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이는 내 부탁에 훈련을 하루 쉬었다. 아무래도 음식은 가려 먹어야 할 거 같아서, 샐러드나 고기 위주로 세훈이 밥을 챙겨주고 휴가 때 처럼 집에서 뒹굴고 편하게 쉬었다. 아무래도 세훈이를 데리고 나가 데이트를 하는 건 쉬는 게 아닐 거 같아서. 정국이는 카톡으로 형이 자리를 비운 덕분에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인증샷을 보내왔고, 세훈이는 휴대폰 화면을 애정 어린 눈으로 보더니 열심히 하라고 답장을 보낸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세훈아, 오랜만에 쉬니까 좋지?"
"오랜만에 너 하루종일 보니까 좋은데."
"자꾸 그렇게 훅훅 들어오지 마시죠?"
"왜? 부끄러워?"
정곡을 찌르는 세훈이의 말을 무시하고 세훈이에게 안겨 티비를 틀었다. 마침 나오던 뉴스에선 세훈이의 은퇴 얘기로 시끄러웠고, 세훈이는 웃으면서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다 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세훈이는 지금 굉장히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이 버텨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였기에 선택한 결정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애써 나도 괜찮은 척 세훈이를 쳐다봤다.
"정국이 잘 하겠지?"
"잘 해, 지금도. 앞으로도."
세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셨고, 술 적당히 드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전한 뒤 우리는 웃었다. 아, 우리 아빠 너무 귀여워. 세훈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세훈이의 소식을 지나 날씨를 알리는 뉴스를 보고 티비를 껐다. 백현이 오빠는 뜬금없게 전화를 걸어선 여행을 간다고 자기가 없어도 서운하게 생각 말라는 소리를 전했다. 우리는 그럴 일 없다고 장난을 친 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서로 쳐다봤다. 세훈이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어루만지더니, 입을 맞췄고 나는 그런 세훈이의 목에 팔을 감았다. 밤은 유독 길었다.
다음 날, 아침에 나는 침대에 누워 세훈이에게 투정을 부렸다. 세훈이는 내 입에 짧게 입을 맞추더니, 간다 하며 손을 흔들었고 나는 이따 가겠다고 말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세훈이가 나가고 난 뒤,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서 머리를 정리하고 모자를 꺼내 썼다.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스시집이 있는데 세훈이가 가서 먹더니 너무 맛있다고 한 게 생각이 나서, 지갑을 들고 나가 1시간 뒤에 찾으러 온다는 말을 하곤 집으로 와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치고 나와 스시를 받아 챙긴 뒤,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열심히 물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세훈이와 걸터 앉아서 그런 세훈이를 보고 있는 정국이, 준면이 오빠가 보여서 자연스럽게 타올을 깔고 옆에 앉았다. 세훈아! 밥 먹고 해! 내 목소리에 세훈이는 멈춰 서서 얼굴을 내밀었고, 나는 스시 봉지를 흔들어보였다. 세훈이는 웃더니 물에서 나와 내 앞에 앉았고, 나는 스시 봉지를 뜯었다.
"아, 세훈이 먹으라고 많이 사왔는데 사람이 더 있었네."
"어짜피, 세훈이 이거 다 못 먹어."
준면이 오빠 말에 어이 없다는 듯이 웃었더니, 해맑게 웃으면서 나에게 하트를 그려보인다. 세훈이는 그 손을 툭 치더니 치우라는 눈치를 준다. 준면이 오빠는 시무룩하더니 손을 치우고 젓가락을 들고 스시를 먹기 시작했다. 세훈이는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잘 먹을게 하고 젓가락을 들었다. 정국이는 천천히 스시를 하나씩 집어 먹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준면이 오빠는 그런 내 얼굴을 보더니 완전 엄마미소다 하면서 얼굴을 구기고 웃었다.
"오빠 얼굴 그렇게 쓸 거면 팔아라."
"이렇게 웃는 게 어때서!"
"못 생겼어요, 형."
정국이의 돌직구에 우리 모두 웃었다. 준면이 오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스시를 계속 먹었다. 다 먹고 나서 주섬주섬 치우고 있는데 정국이가 일어서더니 제가 할게요 하곤 봉지를 싸서 밖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갔다. 준면이 오빠는 감격한 표정을 하며 잘 키웠어, 내 새끼 하고 입을 막았고 세훈이는 내가 키웠지 형이 키웠냐면서 궁시렁 거렸다. 저녁이 되야 끝날 거 같다고 말하는 세훈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럼 일 좀 보고 오겠다고 한 뒤, 체육관을 나왔다. 출판사로 향해서 책이 나오는 시기와 폰트 등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얼굴이 좋아보이세요."
"그래요?"
출판사 직원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좋게 웃으며 문제 생기거나 다른 소식 있으면 연락 주세요 하고 고개를 숙이곤 출판사를 나왔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수정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카페에서 잠깐 수다를 떤 뒤에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아까완 반대로 정국이가 물 속에, 세훈이가 걸터 앉아 있기에 웃으면서 세훈이를 불렀더니 자기 옆을 손으로 치길래 쪼르르 달려가 옆에 앉았다.
"나 곧 책 나온다?"
"수고했네, 우리 에리."
"정국아! 누나 책 대박나면 밥 사줄게!"
정국이는 수영을 하다가 물 밖으로 오케이 사인을 건냈고,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정국이 훈련도 끝났는지 둘이 탈의실로 가길래 밖에서 기다려? 하고 물었더니 여기 있으라고 하기에 멍하니 앉아서 둘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세훈이가 먼저 나오길래 정국이는? 하고 물었더니, 준면이 형이랑 할 얘기 있대 하고 나한테 어깨동무를 한다. 준면이 오빠도 있었어? 하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끌고 출구로 가기에 큰소리로 오빠 안녕! 하고 외친 뒤, 신난 걸음으로 체육관을 나왔다. 집에 가는 길에 얼마만에 정시 퇴근이냐고 하자, 어제 하루종일 같이 있었잖아 하면서 나를 쳐다보기에 그렇긴 했지 하고 대답하자, 웃으며 내 머리를 헝크린다.
"아, 머리 세팅 다 했는데 이러기야?"
"안 해도 예뻐."
세훈이의 말을 끝으로 집에 들어와 쇼파에 뻗었더니 내 팔을 잡아 일으켜 옷은 갈아입어야지 하며 나를 방으로 넣는다. 궁시렁거리면서 옷을 갈아 입고 나와서 세훈이에게 안기자, 요즘 애기같아? 하고 묻기에 내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볼에 살짝 입을 맞추는 세훈이다. 너야말로 요즘 부쩍 스킨쉽이 늘었어 하자, 웃으면서 좋잖아? 하고 뻔뻔하게 말하는 오세훈이다. 물론 나는 좋지만.
거실에서 자려고 이불을 거실에 펴자, 왜? 하고 묻기에 오랜만에 거실에서 자고 싶어서 하고 웃자 고개를 끄덕인다. 이불을 다 펴고 옆에 누우라고 손짓하자 웃으며 옆에 누워 나를 꽉 끌어안는 세훈이다. 기분이 좋아서 세훈이 품에 파고들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내려다본다.
"계속 이렇게 행복하면 좋겠다."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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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화는 분량 폭탄으로 찾아올게요! 사랑합니다!