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제발
episode14.당신만이 아는 것(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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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한솔은 승관이 얼굴을 맞은게 아닌 머리를 맞은걸까 라고 잠시 착각했다.장난치고는 너무 진지한데,승관의 방금 한 대사와 표정이 장난이라면 우리나라 영화계에 미래는 밝을 것이다.부승관이라는 사람의 배우가 존재하니까,하지만 승관은 장난이 아니다.
"..."
"야"
"미안,얼굴 맞았더니 기분이 안 좋았나봐"
".."
"가자 종쳤다,밥 먹어야지"
먼저 가는 승관의 모습을 바라보다 승관이 먼저 건물을 나서고 나서야 한솔이 정신 차린듯 발을 움직였다.뭔가 일이 꼬인 것 같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
중학생아이들과 정한과 승철의 저녁식사 시간이다.봉세고 아이들은 석식 먹고 오기 때문에 저녁식사는 항상 승철정한승관한솔찬으로만 이루어진다.
"아빠"
"왜?"
"저희 학교에서 노래대회 있어요"
찬이의 말에 젓가락질을 멈춘건 승철이 아닌 한솔과 승관이다.
"그래?나갈려고?"
"아니요 가족과 같이 참가하는거예요"
"그럼,한솔이랑 승관이랑 나가면 되겠네"
한솔은 처음으로 제 동생이 제발 닥치길 바랬다.적어도 저녁식사만큼은 조금 편하게 하고싶기 때문이다.아까 낮에 점심먹을 때 한마디도 안하는 승관덕에 체할뻔한 한솔이다.지금 저녁식사도 말한마디 안 꺼내는 승관이 보이지 않는지 찬이는 결국 최후의 대사를 내뱉었다.
"아니요,아빠랑 승관이형이랑 나가야죠"
한솔은 신세계를 경험한다.집안 저녁식사 시간에 아무 일도 없는데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경험이다.아니 한솔이한테만 들린다.
"응?"
"아빠가 랩하고 승관이 형이 노래하고..아 한솔이형도 랩하면 되겠다."
그래 그 랩 실컷 해줄테니까 너만 닥쳐줄래,한솔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안 해"
승관의 툭 내뱉은 한마디에 묵묵히 밥 먹던 정한이 고개를 든다.대한민국의 사이렌소리가 여러개였던가 한솔은 괜히 귓가가 웅웅거리는 것 같다.
"그..그래,아빠도 바쁘신데 언제 준비하니"
승철은 5일 근무제에 야근을 잘 하지 않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즉 주말에 연습할 시간이 남아돈다는 애기인데,한솔은 괜히 얼버무렸다.
"왜?아빠는 나가고 싶은데"
승철의 눈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평소 아빠의 눈이 이쁘다고 생각했긴 하지만,저렇게 기대감에 찬 반짝반짝한 눈은 한솔에게 더 위험으로 다가갔다.부승관 한마디에 오늘 아빠 우는거 볼 수도 있다.
"그..그러면 저랑 랩하실래요?"
"승관이도 나가야지"
오늘부로 한솔은 깨달았다.랩은 뭐니뭐니해도 듀엣이 최고라는걸.보컬이고 뭐고 일단 오늘부터는 듀엣이 최고다.
"안 해요"
그래,차라리 저렇게 당차게 거절하고 이유는 말하지 마.한솔은 눈으로 승관에게 열심히 말하고 있다.
"왜?"
한마디 안 하던 정한이 묻는다.그냥 나가기 싫다고 해.수줍어서 나가기 싫다고 해.부끄럽다고 해.한솔은 승관이 올해 노래대회만 4개를 나갔다는 것을 알고있다.
"..."
"엄마는 나갔으면 하는데,추억으로도 남고"
추억이 아니라 최악의 기억이 될 수도 있다.한솔은 아예 숟가락도 내려놓고 승관을 쳐다본다.그냥 지금까지 살면서 노래대회 16번 나갔지만 부끄럽다고 해.
".."
"승관아?"
"..어요"
"응?"
"아빠랑은 하기 싫어요"
한솔은 착각만으로 고막이 나갈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싸이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건너편에 찬이를 보니 어느새 밥 다먹고 승관을 보고 있다.한솔은 충격의 식탁에서 가족들을 구할 의무가 있었다.
"아..이 자식이 노래,듀엣 노래 하고싶나봐요"
".."
"...그래 엄마랑 듀엣하면 되지,아빠는 저랑 랩하고,엄마랑 승관이랑 그..그거 불러요,사랑빛"
사랑빛에는 정용화씨가 14초정도 랩을 한다는 것을 새까맣게 잊은 한솔은 어떻게든 수습하려 했다.이정도까지 했는데 부승관도 눈치껏 해주면 충격의 식탁에서 가족들의 구출작전은 성공이다.제발..
"잘 먹었습니다."
너가 지금 할 말은 그게 아니지 않니,한솔은 충격의 식탁에서 가족들을 구하긴 커녕 자기가 충격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했다.그러거나 말거나 충격의 식탁에 발도 들이지 않은 승관만이 태연했다.
"승관아"
"엄마 먼저 일어나요"
자신의 만들어 놓은 싸한 분위기에서 승관만이 태연하고 당당했다.찬이가 슬쩍 승철을 보다 괜히 다 먹은 밥그릇에 시선을 둔다.
".."
상처받은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은 조금 힘든 일이였다.
"야"
역시 여기 있을줄 알았다.한솔이 검은 봉지를 누워있는 승관의 얼굴에 던진다.아까 낮에 피구공에 얼굴 맞았다는 것을 알지만,지금은 승관이 조금 밉기 때문에 고의적 행동이다.
"집에 언제 들어갈꺼야"
공포의 저녁식사가 끝나고나서,잠시 후 승관은 집을 나섰다.가족들 다 승관이 나간다는 사실을 알지만 어느 누구도 어디 가냐고 물을 수 없었다.한솔은 어디 갈껀지 알고있기에 묻지 않았다.
"몰라"
"여기서 자면 추워"
승관과 한솔의 아지트.한솔은 이 컨테이너 박스가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그렇지 않으면 집을 나선 승관이 늦은 밤 길거리를 방황했을지도 모른다.안전한 곳에 있다는게 너무나도 고맙다.
"아까 저녁식사 파토낸건 인정하지?"
"..."
"아빠한테 불만 있으면 말해"
".."
"아빠가 우리한테 화내는거 봤냐"
한솔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다.언제나 승철은 11형제들에게 장난 많이치고,공부를 못해도,운동을 못해도 혼내는거나 화내는게 없는 친구같은 존재였다.승관도 그 사실을 안다.
"아빠 무서워 하는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온거냐"
"..안 무서워"
사실 승철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였다.자신이 겁쟁이처럼 구는 것.그 덕에 형제들은 승철이 승관에게 있어서는 무언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말도 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그 덕에 승철과 승관의 대화가 별로 없는 것도 자연스러웠다.승철이 항상 다가가는 것도 승철의 의무라고 다들 여겼다.형제들 중에 한사람 빼고
"그러면 아빠한테 말버릇이 뭐냐"
한솔이다.항상 승철을 피하려고만 하는 승관을 이해할 수 없던 한솔이다.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면 되는 것을 승관은 승철과 대화조차 안 하려고 한다.그 덕에 답답한건 언제나 승철과 한솔이였다.
"..."
"뭔,이유가 있지?"
".."
"괜찮으니까 말해봐"
그러더니 검정봉지를 부스락거리면서 간시들을 꺼낸다.한솔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던 승관이 말한다.목소리가 조금 작다.
"..어"
"어?"
"...다고"
"야 크게 말해,나말고 여기 누구 있냐"
그러면서 승관을 바라본다.눈이 마주치는데 어느 하나 피하지 않는다.
".."
한참을 그렇게 마주보고 있었을까,승관이 먼저 입을 연다.
"봤어"
".."
"내가 봤어"
"..."
"....아빠가"
"승관아"
"사람 죽이는거 내가 봤어"
그 말을 끝으로 승관의 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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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의 비밀
1.승철을 무서워하는게 아닌,승철을 증오한다.
2.9년 전 수학여행에서 정한을 구하기 위해 승철이 한 행동을 목격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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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사마,밍구리밍굴밍굴,은하수,뿌,한체,늘보,세하,빅,0211,알라비,솔바람,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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