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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해담 전체글ll조회 1571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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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먹는 연애

해담





화보 촬영을 마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모든 불은 다 꺼져 있었고, 안 방 문을 열어보자 엄마는 자고 계셨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지금은 새벽 다섯시였기 때문이었다. 차차 무거워지기 시작하는눈을 비비고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이번 화보 촬영을 마치고 잠깐 동안의 휴식을 취할 것이다. 학교도 제대로 나가야 했고, 또 자주 보지 못한 친구들도 만나야 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몸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책가방을 매고 그냥 집을 나서려는 나와, 아침밥은 먹고 가라는 엄마와의 사투가 벌어졌다. 엘리베이터 안까지 쫓아 들어온 엄마는 제발 이거라도 먹으라며 견과류를 챙겨줬다. 받아든 견과류를 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곧이어 잠이 쏟아졌다.


왜 하필 엘레베이터 안에서졸았는지는 모르겠다. 벽에 쿵쿵 머리를 찧어가며 잠을 청했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누가 탔는지는 생각도 안난다.


저기요, 다 내려요.”

…….”

학교 가야죠.”


그러다가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곤에 지친 눈을 겨우 떴더니 앳돼 보이는 여자애가 내 앞에 서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애였다. 우리 아파트에 살면 알 텐데. 정말 처음 봤다. 이사 왔나, 싶어서 그 애가 입은 교복을 봤다. 우리 학교 교복이었다. 그 다음, 명찰을 보니 박여주라고 써있다. 명찰이 고동색인 것을 보니 1학년인것이 틀림없다. 여자애의 큰 눈이 깜빡였다. 왠지 모르게 박찬열과 닮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마워.”

.”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여자애가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 정말 보면 볼수록 박찬열이랑 닮았다. 박찬열도 이 아파트 사는데. 그것도 우리 라인. 박찬열에게 여동생이 있었나? 박찬열은 자기 가족 얘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 학교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학교에서 보자.”


시간이 늦은 것 같다. 안 그래도 스케줄이 꽉꽉 차있을 땐 괜히 학교에 갔다가 중간에 나오는 바람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휴식기를 가지는 시간만이라도 학교에 제대로 다녀야 했다.


학교에 가자마자 박찬열이 오늘 자기 동생이 전학을 온다며 발광을 해댔다. 친구들이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박여주란다. 게다가 1학년이란다. 오늘 아침에 봤던 그 여자애가, 박찬열 동생인가보다. 하긴 남이라 하기에는 남매처럼 너무 닮았었다.


박찬열과 점심시간에 매점으로 향했다. 바로 앞에 박여주가 있었다. 박찬열이 자기 동생을 발견하고서는 그 애 앞으로 달려갔다. 나는 평소처럼 느릿하게 걸어갔다. 박찬열에게 얘가 네 동생이냐고 물어보니 맞다는 대답은 안 하고 못생겼냔다. 그래서 나는 예쁘다고 대답했다. 팬 서비스 차원이나, 이미지 관리 따위가 아니었다.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예쁘긴 예뻤다. 박찬열처럼 외모가 훌륭했다. 맑은 피부가 반질반질하게 윤을 내고 있었다.


박찬열이 그 말을 듣자마자 미친 놈이라며 욕을 한다. 아까 반에서 자기 동생 존나 예쁘다고 할 때는 언제고. 놈의 이중성에 고개를 저었다. 그 때, 박여주가, 나를 보고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나도 그 인사를 받아줬다.


“여주야, 우리 가야돼. 담임 오기 전에 화장 지워야 되거든.”


뒤에 있던 여주 친구들이 여주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벌써? 라는 표정으로 친구들을 쳐다보는 여주는 손목을 잡힌 채로 건물 안으로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혹시나 나중에 또 볼 일이 있을까 잘 가라며 인사를 했다. 또 보는 일이 있었으면 했다.


역시나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마주쳤다. 축제 때문에 박찬열과 같이 부스 홍보를 하러 갈 때도, 박찬열의 심부름으로 빈 교실에 찾아왔을 때도. 과자랑 빵을 작은 품에 한가득 안고 온 것이 왜 그렇게 귀여웠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색칠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니 박찬열이 잘 먹었냔다. 그래서 잘 먹었다고 대답했다. 학생 회장인 박찬열은 나에게 잘 해준다. 1학년 때,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같은 반이었던 박찬열은 사교성이 뛰어났고 누구에게나 살가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아주 쉽게 친해졌다. 연예인이라 바쁜 내가 학교에 몇 주를 못 나오고, 오랜만에 다시 나왔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었다. 그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이 있는데, 박찬열 성격을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다. 저런 성격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 같았다.


, 변백현. 박여주가 너 존나 좋아하더라.”

그래?”

네 팬인 것 같던데. 걔 원래 연예인 안 좋아하는데.”


박찬열은 자기 손톱을 내려다보며 내게 말을 건넸다. 입꼬리를 구태여 올리지는 않았지만 내심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집 가니까 뭐 하고 있었는 줄 아냐? 검색창에 네 이름 쳐보고 있었어.”

“여주가?”

. 존나 웃기더라. 개 웃겨.”


박찬열이 자기만 아는 기억을 회상하며 킥킥 웃어댄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쨌든 따라 웃었다.


귀엽네.”

미친 놈. 설마 박여주?

. 귀엽잖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왜 그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박찬열이 토 나온다며 걔가 뭐가 귀엽냐고 타박을 준다. 지도 자기 동생은 끔찍하게 아끼는 것 같던데. 손가락을 펴서 피아노를 치듯 책상 위를 두드렸다.


“여주. 보고싶다

돌았네.”



박찬열이 여간 돌은 놈이 아니란다. 하지만 방금 내뱉은 말은 진심이었다. 오늘 따라 여주가 보고 싶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픽하고 터져나왔다. 곧이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말 튼지 얼마나 됐다고 이 지랄인지 모르겠다.



 







! ! 변백현 인스타 봤냐?”

뭐야? 언제 올렸어? , 방금 올렸네. 그럼 학교에서 찍은 거 아니야?”

아니지. 미리 찍은 걸수도 있지. 근데 이거 우리 학교 교실인데.”

그러네. , 근데 이거 그림 자기가 그린거야? 진짜 잘 그렸다. 사람이 왜 저렇게 완벽하냐. 솔직히 이 정도면 사기다.”


친구들이 서로 핸드폰 화면을 공유한다. 나는 관심없는 척을 하다가 포털사이트에 변백현 인스타 아이디를 치고 그걸 외워서는 팔로우를 했다. 아무리 문명에 덜 떨어진 나라도, 인스타그램이라는 것은 아주 잘 안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과 일상 공유용으로 사용했었다.


그나저나 이 기집애들은 연락 한 번 없냐. 삐죽 내밀어진 입술을 도로 집어넣고는 친구들이 입이 닳도록 말하던 변백현의 인스타를 들어갔다. 팔로워 수가 어마어마했다. 도대체 숫자가 얼마나 늘어져 있는건지. 정신을 차리고 새로 업데이트 된 사진을 클릭했다. 친구들의 대화 주제가 된 그것이었다.


백현이 방금 전 업데이트 한 사진은, 내가 있었던 그 빈 교실 벽면에 꽉 채워진 그림들이었다. 내가 잘못 색칠 해 선을 벗어나 삐뚤하게 칠해진 그림도 있었다. 얼굴이 또 달아올랐다. 무슨 매일 깜짝 놀라는 일만 있으면 얼굴이 금방 빨개진다. 연신 손 부채질을 해대니 옆에 있던 가영이가 덥냐며 걱정을 한다. 이 추운 겨울에 더운 게 미친거겠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럼 어디 아프냐고 물어본다. 그것도 아니었다.


? 너도 변백현 인스타 들어갔네? .”

뭐야, 그 웃음은?”

쩐다는 의미야.”


가영이가 내 핸드폰 화면을 가리키며 헤헤 웃는다. 얘는 정말 첫 인상이랑 다르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을 하면 안 된다. 빨간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웃었다.


너도 팬 됐지? 그치?”

, ? 아니. 아닌데?”

뭐가 아니야. 팔로우까지 했구만. 너도 이제 우리랑 같이 덕질하는거야.”


가영이가 내 목에 팔을 둘렀다. 마치 비밀을 들킨 기분이었다.


나 변백현 팬 아니거든!”


가영이가 두른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가영이가 또 헤헤 웃는다. 옆에 있는 친구들도 따라 웃는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딱 입덕 부정 시기네. 그렇지 않냐?”

내가 예전에 저랬었지. 내가 저 기분 잘 알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


나는 나 스스로도 변백현의 팬이 된 것을 잘 안다. 너무나도 잘 알아서 무서웠다. 입덕, 그것은 내가 외운 용어에도 속한 단어였다. 연예인의 팬이 되는 과정을 입덕이라고 한다. 그리고 난, 그 입덕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다.


친구들이 하도 몰아붙이길래 대답을 안 하고는 치마를 탈탈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이나 갈까했다. 아니면 물이라도 뜨러 가거나. 무슨 이유로든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보틀을 챙기고 반을 나섰다. 1학년은 2,3학년들이 있는 본관과 다른 건물을 쓰기 때문에 선배들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 중간에 구름 다리가 놓여져서 윗층에 있는 애들은 볼 수는 있긴 하나, 아래 층에 있는 우리 반 애들은 선배들을 만나려해도 만날 수가 없다.


우리 층 정수기에서는 미지근한 물이 나오기에 윗층으로 올라가고 있던 중이었다. 교무실을 지나치고 남자 반이 몰려있는 정수기 앞으로 다가섰다. 버튼을 누르고 보틀에 찬 물을 담았다. 바로 앞으로 보이는 창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방금 체육을 끝내고 온 남자 선배들이 체육관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건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박찬열도 껴있었다. 또 키만 겁나 큰 박찬열만 보였다. 짜증이 나서 탄식을 내뱉었다.



아씨.”



보틀 뚜껑을 돌려서 잠그고 난 후에 손에 묻은 물기를 공중에 털었다. 지나가는 여학생들이 걸어가던 박찬열을 멈춰 세워 뭐라 말을 걸고 있었다. 박찬열은 또 너털 웃음을 짓는다. 완전한 가식적인 미소다. 학생 회장이라 이미지 관리하는 거야, 뭐야. 가영이 말로는 박찬열은 선거에 나왔을 때 개그를 쳤다고 한다. 덕분에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다고. 물론 그 전부터 유명했던 사람이기도 했단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박찬열한테 표를 줄 바에야 차라리 무효표를 찍겠다.


그나저나 박찬열과 같은 반인 백현 오빠는 어디 있는걸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둥근 뒷통수를 찾아댔다.



…….”



연예인인 백현 오빠는 학교 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항상 텔레비전이나 핸드폰 화면에서만 보던 연예인이 이리 가까이 있으니, 사람들이 더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겠는가. 역시나였다. 백현 오빠 주변에는 여자들이 몰려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먼저 앞서가던 박찬열이 언제 올거냐며 소리를 지른다. 자기도 방금까지 여자들이랑 같이 있었으면서. 백현 오빠는 여학생들에게 손을 휘휘 젓더니 또 금세 웃어보였다. 괜히 짜증이 났다. 이게 무슨 기분인지 모르겠다. 팬들이 말하던 그 놀부 심보인가? 열어놓았던 창문을 쾅 닫았다.


사춘기가 또 다시 도졌나. 머리를 긁적였다.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는 심술이 났다.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니 수업 시작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에 계단을 빨리 내려갔다. 그게 화근이었다. 보틀을 잡은 손에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보틀이 손아귀에서 벗어나 계단 밑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버렸다. 저거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겨우 엄마를 설득해서 산거라, 절대 망가지면 안 된다. 엄마는 다시는 안 사줄거라고 했다. 이런 쓸데없는 거에 돈 쓰지 말라면서. 경악에 가득 찬 얼굴로 보틀을 잡으려 뛰어 내려갔다.


밑에서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석에 쳐박혀 있는 무민 보틀이 보이기 시작할 때 쯔음, 누군가 먼저 그 보틀을 잡아챘다.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주인공을 찾았다. 내 보틀을 들여다보는.



그거 제 꺼,

…….”

오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체육복을 입고 백현 오빠가 서 있었다. 그것도 내 보틀을 들고서는. 백현 오빠 뒤로는 박찬열이 따라 오고 있었다. 박찬열이 나를 보자마자 오늘 일진이 안 좋다고 했다. 확 입술을 꼬매 버릴라. 백현 오빠가 들고 있던 보틀을 내게 돌려주었다.



물이 차갑네.”

찬 물 좋아해서!”

겨울에 차가운 거 먹으면 감기 걸려. 여주야.



또 다시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백현 오빠가 툭툭 내뱉는 말까지도 나를 달아오르게 만든다. 이러다가 정말 토마토가 되겠다. 뒤에 있던 박찬열이 이제는 모든 걸 다 안다는 듯이 한 쪽 입꼬리를 씩 올렸다. 재수 없다. 박찬열 재수 탱이. 눈치는 겁나게 빨라선, 사람 참 곤란하게 만든다. 물이 차가워서 그런지 들고 있는 보틀에 김이 꼈다.



곧 수업 시작하겠다. 들어가.”

. 잘 가. 오빠도.”

. 잘 가. 오빵.”



뒤에서 박찬열이 내 말투를 흉내냈다. 박찬열에게 다가가 얼굴에 보틀을 갖다대니 차갑다며 저리 치우라고 화를 낸다. 백현 오빠는 신발을 들고 위 쪽으로 향하는 계단에 올랐다. 박찬열도 뒤따라간다. 이만 가는 것 같더니 백현 오빠가 뒤를 돌아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

내일 오는 거야.”

내일?”



내일이라면 축제였다. 왜 하필 축제가 목요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학교가 정말 안 좋은 탓이라고 생각하겠다. 마이 주머니에 넣어 놓았던 부스 홍보 종이가 생각났다. 갈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더니 백현 오빠가 잘 가라며 손바닥을 흔들었다. 백현 오빠 옆에 있는 박찬열이 헛웃음을 내뱉는다.









축제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꽤 괜찮은 것 같더라니 시간이 갈수록 지루해졌다. 고등학교 축제는 엄청 활기찰 줄 알았는데, 오히려 중학교 때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하품이 나왔다. 그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영이가 이제 부스가 시작하니 돈이나 챙기란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영이의 손을 잡고 복도를 거닐었다.


축제 때, 교실 안에는 음식물 반입이 불가능해서 음식을 파는 부스들은 모조리 밖에 있었다. 추웠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가영이랑 운동화를 신고 패딩 지퍼를 목까지 올려 단단히 무장했다. 운동장 한 가운데, 부스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는데 꼬치를 파는 곳에만 유독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박찬열과 변백현의 파워는 대단했다. 가영이가 정말 사람 많다며 경악을 했다. 아마도 꼬치를 먹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수량이 무한정 한 것도 아닌데, 우리가 먹을 수나 있기는 한건지 걱정됐다. 어쨌든 계산하는 사람 앞으로 다가가 먼저 돈을 내밀어 표를 받고 기다렸다. 낮인데도 너무 추워서 다리가 저절로 덜덜 떨려왔다.


“여주야, 나 너랑 같이 못 먹겠어.”

? 갑자기 왜?”


가영이가 뜬금 없는 소릴 했다. 나랑 같이 못 먹겠단다. 처음엔 추워서 못 먹겠다는 줄 알았는데, 가영이 옆에 어떤 남학생이 서 있었다. 선도부 뱃지를 달고 있는 애였다. 가영이가 고개를 숙여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쟤 내가 좋아하는 앤데, 같이 뭐 좀 먹자고 해서.”

, 알겠어.”

먹고 다시 올게. 너가 내 것까지 먹어. 진짜 미안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알겠다고는 했지만, 내 손에는 쿠폰 두 장이 쥐어져 있었고, 게다가 나 혼자 이 넓은 운동장에 서 있었다. 전학을 와서 아는 애들도 없어 굉장히 무안해졌다. 새치기를 하는 건지 내 앞의 사람들은 줄어들 기미도 비추지 않았다. 그 때였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당겼다.


“여주야. 왜 혼자 있어?”

친구가 누구 만나겠다고 가서. 곧 올 거야.”

쿠폰 줘봐.”


다름아닌 백현 오빠였다. 내가 쥐고 있던 쿠폰 두장을 가져가더니 이내 닭꼬치 두 개를 받아왔다. 손잡이 부분을 휴지로 돌돌 말더니 얼른 먹으란다.


여기 사람 많아서 복잡하니까 이리 와.”


백현 오빠가 가영이한테 줄 꼬치를 대신 들더니 남은 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의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거기에 앉으래서 앉았다. 누구한테 빌렸는지도 모를 핑크색 구름 담요도 덮어준다. 바로 뒤에는 홍보 팻말을 들고 있는 박찬열이 있었는데, 박찬열은 나를 보자마자 눈을 배렸다고 했다.


박찬열. 핫 팩 좀.”

, 춥냐?”

아니. 여주. 주게

꺼져, 미친 놈아. 박여주. 주면 내 핫 팩 오염 돼


백현 오빠가 물어보자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핫팩을 찾던 박찬열은 내 이름이 나오자마자 핫팩을 찾던 손길을 멈췄다. 백현 오빠가 팅기지 말고 빨리 달라며 등짝을 때리자 박찬열이 오바를 떨며 결국 핫팩을 넘겨줬다. 한 개도 아니라, 무려 세 개였다. 어떤 여 후배들이 주고 간 거라 한다. 백현 오빠가 내 손에 핫팩을 쥐어주더니 옆에 가만히 서 있는다.


얘가 박찬열 동생이야?”

. 존나 예쁘다.”

번호 좀.”


갑자기 어떤 남학생들이 내 앞으로 다가와 서로 수다를 떨었다. 뒤에 있던 박찬열이 꺼지라고 하는 걸 들으니 패딩을 입고 있어서 명찰 색깔은 볼 수 없었지만, 아마도 같은 학년인 듯 했다. 박찬열이 팻말을 들고 그 남학생 무리에게 발차기를 하면서 제발 좀 꺼지란다. 영업 방해하지 말고. 옆에 있던 백현 오빠는 귓불을 만지며 또 웃어 보인다.


결국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박찬열에게 중지 손가락을 치켜 들던 남학생 무리는 사라졌다. 박찬열은 그래도 자기가 오빠라며 멋지지 않냔다. 맞기 전에 조용히 하라고 했다. 백현 오빠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나에게 내밀었다. 다이얼 화면이 켜져 있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건 필시 번호를 찍으라는 얘기였다.


아무 말도 내뱉지 않고서 딱 번호만 찍고 백현 오빠에게 핸드폰을 다시 되돌려주었다. 우리 학교 학생 중에 변백현 오빠와 친한 사람이 아니면 번호를 알지 못한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관리에 철저했다. 나도 내 번호만 알아가고 끝이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곧 보기 좋게 빗나가고야 말았다.


저장해.”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보는 낯선 번호였지만, 백현 오빠의 번호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눈꼬리를 강아지처럼 접어보이며 핸드폰을 좌우로 흔드는 오빠다. 빨리 저장 버튼을 누르고 화면을 껐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달려오는 가영이가 보였다.


친구 왔다.”

.”

잘 가.”


오빠가 들고 있던 꼬치를 나에게 넘겨준다. 가영이가 가쁜 숨을 내쉬며 헉헉댄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백현 오빠가 너랑 같이 있어준거야?”

아마도.”

, 대박.”


가영이가 벌려진 입을 손바닥으로 잽싸게 막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주머니에 넣어놨던 핸드폰이 부르르 떨린다. 확인해보니 카톡에 새로운 친구가 추가 되었다는 알림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친구는, 백현 오빠였다.



오후가 되자 축제의 꽃인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오디션을 통과한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각종 동아리들까지 나와서 자기들이 그동안 갈고 닦았던 노력의 결과를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출연진 명단을 보니 박찬열이 껴 있었다. 엑소의 으르렁을 춘다고 한다. 엑소가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요즘 인기가 그렇게 많다는 아이돌이었다. 박찬열이 춤을 추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보고 싶지 않다.


애들은 옆에서 빨리 찬열 오빠를 보고 싶다며 절규했다. 전 학년이 다 모이다보니 무대 앞 사람들은 넘쳐났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내 옆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깜짝 놀라서 전화를 걸어봐도 무반응이었다. 그렇게 정신 없는 사이에, 사회자들이 나와서 자기 소개를 했다.


망했다. 더 늦어지기 전에 애들을 찾아야 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연발하며 친구들을 찾기 시작했다.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시력이 안 좋은데, 사람 얼굴도 뿌옇게 보여 쉽게 찾을 리가 없다.


짜증나. 작작 좀 밀쳐. .”

“1학년이네. 가만히 좀 있어.”


바로 앞에 있던 아이라인 꼬리를 길게 뺀 언니들이 틴트로 빨개진 입술을 내밀며 욕을 내뱉었다. 그 말에 움직이던 몸을 멈췄다. 날 보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언니들이 무서웠다.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제일 밑 학년은 항상 약자일 뿐이다.


“박여주?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반가워 고개를 돌리니 또 백현 오빠였다. 이 오빠는 어디서 나를 그렇게 잘 찾는건지 참 궁금해 미쳐버릴 노릇이다. 백현 오빠가 나타나자, 방금 전 나에게 욕을 했던 언니들이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나누며 웃기 시작했다. 백현 오빠가 다 들었는지, 아니면 건강이 안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낮에 만났을 때보다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이리 와. 여기 하나도 안 보여.”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한다. 백현 오빠는 내 손을 잡고 스탠드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학생회들만 앉을 수 있다던 곳이었다. 선도부 선생님이랑 잠깐 대화를 나누던 백현 오빠가 다시 와서 무대가 제일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바로 옆에 앉은 백현 오빠가 미간을 느리게 좁히면서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아까 오빠가 주었던 핫 팩을 만졌다. 핫 팩은 차갑게 식었고, 게다가 지금 강당 안에도 히터가 틀어져 있지 않은데. 왜 내 몸은 이렇게 뜨거운지 모르겠다.


하나하나 다 챙겨줘야겠네.” 


 백현 오빠가 나를 보며 입꼬리를 씩 위로 올려버린다. 그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밑으로 숙였다. 얼굴이 화끈하다. 정말 백현 오빠 말대로 감기라도 걸린건가.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지 정말 모르겠다.




@

찾아보니 암호닉이란 것도 있네요.. 암호닉 신청하실 독자님들은 신청하셔도 괜찮아요 있으실지는 모르겠으나..

저 나름대로 폭업할테니 천천히 읽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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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이 글올리실까봐 계속 글잡에서 새로고침 중이에ㅕㅠㅠㅠㅠㅠㅠ다음편 기대할께요!!
8년 전
독자2
너무 재밌고 백현이 너무 예뻐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3
하 너무 설레오ㅜㅜㅠㅠ
8년 전
독자4
으윽 너무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5
진짜..너무설레고여...다음편기대되고여....ㅠ너무재밌다ㅠ
8년 전
독자6
ㅎㅎㅎ재미있어요!!! 백현이 설렌다ㅜㅜㅜㅜ다음편도 기대됩니다!
8년 전
독자7
하악..너무재미있어요....ㅜㅜㅜㅜㅜㅜㅜ암호닉 신청할래여!!!!
8년 전
해담
하시와요~
8년 전
독자11
[모찌]로 할게요!!!
8년 전
해담
신청완료~ 4화때 뵈어요~♥
8년 전
독자21
네!!! ❤️❤️❤️
8년 전
독자8
진짜 좋아요ㅠㅠㅠ 나오자마자 봤는데 저는 쓰차먹어서 댓글을 못달았네요ㅠㅅㅠ 암호닉 [줄리] 로 신청할래요!ㅠㅠ♡
8년 전
해담
신청완료♥ 4편 때 봐요~ 줄리님!
8년 전
독자9
ㅠㅠㅠ진짜 심쿵당해써여ㅠㅠㅠ 저도 암호닉 [김토끼]로 신청할게요!!! ㅠㅠㅠ너무재밌어여!!!
8년 전
해담
신청완료♥ 김토끼님도 4편때 뵈어요♥
8년 전
독자10
ㅜㅠㅠㅠㅠㅠㅠㅠ아너무 재밌어요 작가님..ㅠㅠㅠㅠㅠ얼른 다음편도 보고싶어요 암호닉[3관왕센] 으로 신청합니다!!! 잘읽고가요!!!
8년 전
해담
신청완료♥ 3관왕센님 4편때 뵈어요♥
8년 전
독자12
하아.. 백현군.... 암호닉 [붉은여왕] 신청할게요!!ㅠㅠㅠㅠ 행복한밤이네여
8년 전
해담
신청완료♥ 붉은여왕님도 4편때 뵈어요♥
8년 전
독자13
다음편기대할게용~!!
8년 전
독자14
하.....작까님....너무 좋아요ㅠㅠㅠㅜㅜ빨리 와주세영ㅇ
8년 전
독자15
세상에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유ㅠㅠㅠㅠㅠㅠ 신알신하고가요!!!!
8년 전
독자16
헙.. 심장이....백현오빠.......!..!!....심장폭행 제대로 당했어요.. 암호닉[다니]로 신청할게요
1화부터 다시봐야지..♥

8년 전
해담
신청완료♥ 다니님도 4편때 봬요~♥
8년 전
독자17
[바닐라라떼] 신청이요 헐 댑구 ㅠㅠㅠㅠㅠ진짜ㅜㅜㅜㅜ촤소애요ㅠㅠㅠㅠㅠㅠ사렁해유ㅜㅜㅜ 진짜에요ㅠㅠㅠㅠㅠ
8년 전
해담
신청완료♥ 바닐라라떼님도 4편때 봬요~♥
8년 전
독자18
[히메] 암호닉 신청할게요ㅜㅜ 작가님 짱
8년 전
해담
신청완료♥ 히메님도 4편때 보아요..ㅎㅎ♥
8년 전
독자19
아무것도 안보여도괜찮아요ㅠㅠㅠㅠㅠ백현이만 볼수있다면ㅠㅠ
8년 전
독자20
작가니뮤ㅠㅠㅠㅠㅜ아진짜 글완전좋아요ㅠㅠㅠ그러므로암호닉을신청하겠쭙니다♡[호빗]으로부탁드려요♡♡
8년 전
해담
신청완료♥ 호빗님도 4편때 보아요!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22
[꼬깔콘]신청이오!!!작가님..글 대박이애오..신알신 하고 갈개오..
8년 전
독자23
ㅠㅠㅠㅠㅠㅠㅠ여주ㅠㅠㅠㅠㅠ계탔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백현아ㅠㅠㅠ
8년 전
독자24
[콧구멍]으로신청할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백현이가 선배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5
아고ㅠㅠㅠㅠㅠㅠ 백현이도 좋지만 츤데레 찬열이ㅋㅋㅋㅋㅋ 그렇게 싫어하면서 또 번호 따려니까 쫓는 거 귀여워요 ㅋㅋ 사이좋은 남매같고 ㅠㅠ 글 너무 재밌어요 ;ㅅ;
8년 전
독자26
이 작품을 왜 이제서야 본건지 ㅜㅜㅜㅜㅜㅜㅜ 백현이 너무 설레요 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27
허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 챙겨줘 백현아 .....
8년 전
독자28
작가님 글 완전 필력대박이에요ㅠㅠ 여주 빙의 넘나 잘되는것ㅠㅠ 감사합니다ㅎ
8년 전
독자29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짱이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30
이유가있겠지요ㅋ
백현이랑여주랑잘어울려서 질투나용!

8년 전
독자3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백현오빠 짱멋있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32
사겨라 짝! 사겨라 짝! 백현이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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