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다. 5년간 이어오던 우리의 관계가 지내온 시간이 무색하게 단 하루만에 정리되었다. 정리된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 일까. 제게 관계를 정리하는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정리된 관계에 어떤 정의를 내려둬야하냐는 것이었다. 그저 ' 헤어진 연인 ' 이라고만 치부해 버리기엔 지난 5년간의 시간에 대한 미련들이 저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집으로 오는 내내 생각해 보았지만 괜히 머릿속만 더 복잡해졌다. 불꺼진 집안, 쇼파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으니 그제야 비로소 이별이 실감해오는 듯 했다. * 정리에 대한 뜻을 먼저 비춘 것은 지민이었다. " 우리 헤어질까 " 차마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겠는지 말을 살짝 감싼 채 자신의 뜻을 넌시시 비추는 지민이었다. 만나기 전 미리 제법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한 지민이었기에 방금의 말은 제게 사뭇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 그럴까 " 저도 똑같이 말을 한겹 감싼 채 지민에게 돌려주었다. 서로가 자신의 뜻을 최대한 감춘 채 비추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이별에 대한 두려움. 세상에서 가장 질긴 것은 사람의 연. 그 연을 5년동안이나 이어온 서로에게 이별은 극히 이질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이질적인 느낌을 피하지않고 직면한 대가는 공허한 침묵이었다. 그러다가 불안했던 침묵을 더이상 견디지 못한 저는 끝내 입을 열고 말았다. " 우리 그만 나가자 " 약하게 고개를 끄덕인 지민을 확인하자마자 가방을 챙겨 돌아 나가려는 저에게 지민이 여전히 앉아있는 채로 말했다. "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보자. " ' 마지막 ' 아, 우리 진짜 헤어지는구나 가슴 한 켠에서 올라오는 씁쓸한 기분에 말없이 다가가 일어난 지민을 안았다. " 고마웠어, 5년동안. " " 이런 얘기 먼저해서 미안해. " " 아니, 우리 고마워하면서 끝내자. " 지민의 대답도 행동도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나왔다. 지민을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쌓여갈 미련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5년간 우리의 연애가 쓰여진 책이 마지막장까지 쓰였으며, 비로소 완결이 났다. * 잡았어야 했을까. 갑자기 순간적으로 지나간 생각은 더욱 머릿속을 어지럽혀왔다. 그러나 저가 잡는다 하더라도 둘의 관계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게 뻔했다. 어느 새 더이상 같은 곳이 아닌 각자의 방향을 보며 따로 서로의 비행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붙잡는 것은 그저 날개를 다치는 일로만 그치고 말 것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발견하곤 손에서 빼냈다. 그렇게 5년동안 줄곧 채워져 있었던 자리가 비워지니 느낌이 이상했다. 아,허전하다. 고작 반지 하나 사라져도 이렇게 허전한데 이제 네가 없어진 내 빈자리 허전함은 오죽할까. 분명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이렇게 미련이 많이 남은 것을 보면. 그렇지만 그 허전함을 지우기 위해 너를 지우려고 노력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해온 지난 5년이란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였던 만큼 홀로 완전히 지내기 위한 시간 또한 짧지 않을 터이니. 그저 허전하면 허전함을 그리우면 그리움을 느끼며 물흐르듯 천천히 너를 보낼 것이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니. 마치 우리의 시간처럼. 쓰고 여러번 고쳤는데 마음에 안드네요....:) 완전히 마음에 드는 글을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것 같아요. 볼 때마다 부족한 점이 자꾸 보이거든요. 이번 글은 부족한 점도 부족한 점 이지만 머리로 생각한 표현들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아서 더욱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인 점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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