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찌뿌둥 했다.
눈앞이 왠지 흐릿하고, 어디에 있는건지 잘 분간이 안갔다.
꿈인가.. 하기에는
파고드는 한기가 너무 생생했다.
어딘지도 모를 길을 외투를 여미며 걷고 있었다.
연말의 길가는 밝게 빛나고 있었고
그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냥 무작정 걸어갔다. 발이 이끄는대로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땐
한 남자가 있었다.
"오빠?"
뿌옇게 보이던 얼굴이 확실히 제 선을 찾아가고
그리웠던 얼굴에 눈물이 날 듯 했다.
'꿈이겠지'
한발 앞에 있는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발을 내딛으면 그가 사라질 듯 해서 두려웠다.
'꿈일거야'
"아미야"
이리오라는 듯 눈짓을 보낸다.
실로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였다.
낮게 깔리는 웅얼거리는 목소리..
항상 잘 안들려서 두번 귀 기울이게 하던 그 목소리가 반가웠다.
"내가 가면,"
말을 건네본다. 다행이다. 그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가면, 그 자리 그대로 있을꺼야?"
"그럼."
제법 단단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내가 뭐 어디 간적 있냐"
웃음기 섞인 말이 들려왔다.
"야 민아미. 튕기지 말고 안겨. 보고 싶었잖아."
저 능글거리는 말투..
그리울거라고 생각한적이 없었는데
그 말투가 참 다정해서 눈물이 났다.
"진짜 안긴다, 나. 뛰어가서 안길거야. 무겁다고 불평하지마라 민윤기"
낮게 웃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무작정 달려가 안겼다.
"어이구 우리 아미.. 오빠 많이 보고 싶었구나?"
원래대로라면 미쳤냐.. 라고 말해야하는데
부정할수가 없었다
보고싶었다, 많이
든든히 날 안아주는 품이 따뜻해서,
별로 특별할거 없던 그 냄새가 참 반가워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오빠."
"....."
"아 오빠"
"... 왜"
"내가 할말이 있는데"
"......"
"들어줄거야?"
"말해봐"
"안놀린다고 약속."
"장담은 못하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봐"
"그래"
"오빠, 20년동안 미룬말이려나..
항상 미안했고 그리고 또.."
품의 온기가 따뜻하게 전해왔다.
"사랑해"
계속 안겨있고 싶은 따뜻함이었다.
"사랑해.. 정말 사랑해.."
온기가 사라진다고 느낄때쯤 눈을 떴다.
역시나 그는 없었다.
'못난 동생 뭐가 이쁘다고 자꾸 찾아와.'
그의 향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잘가,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