가방에 필통을 쑤셔놓았다. 사물함에서 신발을 꺼내 뒷문으로 나서자 아이들이 부럽다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부러운 것은 아주 단 순간일 뿐이다. 나도 일주일 뒤에는 너희랑 같이 야자 할 텐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가 밥을 주겠다는데 안 먹는다고 거절했다. 교복을 벗지도 않은 채 방으로 들어와서 컴퓨터를 켰다. 지금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다.


  컴퓨터가 켜지자마자 인터넷에 들어가 변백현의 이름을 쳐봤다. 변백현은 이미 탑 급 스타에 들어간 배우였다. 스크롤을 쭉쭉 내려 변백현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본다. 그가 나온 드라마는 망한 것이 없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변백현의 이름 앞에 흥행 보증수표라는 낯간지러운 말이 따라붙었다.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변백현을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꼽았다. 그런 기사들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화면을 밑으로 내려 댓글을 보면 줄 서라는 말들이 가득하다. 나도 그 말에 동감한다. 아니다. 다시 고개를 휘저었다. 내가 왜 동감해.


  눈에 불을 켜고 변백현이 나온 드라마 중에 볼만한 것을 찾아 전 회를 결제했다. 사실 나는 드라마를 좋아하긴 했었으나 끝까지 보지는 못하는 성격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면 볼수록 귀찮아진다. 내가 결제한 건 연애를 기대해라는 제목의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로, 변백현은 단순간에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는 소년의 역할을 맡은 변백현은 이 드라마로 남우 주연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첫 화를 보자마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자기가 태어날 때부터 그 사람이었던 것처럼, 변백현은 그 역할에 흠뻑 젖어있었다.


  겨우 3화를 봤는데도 눈물이 막 흘러나온다. 잘 깎여진 배가 들어있는 접시를 나에게 내밀던 엄마가 날 한심하게 쳐다본다. 옆으로 손을 뻗어 휴지를 뽑고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열시였다. 드라마를 보는데에만 세 시간을 소비한 것이다. 새 시작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면 무조건 공부를 하겠다고 했는데, 변백현 선배 때문에 그 다짐은 금방 잊혀져 버리고야 말았다.


  야자를 끝내고 돌아온 박찬열이 엄마를 찾으며 거실로 휘적거리며 걸어온다. 황급히 리모콘을 찾아 보고 있던 드라마를 꺼버렸다.


  “네가 드라마도 봐?”

  “가서 공부나 해.”

  “나도 좀 보자. 뭔데?”

  “오빠 이제 곧 고삼이잖아. 가서 공부하라고!”


  등 뒤로 리모콘을 숨기는 나와 그런 나에게서 리모콘을 뺏으려 드는 박찬열과의 사투가 시작됐다. 부엌에서 감을 깎은 엄마가 우리를 보고는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엄마의 중재로 인해 박찬열과의 살기어린 말다툼을 끝내고는 쏜살같이 방으로 뛰어왔다. 진짜 박찬열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저런 새끼가 뭐가 잘났다고 전교 회장이 된 건지도 정말 모를 일이다. 아마 나는 그걸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침대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에서 계속 알림이 울린다. 뭔가 해서 화면을 켜보니 단체톡에 초대되어 있었다. 가영이가 나를 초대했다. 대화방에 들어온 아이들한테 친구 추가를 걸고 무음으로 설정해놨다. 베개 맡에 핸드폰을 숨겨두고 아까 하고 있었던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아까 변백현이 출연한 드라마들을 찾았던 창이 그대로 켜져 있었다. 지금 보고 있는 거 다 보면 뭘 볼까. 턱을 괴고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쓸데 없는 고민이었다.


  아니, 근데 나 지금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거지. 분명 오늘 변백현 선배를 처음 봤고, 연예인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친구들이 소위 말하는 팬이 된건가. 기분이 이상했다. 자꾸만 변백현에 대해서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 엄마가 나와서 감 먹,”

  “누가 네 멋대로 문 열고 들어오래!”


  문이 있는 왼쪽에서 갑작스레 들린 박찬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괜히 화를 냈다. 그러다가 인터넷 창이 아직도 켜져있는 게 생각이 나 발가락을 움직여 컴퓨터 전원을 꺼버렸다. 또 컴퓨터가 맛 갈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엄마가 날 향해 또 잔소리를 늘어놓겠지. 끝이 예상 갔지만 어쨌든 최선의 선택은 컴퓨터 전원을 강제로 끄는 거였다. 박찬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


  하지만 박찬열이 안 봤을거란 보장은 없다. 아니, 이미 본 것 같다. 틀림없이 봤다. 인터넷 창에 떠있던 변백현의 이름을. 안 그럼 저럴 리가 없다. 박찬열이 입꼬리를 올리며 실실 쪼갠다. 그러다 배를 잡고 진짜 웃겨 죽겠다는 듯이 방방 뛰어댄다.


  “변백현 팬 됐냐?”

  “아니. 절대. 아닌데. 누가 그래?”

  “, 진짜 연기 못한다.”


  내가 기계처럼 또박또박 반문하자 박찬열이 연기 정말 못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정말 울고 싶어졌다. 이러면 내가 컴퓨터를 강제로 꺼버린 보람이 없다. 박찬열이 넌 이제 끝났다며 손바닥을 가로로 세워서는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꾹 닫힌 문이 원망스러웠다.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서 방금 전까지 봤던 모든 걸 잊으라며 박찬열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EXO/변백현] 날로 먹는 연애 2 | 인스티즈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벽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부스 광고들이 보였다. 이게 뭔가 싶어서 가영이에게 물어보니 곧 축제가 시작된단다. 축제라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중학교 때도 해 봤던 것이었다. 가영이는 축제 때 꼭 화장을 할 거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는 옆에서 그런 가영이를 보며 웃었다. 정말 하는 짓이 귀여운 것 같다. 처음에는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활발한 성격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반으로 들어와 1교시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다. 누구는 아침을 안 먹었다며 고구마를 꺼내먹고 또 다른 애들은 매점에서 뭔가를 사와 서로 나눠먹고 있었다. 나는 가영이가 가져온 귤을 먹었다. 달달하다. 입 안에서 맴도는 그 맛은 정말 달콤했다.


선생님이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애들은 1교시 쌤은 안 잡는 쌤이라면서 메말랐던 입술에 분주히 틴트를 바르기 시작했다. 내가 귤을 먹으며 멍하니 그들을 쳐다보자 가영이가 자기가 바르고 있던 틴트를 나에게 내밀었다. 뭐냐는 얼굴로 쳐다봤다.


  “바를래?”

  “아냐, 괜찮아.”

  “넌 틴트 안 발랐는데도 입술 색깔 있네. 부럽다.”


  가영이가 이제는 눈썹까지 칠하면서 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아마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틴트를 안 발랐던게 지금 입술 색깔을 있게 해준 것 같다.


  갑자기 앞문이 활짝 열리더니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가영이가 책상 밑으로 고개를 숙여 나보고 선생님이냐고 물어봤다. 나는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저만큼 키가 크지 않다. 우리 반으로 들어온 사람은 키가 멀대같이 큰 박찬열이었다. 아이들은 박찬열을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박찬열은 손에 무슨 흰 종이를 들고 있었다.


  “축제 때 우리 반에서 꼬치 팔아. 진짜 맛있는 거 내가 보장할게.”


  박찬열이 엄지를 치켜들면서 보드에 홍보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자석으로 붙였다. 무슨 맛이 있냐고, 또 가격은 얼마냐는 등의 질문 세례가 이어진다. 박찬열은 또 인자한 웃음을 짓고는 하나하나 대답해 준다. 가식적인 미소다. 나는 저걸 잘 안다. 가영이가 우리 축제날 저기 가자며 애들을 향해 말한다. 박찬열이 가영이가 짱이란다. 곧이어 다시 앞문으로 나가려 몸을 틀던 박찬열이 내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박여주. 너도 와야 돼.”

  “꺼져. 말 걸지마.”


  지가 뭔데 나보고 오라 마란지 모르겠다. 팔짱을 끼고 박찬열을 노려보았다. 박찬열이 고개를 내젓는다. 이내 앞문에 살짝 기대어 밖에서 누군가를 부르더니 들어오란다.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보인 그 사람은 변백현이었다.


  “여주? 안 온대?


  슬쩍 얼굴을 내밀어 우리 반을 엿보는 백현이다. 예상치도 않았던 인물에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 백현 선배의 입에서 내 이름이 튀어나왔다. 박찬열이 백현 선배의 등을 두드리며 제대로 말 좀 해보라 한다. 백현 선배가 교실 안을 둘러보는 듯 하더니 이내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여주야.

  “?”


  백현 선배가 이 쪽으로 걸어온다. 그것도 하얀 종이를 들고서. 애들이 서로 웬일이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학교에서 흔히 보는 사람이라도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백현 선배가 무릎을 굽히고 책상에 하얀 종이를 올려놓는다. 박찬열이 방금 붙였던 홍보 종이다.


  “특별히 주는 거야. 와야 돼.”


  백현 선배가 종이를 살짝 내려친다. 나와 눈높이를 맞추는 백현 선배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혹시나 백현 선배에게도 들렸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몰려왔다. 어제 드라마에서 봤던 그 사람을 바로 앞에서 보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백현 선배가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넋을 놓고 봤다.


  “올거지?”


  나 정말 변백현 선배의 팬이 된 거 같다. 부정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연기를 하는 선배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다고 생각했고, 지금 내 앞에서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와달라는 말을 하는 선배의 모습도 좋았으니까.


  “. 갈게요.”

  “?”

  “.”


  백현 선배가 활짝 웃는 얼굴로 교실을 나선다. 기다리고 있던 박찬열이 검지 손가락을 들더니 양 옆으로 젓는다. 넌 나한테 안 된단다. 나는 얼굴을 구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박찬열 너한테 안 되는 게 아니라 변백현 선배한테 안 되는 것이다.






[EXO/변백현] 날로 먹는 연애 2 | 인스티즈







  “변백현 화보 떴다. 대박. 역시 엘르와 변백현 조합이란, 진짜 굿이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생기냔 말이다.”

  “나 숨이 멎을 것 같아.”

  “진짜 천상 배우다. 배우. 학교에서 보는 거랑 이미지 겁나 달라.”

  “이런 걸 천의 얼굴이라 하는거야.”


  학교에는 변백현의 팬들이 아주 많다. 잘 나가는 아이돌만큼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학교는 변백현의 새로 뜬 화보로 인해 들썩이고 있다. 너무 잘생겼다면서. 이런게 바로 배우라면서. 나는 아이들이 입이 닳도록 말하는 변백현의 이름을 들으며 수학 숙제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수학 선생님은 숙제가 너무 많다. 여자 선생님이신데, 우리 반이 꼴등이라면서 꼭 성적을 올려야겠단다. 그렇다고 해서 성적이 올라갈거란 보장은 없다. 답지는 왜 있겠나. 베끼라고 있지.


  “박찬열 오빠다!”


  옆에서 인상을 찡그리며 답을 베끼고 있던 가영이가 뜬금없이 앞문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박찬열이라는 이름에 화들짝 놀라 쳐박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진짜로 박찬열이 앞문에 기대서서는 가영이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곧이어 나에게 시선을 옮기더니, 아무것도 담지 않은 얼굴을 한다. 무표정이다.


나와.”

  “싫어. 숙제 해야 돼.”

  “변백현한테 이것 좀 전해달라고. 안 나와?”


  박찬열을 째려보다가 변백현 선배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찬열이 들고 있는 건 매점에서 파는 과자와 빵이란다. 변백현 선배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점심을 먹지 않는단다. 물론 석식도. 혹시 드라마를 찍으러 가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그건 아니란다. 요즘 진행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단다.


  “어쨌든 가보면 알아. 3층에 왼쪽으로 가면 빈 교실 하나 있거든? 거기 변백현 있을거야. 아무튼 나 학생회 때문에 가봐야 하니까 전해줘.”

  “박찬열!”


  박찬열이 큰 손바닥을 펼쳐 좌우로 흔들며 계단으로 달려간다. 내가 박찬열의 이름을 부르자, 박찬열이 뒷걸음질을 하더니 고개를 빼꼼 내밀어 날 쳐다봤다.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 하지 말고.”


  죽어도 너한테 고마워 할 일 없을걸. 내가 맞받아치자 박찬열이 어디 한 번 그럴 수 있을지 보잔다.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다. 절대로.


  박찬열이 건네준 과자와 빵을 품에 안고 빈 교실을 찾아 나섰다. 빈 교실은 이 학교에 단 하나라는데, 그게 어딘지 알 수가 있어야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며 교실을 찾아나섰다. 다들 잘 안 가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모르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결국 나 혼자 찾는 수 밖에 없었다. 몇 분을 뺑뺑 돌다보니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무슨 3층이 이렇게 넓은지 모르겠다. 학교 좀 축소했으면 좋겠다. 미로도 아니고.


  빈 교실에 도착하자 몇 학년 몇 반이라는 팻말 또한 걸려있지 않았다. 불투명한 창문으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앞문이 살짝 열려있길래 슬금슬금 다가갔다.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싹싹 거리는 소리. 열린 문 틈새로 얼굴을 갖다대고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정말 변백현 선배가 있었다. 그것도 붓을 든 채로.


  “.”


  내가 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서자 변백현이 붓을 내려놓고는 나를 쳐다본다. 내가 들고 있는 과자랑 빵을 보더니 찬열이 대신 왔구나 하면서 웃는다. 진짜 웃음이 너무 예쁘다. 순한 백구를 닮은 것 같다.


  “여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박찬열 말로는 무슨 프로젝트라던데.”

  “그렇게까지 거창하진 않고. 그냥 전시회 정도 준비하고 있어. 축제 때 내놓을.”

  “이걸 혼자서 해요?”


  백현 선배가 내가 품에 안고있는 것을 가지고 가더니 깨끗한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백현 선배의 대답에 입을 떡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백현 선배는 이 교실 안 벽면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색칠 중이었다. 혼자서 하냐는 질문에 백현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그림 실력이었다. 물감 통에 담가져있던 붓을 빼더니 다시 칠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옆에서 팔짱을 끼고 그것을 가만히 본다.


  “취미가 그림 그리는 거에요?”

  “.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

  “진짜 잘 그려요, 그림.”

  “그래?”


  백현 선배가 칠을 하다가 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는 입꼬리를 올린다. 백현 선배의 취미가 그림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인터뷰 좀 찾아 볼 걸 그랬다.


  “너무 예뻐요. 전 미술 시간에 붓만 쥐었다하면 손이 막 이렇게 바들바들 떨리거든요.”


  손이 떨리는 시늉을 내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이자 백현 선배도 따라 웃는다. 가만히 있기 뭐해서 뒷짐을 지었다가, 짝다리도 해보고 아무튼 이것 저것 다 해봤다. 백현 선배가 움직일 때마다 같이 따라서 움직이기도 했다. 아직 점심 시간이 끝나려면 한참 남았다.


  “, 화보 봤어요.”

  “, 진짜?”

  “되게 놀랐어요. 진짜 평소 모습이랑 달라서? 원래 화보들은 그렇게 찍는 거지만. 제 말은, 그냥 잘 생겼다고. 아니 아니, 잘 찍으셨다고요.”


  확실히 아까 가영이가 보여준 백현 선배의 화보는 감탄스러웠다. 지금 이렇게 선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컨셉으로 잡고 찍은 화보였다. 잘 찍으셨다고 말하려 했는데, 그만 무의식적으로 잘 생겼다는 말을 해버렸다.


  “고마워, 그거 진짜 긴장해서 찍었거든.”


  백현 선배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자주 웃을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나는 억지로 웃으려 하면 입꼬리에 경련이 일었고, 평소에도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 나와 정 반대의 사람을 보면 정말 신기했다. 백현 선배는 그에 속했다. 나와 아주 정반대인.


  “,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날이요. 그 때 화보 찍고 돌아온 거였어요?”

  “? . 맞아, 어떻게 알았어?”

  “, 친구? 친구가 선배님 팬이라 스케줄을 들고 다니더라고요. 덕분에 얼떨결에 봐버렸어요. 그래서 그 때 그렇게 피곤해 하셨던 거네요.”


  내가 말하는 선배님 팬은 가영이지만, 스케줄은 사실 내가 봤다. 인터넷으로 변백현 선배에 대한 걸 알아볼 때, 그 때 어쩌다가 백현 선배의 팬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가서 스케줄을 봤다. 11월 스케줄을 훑어내리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그 날에 화보 촬영이 있었던 것을 알았다. 백현 선배는 그 날, 한 시간 밖에 못 자서 그리 꾸벅꾸벅 졸았다고 해명했다. 그래서 내가 자기를 깨울 때, 조금 당황했다고 말했다. 백현 선배는 어린 아이가 그려진 그림을 마저 색칠하다가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이내 붓을 내려놓았다. 손을 탈탈 털던 백현 선배가 날 쳐다봤다.


  “나 편하게 대해도 되는데. 선배라는 말 안 붙여도 되고.”

  “그래도

  “오빠라고 불러, 그냥. 그렇게 불리는 게 더 좋다. 겨우 한 살 차인데 선배는 뭔가 딱딱해 보이잖아.”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백현 선배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

  “말도 놓고.”

  “.”


  반말을 하는게 어색하긴 하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색하더라도, 나중에는 편해질 게 분명하니까.


  백현은 다시 붓을 들더니 이제는 부모님이 그려진 그림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나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얼른 백현의 옆으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손에 붓을 쥐어준다. 당황을 해서 변백현을 쳐다보니 턱짓으로 벽면을 가리켰다.


  “칠해 볼래? 쉬운데.”

  “,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물론 할 수는 있었다. 들고 있는 붓 밑으로 핑크색 물감이 뚝뚝 떨어졌다. 바닥이 흥건해졌다. 백현이 신문지를 가져와 바닥에 깐다. 떨리는 손을 겨우 붙들고 살짝 칠해봤다. 역시나 결과는 실패였다. 자꾸 스케치 된 선을 엇나간다. 이렇게 하다간 내가 다 망칠 것 같았다.


  “나 진짜 못 칠하겠어, 너무 어려워.”


  결국 도중에 포기한다. 붓을 백현 오빠에게 건네주려고 하는데 백현 오빠가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는 내 뒤에 서더니,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겹쳐지는 온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붓을 이렇게 세우고 연필 잡듯이 잡아. 그리고 왼쪽으로 옮겨가면서 살짝씩 칠하면 돼.”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백현 오빠가 손을 대신 움직임으로써 하나씩 칠해져가는 그림이다. 사실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백현 오빠가 내 뒤에 서 있다는 것과, 손이 처음으로 닿았다는 게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사람들은 츤데레에 끌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정한 남자가 더 좋은 법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말로 증명이 된 사실이다. 한 없이 다정하고, 웃어주고, 틱틱 대지도 않으며, 말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변백현은 나에게 있어 그런 다정한 사람이었고, 내가 처음으로 팬이 되어 본 연예인이었다.


  “해 보니까 쉽지?”


  백현 오빠가 얼굴을 내 쪽으로 들이민다. 깜짝 놀라 황급히 내 얼굴을뒤로뺐다.


  “못 하는 게 없네.”


 심장이 요동을 친다. 제발 가만히 좀 있었으면 좋겠다.




@

이름 바꾸실때 성인 '박'은 그대로 두셨으면 좋겠는것...입니다... 왜냐면 찬열이 오빠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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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진짜 진짜 좋아요ㅠㅠㅠㅠ 왜이렇게 설렐일...ㅠㅠ 다정한 친오빠 찬열이도 좋고 백현이도 넘나 좋은것...♡♡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
이제 1화 다 봤는데 바로 2화가 업로드되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합니다ㅠㅠ 하 백현이는 왜이렇게 설레는걸까요♡
8년 전
독자3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4
하ㅠㅠㅠㅠㅠ 진짜 재밌어요ㅠㅠㅠㅠㅠ 대박설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5
ㅠㅠ ㅜㅜㅜ 너무 재미있어여ㅠㅠㅠㅠㅠㅠ또또 빨리
올려주세여ㅜㅜㅜ

8년 전
독자6
아 완전 심장쿵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7
ㅠㅠㅠ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8
헐 변백혀누ㅜㅜㅜㅜㅜ좋다ㅜㅜㅜㅜㅜ백현아ㅜㅜ
8년 전
독자9
하 잠시 간과한 사실이였군요 하하하!! 네 그래야죠! 성.. 을... 박으.. 로...
8년 전
독자10
ㅠㅠㅠㅠㅠ여고인게매우한이되네요ㅠㅠ
8년 전
독자11
세상에!!!!!백현 센빠이!!!!!!! 너무 설레자나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2
설레서 죽을거같아요ㅠㅠㅠㅠ관좀짜주세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13
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설레2
ㅓㅜ우ㅠ

8년 전
독자14
엉엉 ㅠㅠㅠㅠㅠ백혀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5
으어유ㅠㅠㅠㅠ 배켠어빠!!!!!!!!!!!!!! (와장창) 설레고 갑니다... 하 ;ㅅ;
8년 전
독자16
아 ..... 너무나도 설레는 것 백현이 멋있다 ㅜ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17
저런 다정한 남자 어딨죠 ㅍㅍ퓨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8
오늘 잠 다잤네요ㅎ넘나 설레요ㅠ
8년 전
독자19
성이 박씨여서 몰입도가 더 잘되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백현오빠 설레구요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0
공감갑니다
츤데레는 설레지만
다정다감은 녹아버리죠ㅋ

8년 전
독자21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배켠선배ㅠㅜㅠㅠㅍㅍㅍ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2
둘이 곧 사구리 뜨겠네요..ㅠㅠㅠ 백혀나ㅠㅠㅠ
8년 전
독자23
백혀니ㅠㅠㅜ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다정킹ㅠㅜ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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