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미야! "
" ...? "
하고 또 하고. 그 긴 리허설을 끝내고 부축해줄까, 하며 걱정하는 우리 리더에게 안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올리며 괜찮다고 하고 먼저 보낸 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두 다리를 질질끌고 드디어 대기실 문고리를 잡았는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젠장... 힘들어 죽겠는데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 버릴까. 잠깐 망설이다가 뒤를 돌았다.
" 아미야, 오랜만이야 "
" ... 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
조금만 참아, 몸뚱아리야. 하고 내 비루한 몸뚱아리를 달래며 뒤를 돌았고, 나를 부른건
두달전이었나, 외국에서 하는 특집방송에서 같이 엠씨를 봤고 빠르게 친해져 말까지 놨지만 그때 이후로는 아예 까맣게 잊고있던 친구였다.
남자아이돌들 사이에서는 요정으로 불리며 이 친구 번호한번 따려고 별짓을 다하는
요즘 최고주가를 달리는 여자아이돌. 성격도 좋고 착해서 맘에 드는 친구였다.
" 나야 뭐, 항상 똑같이 스케줄가고 행사가고 바쁘게 살고있지 뭐. 너네 이번에 신곡 좋더라 "
" 뭐 우리노래야 이제 믿고듣는방탄 아니겠어? ㅋㅋ "
" 그래, 근데 - "
" 빨리와! 무대 올라가야 돼!!! "
아마도 매니저분으로 추정되는 분이 소리를 지르며 얼른 오라고 하는데, 가요!! 하고 소리지르더니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저, 그게, 있잖아... 하며 말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 왜, 뭔데? "
" ... 아미야. 지민오빠한테... 휴, 스케줄 끝나면 전화좀 하라고 해줘. 아니면 문자라도. 만나서 얘기하자고. 그럼 이만 갈게! "
그 애가 속사포로 내뱉고 가는 말을 머릿속에 되새기다가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박지민 이 새끼가 또 ...!! 저 착한애를, 에휴. 미안해 친구야. 내가 대신 사과할게.
들어가면 박지민 이 새끼를 죽여버려야겠다 생각하며 대기실 문을 열었다.
" 왜이렇게 늦게 들어와 "
메이크업 수정을 받던 남준오빠가 걱정하며 나에게 물었고, 일이 있어서요. 미안. 라고 하며 눈으로는 박지민이 어디 있는지 빠르게 스캔했다.
누구 찾아?
... 있어요. 개새끼.
" 야 이 개새끼야!!!! "
" 아!! 왜! 말로 해 말로!! "
쇼파에 편안히 누워 디비 자고있는 박지민을 발견했고,
곧바로 박지민이 끼고있던 목베게로 사정없이 후렸다.
영문을 모르고 자고있던 박지민은 시끄럽게 소리를 빽빽지르고 있었고, 옆에서 게임을 하던 정국이는 한번 슥 보더니 익숙하다는 듯 게임을 했다.
" 이 미친놈아! 전생에 무슨 여자 못만나 죽은 노총각이었냐!! "
" 아 뭐! 갑자기 전생 타령인데 왜! "
" 도대체 언제 만나서 꼬리쳤냐 진짜! 내가 이럴까봐 너랑 안마주치게 한건데!! "
" 뭔 소리... 아 걔? "
때리기를 멈추고 말을 이어가자 누군지 알겠다는듯이 말하고는 실실 웃는 박지민이다. 이게 미쳤나 진짜!
" 그 착한애한테 뭔짓을 한거야 대체 "
" 왜, 우리 아미 질투났져? 오빠가 다른여자 꼬셔서? "
" 누가 오빠래. 넌 그 소리 들을 자격없어 박지민새끼야 "
" 쓰읍, 욕 좀 쓰지 말랬지. 나쁜입! 나쁜입! "
박지민의 옆자리에 가서 앉았더니 싱글벙글 웃다가 지딴에는 귀엽게 인상을 쓰며
내 입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그 더러운 손 치워라. 하며 손을 쳐냈더니
더럽다니! 오빠 깨끗한 남자거든? 하며 삐진척을 하는 박지민이다.
" 스케줄 끝나고 전화해달랜다. 아님 문자라도. "
" 걔가 그래? 그런 타입으론 안봤는데 생각보다 질리는 타입이네 "
아무렇지 않은듯이 말하는 박지민이 이제는 익숙해져 뭐라고 하기도 입아프다.
아니 꼬실거면 지같은 꽃뱀들이나 꼬시던가. 순진한애를 꼬셔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대체!!
" 에휴, 걔 착한애야. 잘나가면서 거만하지도 않고 예의도 바르고. 연락해서 이번엔 잘좀 해봐 "
" 그래? 그러면 나 말고 다른 좋~은 남자 소개시켜줘 니가 "
절로 나오는 한숨을 내쉬고는 박지민의 눈을 보며 진심으로 얘기해줬다.
그랬더니 나와 잠시 눈을 마주치다가 특유의 눈웃음을 짓고는 내 어깨를 툭툭치며 메이크업을 수정하러 가는 박지민이다.
저거저거, 언제까지 저려러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차는데 누나, 하루이틀인가요. 신경쓰지마요. 하는 정국이다.
박지민은 주몽 뺨치는 명사수이다.
박지민은 몇달에 한번은 타깃이 바뀌었으며 명중률은 99.9% 였다.
혹시 모를 0.1%는 박지민의 끼부림을 막아낼 훌륭한 철벽녀가 있기를 바라며 남겨둔 것이고.
수줍은 눈웃음을 하면서도 상남자같은 면모에 안 넘어가는 여자가 없었다.
그리고 박지민은 이상하리만치 내 주변의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여자들을 꼬셨고, 이상하리만치 오래가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