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고장난건가?
1은 이미 한참 전에 지워진 상태였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얼른 답장을 해야하는데 사고회로가 고장난 내 머리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친구하자고 했을 때 알겠다고 했으면서 읽씹하기 있냐?
고민하는 사이 카톡이 하나 더 왔다. 카톡창을 켜 놓은 상태에서 톡을 받으니 1이 빠르게 사라졌다. 아아아.... 이젠 진짜 뭐라도 보내야 되는데 큰일났다 뭐라고 보내지? 좋아한다고 보낼까? 너무 뜬금없나? 사귀자?? 더 뜬금없나????
- 아 뭐야 ㅋㅋ 카톡창 켜놓고 뭐하는거야
- 무슨말이라도 좀 해 민망하단말이야
- 할말없어?? ㅠㅠㅠ
- 읽고있는거 맞지??
- 점이라도 찍어서 보내봐
여주는 타자가 굉장히 빠른 모양이었다. 내가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카톡을 계속 보내왔다. 일단 뭐라도 보내놔야겠다 싶어,
<.>
후... 일단 하나 보내긴 했는데 이제 진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진짜 점만 보내는게 어딨어ㅋㅋ 나 안좋아하는거 티좀 내지마
아.. 그런게 아닌데,
<아니야, 너 안싫어해>
-오 ㅋㅋ 진짜?
<응>
-그럼 너 오늘 왜 인사 안했어?
<너는 왜 한번도 나 안봤어?>
.
.
.
20150627 맑음
불공평해. 내가 이 몽롱함을 느끼고 있는 모든 이유가 너야 김여주. 너는 어제 하루종일 나를 쳐다봐주지도 않았으면서 카톡 하나로 너한테 섭섭했던게 다 없게되버리잖아.
너무좋다 김여주. 어제 너랑 카톡한 것, 니가 사물함 오면서 내쪽으로 올때마다 눈마주치는 것, 그리고 오늘 아침 서로 인사한것까지 진짜 좋다 김여주.
좋았던 것들 하나하나 다 일기에 쓰고 싶은데 내가 지금 너때문에 이틀을 못잤어, 눈이 감긴다. 잘거야.. 내일도 꼭 인사하자!
"변백 너오늘 왜이렇게 기분좋아 보이냐?"
"오늘 반찬 돈까스래"
"오호라! 너 기분좋은거 보니까 내 기분이 갑자기 더러워졌다."
"병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 걸지 말아주라"
아침에 김여주가 들어옴과 동시에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처음이었다. 그렇게 반갑게, 친구같이 인사한것은. 솔직히 조금 벅차 숨이 약 3초간 안쉬어졌었다. 그 뒤로 박찬열이 들어와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면 약 몇초 쯤 더 못 쉬었을거 같기도 했다.
수업시간 중간중간 여주가 내쪽을 바라봤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눈이 마주칠때도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서로 한번 웃고 여주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사실 오늘은 여주가 뒤를 돌아보는 횟수가 좀 많았는데 5교시 이후에는 여주가 뒤를 돌아보려 할 때 도경수가 여주 볼을 꾹 눌러 돌아보지 못하게 했다. 부디 도경수가 전학을 갔으면 좋겠다.
부모님이 해외로 발령나셨으면 좋겠다. 나 변백현 지금껏 어떤 신도 믿지 않았지만 도경수가 전학만 갈 수 있다면 새벽기도도 열심히 나갈 의향도 있었다.
여주는 오늘 세번 내쪽으로 왔다. 아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내쪽이 아니라 사물함이지만, 사물함으로 오면서 나랑 눈도 마주치고 했으니까 내쪽으로 왔다는 것이 아예 틀린말은 아니다. 그리고 세번 중 한번은 여주와 대화도 했다.
"변백현ㅎㅎ 졸지말고 공부좀 해"
"안졸았어"
의미가 있는 대화는 아니였지만 이정도 발전에 대해 나는 굉장히 만족 중이다. 지금은 우리가 친해져가는 과정이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오늘 집에 같이 갈까 라고 말하려는 타이밍에 박찬열이 화장실에서 돌아와 초치긴 했지만 말이다. 기도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 도경수와 박찬열이 같이 전학을 갔으면 좋겠다. 박찬열도 전학 보낼 수 있다면 금요철야예배까지 나갈 의향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박찬열과 함께였다. 박찬열과 함께해 그다지 유쾌한 하굣길은 아니였으나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오늘은 푹 잘수 있을것 같았다. 아니면 오늘도 한숨도 못자던가 ...
<너는 왜 한번도 나 안봤어?>
-니가 자꾸 보고있으니까ㅎㅎㅎ
-너는 왜 인사 안했냐구!!
<하고싶었어, 지금껏 매일>
*백현이가 하루종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걸 알고있는 여주 호에엑!!!! 스대전도 얼른 데꾸 올께요 ㅜㅜㅜㅜㅜ 백현이 많이 사랑해 주라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