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해담 전체글ll조회 1644l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날로 먹는 연애 4

해담




번호는 받았는데 연락은 하지 못했다. 역시 바보 돌탱이다. 나 자신한테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주먹을 쥐고 머리통을 쿵쿵 내리쳤다. 방금 구워진 고구마가 하얀 김을 내뿜고 있다. 앞에 앉은 박찬열이 성급하게 고구마 껍질을 까려다가 뜨겁다며 욕을 뱉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있는 것을 알아채고 얼른 꾹 입을 다무는 박찬열이다. 엄마가 냉장고에서 김치를 내주고 우리는 젓가락으로 고구마 위에 김치를 올려놓는다. 환상의 조합이다.


, 박찬열.”

.”


내 부름에 고구마를 한 입 베어먹던 박찬열이 인상을 찌푸리곤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학교에서 여자들한테 헤헤 웃어줄 때는 언제고. 이중인격자의 최고봉이다. 박찬열과 변백현이 언제부터 친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친구니까, 변백현에 대해 잘 알 것 같았다. 물론 불순한 의도가 가득 담긴 질문이었다.


백현 오빠, 원래 사람들한테 다 친절해?”

당연한 거 아냐?”

뭐가 당연해?”

걔 연예인이잖아. 연예인인데 욕하고 그러겠냐. 당연히 친절하지.”


그 말에 내 가슴에 차곡차곡 담아놨던 기대감이 처참히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연예인이니까, 나한테도 그렇게 잘해주는걸까. 나 정말 분노 조절 장애인가보다. 또 짜증이 나서 먹던 고구마를 접시에 팍 내려놓았다. 뭉개진 고구마를 보던 엄마가 또 왜 그러냐면서 물어본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모든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던 박찬열이 또 실실 쪼갠다. 왜 자꾸 쪼개.


. 박여주.”

말 걸지마. 진짜 죽,”

너 변백현 좋아하지?”


의자에서 일어나려다 말고 박찬열의 말에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순간 얼음이 되어버렸다. 박찬열은 아무 말도 못하는 나를 보고선 웃는다.


, 너 졸라 티나. 진심 존나 웃겨.”

왜 네 멋대로 단정 짓고 난리야! 누가 좋아한대? 백현 오빠 안 좋아하거든? 웃기지 마.”

그래. 여주야, 참 애쓴다.”


박찬열이 눈썹을 축 누그러뜨리며 날 안쓰럽게 쳐다본다. 진짜 오빠라는 새끼가 동생 계속 놀려먹고. 쿵쿵쿵 세차게 걸으며 문을 열고 침대에 엎어졌다. 나 안 좋아하거든! 안 좋아해. 백현 오빠는 그냥 팬으로써 좋아하는 거라고. 팬이니까 이런 건 물어볼 수도 있지. 진짜 무슨 자기 맘대로 생각하고. 공중에서 발을 차대며 혼잣말을 해댔다.


, 진짜 왜이래.”


그러면서도 어느새 핸드폰을 켜, 백현 오빠의 카톡 프로필을 살펴보는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러는걸까. 나도 내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안 좋아할걸. 안 좋아해, 아마도. 확신할 수는 없는 마음이다.










아침부터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어제 백현 오빠 생각을 그렇게 해댔더니 꿈에 백현 오빠가 나오고야 말았다. 원래 꿈이란 자기가 무의식중에 생각하던 걸 그려낸다고 하기도 하지 않나. 내 꿈의 내용은, 백현 오빠와 연애를 하고 손을 잡고별 그지같은 꿈이었다. 말도 안 된다. 난 평소에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찬 물로 얼굴을 벅벅 문지른 다음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교복을 입었다.


시계를 보니 또 늦게 생겼다. 벌점 카드를 받기는 싫다. 재빨리 운동화에 발을 구겨놓고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소리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꾹꾹 눌렀다. 박찬열은 저 와중에도 밥은 먹는지 입을 오물오물거리며 또 계단으로 내려갔다. 쟤는 백현 오빠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건 알기나 할까. 알겠지.


계단에서 넘어졌는지 소리를 지르는 박찬열 목소리를 듣다가 엘리베이터가 7층에서 멈췄다. 문이 활짝 열렸다.


.”

안녕.”

안녕, 오빠.”


미리 타있는 백현 오빠가 있었다.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고개를 숙이며 죄인처럼 닫힘 버튼을 연타했다. 백현 오빠는 오른쪽 구석에 있다가, 내 뒤로 오더니 벽에 기대섰다. 옆에 있는 거울로 백현 오빠가 보였다. , 진짜 미칠 것 같다. 왜 꿈에 나와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내가 무슨 죄라도 지은 것 같잖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1등으로 내렸다. 걸음을 빨리해서 백현 오빠보다 먼저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나를 도와주지 않는지, 밖으로 나오자마자 얼굴에 빗방울이 닿았다. 먼저 앞서가는 박찬열은 지 혼자 우산을 챙겼나보다. 진짜 약았다. 너무 약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등에 업고 있던 가방을 머리 위로 올려 우산 대용으로 썼다.


걸을 때마다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에 빠진다. 회색 운동화는 어느새 먹색이 되어버리고야 만다.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각하면 안 됐다.


왜 그렇게 급하게 가?”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백현 오빠가 초록색 우산을 펼쳐 들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내 머리카락을 적시던 비는 백현 오빠의 우산에 가려진지 오래다. 말이 안 나와서 어버버 거렸다.


같이 가자.”

…….”

싫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백현 오빠다. 또 얼굴이 빨개진다. 그 열기를 나는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좋아.”


그 대답을 하면서도 목소리가 떨렸다. 나 정말 백현 오빠한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붙기에는 좀 그래서 떨어져 걸으니 어깨에 빗방울이 닿았다. 백현 오빠가 그것을 보고서는 나를 좀 더 안으로 끌어당긴다. 비 맞으면 자기가 씌워준 보람이 없단다. 그렇게 눈을 바닥에 고정하고 무작정 걷다보니 어느새 교문 앞에 도착했다. 변백현과 다른 여자가 같이 있는 것을 보고는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웅성댄다.


비 이제 별로 안 오네.”

그쳤다.”


우산 밖으로 손을 뻗어 비가 내리는지 확인했다. 아주 조금의 빗방울만 손바닥에 고일 뿐, 아까처럼 폭풍으로 쏟아지지는 않았다. 고개를 살짝 숙여 초록색 우산에서 빠져 나왔다.


씌워줘서 고마워, 오빠.”

별 걸 다 고마워 해.”

오빠 이렇게 하면 여자들이 오해하겠다. 오빠가 하도 다정하게 해주니까.”

오해?”

, 막 자기 좋아해서 잘해주는 거라고 오해할 수도 있잖아. 막 사심이 있어서. .. 그렇게.”


모퉁이를 돌아 본관 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백현 오빠는 잠깐 밑을 보는 것 같더니 입꼬리를 올려보인다. 그 웃음을 보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웃는 것만 봐도, 이렇게 같이 옆에서만 걸어도 이상하게, 불편했다.


오해 아니면?”


백현 오빠가 나를 쳐다보고 묻는다. 오해가 아니면. 그게 아니면. 침을 꼴깍 삼켰다. 날 쳐다보는 오빠의 눈을 제대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친절은 없어.”

…….”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어쨌든 난 그래.”

뭔 뜻이야?”

몰라.”


우리는 본관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초록색 우산을 돌돌 말아 접어 오른손에 쥐고 있는 백현 오빠다. 정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서 물었더니, 오빠는 자기도 모른댄다.


공부 열심히 해.”


안으로 들어가 버리려는 오빠의 손목을 잡았다. 처음으로 내가 먼저 잡았다. 오빠가 처음에는 당황한 얼굴인 것 같더니 이내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은 처음 본다.


제대로 말해주고 가. 이러면 진짜 마음대로 해석한다, 물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해. 마음대로.”

?”

네가 생각하는 게 정답이야.”


백현 오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손바닥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책가방 끈을 잡고 한참을 서 있었다. 종이 울리는 걸 듣고 나서야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백현 오빠의 그 말이, 마치 착각해도 좋다는 말로 들렸다.


반으로 들어와서 가영이가 빌려준 둥근 빗으로 산발이 된 머리를 정리했다. 너무 급하게 뛰어온건지 거친 숨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가영이가 오늘은 왜 지각을 했냐며 자기가 금방 떠 온 물을 건네준다. 그 물을 급하게 마시고 입가를 닦았다. 수업을 하는 동안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 모든 원인은 변백현 오빠 때문이다. 내가 공부를 할 수 없는 이유도, 필기를 하나도 안 하는 이유도, 멍 때리고 있다가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은 것도. 다 오빠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내가 이렇게 넋이 나가 있는 건, 아까 오빠의 말 때문임이 틀림 없었으니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서 혼란이 왔다. 가영이가 축제 때 같이 간 그 선도부 썸남 얘기를 하고 있을 때도,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애들이 나보고는 너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바보같이 있냔다. 양치를 하고 돌아와 시험기간인데도 불구하고 독서를 해볼까 책을 펴다가 가영이에게 꿀밤을 얻어 맞았다. 너 진짜 미쳤냐고 묻는다. 아파오는 머리를 살살 문지르며 가영이를 쳐다봤다.


너 진짜 왜 그래?”

몰라.”

진심 너 오늘 이상해. 뭔 일 있어?”

나도 모르겠어.”

아 빨리. 말 해봐. 다 들어줄테니까.”


가영이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긴 머리칼을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선 내 앞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눈을 깜빡이며 가영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쩌면, 가영이는 내 말을 잘 들어줄지도 모른다. 만난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 동안에 가영이가 나쁜 애는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 변백현 오빠 팬 된 것 같아.”

?”


가영이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나는 다시 반복했다. 나 변백현 오빠 팬 된 것 같다고. 가영이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다리를 꼬았다.


역시 입덕 초기에는 다 그렇다니까. 하루종일 그 연예인 생각으로만 가득하지. 나도 맨 처음에 뭐지, 엑소 걔네 입덕 했을 때. 예능이랑 사진이랑, 무대랑, 다 챙겨 보느라 밤 샜었다니까. , 진짜 미쳐. 하루종일 걔네 생각만 나고. 일상 생활 불가였어. 너도 그렇구나. 동지야.”

…….”

걱정마, 친구이자 동지야. 덕질 도와줄게. 내가 변백현 사진 다 카톡으로 쏴준다.”


가영이가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 동안에도 나는 여전히 미동없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체육 시간이 되고, 우리는 반에서 급히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체육 시간에는 3학년 남자 선배들과 같이 수업을 받았다. 물론 선생님을 다를지라도. 애들은 3학년 선배들이 멋지다며 연신 호들갑을 떨어댔다. 이제 수능까지 보고, 수시 결과까지 나오고, 어찌됐건 학교에서 떠나갈 사람들인데. 나는 혀를 찼다.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3학년 선배들은 각자 배드민턴 채를 가지고 나온 채 우리 앞에서 경기를 했다. 저기에 변백현이 껴 있었으면 어땠을까. 또 이딴 생각한다. 다시 고개를 젓고 제발 다른 생각 좀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머리는 따라주지 않는다. 자꾸 변백현 생각만 난다.


“여주야.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홱 쳐들었다. 변백현 오빠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약간날라리 기운이 풍기는남자 선배들 세네명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무릎을 굽히고 핸드폰을 건네주는 선배다. 제일 앞에서 활짝 웃고있는 선배는 축제 때 봤었다면서 아는 체를 했다. 박찬열이 팻말을 들고 때리는 척을 하던 그 선배들은 아니었다. 허면 어디서 본 걸까. 얼떨결에 핸드폰을 받긴 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다.


번호 찍어 주라.”


그 선배 옆에 있는 남자 선배들이 찍어줘, 찍어줘 하면서 번호를 찍기를 재촉 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저 오빠들 3학년에서 이름 난 선배들이라며 같잖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시간도 많이 남아있었고,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더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대충 번호를 찍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백현 오빠가 나에게 번호를 물어볼 때의 설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선배들은 환호성을 지르더니 연락한다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박여주 인기 많은데.”

아 좀..”

역시 얼굴이 짱이지, .”


두 손바닥을 얼굴에 갖다대고 마른 세수를 했다. 이 와중에도 변백현 오빠만 떠오르는 나는, 진짜 제대로 미친 게 아닌가 싶다.








나 연애하면 어떨 거 같냐.”

네가 연애도 할 수 있냐? 너 연예인이잖아.”

장난 아니고, 진짜로. 나 연애하면 어떨 거 같냐고.”

뭘 물어보는 거야, 병신아. 뭐 주변 반응을 물어보는 거면. 팬들이 존나 울겠지?”

넌 어떨 것 같은데.”

뭐 씨팔? 나 게이 아니거든. 그냥 연애 한다 이 기분이겠지.”


박찬열이 인상을 찌푸리곤 짜증을 팍팍 낸다.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오해를 했나보다. 그래서 다시 말을 정정했다.


네 동생이랑 연애하면.”

?”

“여주랑.”

왜 쌍으로 지랄이야, 진짜.”

 

박찬열이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박찬열이 장난하는 거면 가만 안 두겠다고 한다.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사실은 그저 아끼는 동생이었다. 박찬열 동생이니까, 그리고 어쩌다 우연으로 마주치게 되었고, 그 우연은 계속해서 이어져 갔으니까. 그냥 여주가 하는 행동이 귀여웠고, 그냥 툭툭 내뱉는 말도 신경 쓰였다.


드라마 찍는 거 아니거든, 빙신아. 그리고 눈이 있으면 걔랑 연애를 하겠냐?”

말 좀 예쁘게 해.”

아니 존나 이상하니까 그렇지. 박여주가? 어디가 예쁘다고

언제는 네 동생이 제일 예쁘다면서.”

아이, 씨팔 그거야! 내 동생이니까. 그런 말 한 거고.”


박찬열이 성질을 낸다. 제 딴엔 그런 말을 내뱉은게 꽤 부끄러웠나보다. 박찬열과 여주는 정말 천상 남매다. 박찬열이 한숨을 팍팍 내쉬더니 금세 얼굴이 붉어진다.


선생님과 잠깐 얘기를 하고 교무실에서 나온 뒤였다. 금방 체육을 한건지 체육복을 입은 3학년 선배들이 운동화를 들고 계단을 통해 올라가고 있다. 그 뒤를 따르고 있던 나는 아무 표정 없이 위를 향해 걸었다. 앞에 있던 선배들의 걸음이 느릿해지더니 갑자기 핸드폰을 치켜들고 실실 쪼갠다.


, 그 박여주. ? 얼굴은 존나 예쁘더라. 그치.”

. 존나 예쁘던데.”


순간 잘못들은 게 아닐까 했다. 박여주라는 이름이 그렇게 희귀한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곧 튀어나오는 ‘2학년 박찬열 동생이라는 말에 착각이 아니었구나 했다. 활짝 웃으며 핸드폰을 흔들어보이는 선배가 고개를 돌려 자기 친구들과 여주 얘기를 한다.


번호 존나 쉽게 준다.”

걔 어쩔건데.”

뭘 어째. 걍 가지고 놀다 버려야지. 어차피 여기 학교도 금방 뜨는데.”

, 씨팔 이 양아치 새끼 보소.”


지들끼리 손가락질을 한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유명한 박선우 선배였다. 얼굴은 잘 생겼는데, 오토바이도 타고 다니고, 성적도 안 좋을뿐더러, 소문 또한 더럽다. 박찬열이 언젠가 한 번 인사를 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박찬열은 시도 때도 없이 박선우 선배의 욕을 했다. 미친 놈이 입에 걸레를 물었다면서. 그 때는 누군지도 몰라서 공감이 안 갔는데, 이렇게 직접 마주하니 정말 사실이 맞았다.


게다가 그 더러운 입에 올려진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여주라는게 문제였다. 여주는 도대체 왜 저 새끼한테 번호를 준건가. 화가 나서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이미 표정 관리 따위 날라간지 오래였다.


걸음을 빨리해 앞서 가다가 박선우의 어깨를 쳐버렸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였다. 표정이 확 구겨진 박선우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주의 번호가 찍혀 있는 화면이 꺼졌다. 박선우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신경질적으로 집어넣더니 나를 알아보곤 실실 웃는다. 재수 없었다.


얘 연예인 아니냐? 그 변백현인가, .”

, 씨팔. 맞네?”

얘가 뭐가 좋다고 지랄인지 모르겠어. 존나 강아지 새끼처럼 생겼구만.”


이때다 싶어 날 앞에 두고 까댄다. 그 욕을 듣는 내 표정이 구겨지자 지들끼리 또 쪼갠다. 제일 뒤에 있던 안경잡이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이 새끼 축제때 그 여자애랑 같이 있던 애네.”

, 얘가?”

그래서 씨발 어깨빵 하셨어요? 존나 남친이세요?”


아무 말도 안하고 쳐다보기만 하자 저 새끼 눈깔좀 보라며 나를 비꼰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또한 나는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다.


야 박여주 존나 예쁘더라. 너 그 박찬열이랑 붙어다니지?”

…….”

왜 씨팔 대답을 안 하세요?”

번호 삭제해요.”

?”

번호 삭제 하시라고.”


이 새끼들은 사회에 나가서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지르고 다닐까 참 궁금했다. 낮은 목소리로 번호 삭제하라고 말했더니 내 앞을 막아선 박선우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와 존나 싸가지 없어, 이 새끼. 연예인 아니야? 네 인성 쓰레기라 하면 너 존나 매장당하는 거 모르냐?”


수업시간 종이 쳤다. 계단을 오가던 학생들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감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악플과 욕과 엄중한 잣대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할 이유도 없다. 사람들은 연예인이라 감당해야 할 것도 있다 말하지만, 도가 넘으면 감당 할 필요가 없다. 박선우는 그 도를 넘은 사람이었다. 박여주를, 더러운 입에 올리는 것도 모자라서 나에게 협박까지 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픽 웃었더니 박선우의 얼굴이 점점 험악해진다.


나 그동안 이미지 관리 잘했는데.”

…….”

겨우 입 하나 턴다고 나 매장 안 당해.”



소속사라는 게 괜히 있는 줄 아나보다. 박선우가 운동화를 벽에 던져버린다. 흙 덩어리가 바닥에 쏟아진다. 한 대 칠 기세였다. 그때 교무실에서 나오던 체육 선생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수업 안 들어가고 뭐하는거냔다.


박선우 패거리는 중얼중얼 욕을 해대며 이새끼 저새끼한다. 왜 하필 저런 거지같은 새끼들한테 걸린걸까. 짜증이 났다. 여주가 점점 신경이 쓰였다.









야자를 끝내고 교문을 나서던 길이었다. 신발 끈이 풀려 잠깐 무릎을 굽히고 끈을 리본으로 묶고 있을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내 등을 톡톡 쳤다. 뭔가 해서 허벅지를 잡고 일어서니 백현 오빠가 있었다. 화들짝 놀라는 바람에 뒤에 있던 물 웅덩이에 신발을 적실 뻔 했다.


그동안 하교를 하면서 백현 오빠를 만난 적이 없었다. 하교 할 때는 워낙 학생들이 몰려서인지 볼 틈도 없었고. 백현 오빠는 날 향해 웃어보이지 않았다.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핸드폰 줘 봐.”

? 갑자기 왜?”

빨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백현 오빠에게 넘겨주었다. 패턴이 뭐냐고 해서 풀어줬더니, 다짜고짜 전화번호부에 들어간다. 그러고선 박선우라는 이름을 검색한다.


뭐 하는거야?”


박선우라면 아까 내 번호를 따갔던 남자 선배였다. 백현 오빠는 여전히 얼굴을 구긴 채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차단 버튼을 누르고 다시 나에게 핸드폰을 돌려준다. 전화번호부를 살펴보면 박선우라는 이름은 없다.


연락 하지마.”

뭐야, 갑자기.”

그냥 하지마. 학교에서 아는 척 해도 그냥 무시하고 가.”

?”

묻지 말고 그냥 내 말 들어, 여주야.”


백현 오빠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와서는 핸드폰을 달라하질 않나, 내 번호를 따간건 어떻게 알고 박선우 선배를 차단하질 않나.


걱정돼서 하는 소리야.”


무슨 이유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더니 백현 오빠가 그제서야 웃는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웃음이다. 내 손 대신, 손목을 잡더니 이제 집에 가잰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착각하고, 오해하는 수밖에 없다. 가로등이 켜진 길을 그동안 혼자 걸었었는데, 이제는 백현 오빠와 같이 걷고 있다. 집에 다 와가고, 우리는 걸음을 멈춰섰다.


아까 그랬잖아, 아침에.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고.”

.”

나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구는 이유는 뭔데?”


엘리베이터에 올라 각자 층의 버튼을 누를 때까지도 백현 오빠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뭔가 생각하는 듯 신발코로 바닥을 쿵쿵 쳐대던 오빠가 7층에 도착하고, 내가 내릴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를 때에도 오빠는 여전히 대답을 않고 있었다. 잠자코 기다리던 내가 문고리를 돌리려 할 때였다.


좋아서.”

…….”

네가 좋아서 그런가봐.”


고백도 아니었고, 동생으로써 좋다는 건지, 아니면 정말 이성으로써 좋다는건지 확실치도 않은 대답이었는데. 가슴이 자꾸 떨려왔다. 문고리를 잡은 손이 멈춰있자 잠금장치에서 삐삐삐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백현 오빠가 누르고 있던 열림 버튼에서 손을 뗀다.


잘 자. 내일 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나는 그 문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다. 나는 이제 내 마음을 확실시 한다. 내가 이렇게 백현 오빠랑 같이 있을 때에 떨리는 이유도, 별 의미없는 대답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도, 이게 다. 백현 오빠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암호닉


모찌 / 줄리 / 김토끼 / 3관왕센 / 붉은여왕 / 다니 / 바닐라라떼 / 히메 / 호빗


@

혹시 사진 안 보이거나 엑박으로 뜨면 말씀해주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안 자길 잘한거 같아요ㅠㅠ 저 작가님 글 제 인생빙의글이 될거가타요ㅠㅠ
8년 전
독자2
작가님!! 김토끼에요! 신알신 뜬 거 보고 달려왔어요ㅎㅎ 사실 저는 백현이가 여기선 연예인이니까 선배한테 적극적으로 대처 못 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먼저 어깨빵도 날려주시고! 직접 여주 핸드폰에 있는 선배 번호도 차단하고ㅠㅠㅠㅠ 너무 설레요ㅠㅠㅠㅠ 오늘도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ㅎㅎㅎ
8년 전
독자3
3관왕센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작가님..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기다리고있었어요ㅠㅠㅠ너무재밌게 잘 읽고갑니다ㅠㅠ
8년 전
독자4
저두 암호닉 신청해두 될까요ㅠㅠ 금귤로 해주세요ㅠㅠ 작가님 와 오랜만에 맘에 쏙 드는 작품을 만났네요ㅠㅠ 사랑합니다ㅠㅠ
8년 전
독자5
암호닉 신청 된다면 [천재아이돌큥]으로 하고 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좋아한다니 설렘사..뀯
8년 전
독자6
엉엉 ㅠㅠㅠㅠ뷰ㅠㅠㅠㅠ백현어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7
대박////////이에ㅕ
8년 전
독자8
모찌에여ㅠㅠㅠㅇ아ㅠㅜㅜㅜ너무ㅜ설레요ㅜㅜㅜㅜㅜㅜ너무재미있어여ㅜㅠㅠㅠㅠㅠ작가님 ㅜㅜㅜ
8년 전
독자9
호빗
8년 전
독자10
아ㅏ아아아아아아ㅏ와진짜 설레서 죽을것같아여...읔...아 대박 진짜 작가니뮤ㅠ♡♡♡♡♡♡사랑합니다
8년 전
독자11
아빨리사겨라~~선우가일키우지않게!!
8년 전
독자12
백현아ㅜㅜㅜㅜ설렌다 나도 저런 오빠친구좀...ㅜㅜ
8년 전
독자13
아마지막글에다가 신청을 해야하는건가ㅠㅠㅠㅠㅠ?다시신청할께요 [콧구멍]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혼자 심각해져서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찬열이두ㅠㅠㅠㅠ그나저나 그 남자선배뭐람......무튼잘읽구갑니당!!!!
8년 전
독자14
와 너무 설레여 ㅠㅠㅜㅜㅠㅜㅠㅠㅠㅠㅜ
설렘사할지경...

8년 전
독자15
히메에요 ㅠㅠㅠ ㅠ 설렘사 ❤️❤️
8년 전
독자16
와작가님 ㅜㅜㅜㅜㅜㅜ잘보고갑니다ㅜㅜㅜ아백현아ㅜㅜㅜ
8년 전
독자17
(몽이)로 암호닉 신청ㅇ이요
와대박설레요ㅠㅠㅠ너무좋아
3학년들 제발 없어줬으면

8년 전
독자18
흐엑 백어빠의 질투도 보고 ㅋㅋㅋㅋㅋㅋㅋ 귀욥습니다 행복합니다 ㅠㅅㅠ... 저 혼자 착각하지 말입니다 백현 센빠이... ㅜ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된다면 [뽀또] 로 신청할게요 ;ㅅ; 잘봤습니당...
8년 전
독자19
너므 설레요 작가님ㅠㅠㅠ 저도 암호닉 신청하고싶어요ㅠㅠ 암호닉은 뚜뚜로해주세요ㅠㅠ
8년 전
독자20
헐작가니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됴깡]으로 암호닉 신청이요!!!!!
8년 전
독자22
해로워....몸에 해로워..
8년 전
독자23
흐어엉 백현이 진짜 멋있어요ㅜ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24
러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 좋아해 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5
멋있다 박력큥ㅠㅠ 아주 남자다 남자...♡
8년 전
독자26
바닐라라떼에요!!! 헐헐 나쁜자식 멍멍이 자식.... 아 저 빨리 다음편으로 갈게요!! 박선우? 너 이자식 연락하기만해라?!
8년 전
독자27
오오 백현이카리스마가!
사랑은라이벌이새겼을때
더훅하고들어오는거죠ㅎ

8년 전
독자28
아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쳤다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백현이 너무 멋져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엑소 [EXO] 스엠에서 제일 사랑둥이, 스젤사 EXO 홍일점 너징 썰 7 (스젤사의 탄생일)33 사랑둥둥이 12.20 11:08
엑소 [EXO/백현] 오 캡틴, 마이 캡틴 118 여친1 12.20 10:14
엑소 국가대표 남자친구 & 오 캡틴, 마이 캡틴 & 아주 특별한 그들이 사는 세상 [암호닉관련공지]3 여친1 12.20 08:55
엑소 [EXO/백현] 오 캡틴, 마이 캡틴 006 여친1 12.19 22:47
엑소 [EXO/변백현] 6살 차이 과학 선생님의 개철벽을 뚫어보겠다 0027 보조백떠리 12.19 20:29
엑소 [EXO/종대] 너와 나만의 시간 Pro.46 실음과김선배 12.19 16:46
엑소 [EXO/변백현] 날로 먹는 연애 527 해담 12.19 16:18
엑소 [EXO] 응답하라 이그조 02 (KAKAO TALK)7 12.19 15:28
엑소 [EXO/세훈] 국가대표 남자친구 540 여친1 12.19 11:26
엑소 [EXO] 아주 특별한 그들이 사는 세상 110 여친1 12.19 08:53
엑소 [EXO/종대] 유치한 김팀장 1493 실음과김선배 12.19 02:35
엑소 [EXO] 응답하라 이그조 01 (KAKAO TALK)7 12.19 01:02
엑소 [EXO/변백현] 날로 먹는 연애 427 해담 12.19 00:57
엑소 [EXO/세훈] 국가대표 남자친구 448 여친1 12.18 22:32
엑소 [EXO/변백현] 밴드부 변백현이랑 연애하는 썰 0112 ma non troppo 12.17 20:01
엑소 [EXO/변백현] 밴드부 변백현이랑 연애하는 썰 0016 ma non troppo 12.16 21:11
엑소 [EXO/도경수] 도경수가 내 주인인 썰.026 주인찾아요 12.16 23:04
엑소 [EXO/카이] 결국 제자리51 백포도 12.02 05:35
엑소 [엑소] 다시 12.16 21:39
엑소 [EXO/박찬열] 오빠 심부름 갔다가 전남친 만난 ssul 00 2 키즈 12.16 21:09
엑소 [EXO/변백현] 날로 먹는 연애 342 해담 12.16 20:51
엑소 [EXO/변백현] 날로 먹는 연애 223 해담 12.16 19:52
엑소 [EXO/변백현] 날로 먹는 연애 133 해담 12.16 19:02
엑소 [EXO] 늑대사립고등학교 01 <역하렘>66 제이에스 12.16 18:58
엑소 [EXO/김종인] 남자친구? 아니 남자사람친구!-02(폭풍우치는밤에)6 양반후반 12.16 12:55
엑소 [EXO/세훈] 국가대표 남자친구 351 여친1 12.15 22:11
엑소 [EXO/박찬열] 백일몽 00 네빈 12.15 17:42
전체 인기글 l 안내
6/22 13:38 ~ 6/22 13:4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